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층층나무과/층층나무속

686 곰의말채나무 - 엉뚱하게 일본 지방 이름이 붙어 있는 우리 자생종 교목

낙은재 2019. 3. 19. 17:10


곰의말채나무

우리나라 층층나무속 중에서는 가장 큰 나무이다.


곰의말채나무

마주나는 잎도 가장크고 잎맥도 5~8쌍으로 가장 많은 편이다.


곰의말채나무

열매는 검은색으로 익는다.


이제까지 앞에서 여러 번의 포스트로 꽃이나 열매보다는 줄기를 감상하는 이른바 관경(观茎)식물로 불리는 말채나무들을 살펴보았다. 이제부터는 관목(灌木)이 아닌 키가 10m가 넘는 교목(喬木)이지만 말채나무라는 이름이 붙은 말채나무와 곰의말채나무에 대하여 알아보자. 우리나라 이름으로 봐서는 당연히 말채나무가 기본이고 곰의말채나무는 곁다리 같은 느낌이 들지만 결코 그렇지는 않다. 사실 식물에 서열이나 상하가 있을 수가 없지만 식물 분류학적으로는 선후가 있게 마련이다. 어떤 과던 그 과의 기본이 되는 속이 있고 어떤 속이던 그 속의 기본이 되는 종이 있는데 이를 영어로 type species라고 한다. 우리는 이를 중국을 따라서 모식종(模式种)이라고 하지만 일본에서는 기준종(基準種)이라고 한다. 어느덧 우리도 모르게 일본식 한자 용어에 익숙해져서 기준종이라고 해야 빨리 이해가 된다. 


층층나무속은 다소 이질감이 있는 층층나무와 말채나무 그리고 산수유와 산딸나무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속의 모식종 즉 기준종은 층층나무도 말채나무도 아닌 유럽산수유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이 속을 산수유속이라고 하는데 이를 층층나무속이라고 하는 우리나 일본보다도 더 학명에 충실한 속명이다. 왜냐하면 산수유가 이 속의 모식종이기 때문이다. 같은 층층나무속으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이질감이 있는 말채나무 종류들은 아무래도 가장 먼저 명명된 유럽 원산 붉은말채나무가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와 매우 비슷한 우리 자생종을 흰말채나무라고 하고 미국에서 도입된 유사한 관목들을 모두 xx말채나무라고 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그러나 말채나무와 곰의말채나무에 와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이들도 같은 말채나무로 부르는 것이 과연 옳은 분류법인가? 그러나 식물분류에는 덩치는 물론 심지어는 초본인지 목본인지도 별로 중요하지 않고 생식기관 즉 꽃과 열매 등이 중요한 구분점이 되므로 이들을 같은 아속(属)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말채나무들이 속하는 아속(属) 즉 Subgenus Kraniopsis는 원추화서 또는 산방상 취산화서이며 포가 극히 작고 변형이 없으며 열매는 거의 원형에 가깝고 희거나 푸르거나 검은 열매가 달린다. 그리고 잎이 마주나며 꽃은 여름에 핀다는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곰의말채나무가 아무리 덩치가 커도 떨기나무인 흰말채나무와 같은 아속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반면에 층층나무는 이들 조건 중에서 잎이 어긋나기 때문에 말채나무라고 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은 최신 분류법에 따라서 모두 층층나무속 즉 Cornus로 분류하지만 과거에는 각각 독립된 속으로 분류하기도 하였으며 중국은 아직도 많은 도감에서 산수유과(Cornaceae) 아래 산수유속(Cornus)과 층층나무속(Bothrocaryum), 말채나무속(Swida) 그리고 산딸나무속(Dendrobenthamia) 등으로 세분하여 분류하고 있다. 그러므로 일반인들이 이들에 대하여 서로 이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세분된 중국의 말채나무속(梾木属)에도 교목인 곰의말채나무(梾木)와 말채나무(毛梾) 그리고 관목인 흰말채나무(红瑞木) 등이 나란히 속하고 있다. 여기서 중국에서는 겉보기에는 말채나무의 중심은 말채나무가 아닌 그냥 래목(梾木)이라고 하는 곰의말채나무임을 알 수가 있다. 일본도 층층나무속 산딸나무(山法師)들과 말채나무(水木) 종류들 그리고 산수유(山茱萸)들을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데 다만 층층나무를 말채나무와 같이 미즈키(水木)라고 부른다는 점이 다르다. 그러니까 말채나무는 자생하지 않고 곰의말채나무만 자생하는 일본에서는 도입된 관목 말채나무들을 포함하여 모두 미즈키라고 부르므로 겉보기에는 층층나무(水木)가 그 중심종인 것처럼 보인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식물분류체계가 완성되었다면 당연히 말채나무 아속은 말채나무가 기준이 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1753년 Cornus sanguinea로 명명된 관목인 붉은말채나무가 기준이 되고 교목인 말채나무가 나중에 추가되는 꼴이 되었다. 교목 중에서는 1820년에 인도에서 서양 학자에 의하여 발견되어 Cornus macrophylla로 명명된 곰의말채나무가 먼저이고 말채나무는 한참 뒤인 1908년에서야 중국에서 발견되어 Cornus walteri로 명명되었다. 아무리 외국에서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말채나무라는 우리 독창적인 이름 자체가 말채찍에서 유래된 경기 방언에서 왔다는데 그렇다면 경기도에서는 보기 힘든 곰의말채나무일 리가 없고 경기도서 흔하게 보이는 우리 자생종 말채나무임이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여기에는 논란이 있다. 여기 경기도 주변에서 더러 보이는 말채나무가 과연 중국에서 발견된 그 말채나무와 동일하냐에 대하여는 이론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원래 독일 식물학자 Wangerin가 1908년 중국에서 말채나무를 발견하고 Cornus walteri라고 명명할 때 동시에 우리나라에서 발견한 또 다른 말채나무 종을 Cornus coreana라고 별도로 명명하였기 때문이다. 현재는 이를 독립종으로 인정하지 않고 중국 말채나무에 통합 그 이명으로 처리하는 것이 대세이지만 아직도 이를 따로 인정하는 나라도 있다. 당장 중국만 해도 이를 조선말채나무(朝鲜梾木)라고 부르며 말채나무(毛梾)와는 별개의 독립된 종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서둘러 이를 인정하지 않는지 알 수가 없다. 학자적 소신이 너무 강해서 그런 것인가? 여하튼 그렇게 분리하면 말채나무 즉 Cornus walteri는 우리나라 자생종이 아닌 모래(毛梾)라는 중국 종의 학명이 되어 버린다. 과연 이들은 무엇 때문에 독립된 종으로 보기도 하고 유사종으로 보기도 하는지는 다음 포스트에서 파악하기로 하고 이번에는 우선 곰의말채나무부터 탐구해 보자.


곰의말채나무라는 이름의 황당함

과거 나무공부를 시작할 때 곰의말채나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면서 왜 이름이 곰의말채나무일까 하고 엄청 궁금하여 이리저리 알아봐도 답을 구할 수가 없었던 기억이 난다. 수피가 곰털 마냥 검다거나 곰이 이 나무 열매를 좋아한다거나 하는 엉뚱한 이야기까지 들었는데 그 진짜 유래를 알고보면 정말 황당하다. 어떻게 우리 자생종에게 이따위 이름을 갖다 붙였는지 한심하다. 이 곰의말채나무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인도와 중국과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까지 아시아의 매우 광범위한 지역이 원산지인데 이 나무를 일본에서 부르는 이름이 바로 구마노미즈키(クマノミズキ)이다. 이를 한자로 쓰면 웅야수목(熊野水木)이 되는데 의역하자면 곰벌 또는 곰들 말채나무가 된다. 이것을 제대로 따라하지도 못하고 구마노를 熊野가 아닌 소유격 の로 판단하고 곰의말채나무라고 오역하여 국명을 정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게 무슨 말이 되는 소리인가? '곰벌'이나 '곰들'을 '곰의'로 하였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에서 도입된 일본 고유종이라면 일본 이름 그대로 따라서 부를 수는 있다. 하지만 이 나무는 우리나라 충청도와 경상도 전라도에서 골고루 분포하는 우리 자생종이 아니던가? 그리고 더더욱 웃기는 것은 일본의 구마노(熊野)는 실제 곰이 아니라 오사카 아래에 있는 미에현(三重県)의 구마노시(熊野市)라는 지명이다. 그 지역에 이 말채나무가 많이 자생하였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구마노시도 그 이름의 유래가 곰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그냥 심산유곡이라서 그렇게 발음되고 그걸 글로 쓰다가보니 熊野로 변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든 말든 왜 우리 자생종에다가 남의 이름을 그것도 이 나무의 특성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본 지역명을 갖다 붙이냐 말이다. 그냥 큰잎말채나무 또는 큰키말채나무라고 해도 되었을 것을 .. 


혹시 그 당시에는 이 나무가 우리나라 자생종임을 몰랐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중국 대만 일본에서 모두 자생하는데 우리만 예외일 가능성은 낮다. 최소한 그들의 스승인 일본학자 나카이박사는 우리 자생종임을 몰랐을 리가 없다고 판단된다. 그럼 우리 자생종임을 알고서도 그랬단 말인가? 설혹 1930 ~40년대 국명을 정할 당시에는 우리 자생종임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알았을 때라도 이런 일본 지역명이 붙은 이름은 당장 변경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나라 식물명이 학명과 같이 한번 정하면 영원히 수정이 안되는 법칙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실제로 그동안 별 타당성도 없이 마음대로 수시로 잘도 변경하여 오지 않았던가? 진짜 당장 변경하여야 할 이름 곰의말채나무를 오늘 현재까지도 방치하고 있는 것이 참으로 개탄스럽다.


지금 현재 국명으로 등록되어 밉던곱던 부르지 않을 수가 없는 곰의말채나무는 덴마크 의사 겸 식물학자 Nathaniel Wallich(1786~1854)가 그의 스승인 스코틀랜드 외과의사 겸 식물학자인 William Roxburgh(1751~1815)가 인도에서 채집한 표본을 근거로 1820년 잎이 크다고 Cornus macrophylla Wall.로 명명한 것이다. 왈리치는 인도의 동인도회사 식물원과 캘커타식물원에 약 30년간 근무하면서 인도와 인근 히말라야 식물 탐사에 관심이 매우 많았다. 그가 직접 채집하였거나 동료 채집가들이 수집한 표본으로 그 유명한 왈리치 식물 표본집을 만들었는데 그 표본 수량이 무려 20,000을 넘어 세계 최대량이라고 하며 현재 영국 Royal Botanic Gardens Kew에 보관되어 있다. 


왈리치는 그 자신도 여러 차례 식물 탐사를 다녔지만 특히 인도를 방문하는 수많은 식물 헌터들을 후원한 것으로도 유명하며 그가 명명한 신종이 많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의 이름으로 명명된 왈리치라는 속도 있으며 왈리치라는 종소명을 가진 식물은 무려 40종에 달한다. 우리나라 국표식에도 그의 이름으로 명명된 식물 학명이 현재 29개나 등록되어 있다. 천리포수목원에 왈리치 스키마 즉 Schima wallichii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너무나도 인상적인 차나무과 상록교목의 매력에 한때 푹 빠져서 나중에 이름이 스키마 수페르바 즉 Schima superba로 정정되었지만 예전 이름이 뇌리에 박혀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데 그 왈리치가 바로 인도에서 활동한 덴마크 식물학자의 이름이었음을 오늘에야 알게된다.

스키마 수페르바 포스트 ☞ http://blog.daum.net/tnknam/585


등록명 : 곰의말채나무

학  명 : Cornus macrophylla Wall.

이  명 : Swida macrophylla (Wall.) Soják

분  류 : 층층나무과 층층나무속 낙엽 교목

원산지 : 한국, 중동 인도 중국 일본 등

중국명 : 내목(梾木) 양자목(椋子木) 양자(凉子) 동청과(冬青果) 모경래목(毛梗梾木)

일본명 : クマノミズキ(熊野水木)

영어명 : Large-Leaf Dogwood

수  고 : 8~15m, 드물게 20~25m

수  피 : 회갈색 혹 회흑색

유  지 : 조장, 회록색, 능각, 단유모 변 무모

노  지 : 원주형, 회백색 타원형 피공, 반배형 엽흔

동  아 : 정생 혹 액생, 협장원추형, 4~10mm, 황갈색 단유모

잎특징 : 대생, 지질, 활란형 혹 난상장원형

잎크기 : 9~16 x 4~9cm

잎모양 : 선단예첨 혹 점첨, 기부 원형 관설형, 드물게 비대칭, 파상소거치

잎색상 : 상면 심록색, 하면 회록색, 백색단유모, 중맥 상면 명현, 하면 볼록

잎측맥 : 5~8쌍, 궁형내만, 상면 명현, 하면 볼록

잎자루 : 1.5~3mm, 담황록색, 노후 무모, 상면 홈, 하면 원형

꽃차례 : 산방상 취산화서, 정생, 지름 8~12cm, 단유모

총화경 : 홍색, 2.4~4cm

꽃특징 : 백색, 향미, 지름 8~10mm

꽃받침 : 열편 4, 관3각형, 외측 회색 단유모, 0.4~0.5mm

꽃부리 : 4, 지질 약간 두터움, 설상 장원형 혹 난상 장원형, 3~5 x 0.9~1.8mm, 선단둔첨 혹 단점첨, 상면무모, 배면 소유모

수  술 : 4, 꽃부리와 같은 길이 혹 약간 돌출, 화사 약간 거침, 선형, 2.5~5mm

화  약 : 도란상 장원형, 2실, 장 1.3~2mm, 정(丁)자형 착생

화  반 : 점상(垫状), 무모, 변연 파상, 후 0.3~0.4mm

화  주 : 원주형, 장 2~4mm, 소유모, 정단 조장 곤봉형, 주두 편형, 천열, 자방하위

화  탁 : 도란형 혹 도원추형, 지름 1.2mm, 회백색 단유모

화  경 : 원주형, 0.3~0.5mm, 회갈색 단유모

열  매 : 핵과, 근구형, 지름 4.5~6mm, 성숙시 흑색, 근 무모, 핵 골질, 편구형, 지름 3~4mm, 양측 각1조 천구, 6조 맥문   

개  화 : 6~7월

결  실 : 8~9월

내한성 : 영하 23도


곰의말채나무

가끔은 그림이 사진보다 식물 특성을 더 잘 나타낸다. 

4개의 삼각형 꽃받침과  푹신푹신한 화반 그리고  도란상 장원형 2실로 된 수술 그리고 곤봉형 암술대 등이 잘 나타난다.


곰의말채나무

잎측맥이 많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곰의말채나무

꽃잎 4개 수술 4개


곰의말채나무


곰의말채나무


곰의말채나무


곰의말채나무


곰의말채나무


곰의말채나무

열매가 성숙하면 열매자루가 붉게 변한다.


곰의말채나무

왼쪽 꽃핀 나무가 곰의말채나무이다.

수형이 층층나무와는 좀 다르다.


왼쪽 곰의말채나무의 수피는 오른쪽 층층나무의 수피와 구분이 어렵다.


말채나무 수피는 위 두 종과는 많이 다르다.


곰의말채나무 잎 뒷면


곰의말채나무


곰의말채나무

열매에 꽃받침이 남아 있다.


곰의말채나무


곰의말채나무


곰의말채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