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진달래과 진달래속/만병초아속

1373 만병초 = 홍만병초 - 독성이 있는 식용불가식물

낙은재 2021. 3. 20. 08:02

만병초
만병초
만병초 - 추운 겨울에 동해를 입어 중부지방에서는 거의 항상 이런 모습을 보인다. 

만병초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좁은 의미의 만병초로서 우리나라 자생종으로 백두산에서부터 백두대간을 타고 내려와 지리산까지 고산지대에 자생하며 또한 울릉도에서도 많이 자라는 특정 상록 관목을 말한다. 또 다른 하나인 넓은 의미의 만병초는 전세계에서 자생하는 이와 비슷한 진달래속 수종들을 통칭하는 것인데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진달래속에서 주로 비늘이 없는 상록수들인 만병초아속으로 분류되는 수종들을 아우르는 말이다. 우리나라 국표식에는 이 아속으로 분류되는 수종 27종이 등록되어 있다. 이번에는 그 중에서 만병초라는 정명에 학명 Rhododendron brachycarpum으로 등록된 특정 수종에 대하여 파악해 본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만병초는 협의의 만병초와 홍만병초 그리고 노랑만병초 등 모두 3종인데 그 중 홍만병초는 짙은 홍색 꽃이 피는 만병초의 변종이라고는 하지만 해외에서는 아무도 이를 변종으로 인정하지 않고 그냥 원종인 만병초에 통합하므로 결국 두 종의 만병초가 자생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고유종은 하나도 없다. 협의의 만병초는 중국에서는 자생하지 않지만 일본의 홋카이도에서 시코쿠까지 널리 자생하며 노랑만병초는 전형적인 동북아 한랭지 수종으로서 우리나라 강원도 이북지방 외에도 만주 극동러시아 몽고 일본 홋카이도 사할린 등지에서 자생하는 내한성이 매우 강한 수종이다. 2018년 남북정상 일행이 백두산에 올랐을 때 북의 이설주가 7~8월에 만병초가 만발한다고 했던 그 수종은 바로 이 노랑만병초인 것으로 보인다.

 

만병초라는 말은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독창적인 용어라는 것을 여러 번 언급한 바 있지만 만병초라는 이름을 가진 이 수종을 다루면서 다시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만병을 고친다는 약으로 쓴다는 뜻으로 만병초(萬病草)라고 부르는 것은 분명한데 언제 누가 처음 사용하였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럼 만병초라는 이름이 우리 문헌에는 언제부터 등장하는지 알아보자. 우선 우리나라 도감에 처음 등장하는 것이 1937년 정태현 선생 등이 저술한 최초의 현대식 도감인 조선식물향명집이다. 거기서 우리나라 북한지역과 백두대간 그리고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학명 Rhododendron brachycarpum인 상록관목에다가 만병초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물론 그 분들이 독자적으로 붙인 것이 아니고 민간에서 그렇게 부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정태현선생은 1942년 조선삼림식물도설에서 굴거리나무과 굴거리나무도 이명으로 만병초로 불린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옛 기록에 만병초가 어디에 등장하는지 찾아봐도 잘 보이지 않는다. 양화소록에도 없고 동의보감에도 없다. 당시에 민간에서 잘못 쓰고 있는 용어들 예를 들면 잣나무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백(柏)을 비롯하여 동백(冬柏) 후박(厚朴) 두충(杜沖) 해당화(海棠花) 등의 이름이 문제가 있다고 정확하게 지적한 당대의 석학 다산 정약용선생도 이 만병초에 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그렇다면 이건 그 분들 시대에는 그렇게 부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만병초라는 용어가 가장 먼저 발견되는 문서로는 1935년 국어학자 권덕규(權悳奎, 1890~1950)님이 쓴 ‘양미만곡(凉味萬斛)의 제주도(濟州島)’라는 기행문에 이런 대목이 있다. “제주도 겨울에도 동백 萬病草 常綠樹가 울울창창하야…” 여기서 만병초가 진짜 만병초인지 아니면 제주도에 흔한 만병초와 비슷한 굴거리나무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여하튼 만병초라는 말이 일제강점기에는 흔하게 썼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이 용어가 일본과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일본에서는 이를 만병초라고는 전혀 하지 않는다.

 

민간 또는 한의사들까지 만병초의 효능을 언급할 때 많이 거론하는 것이 바로 동의보감이다. 그런데 동의보감 어디에도 만병초(萬病草)라는 말은 없고 다만 석남엽(石南葉)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기술한 내용이 있는데 이 석남엽을 현재 우리가 너도나도 만병초의 잎이라고 풀이를 하는 것이다. 아래 동의보감 번역본에도 원전에는 없는 한글로 '(만병초의 잎)'이라고 토를 달고 있다.

 

石南葉 (만병초의 잎)

主筋骨皮膚風 養腎强陰 療脚弱, 此藥 生終南山石上 如枇杷葉 無毛, 猪脂炒用.

주근골피부풍 양신강음 요각약, 차약 생종남산석상 여비파엽 무모 저지초용.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동의보감을 저술한 허준선생은 물론 허준선생이 참고한 중국의 약전에서 말하는 석남엽은 분명 중국의 약재 석남(石南)을 말하며 이는 종남산(終南山) 계곡 바위 근처 양지 녘 즉 남쪽에서 많이 자라기 때문에 석남(石南)이라고 하다가 나무이므로 이제는 석남(石楠)으로 쓴다는 잎이 비파를 닮았다는 장미과 중국홍가시나무 학명 Photinia serratifolia의 잎을 말한다. 중국에서는 이 수종을 과거에도 석남이라고 불렀고 지금 현재도 석남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런데 이 석남이 만병초라고 허준선생은 토를 단 적이 없는데 어떻게 확신하고 민간에서는 물론 한의학계와 심지어는 국생정도감에까지 만병초잎이 석남엽이라고 기재하고 있을까? 그 이유는 바로 일제강점기에 일본사람들이 만병초를 석남화(石楠花)라고 하는 것을 보고 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석남엽의 약효는 동의보감에서 입증을 하고 있는데 그 석남엽이 만병초라는 정보가 마치 사실인 양 일제강점기에 널리 퍼진 것으로 보인다.

 

이게 중국의 약재 석남이라는 중국홍가시나무이다.  
현재 국립수목원의 도감에 이렇게 약으로 쓰라는 말인지 쓰지 말라는 말인지 모르게 설명하고 있다. 석남엽이라는 약재명과 약효 부분의 삭제 또는 수정을 요한다. 

그래서 주저 없이 우리 국생정 도감에도 심지어는 동의보감 번역본에도 만병초잎이라고 주석이 달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만병초들을 부르는 오래 전부터 사용하던 샤쿠나게(シャクナゲ)라는 고유이름이 있는데 이를 한자어로는 석남화(石楠花)라고는 쓴다. 하지만 정작 일본에서는 이는 중국의 석남(石楠)으로 오인하였기 때문에 잘못 붙여진 이름이므로 이를 약으로 쓰면 안 된다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은 실수로 잘못 붙여진 이름인 줄 알면서도 오래된 이름이므로 그대로 쓰고 있는 용어를 우리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만병초가 중국 석남의 약효가 있는 것처럼 알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다가 최근에 들어와서 만병초를 섭취하고 중독된 사례가 발생하자 식약청에서 식용불가식물로 지정하고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한약재 석남으로 오해하고 있는 잘못을 바로잡지는 않고 있다.

 

결론적으로 동의보감의 석남엽은 절대 만병초가 아니고 중국 원산의 중국홍가시나무의 잎을 말하며 만병초는 전체에 독성이 있어서 함부로 식용을 금하는 것을 물론 만병초 꽃에서 채취된 꿀도 식용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일본이나 중국은 물론 서양사람들까지도 다 알고 있는데 전세계에서 유독 우리만 마치 만병통치약인 양 알고 있다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이것도 일제강점기의 폐단 중 하나라고 토로하려고 보니 그건 아닌 것 같다. 우리가 만병초를 석남이라고 부른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고려시대 이전부터임이 분명하다. 고려사절요에 11권에 의하면 고려 의종 11년 즉 1157년에 왕명으로 울릉도를 조사하고 온 관리가 “섬에 시호(柴胡) 호본(蒿本) 석남초(石南草)가 많이 자라지만 바위가 많아 백성들이 살기에는 좋지 않습니다”. 라고 보고한 내용이 있다. 그 때 석남수(石南樹)도 아니고 왜 석남초라고 하였는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울릉도에는 지금도 석남초(石南草) 즉 만병초가 많이 자생한다. 이렇게 되면 만병초를 석남으로 오동정한 측은 일본이 아니고 우리가 먼저일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만병초가 5~6종이 자생하므로 우리보다는 더 흔해 이미 그 이전에 자기들 나름대로의 부르던 이름이 있었다. 그게 바로 샤쿠나게(シャクナゲ)인데 가지가 휘어져 곧게 뻗은 가지의 길이가 한 척(尺, シャク)이 안 된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러다가 우리를 따라서 한자어로 석남(石楠)이라고 쓴 것으로 추정이 된다.

 

울릉도 만병초 자생지 모습

대부분의 진달래속 수종들과 마찬가지로 만병초에도 줄기와 잎 그리고 꽃과 꿀에   안드로메도톡신(andromedotoxin)이나 아세틸안드로메돌(acetylandromedol) 로도톡신(rhodotoxin) 등으로 불리기도 하며 기능적 분자(R1, R2, R3)의 구조에 따라 I, II, III으로 나눠지는 그레이아노톡신(grayanotoxin)이라는 독성이 있어 심할 경우 사망에까지 이른 중독사례도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식약청에서도 식용불가식물로 지정하고 있다는데도 민간에서 이의 사용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정말 만병초가 아무런 약효도 없고 단지 독성만 있다면 과연 이런 현상이 가능한 것일까 하는 의문마저 든다. 게다가 우리가 이를 약초로 잘못 인식한 세월이 무려 1,000년이나 되지 않는가? 의학지식이 없는 사람으로서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비슷한 독성이 있는 철쭉인 양척촉(羊躑躅)을 중국에서 풍습성관절염과 타박상 치료에 쓰거나 마취제나 진통제로 쓰는 것을 보면 만병초도 독성을 잘만 다스리면 약으로의 사용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아 보인다.

 

그런데 현재 민간에서 만병초의 효능에 대하여 나열한 병명들을 보면 혈압계통이나 당뇨병 신경통 관절염 등 고질적인 성인병이거나 두통 생리불순 불임증 양기부족 비만증 등으로 그 약효를 당장 입증하기 어려운 병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무좀 축농증 등 재발 가능성이 높아 병원에서도 쉽게 고치기 어려운 병들이 많다. 그러니 이들에게는 약간이 독성 따위는 두렵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그런데 만약 만병초에 정말 대단한 약성이 있다면 한의학의 종주국 중국에는 만병초가 무려 250종이나 자생하는데 왜 여태 약용하지 않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중국에서는 일부 만병초들을 기관지염이나 피부질환 치료용으로 쓸 뿐 대단한 약재로 사용하지는 않는 것 같다. 우리 자생종 노랑만병초의 경우 중국 길림성과 요녕성에서도 자생하는데 현지에서 우피두견(牛皮杜鹃)이라고 부르는 이 수종을 약으로 쓴다는 이야기는 없지만 차 대용으로는 마신다고 한다. 소량 섭취는 무방하다는 이야기인가? 여하튼 이 만병초의 독성은 사람보다는 특히 동물에 매우 강하게 작용하여 동물의 사료에 철쭉류가 섞여서 사육하던 동물이 폐사한 사례가 우리나라에도 더러 발생하고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만병초의 학명 Rhododendron brachycarpum D.Don ex G.Don는 스코틀랜드 식물학자 David Don (1799~1841)이 명명하고 그의 형이자 식물학자 겸 식물채집가인 George Don (1798~1856)이 이를 1834년 발표한 것인데 종소명은 brachycarpum은 열매가 짧다는 뜻인데 만병초의 열매가 길이 2~3cm이므로 글쎄 모식종 유럽만병초의 1.5~2.5cm나 우리 자생종 노랑만병초의 1-1.5cm에 비교하면 오히려 더 길어 다소 의아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만병초 중에서 진한 홍색 꽃이 피는 것을 홍만병초라고 일본 식물학자 고이즈미(小泉源一, 1883~1953)가 변종으로 명명한 Rhododendron brachycarpum var. roseum Koidz.라는 학명으로 등록하고 있지만 국제적으로는 거의 모두 원종에 통합시키고 있다. 그 반면 우리나라 북한 금강산 등에서 자생하는 종은 나무 자체도 크고 잎과 꽃 열매가 일본 자생종보다 커서 이를 별도의 아종으로 분류하여 1970년 스웨덴 수목학자 Tor Gustaf Nitzelius(1914~1999)가 명명한 학명 Rhododendron brachycarpum subsp. tigerstedtii Nitz.은 오히려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원종에 통합 이명처리하고 있다. 여기서 아종명은 이 표본을 제공한 핀란드의 유명한 수목원인 Arboretum Mustila의 설립자인 Axel Fredrik Tigerstedt (1860~1926)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핀란드 Mustila Arboretum에 있는 북한 원산 만병초

일본에서는 일본 자생종을 후지산과 다테야마와 더불어 일본 3대 명산 중 하나로 꼽히는 이시카와현(石川県)에 있는 해발 2,702m의 백산(白山)에서 많이 자생한다고 하쿠산 샤쿠나게(ハクサンシャクナゲ) 즉 백산석남화(白山石楠花)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금강산에서 발견된 아종을 카라 하쿠산 샤쿠나게(カラハクサンシャクナゲ)라고 한백산석남화(韓白山石楠花)라고 부르며 잠정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종이 문제가 되는데 현재로서는 일본 원종에 통합되어 분류하지만 위의 스웨덴 학자 Tor Gustaf Nitzelius는 1917년 어네스트 윌슨이 채집한 울릉도 원산은 잎이 보다 넓고 볼록하며 기부가 심장형이고 잎자루가 길고 잎 상면이 짙은 녹색이며 광택이 있어 양쪽 어느 쪽도 아닌 또 하나의 아종으로 분류하여 Rhododendron brachycarpum ssp. Ulleungense로 명명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1976년 직접 울릉도를 방문한 바도 있으나 이미 그때는 야생하는 만병초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 자생종은 잎의 길이가 15cm 미만이고 열매도 길이 3cm미만인데 반하여 북한산은 잎이 최대 20cm나 되고 열매도 길이 5cm까지 된다고 한다. 그리고 꽃은 백색이고 꽃받침도 보다 발달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만병초는 일본 원종과 금강산 등 북한 자생종과 울릉도 자생종이 약간씩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분류학적으로 확실한 결론을 못 내려 일부에서는 통합하고 일부에서는 아변종으로 분리하여 분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추운 나라 핀란드에서 일본 원산 만병초과 같이 재배해 본 결과 유독 북한 원산의 만병초가 내한성이 매우 강하다고 한다. 그래서 내한성이 강한 원예품종 개발에 많이 활용된다고 한다.

 

등록명 : 만병초

학   명 : Rhododendron brachycarpum D.Don ex G.Don

이   명 : Rhododendron brachycarpum var. roseum Koidz.

이   명 : Rhododendron brachycarpum subsp. tigerstedtii Nitz.

분   류 : 진달래과 진달래속 상록 관목

그   룹 : 로도덴드론, 만병초아속

원산지 : 우리 자생종, 일본

일본명 : 백산석남화(白山石楠花)

수   고 : 3~4m

잎특징 : 8~20 x 2~5cm, 상면 짙은 녹색, 하면 갈색모, 뒤로 말림

잎자루 : 1~3cm

꽃특징 : 가지 끝 5~20송이, 백색, 연한 분홍, 연두색 반점, 5렬

수   술 : 10개, 부등장, 기부 모

열   매 : 삭과 길이 2~3cm

개화기 : 5~7월

내한성 : 영하 29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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