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금만병초
작약과 식물을 탐구 중에 작약은 잠시 접어두고 몇 가지 급한 다른 나무들부터 탐구하려고 한다. 우선 첫 번째로 겨울에 중부지방에서도 월동을 거뜬히 하면서 평소 잎이 뒤로 말리지 않고 거의 항상 넓게 펴져 있어 꽃이 없더라도 잎과 수형 자체가 매우 아름다워 관엽 정원수로서도 전혀 손색이 없는 만병초 하나를 알아보자. 오래 전에 수목원에서 이 나무를 처음 보는 순간부터 그 매력에 빠져 관심을 가졌지만 여태 그 이름을 모르고 있었다. 수목원 만병초 정원에 가면 그 많은 만병초 중에서 유독 눈에 뜨이는 만병초가 바로 이 수종이다. 그 이유는 넓고 큰 반짝이는 광택이 있는 잎이 좌우 가장자리에서 뒤로 말리지 않고 편평하게 펴져 있어 잎 자체가 매우 보기 좋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자생종 만병초도 있지만 말이 상록이지 겨울에 추위를 이기려고 잎의 길게 거의 막대기와 같이 말리는 모습을 보면 정말 안스럽기 짝이 없다. 그래서 따뜻한 봄이 와서 잎이 쫙 펴지기만을 기다리지만 봄이 와도 잎이 완전히 편평하게 펴지지는 않는다. 항상 잎의 좌우가 뒤로 일정 부분 말려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아쉽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수목원에서 보는 이 만병초는 겨울이 와도 잎이 심하게 말리지 않으며 봄이 오면 뒤로 말리기는 커녕 완전하게 다림질한 것 마냥 편평하게 펴지거나 오히려 살짝 앞으로 접힌다. 그래서 무척 매력적인데 이상하게 이름표가 없다. 중국에서 도입된 종이라는 것 외에는 더 이상의 정보를 구할 수가 없다. 그러다가 이번에 경기도 포천에 있는 평강수목원에 들렀는데 거기서 또 다시 이 나무를 만났다. 거기에도 정확한 이름은 없이 그냥 중국에서 온 만병초라는 팻말만 적혀 있었다. 세상에 내가 이름을 모르는 나무가 어디 한둘이더냐 하면서 넘어갈 수도 있지만 문제는 우리 정원에서도 이 나무 어린 묘목 하나가 자라고 있기에 더 이상 이름 없는 나무로 계속 둘 수가 없어서 동정(同定)에 나서 본다. 그러나 영산홍 진달래 철쭉 등과 더불어 진달래과 진달래속으로 분류되는 만병초라는 집안이 결코 만만한 집안은 아니다. 우선 만병초(萬病草)라는 이름의 정의를 내리기도 어렵다. 물론 좁게는 학명 Rhododendron brachycarpum인 우리 자생 상록 관목을 만병초라고 하는 것이지만 넓게는 이런 유사한 식물을 통칭한다고 볼 수 있는데 그 범위를 어떻게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가 않다.
운금만병초로 추정
평강식물원
운금만병초
이름표가 없다.
중국만병초라고 하고 학명을 포괄적으로 그냥 진달래속명을 적고 있다.
Rhododendron brachycarpum
우리 자생종 만병초는 잎이 항상 뒤로 말려있다. 노지월동 가능
Rhododendron yakushimanum
일본에서 도입된 내한성이 좋은 야쿠시마만병초도 뒤로 약간 말린다.
중부지방 노지월동 가능
Rhododendron aureum
우리 자생종 노랑 만병초는 많이 말린다.
중부 노지월동 가능
Rhododendron aureum
노랑만병초
분류학적으로는 진달래속은 하위분류군으로 몇 개의 아속으로 분류하는데 그 중 Rhododendron subg. Hymenanthes라는 아속에서 다시 section으로 세분하여 Rhododendron sect. Ponticum 조(組)에 속하는 상록 관목 또는 교목을 우리나라에서 만병초라고 부르는 것 같기는 하다. 세상의 거의 모든 만병초가 자생하는 중국에서는 이 section을 상록두견조(常绿杜鹃组)라고 한다. 그렇다고 진달래속 상록 수종을 모두 만병초라고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영산홍도 반상록이며 우리 자생종 꼬리진달래는 아예 완전한 상록이지만 아무도 만병초라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상록이라는 것은 구분점이 되지 못한다. 정확한 만병초의 특징 또는 정의는 다음에 진달래과를 본격적으로 탐구할 때 더 깊게 공부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그냥 넘어 간다. 그리고 우리나라 자생종들은 모두 키가 낮은 관목이지만 중국에는 10m가 넘게 자라는 교목도 많은데 마치 풀인 양 만병초(萬病草)라고 부르는 우리 이름은 적절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만병초 즉 section Ponticum에 속하는 수종으로서 만병초(홍만병초 포함)와 노랑만병초 단 두 종만 자생하며 일본은 우리보다는 약간 더 많은 4~6종이 자생하지만 중국은 만병초의 본고장 답게 세상에 존재하는 만병초 267종 중 무려 251종이나 자생을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들이 속하는 section을 상록두견조(常绿杜鹃组)라고 하고 일본에서는 이들을 샤꾸나게(シャクナゲ : 石楠花, 石南花)라고 부른다. 원래 중국에는 석남(石楠)이라고 중국홍가시나무를 말하지만 이것의 모습이 얼핏 만병초와 비슷하여 일본에 잘못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를 베껴서 우리나라 국립수목원 도감에 만병초 잎의 약명을 석남엽(石南葉)이라고 하고 강장 이뇨 등에 효험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어 기가 막힐 노릇이다. 원산지 중국에서는 만병초의 중약명을 운금두견(云锦杜鹃) 대백두견(大白杜鹃) 등으로 말하며 강장 이뇨에 대한 언급은 없다. 흔히 동의보감에 등장하는 석남엽(石南葉)을 만병초라고 생각 없이 풀이하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이다. 국내서도 제대로 알고 있는 한의사들은 이미 동의보감의 석남엽이 만병초가 아닌 학명 Photinia serratifolia인 중국홍가시나무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등록명 : 중국홍가시나무
학명 : Photinia serratifolia 장미과 홍가시나무속
원산지 중국명 : 석남(石楠)
동의보감이나 중국 본초지에 등장하는 석남은 모두 이 나무를 지칭한다. 우리나라서 제법 흔한 중국과 일본 원산의 홍가시나무 光叶石楠 Photinia glabra와는 또 다른 나무로서 잎이 커서 만병초를 좀 닮았다.
우리나라 이름 만병초는 만병을 고친다고 붙은 이름이라는데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뿌리와 꽃과 잎을 소화기나 기관지 출혈 치료나 소염 살충 등의 약으로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 정도 이름이 붙을 만큼 대단한 것은 아니고 오히려 독성이 있어 주의를 요한다. 특히 만병초의 잎으로 차를 끓여 강장제나 이뇨제로 사용한다는 민간요법은 일본에서 잘못 붙여진 이름 석남(石楠)때문에 잘못 전해진 설이므로 절대 따라해서는 안된다. 강장제로 사용하는 것은 석남 즉 중국홍가시나무의 잎과 뿌리이지 만병초의 잎과 뿌리가 아니다. 아무리 정력제가 좋아도 민간 속설만 함부로 믿고 살충제를 다려 먹으면 안된다. 일본에서 만병초에는 이런 약성이 없다는 연구결과도 있고 우리나라 단국대에서 만병초에는 grayanotoxin이라는 독성 물질이 있어 과량 복용하명 동성서맥과 방실해리의 증상을 보인다는 결과를 보고한 바도 있다. 출처 : Korean Circulation J 2002;32(3):268-270
본론으로 돌아와서 중국 상록두견조 251종을 다시 세분한 운금두견아조(云锦杜鹃亚组 : Subsect. Fortunea) 26종 중에서 비교적 널리 알려진 비슷한 수종을 찾아보니 양엽두견(亮叶杜鹃 : Rhododendron vernicosum)과 대백두견(大白杜鹃 : Rhododendron decorum), 산광두견(山光杜鹃 : Rhododendron oreodoxa) 그리고 운금두견(云锦杜鹃 : Rhododendron fortunei) 중 하나일 것 같다. 따라서 이들의 차이점을 파악하여 범위를 좁혀 가니 결국 운금두견(云锦杜鹃 : Rhododendron fortunei)으로 일단 동정이 된다. 아직 열매를 관찰하지 못하여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잎과 꽃모양을 봤을 때는 운금두견에 가깝다고 판단된다. 유사종 4종의 특징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중국명 | 학 명 | 등록명 | 수 술 | 자 방 | 암술대 |
양엽두견(亮叶杜鹃) | Rhododendron vernicosum | 미등록종 | 백색, 무모 | 녹색, 홍색선체 밀생 | 담백색, 자홍색 선체 |
대백두견(大白杜鹃) | Rhododendron decorum | 미등록종 | 기부 백색미유모 | 담록색, 백색선체 밀생 | 담백록색, 백색선체 |
산광두견(山光杜鹃) | Rhododendron oreodoxa | 산광만병초 | 백색, 기부무모 혹 백색모 | 담록색, 매끈함 무모 | 담홍록색, 무모 |
운금두견(云锦杜鹃) | Rhododendron fortunei | 운금만병초 | 백색, 무모 | 담록색, 선체 밀생 | 성긴 백색선체 |
양엽두견(亮叶杜鹃 : Rhododendron vernicosum)
암술대가 붉다
양엽두견(亮叶杜鹃 : Rhododendron vernicosum)
자방와 화주에 자홍색 선체가 있는 것이 특징
대백두견(大白杜鹃 : Rhododendron decorum)
수술 기부에 백색 털이 있고 자방과 암술대에 백색 선체가 있는 것이 특징
등록명 : 산광만병초
산광두견(山光杜鹃 : Rhododendron oreodoxa)
자방과 암술대에 털이 없는 것이 특징
운금두견(云锦杜鹃 : Rhododendron fortunei)
수술은 털이 없고 자방과 암술대에 백색 선체가 있는 것이 특징
운금두견(云锦杜鹃 : Rhododendron fortunei)
수술을 털이 없고 자방과 암술대에 백색 선체가 있는 것이 특징
운금두견(云锦杜鹃 : Rhododendron fortunei)
국내 수목원
자방과 화주에 백색 선체가 있다.
운금두견(云锦杜鹃 : Rhododendron fortunei)
국내 수목원
수술에는 털이 없다.
운금두견(云锦杜鹃 : Rhododendron fortunei)
국내 수목원
운금두견(云锦杜鹃 : Rhododendron fortunei)
국내 수목원
운금두견(云锦杜鹃 : Rhododendron fortunei)
국내 수목원
그런데 뜻밖에도 이 수종이 우리나라에 이미 등록되어 있다. 처음에는 학명을 따라서 포르투네이만병초라는 이름으로 등록되었던 것을 최근에 원산지 중국 이름을 따라서 운금만병초라고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운금은 비단 구름을 뜻하며 이 꽃이 만개하면 꽃이 크고 색상이 아름다워 꽃구름 같이 보여서 운금(云锦)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중국에서도 만병초 중에서 매우 인기가 높으며 절강성 섬서성 호남성 사천성 복건성 등 중남부 거의 전역에서 자생하며 현재는 널리 퍼져 재배하는 수종이라고 한다. 현재 국내에는 안면도수목원에 이 수종이 있는 것으로 파악은 되지만 직접 관찰한 바는 없다. 원래 중국 중남부지역이 원산지이지만 주로 해발 620~2,000m의 고지대의 산등성 양지쪽에서 자생하기 때문에 내한성이 예상 외로 높아 영하 28도라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중부지방에서 작년의 강추위에도 거뜬하게 월동을 하고 있다.
학명 Rhododendron fortunei는 1859년 영국 식물학자 John Lindley(1799 – 1865)에 의하여 스코틀랜드 식물 채집가 로버트 포춘의 이름으로 명명한 것이다. Robert Fortune(1812~1880)은 중국의 차 재배기술을 훔쳐 인도로 가져간 산업스파이로 유명한 사람인데 그가 1855년 중국 절강성 영파(宁波) 부근 해발 약 900m의 지대에서 이 수종을 처음 발견한 것이다. 나중에 다른 채집가들에 의하여 중국 여기저기서 발견되었으며 특히 강서성 여산(Lu-Shan)에 많이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1988년 발표된 자연 변이종의 이름이 Rhododendron fortunei 'Lu-Shan'로 명명되었으며 이 변종은 현재 우리나라에도 운금만병초 '루샨'으로 등록되어 있다. 원산지 중국에서도 이 운금두견은 두견화 중에서 아름답기로 손꼽히고 있고 그 푸르고 굳건한 잎과 화려한 꽃을 송백과 모란에 비유하여 칭송하고 있다.
它苍劲的枝干类似松柏(타창경적지간유사송백),盛放的花朵可比牡丹(성방적화타가비모란)
등록명 : 운금만병초
학 명 : Rhododendron fortunei Lindl.
분 류 : 진달래과 진달래속 상록 관목 혹 소교목
원산지 : 중국
중국명 : 운금두견(云锦杜鹃)
수 고 : 3~12m
줄 기 : 만곡, 수피 회색, 판상갈라짐
가 지 : 유지 황록색, 초기 선체, 노지 회갈색
동 아 : 정생, 활란형, 장 1cm, 무모
엽특징
후혁질, 장원형 내지 장원상 타원형, 8~14.5 x 3~9.2cm, 선단둔 내지 근원형, 희급첨, 기부원형혹절형, 희근천심형, 상명심록색, 유광택, 하면담록색, 미세한 털, 상면 중맥 약간 오목, 하면 볼록, 측맥 14~16대, 상면 약간 오목, 하면 평탄
엽 병 : 원주형, 장1.8~4cm, 담황록색, 드물게 선채
화 서 : 정생 느슨한 총상 산형화서, 6~12송이, 향미, 총축 3~5cm, 담록색, 다소 선체, 총경 2~3cm, 담록색, 소피단병선체
화 악 : 소, 장약1mm, 약간 두터움, 변연 천렬편 7, 선체
화 관 : 누두상종형, 길이 4.5~5.2cm, 지름 5~5.5cm, 분홍색, 외면 희소 선체, 렬편 7, 활란형, 길이 1.5~1.8cm, 정단원혹파상
수 술 : 14개, 부등장, 길이 18~30mm, 화사 백색, 무모, 화약 장타원형, 황색, 장3~4mm
자 방 : 원추형, 장5mm, 지름4.5mm, 담록색, 선체밀생, 10실
화 주 : 약3cm, 성긴 백색선체, 주두소, 두상, 너비2.5mm
열 매 : 삭과 장원상 난형 내지 장원상 타원형, 직 혹 미만곡, 길이 2.5~3.5cm, 지름6~10mm, 갈색, 가로줄 또는 선체 흔적
화 기 : 4~5월
과 기 : 8~10월
용 도 : 관상용 분재나 정원수, 약용
내한성 : 영하 28도
만병초는 고산지대에 자생하는 식물이므로 서늘하면서도 습윤한 기후를 선호한다. 비옥한 토양을 좋아하지만 푸석하거나 산도가 높은 토양에서도 잘 자란다. 다만 여름의 혹서는 싫어하므로 한여름에는 반드시 낙엽 등으로 뿌리 주변 토양을 덮어 열을 방지하고 습기의 증발을 막아주면 좋다. 일부 품종들은 메마르거나 척박한 땅이나 약한 알칼리성 토양에서도 견디지만 배수가 좋지 않은 진흙에서도 생장이 불량하다. 여느 진달래와 마찬가지로 일정한 일조량이 필요하지만 한여름 혹서기에는 나무 그늘 아래가 아니라면 차광막을 설치하고 수시로 주변에 물을 뿌려주는 것이 좋다. 성장 적정 온도는 15~20도이며 봄 가을 두 차례 성장을 한다. 전정은 5월 이전에 하여야 다음해 개화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번식은 주로 삽목에 의하는데 5~6월에 하는 것이 좋다.
운금두견(云锦杜鹃 : Rhododendron fortunei)
운금두견(云锦杜鹃 : Rhododendron fortunei)
운금두견(云锦杜鹃 : Rhododendron fortunei)
운금두견(云锦杜鹃 : Rhododendron fortunei)
운금두견(云锦杜鹃 : Rhododendron fortunei)
운금두견(云锦杜鹃 : Rhododendron fortunei)
운금두견(云锦杜鹃 : Rhododendron fortunei)
아놀드수목원
운금두견(云锦杜鹃 : Rhododendron fortunei)
중국 팔면산의 야생 모습
운금두견(云锦杜鹃 : Rhododendron fortunei)
중국 태주화정산의 야생모습
운금두견(云锦杜鹃 : Rhododendron fortunei)
중국 태주화정산의 야생모습
Rhododendron fortunei 'Lu-Shan'
등록명 : 운금만병초 '루샨'
루샨은 중국 강서성 여산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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