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콩과/실거리나무아과

829 조각자나무 = 중국 주엽 - 가시가 무시무시한 교목

낙은재 2019. 10. 22. 10:04

조각자나무

가시가 통통한 원주형인 것이 주엽나무와 차이점이다.


조각자나무

열매가 크게 말리지 않는 것이 주엽나무와 차이점이다.


어느덧 콩과 식물도 목본 32속 중 자귀나무속 아카시아속 실거리나무속 등 이미 8개 속의 탐구를 마쳤다. 이번에는 주엽나무속에 대하여 알아보자. 주엽나무는 우리 자생종으로서 잎은 아카시나무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매우 크고 긴 열매가 달리며 줄기에 무려 최장 16cm의 무시무시한 가시가 촘촘하게 달려있는 나무이다. 우리나라 국표식(국가표준식물목록의 약칭)에는 주엽나무속으로 모두 6종이 등록되어 있는데 그 중 주엽나무와 민주엽나무 그리고 아자비과즐 등 3개 수종은 우리 자생종이고 나머지 3개 수종은 외래종인데 그 중에는 이미 고려시대 이전에 우리나라에 약재로 도입되어 수령 500년이 넘었다는 나무도 현존하고 있는 중국에서 들어온 조각자나무가 있고 미국에서 온 미국주엽나무와 카스피해 인근지역이 원산지인 카스피주엽나무가 있다. 


회재 이언적이 500년 전에 심었다는 경주 안강 옥산에 있는 독락당의 조각자나무

천연기념물 제115호 - 사진 출처 : 문화재청


그럼 이번에는 원산지 중국에서 조협(皂荚)이라고 부르는 조각자나무부터 시작한다. 우리 자생종 주엽나무부터 시작해야 마땅하겠지만 주엽나무 이름 자체가 중국에서 온 조각자나무의 원래 이름인 조협(皂荚)에서 유래된 것인데다가 아마 우리 선조들은 국내에 중국의 조협과 비슷한 주엽나무가 자생하는 줄도 모르고 중국에서 조협(皂荚)나무를 일찍부터 들여와 재배하여 약재로 그리고 세제로 사용하였던 것 같다. 국내 도입시기가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고려시대 이전인 것으로 보인다. 고려 고종때인 1200년대 초반에 편찬된 한림별곡 즉 최초의 경기체가 노래에 이미 당추자(唐楸子)와 더불어 조협(皂荚)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1525년 중종실록에 영의정 남곤이 왕에게 독사한 여인의 송사에 관련하여 주청하는 말 중에 독을 검사하는 은침을 조각수(皂角水)로 세척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리고 1607년 선조실록에 왕이 혼절하자 청심원(淸心元), 소합원(蘇合元), 강즙(薑汁), 죽력(竹瀝), 계자황(鷄子黃), 구미청심원(九味淸心元), 진미음(陳米飮) 등과 더불어 조협말(皂莢末)을 약으로 써 왕이 깨어났다는 기록이 있다. 이들 조협(皂荚)이 우리 자생종 주엽나무일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고 오히려 중국에서 온 약재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설혹 실제로 우리 자생종에서 약재를 채취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당시에는 자생종 주엽나무와 중국에서 온 조각자나무를 구분하지를 않아서 모두 중국에서 들여온 수종으로 인식하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조각자나무의 학명 Gleditsia sinensis Lam.는 1788년 프랑스 생물학자 Jean Baptiste Lamarck(1744~1829)가 명명한 것으로 속명 Gleditsia는 18세기 베를린식물원의 이사인 Johann Gottlieb Gleditsch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우리 자생종 주엽나무는 일본에서 발견되어 Gleditsia japonica로 명명된 것이 1868년인 점을 감안하면 조각자나무는 이른 시기에 서양에 알려진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일찍이 진한(秦汉)시대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는 신농본초경에 이미 조협(皂荚)이라는 이름이 등장하고 있어 이를 약재로 사용한 역사가 매우 길다. 조협이라는 이름은 이 나무의 열매 껍질 즉 꼬투리에 사포닌 성분이 들어 있어 세제로 사용하였기에 비누라는 뜻의 조(皂)와 꼬투리라는 뜻의 협(荚)을 합하여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래서 중국 뿐만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시대까지도 조협(皂荚)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왜 갑자기 우리나라 이름이 조각자나무가 되었을까? 


조각자나무 꼬투리를 물에 넣으면 이렇게 거품이 발생하여 세제로 사용된다.


우리 이름 조각자나무는 1942년 정태현의 조선삼림식물도설에 근거한다. 중국의 조협(皂荚)이 고려시대 한림별곡에서도 조선시대 중종실록과 선조실록 그리고 동의보감은 물론 근대인 1906년 12월에 발간한 태극학회의 태극학보에 김진초라는 분이 쓴 조림상입지(造林上立地)의 관계라는 글에도 皂荚(주염나무)라고 되어 있는데 왜 조각자나무가 되었을까? 이는 분명 일본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판단이 된다. 일본에서는 자생하는 주엽나무를 사이카치(さいかち)라고 하고 중국에서 온 조협은 시나사이카치(しなさいかち) 즉 支那皀莢(지나조협)이라고 하는데 이 사이카치(さいかち)는 옛날 이름 西海子 즉 사이카이시(サイカイシ)에서 변한 것이며 이 사이카이시(西海子)의 어원은 사이카쿠시(サイカクシ) 즉 皂角子(조각자)라는 것이다. 


원래 중국에서는 조각자나무 즉 조(皂荚)은 그 열매와 종자 그리고 가시 및 뿌리, 줄기, 잎 모두를 약재로 사용하는데 세분하는 이름이 있다. 꼬투리는 조협(皂荚)이라고 하고 종자는 조협자(皂荚子) 또는 조각자(皂子)라고 하며 가시를 건조시킨 것을 조각자(皂角刺) 또는 조협자(皂荚刺)라고 한다. 그러니까 조각(皂角)은 조협(皂荚)과 거의 동일한 의미로 보면 된다. 그 외에도 조협근피 조협엽이라고 부분에 따라서 약재를 달리 부르는데 특이한 것은 열매가 성숙과정에서 손상을 입거나 나무가 노쇠하여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돼지 이빨과 같이 휘어진 열매를 저아조(猪牙皂)라고 구분하는데 이에 대하여는 동의보감에도 명시되어 있다. 이런 내용은 1700년 전후로 조선 숙종때의 실학자 홍만선이 쓴 산림경제(山林經濟)에도 나오는데 거기서도 열매와 가시의 약효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물론 우리 동의보감이나 산림경제에서도 모두 조각자(皂角刺)만이 약효가 있다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중하게 쓰인다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가시를 건조시킨 조각자(皂角刺)만 중시하여 조각자(皂角刺)나무라고 명명한 것은 분명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본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


조각자나무

열매를 조협자(皂荚子) 또는 조각자(皂子)라고 하는데 꼬이지 않고 거의 곧다.


조각자나무

가시를 건조시킨 것을 조각자(皂角刺)라고 한다.


조각자나무

작고 휘어진 열매를 저아조라고 한다.


식물의 이름을 정리할 때 어느 나라이던 과거 오랫동안 식물로서 병을 치료한 의학계의 자료를 기반으로 하는 법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신농본초경이나 본초강목이 최우선적으로 중시되고 일본에서도 본초강목계몽 등이 존중된다. 그리고 서양에서도 식물분류학의 토대를 닦은 린네를 비롯하여 그의 제자들 등 초창기 식물학자들 대부분이 의사 출신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그런 과거 본초서를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고 어느날 갑자기 서양의 선진 식물학을 배운 일본학자들이 들어와서 식물을 조사하고 목록을 정리하는 통에 그만 동의보감 같은 과거 우리 선조들이 이루어 놓은 본초학은 뒷전으로 밀리고 일본의 입김만 고스란히 받게 된 것 같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동안 구분없이 모두 조협(皂荚)으로 부르던 나무가 우리 자생종과 중국에서 온 종이 구분되면서 최소한 하나는 조협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자생종의 이름 주엽나무와 그의 이명 주염나무가 조협(皂荚)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니 그나마 명맥이 이어진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온 종은 엉뚱한 조각자나무보다는 중국주엽이라고 하는 것이 훨씬 더 어울린다고 판단된다. 위 사진에 보듯이 경주 시 안강읍 옥산리에 있는 독락당(獨樂堂)의 조각자나무의 경우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그 가시나 열매의 생김새로 봐서 조각자나무가 분명해 보이는데 일부에서는 회재(晦齋)가 중국에 간 적이 없으므로 중국 사신으로 다녀 온 지인에게서 종자를 받아 심었다고 하는데 이미 고려시대 이전에 국내에 들어와 재배된 나무이므로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고려시대부터 조협(皂荚)이라고 불러오던 나무라서 회재 집안에서도 심을 당시부터 이제까지 쭉 당연히 조협 또는 조협에서 변한 주엽이라고 불렀을 터인데 이제와서 조각자나무가 정명이라고 하니 쉽게 따라 하겠나. 그래서 주엽나무라고 소개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그래서라도 조각자나무보다는 중국주엽이 더 적절한 이름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열매와 가시에서 차이를 보일 뿐 우리 자생종 주엽나무와 큰 차이점이 없는 조각자나무는 키가 30m까지도 자라는 매우 큰 나무이다. 호생하는 잎은 2~9cm 길이에 1~4cm 너비의 소엽이 3~9쌍으로 이루어진 1회 우수우상복엽으로서 잎 전체 길이는 10~18cm이다. 줄기와 가지에는 길이 최대 16cm에 달하는 둥근 가시가 있는데 가지가 변한 것이므로 가시가 여러 차례 갈라지면서 원추 모양을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꽃차례는 총상화서로서 길이가 5~14cm이며 꽃은 지름 1cm 내외로 꽃받침과 꽃잎이 각각 4장이고 웅화의 수술은 8개이다. 열매는 협과로서 길이가 12~37cm에 달하며 곧거나 휘어져 있으며 양면이 볼록한데 이를 장조협(长皂荚)이라고 한다. 가끔 원주형으로 길이 5~13cm로 짧고 작으며 반달 모양으로 휘어진 것을 저아조(猪牙皂)라고 하는데 대개 저아조에는 종자가 없거나 미성숙하다. 종자는 다수이며 타원형 또는 장원형으로서 길이 13mm에 너비가 9mm이며 갈색으로 광택이 있다. 내한성은 영하 23도로서 주엽나무보다는 약하여 우리나라 중부지방에서 노지월동이 장소에 따라서 가능할 듯 하다.


조각자나무

1회 우수 우상복엽이다.


그런데 이 조각자나무나 주엽나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성별 즉 성정체성이다. 분명 수꽃이 있고 암꽃이 있으며 양성화도 있다는데 자웅이주라는 설명은 없다. 우리나라 국생정 도감에는 둘 다 일가화 즉 암수 한그루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자웅이주라는 말은 없다. 그런데 실제 실물에서는 암꽃이나 수꽃 특히 수꽃의 경우 한 그루 전체가 수꽃이 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것은 조각자나무와 주엽나무는 원래 한그루에 웅화와 자화 그리고 양성화가 피는 잡성이지만 나무의 나이가 들면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어떤 경우는 한해는 수꽃만 피다가 이듬해 암꽃만 피는 경우도 발견된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원래가 자웅동주이므로 성전환한 것은 아닌 것이다.


조각자나무 웅화


조각자나무 웅화


조각자나무

자화 또는 양성화


조각자나무

자화 또는 양성화 


조각자나무의 목재는 굳고 단단하여 수레나 가구 제작용으로 사용하며 꼬투리는 삶아서 비누 대용 세제로 사용하고 새싹은 기름에 튀겨서 먹으며 열매는 익혀서 설탕 절임하여 식용한다. 그리고 나무 전체를 약으로 사용하는데 열매 즉 조협은 거담 이뇨 치료용으로 종자 즉 조협자는 피부병과 변비에 가시 즉 조각자는 활혈과 창과 옴 등 피부병 치료에 사용된다. 그리고 뿌리와 줄기의 껍질도 발열이나 가래 치료 및 살충 등으로 사용된다. 그리고 돼지 이빨 모양으로 휘어져 저아조(猪牙皂)라고 불리는 발육이 부진한 열매는 중풍구금(中风口噤) 두풍(头风) 풍고(风痼) 후비(喉痹) 담천(痰喘)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등록명 : 조각자나무

이  명 : 중국주엽

학  명 : Gleditsia sinensis Lam.

분  류 : 콩과 주엽나무속 낙엽 교목

원산지 : 중국

중국명 : 조협(皂荚) 별명 - 조각(皂角) 등

일본명 : しなさいかち (支那皀莢)

수  고 : 30m

잎차례 : 호생, 1회 우수우상복엽

꽃차례 : 총상화서, 정생 또는 액생

가  시 : 분지, 원추상, 16cm

성정체 : 자웅동주, 웅화, 자화, 양성화 잡성

열  매 : 협과, 대조협 - 12~37cm, 저아조 - 5~13cm

개화기 : 3~5월

결실기 : 5~12월

용  도 : 목재, 세제, 약용

가시나 열매 외에도 우리 자생종 주엽나무와의 또 다른 차이점이 있는지는 다음 주엽나무 탐구시에 알아보기로 한다.


조각자나무


조각자나무


조각자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