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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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우리나라 식물 이름 - 일관성도 없고 명명 사유도 없다.

낙은재 2017. 12. 11. 17:05

낙은재는 식물 특히 목본인 나무들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면서 공부를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국내의 도감들은 너무나도 내용이 간단하고 피상적인데다가 오류가 넘쳐나서 별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세하지도 정확하지도 않는 국내의 수십 년 전에 쓰여진 도감을 금과옥조로 여겨 절대적으로 신봉하면서 붙잡고 앉아서 주변의 실제 수목 관찰결과와 다른 점에 대하여 고민고민하면서 세월을 보내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국내도감을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하자 눈을 돌린 곳이 중국과 일본이다. 수천 년의 본초학이 바탕이 된 중국과 서양 식물분류학을 가장 먼저 제대로 배운 일본의 도감은 아닌게 아니라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세하고 정확하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도 오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며 미흡한 점도 있고 놓친 부분도 가끔 있다. 그리고 개체변이에 의한 국내 식물과의 미세한 차이점은 거의 항시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특히 중국의 식물 이미지는 전혀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이 정말 아쉽다.


식물학의 시조 린네가 저술한 식물의 종


학명의 명명

그런데 국가에서 널리 사용할 식물의 표준 이름의 명명과 관리에 대하여는 정말 우리의 부실한 도감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우리나라의 수준은 한심하다. 우선 학명은 가끔 예외는 있지만 누가 언제 어떤 이유로 그 식물명이 지어졌는지에 관하여 거의 명확하게 알려져 있다. 대개 원산지에서 원주민들 언어로 부르는 이름이나 고대 그리스에서 라틴어로 불렀던 이름 또는 그 식물의 특징 등이 나타나게 명명한다. 그리고 상당수는 표본을 채취한 지역명이나 식물 탐사에 도움을 준 후원자나 같이 노력한 동료나 선배 식물학자 등의 이름으로 명명한다. 심지어는 가족이나 친구의 이름으로도 명명하는 등 각기 천차만별의 이유와 명분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대부분 유래가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식물명

중국은 대개 과거 본초학에 명시된 것은 그대로 인정을 하되 지역마다 다른 이름을 사용하거나 같은 속에서 매우 무질서하게 난립한 이름은 속별로 통일하여 매우 일사불란하게 중국식물지를 편찬하면서 새로이 붙였는데 상당수는 학명의 뜻을 중시하여 종소명을 한자로 의역 표기한 것들이 많다. 따라서 과거와 일시에 단절되어 초기 고통은 많았겠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매우 질서정연하다. 너무나도 넓은 지역에서 제각기 부르던 이름을 이렇게 강력하게 통합하지 않으면 어떻게 표준 정명을 만들수 있겠나 싶어 공감이 간다. 여하튼 현재 중국은 겉보기에는 학명과 가장 일치하는 국명 체계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중국에 등록된 단풍나무속 140여 종은 모두 이름이 xx槭(축)으로 되어 있어 학명이 모두 Acer xxxx로 구성되어 있는 것과 같다.


중국 의학계와 식물학계에서 매우 중시하는 본초강목


중국식물지


일본의 식물명

일본은 중국과 같은 강력한 행정력을 바탕으로 하여 질서정연하게 붙인 이름이 절대로 아니다. 따라서 겉보기에는 무질서해 보이고 중구난방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일본은 식물 이름 거의 대부분이 그 이름의 유래가 정확하게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이를 매우 중시하여 어느 도감에서도 식물명의 유래에 대한 설명을 빠뜨리지 않는다. 새로운 식물이 해외에서 도입 또는 자국내서 발견되거나 기존 식물이 재분류될 때 식물분류학자들에 의하여 새로이 붙여진 이름은 당연히 그 이름의 사유가 밝혀진다. 그리고 고대로부터 저절로 민간에서 불리던 이름에 대하여도 그 유래를 찾으려고 매우 애를 많이 쓴다. 이 점이 마음에 든다. 사실 식물은 그 이름의 유래를 알면 그 특징의 상당수가 파악되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도 해외에서 도입된 종의 이름 오류는 많다. 예를 들면 일본인들이 매우 사랑하는 수국 즉 아지사이(あじさい)의 경우 한자로 자양화(紫陽花)라고 표기를 하며 그 근거를 백낙천의 시를 들지만 중국에서는 수국을 수구화(绣球花)라고 하며  백낙천이 시에서 지칭한 자양화는 실제로는 수수꽃다리의 일종 즉 정향화(丁香花)일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근거를 분명하게 밝히는 일본은 무엇이 오류인지를 나중이라도 밝힐 수가 있다.


중국 시인 백거이가 시에서 자양화(紫陽花)를 노래하자 일본에서 감흥을 받아 수국이 자양화인 줄 알고서 엄청 많이 심고 사랑하게 된다. 


우리나라 식물 명명

그런데 우리나라가 정말 문제이다. 식물명의 유래를 설명하는 도감은 거의 없다. 멀쩡하게 생존하는 학자가 직접 명명한 식물도 그 이름에 대하여 왜 그렇게 명명하였는지에 대한 설명을 보기 힘든다. 고대로부터 저절로 불려진 통일된 이름이 있다면 그대로 선택되었을 것이고 지방마다 다르다면 그 향명들을 조사하여 식물 분포를 감안하여 가장 비중이 높은 향명이 선택된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그 향명의 유래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다. 왜 이름에 대한 관심이 그렇게 없는지 이해가 안된다. 식물의 분류학이라는 것이 따지고 보면 식물을 과와 속으로 분류한 다음 종마다 각기 다른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도 왜 우리나라에서는 식물의 이름 즉 국명을 그렇게 소홀히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 덕분에 우리가 겪는 혼란은 수도 없이 많다. 예를 들면 강원도 금강산에서 자생한다는 개나리의 일종인 만리화의 경우 일반인들은 대부분 꽃향기가 만리까지 퍼진다고 그런 이름을 가진 줄로 알고 있다. 그래서 세상에 향기나는 특이한 개나리도 있나 싶어 개화기에 만리화를 찾아가서 코를 들이대고 확인을 꼭 해야만 되겠는가. 이른 봄 만리화가 저 멀리 산등성이에서 꽃을 피우면 그 색상이 너무나도 선명하여 만리 밖에서도 보일 정도라서 만리화라고 부른다고 설명을 하면 이 나무를 쉽게 이해할 것 아니겠는가. 온통 앙상한 가지와 갈색 잎 밖에는 안보이는 이른 봄 샛노란 꽃을 줄기마다 소복하게 피우는 만리화를 본 우리 조상들의 느낌이 절로 와 닿는다. 이제 춥고 배고픈 겨울이 다 가고 봄이 왔구나! 하고 얼마나 기뻐했을까? 그 외에도 많다. 중국의 오구(桕)가 우리나라에서 조구(鳥口)로 변하고 중국의 계시등(鸡屎藤)이 우리나라에 와서 계요등(鷄尿藤)으로 변한 것 쯤은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슬그머니 명명하거나 변경하고선 아무런 설명도 없는 것은 정말 이해가 안된다.


만리화(萬里花)

개나리의 일종으로서 향기는 없다.


계요등

닭의 오줌이라는 뜻인데 실제로 닭은 똥은 누어도 오줌은 누지 않는다. 따라서 계요는 생물학적으로 성립이 안되는 말이다.


당단풍나무도 마찬가지이다. 도대체 그 유래를 설명하지 않으니 당분(糖分)을 가졌다고 당단풍이라고 하는지 아니면 당(唐)이 또 다른 의미가 있는 한자인지 논란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낙은재가 며칠을 허비하며 고생해서 찾은 유래는 허탈하게도 초기 일본에서 부른 이름 도우하우치와(トウハウチワ)를 생각없이 따라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지금 일본은 도우(唐)가 아닌 조우센(朝鮮)이라고 바꿔서 チョウセンハウチワ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와 만주가 원산지이므로 일본에서는 그렇게 부를 수도 있지만 우린 따라할 것이 따로 있지 그것마저 따라하면 안되는 것이었다. 초창기 그렇게 무작정 일본을 따라한 사람들도 못마땅하고 그 유래를 숨긴자들도 못마땅하다. 그러나 아직도 고치지 않는 그 이후의 관련자들이 더 밉다. 전세계가 코리안 메이플이라고 하는 이 마당에 지금이라도 당장 고쳐야 마땅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중국 동북지방은 과거 고조선이며 그후 고구려와 발해의 땅이 아니더란 말인가?


당단풍나무

내장산의 단풍의 주종은 단풍나무이며 설악산 단풍의 주종은 당단풍나무이다.


그런데 이렇게 식물의 국명을 쉽게 생각하는 것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요즘 쏟아지는 외래종들의 우리 이름 작명을 포기하고 아예 학명을 그대로 발음하고 있다. 그것도 어느 것은 속명을 앞세우고 종명을 뒤로 하고 어느 것은 그 반대로 하여 헷갈린다. 예를 들면 학명 Xanthoceras sorbifolium인 중국 원산의 문관과(文冠果)는 이를 많이 심은 북한에서 기름밤나무라고 하여 이 이름이 국어사전에도 등재되어 있을 정도로 보편화가 되었는데 이를 우리나라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는 문관과에 대한 언급은 일절없이 수년간 소르비폴리움크산토세라스라고 하였다가 금년에 크산토케라스 소르비폴리움으로 말도 없이 즉 수정 흔적도 없이 변경하였다. 


크산토케라스 소르비폴리움

기름밤나무라는 마땅한 이름이 있는데도 어려운 이름을 국명으로 추천했다.


대개 서양에서는 개인의 이름이 먼저고 가문의 성이 나중인데 반하여 린네가 정한 이명법은 범위가 넓은 속이 먼저고 그 하부의 종이 나중에 위치한다. 그러니 사람 이름과는 달리 식물의 이름에서 세분된 수식어가 앞서고 속명이 뒤로 빠지는 우리나라 어순과는 반대이다. 예를들면 우리는 xx단풍이라 해야지 단풍xx라고는 하지 않지만 학명은 모두 Acer xxx로 되어 있다. 그래서 편하게 학명을 그냥 그대로 국명으로 사용하자니 속명과 종명의 순서를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것이다. 크산토세라스속 소르비폴리움은 이미 널리 사용되는 우리 이름 기름밤나무나 중국이름 문관과를 제쳐두고 학명을 그대로 사용하려니 이런 헤프닝이 벌어지는 것이다. 명색이 국가표준명인데 너무 가볍다.


중국의 구골을 우리는 호랑가시나무라고 하고 엉뚱한 나무를 구골나무라고 하거나 중국과 일본에서 후박이라고 하는 것을 목련이라고 하고 우리는 다른 나무를 후박나무라고 하고 있다. 불교와 무관한 나무를 보리수나무라고 부르고 정작 사찰에서는 보리자나무나 찰피나무를 심고 보리수라고 한다. 달나라와 무관한 나무를 계수나무로 불러 많은 이들이 한가위에 이 나무를 떠올린다. 중국의 오동은 벽오동이라고 하고 다른 나무를 오동이라고 한다거나 시경에 나오는 소백이 정사를 봤다는 큰 나무 감당을 팥배로 인식하여 귀하게 여기거나 겨울에 꽃이 핀다고 동백을 겨울(冬)과 백(栢)에서 그 의미를 찾으려고 애를 쓰거나 하는 것 들 자체는 무엇이 문제가 되겠나? 다만 원산지나 이웃나라들과 이름을 달리하는 혼란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어떤 이유로 명명하든 명명 이유를 밝히지 않은 것이 문제라면 문제가 된다. 단풍나무를 공부하던 중 중국단풍이라고 불리는 나무가 있는데 이를 정작 중국에서는 중국단풍이라고 하지 않으며 그들이 중화단풍이라고 부르는 나무는 따로 있는 것을 보고 이 역시 일본을 무작정 따라한 결과이구나 하면서 잠시 엉뚱한 길로 빠졌다. 


중국단풍 (중국명 : 삼각축)

중국에는 단풍이 무려 100여 종이나 있는데 중국에서도 중국단풍이라고 하지 않는 이 종을 우리는 일본을 따라서 중국단풍이라고 한다.

일본에서 이 나무를 トウカエデ(당풍 : 唐楓)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