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무환자나무과/ 단풍나무속

449 설탕단풍과 단풍 시럽(maple syrup)

낙은재 2018. 3. 11. 16:19

설탕단풍


설탕단풍


당초 봄이 오기전에 이 거대한 단풍나무속 탐구를 모두 마치려고 하였으나 예기치 않게 두 달 가까운 공백이 생겨 차질을 빚게 되었다. 우리에게 다소 익숙한 이름인 설탕단풍이나 은단풍 등 미국이나 유럽에서 들어온 서양 단풍나무 몇 종만 더 탐구하고 나머지 30여 종은 부득이 올 가을에나 마저 마쳐야겠다. 그럼 이번에는 일반인들이 캐나다단풍 또는 캐나다 국기에 그려진 단풍나무라고 많이 알고 있는 설탕단풍을 먼저 알아보자. 설탕단풍의 학명 Acer saccharum는 1785년 미국 식물학자 Humphry Marshall에 의하여 명명되었는데 이 단풍나무에서 채취한 수액으로 설탕을 만들었기 때문에 설탕을 뜻하는 라틴어 saccharum이 종소명이 된 것이다. saccharum은 설탕단풍의 종소명이기도 하지만 사탕수수가 속하는 개사탕수수속의 속명이기도 한데 이는 사탕수수(sugarcane)의 달콤한 주스를 뜻하는 그리스어 sakcharon에서 온 말이다. 이를 영어로 표기하면 saccharine이 된다. 그러나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단맛을 내는 사카린(saccharin)은 한참 후인 1879년 미국에서 개발된 인공감미료를 말한다. 그러니까 설탕단풍 학명 Acer saccharum의 사카룸은 현대의 인공감미료 사카린과는 무관한 것으로서 거의 영어 Sugar와 동일한 의미로 인식하면 되겠다.



사탕수수(sugarcane)


우리나라에서 국표식에는 아무런 이명이 없이 설탕단풍이라고 단 하나의 이름만 등록되어 있으나 시중에서는 이를 캐나다단풍 또는 사탕단풍이라고도 한다. 과연 시중에서 부르는 캐나다단풍이나 사탕단풍이 옳은 이름인지 알아보자. 영어권에서는 수액이 달다고 sugar maple이라고 하며 목재가 단풍나무 중에서 가장 단단하다고 rock maple로 부르지만 캐나다단풍이라고는 거의 부르지 않는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캐나다단풍이라고 할까? 그 이유는 우리나라 국립수목원 도감에 캐나다국기가 이 나무의 잎을 본 딴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명백하게 잘못된 정보이다. 캐나다 국기와 금화에 단풍나무 잎이 그려져 있으며 그 모양이 캐나다에 자생하는 대표적인 단풍나무인 설탕단풍 잎을 많이 닮기는 하였지만 캐나다에서 이 나무의 잎을 모델로 디자인하였다고 말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 반대로 특정 단풍나무의 잎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며 그냥 붉은 단풍나무 잎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따라서 캐나다나 미국 그리고 이웃 일본이나 중국 어디에서도 설탕단풍을 캐나다단풍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다만 중국에서 별명으로 미주단풍이라고는 부르고 있을 정도이다. 이 설탕단풍이 북미가 원산지이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국기와 금화인데 모두 설탕단풍의 잎을 닮은 단풍나무 잎이 그려져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특정 수종의 단풍나무가 아닌 그냥 단풍나무 잎을 디자인 한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에서는 이 설탕단풍을 당풍(糖枫) 또는 당축(糖槭)이라고 하며 영어권 hard maple나 rock maple에 대응하는 용어로 경풍(硬枫)이나 석풍(石枫)이라고도 하며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미주원산이라고 미주당축(美洲糖槭)이라고도 한다. 이웃 일본에서는 사또우카에데(サトウカエデ : 砂糖楓) 즉 사탕단풍이라고 한다. 여기서 그러고 보면 당(糖)을 설탕(雪糖)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나라 뿐이고 중국에서는 그냥 당(糖) 일본에서는 사탕(砂糖)이라고 한다. 희거나 검은 것은 중국에서는 백당(白糖) 홍당(紅糖)이라고 하며 일본에서는 백사탕(白砂糖) 흑사탕(黑砂糖)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백설탕(白雪糖) 흑설탕(黑雪糖)이라고 한다. 설(雪) 자체에 희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는데 중복되게 백설탕하는 우리말이 흥미롭다. 흰색을 강조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체계적이지 못한 용어인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이 설탕단풍을 일본에서 사탕단풍이라고 해서 그런지 우리나라 일부 도감에서 사탕단풍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나라 국표식에 사탕단풍나무는 은단풍의 이명으로 등재되어 있으므로 이를 설탕단풍의 이명으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캐나다와 미국 북부 즉 접경지역이 원산지인 이 설탕단풍은 단풍나무들 중에서 가장 목재가 단단한 것에 속한다. 단풍나무 자체가 나무가 단단하기 때문에 고대에 무기를 만들었기 때문에 Acer라는 속명을 가지게 된 것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단단한 나무이므로 이 나무로는볼링장 레인이나 핀 농구 코트 그리고 야구 배트, 당구 큐 등 단단한 재질이 필요한 많은 부분에 사용되며 심지어는 나무 베어링으로도 사용이 되어 그 쓰임새가 많다. 따라서 목재시장에서 이 단단한 설탕단풍 목재를 Canadian hard rock mapl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Canadian hard rock maple

스케이드 보드와 나무 베어링 등에 단단한 재질을 가진 설탕단풍 목재가 사용된다.


우리나라 고로쇠물과 같이 해빙기 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하여 이용하는 것이 우리나라 만의 유일한 전통은 아닌 것 같다. 북미 원주민인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유럽인들이 이주하기 전부터 단풍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하여 이용하였다고 하는데 그 기원이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가 없다고 한다. 그들이 사용한 방법이 우리와 매우 유사하다. 나무에 구멍을 뚫어 꼭지를 박아 수액을 받아내는 것이다. 그 대상 나무도 같은 단풍나무속이며 단지 그들은 수액을 생으로 마시기 보다는 달여서 시럽으로 또는 설탕으로 만들어 사용하였다는 점 외에는 매우 닮았다. 우리 이웃인 중국이나 일본에는 그런 풍습이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나라 삼국시대부터 유래되었다는 우리 고유의 고로쇠 수액 채취 풍습이 저 멀리 미국에 까지 전파되었을까? 언어 구조적으로 봤을 때 아메리카 인디언의 조상이 우리 한민족이라는 재야학자들의 주장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자작나무나 물푸레나무 등 봄이면 수액 채취가 가능한 나무가 많지만 단풍나무 그 중에서도 설탕단풍 등이 가장 유명한 이유는 뭘까? 그냥 마시기만 하는 수액이 아니고 시럽을 만들기 위하여 일종의 산업 형태로 수액을 채취하자니 자연적으로 경제성을 따지게 된 것이다. 많은 양의 수액이 배출되어야 하고 그 당도가 높아야만 했다. 그러자니 그 수많은 단풍나무 중에서 설탕단풍과 참꽃단풍(Acer rubrum), 흑단풍(Acer nigrum) 및 은단풍(Acer saccharinum) 등이 가장 효율이 높은 나무로 가려진 것이다. 이들 나무에서 채취한 수액의 당도는 2~5%에 달하여 약 40리터의 수액에서 1리터의 메이플 시럽(maple syrup)의 생산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당도 2%에 미치지 못하는 우리나라 고로쇠나무 등은 단풍 시럽을 만들기에는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러면 북미에서 설탕단풍 등을 도입하여 우리나라에 식재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다. 일교차나 기온 조건이 맞지 않아서 원산지와 같은 당도가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로 일본에서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부족한 설탕을 해결하려고 이 나무 수액에서 설탕 추출을 시도하였으나 결과가 신통치 않아서 포기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국립수목원 도감에도 국내 재배용은 경제가치가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단풍시럽이 널리 사용되지만 그 생산량의 70%를 캐나다가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즉 중요한 것은 단풍나무 수종이 아니라 기후조건이라는 것이다.


설탕단풍

수령 30~40년이 되어야 수액 채취가 가능하며 한 그루당 35~50리터를 채취할 수 있고 수령 100년이 넘은 고목도 가능하다.


수액을 채취하는 방식은 우리나라 고로쇠와 매우 흡사하다. 다만 수액을 달여서 시럽을 만드는 것이 다르다.

단풍시럽은 맑고 투명한 것이 가장 상급품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이름 설탕단풍은 우리 자생종 당단풍나무와 혼동하는 경우가 더러 있으나 당단풍의 당은 설탕이 아니라 중국을 뜻하는 당(唐)이므로 설탕단풍과는 거리가 먼 엄연히 다른 종이다. 그리고 설탕단풍의 학명 Acer saccharum와 매우 유사한 Acer saccharinum를 학명으로 사용하는 단풍이 있는데 그게 바로 같은 북미지역이 원산지인 은단풍이다. 이 은단풍의 종소명 saccharinum 또한 sugary 즉 설탕맛이 난다는 뜻이다. 이 은단풍의 수액으로도 단풍시럽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는 설탕단풍에 비하여 당도가 떨어져 그다지 많이 사용되지는 않는다. 이름 외에도 잎 모양이 설탕단풍과 매우 유사한 종이 있는데 유럽 원산 노르웨이단풍으로 등록된 Acer platanoides이다. 잎이 플라타너스 잎을 닮았다고 린네가 명명한 학명이다.


우리 자생종 당단풍나무


은단풍은 학명이 설탕단풍과 매우 비슷하다. Acer saccharinum


좌 : 유럽원산 노르웨이단풍, 우 : 북미원산 설탕단풍

잎 모양으로는 구분이 쉽지 않다. 다만 수액과 신아 그리고 수피에서 차이점을 보인다.


등록명 : 설탕단풍

학  명 : Acer saccharum Marshall

분  류 : 무환자나무과 단풍나무속 낙엽 교목

원산지 : 북미

영어명 : sugar maple, rock maple

중국명 : 당풍(糖枫)

일본명 : 사또우카에데(サトウカエデ : 砂糖楓)

수  고 : 25~35m (45m)

수  명 : 400년

수  피 : 황갈색 혹 회갈색

가  지 : 소지 원주형, 무모, 당년지녹색, 다년지황갈색

동  아 : 소, 인편 2, 섭합상배렬

잎특징 : 가로 세로 20cm 3대렬 2소렬

단  풍 : 밝은 노랑, 오랜지, 형광 붉은 오랜지색

화  서 : 원추화서, 5~10송이, 황록색 꽃, 꽃잎 무, 나이 10~15년부터 개화

열  매 : 시과, 종자 7~10mm 지름, 날개 2~3cm 길이

수  액 : 30~40년생부터 채취, 100년 이상까지 가능, 한 그루당 35~50리터 채취 가능

개화기 : 4월

내한성 : 영하 40도

내음성 : 강함

내염성 : 약함


설탕단풍 숲


설탕단풍 동아


설탕단풍

새싹은 갈색을 띤다.


설탕단풍


설탕단풍


설탕단풍


설탕단풍


설탕단풍 자화


설탕단풍

웅화(male) 자화(female)


설탕단풍


설탕단풍


설탕단풍


설탕단풍


설탕단풍


설탕단풍 수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