인가목조팝나무는 유럽 동남부에서 중앙아시아를 지나서 러시아 몽고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와 일본에까지 이어지는 북반구 매우 광범위한 지역에 분포하는 수종이다. 그래서 일찍이 린네가 식물분류학을 창설할 당시인 1753년에 학명을 Spiraea chamaedryfolia L.라고 명명하였는데 이는 그 때 명명한 조팝나무속 단 몇 종 중 하나가 된다. 린네는 이 수종의 잎이 마치 서양에서 저맨더 즉 Germander로 불리던 곽향속 식물들 특히 유럽과 중동 북아프리카에 널리 분포하는 학명 Teucrium chamaedrys인 서양에서 월 저맨더(Wall germander)라고 불리는 덩굴성 반관목의 잎을 닮았다고 chamaedryfolia라는 종소명으로 명명한 것이다. 이 덩굴성 반관목이 실제로 담장을 타고 오르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영어 일반명 wall(담, 벽)을 따라서 담곽향이라고 하는데 중국에서는 이를 석잠(石蚕)이라고 하기에 이 조팝나무의 중국 명칭이 석잠엽수선국(石蚕叶绣线菊)이 되어 학명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과거 변종으로 분류되다가 현재는 원종에 통합된 털인가목조팝나무만 자생하는데 이 수종이 후쿠시마현 아이즈(会津)현에서 발견되었다고 아이즈시모츠케 (アイズシモツケ, 会津下野) 즉 아이즈조팝나무라는 뜻으로 부른다. 그리고 털이 거의 없는 원종인 인가목조팝나무는 케나시 아이즈 시모츠케 (ケナシアイズシモツケ, 無毛会津下野)라고 부른다.
이와 같이 서양과 중국은 잎모양에서 온 이름으로 부르고 일본에서는 지역명으로 부르지만 우리나라는 매우 독창적인 이름인 인가목조팝나무라고 부르고 있는데 문제는 아무도 그 정확한 어원을 모른다는 것이다. 인가목이란 마치 한자어일 것 같지만 마가목과 마찬가지로 현재로서는 한자어로 표기하지 못한다. 과거에도 표기하지 못하여 조선 순조 24년인 1824년에 한자로 발간된 유희(柳僖, 1773∼1837)선생의 물명고(物名攷)에도 인가목만은 한글로 표기되어 있다. 그런데 모든 인가목이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수록된 인가목이 들어간 식물 이름은 현재 10 건이나 된다. 이 중 장미과 장미속이 7개 수종이고 2종은 조팝나무속이며 1종이 금강인가목이다. 이 중에서 장미속 가시 많은 관목들인 인가목과 둥근(동글)인가목 흰인가목은 1937년 조선식물향명집에서부터 수록된 이름이다. 그래서 인가목이란 모두 가시와 관련성이 있는 나무인가 하고 추측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왜냐하면 전혀 가시가 없는 키가 1m에 남짓한 바로 이 인가목조팝나무도 1937년 조선식물향명집에 수록된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가시가 무수히 많은 장미의 일종인 인가목이 7종이나 되고 가시가 전혀 없고 장미속 인가목들과는 그 어떤 유사성도 없는 인가목이 인가목조팝나무와 털인가목조팝나무 그리고 금강인가목 등 3종이나 된다는 것이다. 털인가목조팝나무는 인가목조팝나무에 통합되었고 금강인가목은 인가목조팝나무에서 파생된 이름이고 장미속 인가목 7종은 모두 인가목에서 파생된 이름이므로 결국 장미속 인가목과 조팝나무속 인가목조팝나무 둘로 크게 구분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들 둘은 서로 그 어떤 연관성도 찾을 수 없어 그 어원도 달리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그럼 우선 장미속 인가목은 그 어원이 될 만한 실마리가 하나 있다. 현재 정명은 아니지만 과거 인가목으로도 불렸던 또 다른 두릅나무과 식물이 있는데 그게 바로 땃두릅나무이다. 백두대간 고산지대에서 드물게 자라는 가시가 많고 키가 2~3m인 관목 땃두릅나무를 1943년 정태현선생은 그의 조선삼림식물도설에서 인삼 같은 약성이 있는 줄기를 가진 나무라고 한자명 인가목(人伽木)으로도 표기했다. 아마 인삼 효능을 가진 깊은 산속 사찰(伽) 주변에서 자라는 나무라는 뜻으로 인가목(人伽木)이라고 부르고 쓴 것으로 보인다. 이 땃두릅나무를 중국에서는 가시가 있는 인삼이라고 자삼(刺参)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장미속 가시가 많은 관목들인 인가목들의 이름은 바로 이 땃두릅의 한자명인 인가목(人伽木)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실제로 땃두릅나무의 촘촘하게 난 가시의 모습이 인가목의 가시와 매우 유사하게 보인다.
다음이 인가목조팝나무 어원인데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놀랍게도 우리나라 조선시대 문헌에 인가목이라는 한글 명칭이 등장한다. 그게 바로 조선후기 실학자인 유희(柳僖, 1773∼1837)선생이 1824년경에 한자로 펴낸 물명고(物名攷)에 기록된 다음과 같은 문장이다. 한자로 된 문장 가운데 한글로 인가목이 나온다.
“靈壽木圓長皮紫(영수목원장피자) 節中腫似扶老(절중종사부로) 可以爲杖(가이위장) 此恐是今俗所謂인가목(차공시금속소위’인가목’) 扶老杖(부로장) 椐(거) 樻(궤) 仝(동)”
이를 국역하면 다음과 같다.
“영수목은 둥글면서 길고 수피는 자색이며 마디 가운데 혹이 부로와 비슷하고 지팡이를 만들 수 있다. 아마 요즘 세속에서 인가목이라고 부르는 것인 듯하다. 부로장 또는 거나 궤라는 하는 것과 같다.”
중국 고전인 산해경(山海經)에서 유래된 대나무와 비슷하지만 마디가 매끈하고 재질이 단단하고 수피가 붉은 전설적인 나무로서 지팡이를 만들어 쓰면 노인의 행동이 민첩해지고 무병 장수할 수 있다는 靈壽木(영수목)이라고 불리는 나무가 있는데 이 수종이 국내서는 인가목으로 불리는 것 같다고 유희선생은 조심스럽게 추정한 것이다. 하지만 유희선생도 인가목의 어원을 파악하지 못하여 한자어로 표기하지 않고 한글로 표기한 것이다. 그리고 조선 후기 문인이자 다산 정약용선생의 아들인 정학유(丁學游, 1786~1855)선생이 시경(詩經)에 나오는 여러 생물(生物)의 이름을 고증하여 1865년에 편찬한 사전인 시명다식(詩名多識)에도 “대나무와 비슷하며 마디가 있는 거(椐)가 궤(樻) 또는 영수목(靈壽木)과 같다.”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현재 국내서 이 거(椐)를 인가목이라고 국역하고 있다. 그래서 국내 일부 학자들은 국내서 인가목으로 불리는 수종들 중에서는 그나마 인가목조팝나무가 지팡이 용도로 가장 근접하므로 중국 고전의 영수목으로 유희선생이 추정한 인가목이 바로 현재의 인가목조팝나무일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이 든다. 우선 인가목조팝나무에는 미세한 세로 능각이 있기는 하지만 마디 혹이 없으며 무엇보다도 묵은 가지의 지름이 겨우 4mm 미만으로 가늘어서 노인들이 의지할 만한 지팡이 사이즈로 자라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중국 고전의 영수목은 어떤 나무일까? 중국에서도 영수목이라고 정확하게 고증된 나무가 없지만 몇 개 수종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 중에는 접골목(接骨木) 즉 딱총나무가 있고 육도목(六道木)이라는 댕강나무가 있으며 소엽여정(小叶女贞)이라는 상동잎쥐똥나무도 있다. 한편 중국과는 무관하게 국내서도 과거에 영수목이라고 알려진 나무가 있었다. 조선 후기 학자인 한산 이씨 이만영(李晩永, 1748~1817)선생이 1798년에 엮은 재물보(才物譜)를 확대해서 나온 작자 미상의 어휘서인 광재물보(廣才物譜)에는 마가목을 한글로 쓰고 한자로는 靈壽木(영수목)이나 椐(거) 또는 扶老杖(부로장)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조선에서는 중국 고전의 영수목(靈壽木)을 광재물보(廣才物譜)에서는 한글로 마가목이라고 했고 물명고(物名攷)에서는 한글로 인가목이라고 기록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마가목과 마찬가지로 우리말 이름인 인가목의 의미나 유래에 대하여는 알려진 바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물론 마가목이 중국 고전의 영수목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현재는 거의 없지만 광재물보에서 언급한 마가목은 현재의 마가목인 것으로 대부분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국내서 인가목으로 불리는 수종들 중 가시가 있는 장미속을 제외하면 인가목조팝나무가 그래도 영수목 후보로서 가장 유력하기에 물명고의 인가목이 바로 인가목조팝나무라는 설이 제기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물명고의 인가목이 과연 현재의 인가목조팝나무를 지칭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대나무와 비슷하며 마디 가운데 혹이 있다는 바로 그 특성이 다르고 지팡이로 쓰기에는 사이즈가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희선생이 말한 인가목은 지팡이를 만들기에 적합한 마디가 있는 국내 자생하는 또 다른 어떤 나무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한다. 예를 들면 (줄)댕강나무 같은 나무 말이다. 결국 인가목은 한자어로 표기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글 창제 이전의 기록은 당연히 없으며 한글이 반포된 후 378년이 지난 1824년에 와서 유희선생이 남긴 서책에 한글로 처음 등장하지만 언제부터 사용하던 이름인지 알 수 없으며 또한 그 명칭 유래가 무엇인지는 유희선생 시대에도 분명하지 않았고 지금도 분명하지 않다는 말이다.
인가목조팝나무는 우리나라에서는 북한지역에 주로 자생하며 남한에는 백두대간을 따라서 강원도 경기도 경상북도 충청북도 등에 분포하여 그다지 널리 알려진 수종은 아니지만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하는 데다가 1753년 식물분류학 창설될 당시에 명명된 학명이므로 조팝나무속에서는 나름대로 중요한 수종이 된다. 이 수종은 묵은 가지에서 옆으로 나오는 새 가지 끝에 꽃자루가 길게 나와 산형상 산방화서로 꽃을 피우는데 이런 모습의 조팝나무들을 Section Chamaedryon이라고 세분류하는데 이는 인가목조팝나무와 유사한 그룹이라는 뜻이다. 이 섹션을 동양에서는 장산화서조(长伞花序组) 또는 장산방화서절(长繖房花序節) 등으로 부른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조팝나무들은 자생종은 물론 외래종도 대부분 이 장경 산방화서조에 속한다. 우리 자생종으로 인가목조팝나무 외에도 섬국수나무 산조팝나무 당조팝나무 아구장나무 갈래조팝나무 긴잎조팝나무가 이 그룹에 속하고 외래종으로는 공조팝나무 미국산조팝나무 일본바위조팝나무 그리고 교잡종으로 반호우트조팝나무와 화관조팝나무가 여기에 속한다.
인가목조팝나무는 당초 린네가 원래 시베리아에서 채집된 개체를 대상으로 명명하였으나 나중에 이탈리아 자연학자인 Giovanni Antonio Scopoli(1723~1788)가 시베리아와 만주에 분포하는 집단을 따로 분리하여 1771년 Spiraea ulmifolia Scop.라는 새로운 학명을 발표하게 된다. 여기서 종소명 ulmifolia는 느릅나무 잎을 닮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영어 일반명 elm-leaved spiraea가 생겨난 것이며 우리나라도 1937년 조선향명집에서 바로 이 학명으로 수록되어 있다. 이 당시는 꽃차례에 털이 있기도 없기도 하였기에 인가목조팝나무와 털인가목조팝나무를 구분없이 둘 다 이 학명으로 분류되었다. 그러다가 일본 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1882~1952)이 일본에 자생하는 털이 있는 집단을 별도의 변종으로 분리하여 명명한 학명 Spiraea ulmifolia var. pilosa Nakai를 1928년 발표하였는데 이게 바로 털인가목조팝나무이다. 그 후 Spiraea ulmifolia가 원래의 Spiraea chamaedryfolia에 통합되고 최근에는 털인가목조팝나무 마저도 원종에 통합되어 하나가 되었다.
등록명 : 인가목조팝나무
학 명 : Spiraea chamaedryfolia L.
분 류 : 장미과 조팝나무속 낙엽 관목
원산지 : 한국 유럽 동남부 중앙아시아 시베리아 중국 일본
영어명 : germander meadowsweet, elm-leaved spiraea
중국명 : 석잠엽수선국(石蚕叶绣线菊) 오소리수선국(乌苏里绣线菊)
일본명 : ケナシアイズシモツケ(無毛会津下野) アイズシモツケ(会津下野)
수 고 : 1~1.5m
줄 기 : 소지세약 초능각 갈색 지(之) 자형 만곡 유시 무모
동 아 : 장란형 선단점첨 인편 다수 외부노출 인편 2매
엽 편 : 관란형 2~4.5 x 1~3cm
잎모양 : 선단급첨 기부원형 관설형
잎거치 : 변연세예단거치 중거치 불잉지엽편 결각상 중거치
잎면모 : 하면맥액간 단유모 족생
잎자루 : 4~7mm 무모 극희소 유모
꽃차례 : 산형 산방화서 지름 2~2.5cm 무모 5~12송이
꽃자루 : 4~8mm
포 편 : 선형 무모 조락
꽃크기 : 6~9mm
꽃받침 : 외면 무모 악통 광종상 내면단유모 악편란상삼각형 선단급첨 내면소생단유모
꽃부리 : 관란형 근원형 선단둔 2.5~3.5 x 2~3mm 백색
수 술 : 35~50 꽃잎보다 김
화 반 : 미파상 원배형
자 방 : 복부미단유모
화 주 : 수술보다 짧음
열 매 : 골돌과 직립 단유모복생, 화주 복면선단에 직립, 악편반절
개화기 : 5~6월
결실기 : 7~9월
내한성 : 영하 45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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