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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마데우스의 패러독스

낙은재 2025. 10. 9. 07:53

 

 

 

아마데우스라는 영화를 보셨나요?

국내 상영 당시 이렇게 홍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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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제가 아닌 그여야 했습니까?”

비엔나 왕실의 궁정음악가였던 ‘살리에리’

 

천재라 불리는 신성, ‘모차르트’가 등장한 어느 날

그의 천재성을 확인하고자 했던 ‘살리에리’는

방탕하고, 오만하고, 천박한 ‘모차르트’의 행동에 충격을 받는다

 

그런 ‘모차르트’를 인정할 수 없었던 ‘살리에리’는

부단한 노력에도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이겨낼 수 없었고

결국 ‘모차르트’를 파멸로 이끌 거대한 음모를 준비하는데. 

 

신의 사랑을 받은 천재,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그를 파멸시킨 인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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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명무실(虛名無實)한 정도는 아니지만 대단하게 뛰어나지도 않은 작곡가가 능력 이상으로 크게 인정받아 중책을 맡고 있는데 어린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가 나타나자 그 비범성에 놀라서 시기 질투하다가 끝내는 죽음으로까지 내몰고 본인도 죄책감과 주변 의심의 눈초리에 시달리면서 고통스럽게 살다가 죽어간다는 내용의 영화입니다. 여기서 영화 제목 아마데우스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이름에서 온 것으로 얼핏 보면 비운의 천재 모차르트의 일생을 다룬 영화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로 천재를 따라잡을 수 없는 평범한 재주를 가진 사람의 고뇌와 좌절을 그려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래서 모차르트와 함께 살리에리도 주인공이며 1985년 아카데미에서도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사람도 모차르트 역의 배우가 아닌 살리에리 역할을 맡은 F. 머레이 에이브러햄이었습니다.

 

비주류 오스트리아 출생 모차르트(1756~1791)는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합니다만 오페라의 본고장 이태리 출생 주류 살리에르(1750~1825)는 한참 더 살다가 죽습니다. 그래서 자기 자리를 보전하려는 살리에르의 시기와 질투 때문에 천재 작곡가가 일찍 죽었다고 서양에서는 살리에르를 시기 질투의 상징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인식을 부채질한 것은 러시아 소설가 알렉산드르 푸시킨(1799~1837)이 1830년에 발표한 희곡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를 비롯하여 비슷한 내용의 다수의 연극이 있었지만 세계적으로 널리 알린 것은 바로 1984년 개봉되어 그해 아카데미 작품상 등 8개 부문의 상을 수상한 영화 아마데우스입니다.

 

하지만 사악한 질투의 대명사로 오랫동안 굳어진 살리에리에게 기적과 같은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질투심 때문에 모차르트 죽음에 관여한 것처럼 극본이 짜인 바로 그 영화 아마데우스가 계기가 되었습니다. 영화 상영 이후에 모차르트의 사인에 대한 재검증 작업이 이뤄졌던 것이지요. 그 결과 그 당시 모차르트는 천재적인 재능은 보였지만 성격이 괴팍한 아직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젊은 작곡가에 불과하였고 반면에 지금은 크게 인정받지 못하지만 그 당시로서는 살리에르가 실력과 인품을 인정받는 당대 최정상급 작곡가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모차르트가 질투했으면 했지 아무런 부족함이 없는 살리에르가 질투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살리에르는 베토벤이나 리스트, 슈베르트 등 기라성 같은 음악가들의 스승이었으며 심지어는 모차르트 사후 그의 아들에게도 음악을 가르쳤다고 합니다. 만약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가 살리에르의 혐의를 믿었다면 그에게 아들의 교육을 맡겼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베토벤은 살리에르의 혐의를 공개적으로 강하게 부정하였다고 합니다. 다만 살리에르와 모차르트 둘의 사이가 실제로 좋지는 않았는데 그건 그 당시 모차르트 성격이 워낙 괴팍하여 주변에서 아무도 개인적으로 그를 좋아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 세월이 많이 흘러 모차르트의 사인을 확실하게 밝히지는 못하였지만 독살설 등 타살설보다는 질병설에 더 무게가 실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의 성격이 독특하여 대선배인 독일 작곡가 크리스토프 빌리발트 글루크(1714~1787)의 말처럼 “모차르트는 비록 음악의 천재이지만, 나머진 천하에 둘도 없는 둔재"라고 널리 알려지게 되고 말았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오늘날 우리들에게 모차르트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춘 불멸의 위대한 작곡가로 널리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에피소드는 세상에는 완벽하기만 한 사람도 없지만 억울하게 비난 받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