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콩과 주엽나무속 주엽나무는 우리 자생종이지만 어마어마한 가시가 줄기와 가지에 달려있는 키가 25m까지도 자라는 나무인데 이를 아는 우리 국민들은 별로 없다. 주엽이라는 그 이름만 들어 봤을 때는 한자어로 표기가 될 것 같지만 그 이명들이 주염 또는 쥐엄이나 쥐엽나무라는 것들이 있는 것으로 봐서는 우리말이 틀림없어 보인다. 하지만 순수한 우리말은 아니고 중국의 조협(皂莢)에서 변한 말이라고 한다. 국어학자들은 한자어 조협(皂莢)에 나모가 붙어서 조협나모(17세기~18세기) >주엽나모(17세기) >주염나모(18세기~19세기) >쥐엄나무(20세기~현재)가 되었다고 상세하게 맨처음 ㅎ이 탈락하고 조가 주로 바뀌고 비음이 동화하여 엽이 염으로 변하여 주염나모가 되었다가 나모가 나무로 변하면서 반모음 J가 앞으로 붙어서 쥐엄나무가 되었다고 그럴싸하게 설명하면서 쥐엄나무를 표준말로 확정하고 국어사전에 등재하고 있다. 그래서 성경에서도 돼지가 먹었다는 열매를 조협과 유사하다고 그때나 지금이나 쥐엄열매로 번역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일부 도감에서는 아직도 주엽나무를 쥐엄나무라고 하고 있다.
하지만 표준화되고 통일된 식물목록을 지향한다는 현재의 우리나라 국가표준식물목록은 쥐엄나무는 이명으로 조차도 등재하지 않고서 정명을 주엽나무라고 하고 이명으로 주염나무 하나만 등재하고 있을 뿐이다. 이건 뭐 18세기로 다시 돌아가 버린 것이다. 조협나모에서 쥐엄나무로 변천된 과정을 열심히 연구하여 풀이를 해놨는데 무색하게도 식물학계에서 과거로 되돌려버린 것이다. 헐.. 뭐 이 정도 쯤이야. 이북지방에서 기름을 얻기 위하여 중국에서 도입하여 많이 심은 무환자나무과 소교목인 기름밤나무라는 것이 있다. 이 이름은 국어사전에도 등재된 표준어이며 현재 국내 포탈에 검색하여도 엄청나게 많은 관련글이 뜨는데도 이를 깡그리 무시하고 우리나라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크산토케라스 소르비폴리움"이라는 이름으로 등록하고 있으며 우리 표준어 기름밤나무는 물론 원산지 중국 이름 문관과(文冠果)는 이명으로조차도 등재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등록종인 줄로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내용을 아는 사람들은 그딴 쥐엄나무를 주엽나무로 바꾸는 것 정도는 충분히 이해하려나?
물론 초창기 식물학자님들 일본학자를 도와 갑자기 엄청난 숫자의 국내 모든 식물을 조사하여 분류하고 그 목록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을 것이므로 다소 부적절한 이름이 있더라도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정말 이해가 안되는 것은 정태현선생이나 이창복선생 이후의 우리나라 식물학자님들이다. 도대체 이분들은 뭐 때문에 그리 바쁜지 이창복의 1980년 대한식물도감 이후 변변한 도감하나 출간되지 못할까?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약칭 : 국생정)의 식물도감은 어찌 60년이나 된 낡은 대한식물도감을 근간으로 삼을까? 여하튼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허준선생의 동의보감 등 우리나라 본초학 자료에 명시된 조협(皂莢)이라는 이름도 그리고 표준말로 확정된 국어사전의 쥐엄나무도 깡그리 외면하고 이 나무의 이름이 주엽나무가 된 것은 1937년 정태현 등의 조선식물향명집에 근거하고 1980년 이창복의 대한식물도감에도 그렇게 수록되었기에 그대로 국표식에 등재되어 굳어진 것이다.
주엽나무의 학명
주엽나무의 학명 Gleditsia japonica는 1867년 네덜란드 식물학자 Friedrich Anton Wilhelm Miquel(1811~1871)가 명명한 것으로 그가 직접 일본에 온 적은 없지만 일본 표본을 대상으로 명명하였기에 종소명을 japonica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그가 서양학자 최초로 이 수종에 학명을 부여한 것은 아니었다. 그 이전 일본에 1775년부터 1년 이상 머물다 간 스웨덴의 식물학자이며 린네의 제자인 툰베리가 1794년 가시가 있는 이 주엽나무를 운향과 초피나무속으로 잘못 분류하여Fagara horrida Thunb.으로 명명한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일본학자 마키노가 1903년 주엽나무속으로 변경하여 Gleditsia horrida (Thunb.) Makino라고 수정 명명하였으나 그때는 이미 같은 이름을 다른 미국 원산 종에다가 명명한 학자가 있었기에 중복되어 비합법명이 되고 만다. 그래서 미쿠엘이 1867년 명명한 학명이 오늘 현재까지 그대로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한편 1922년 국내 식물 조사를 하던 일본학자 나카이가 국내서 새로운 종을 발견하였다고 그의 이름으로 그의 제자 모리박사가 Gleditsia koraiensis Nakai ex T. Mori라고 발표하였으나 형식불비인지 그만 무효 학명이 되고만다. 그 후 1952년 나카이 자신이 일본 주엽나무인 Gleditsia japonica의 변종으로 다시 Gleditsia japonica var. koraiensis Nakai로 명명 발표하여 한동안 인정을 받아 우리나라 많은 도감에 이 학명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일본에 자생하는 주엽나무와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주엽나무가 근본적인 차이점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여 통합시켜 버려서 우리나라에서도 통합된 Gleditsia japonica학명으로 국표식에 등록하고 있으며 Gleditsia japonica var. koraiensis는 이명으로 등재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 요동지방 등에서 자생한다는 가시가 검다는
Gleditsia melanacantha도 주엽나무에 통합되어 이제 주엽나무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서도 즉 동양 3국에서 자생하는 나무가 되었다.
주엽나무의 이름
우리 이름 주엽나무는 중국 이름 조협에서 변이되어 왔다고 앞에서 언급한 바 있는데 정작 중국에서의 조협(皂莢)은 Gleditsia sinensis로 학명 표기하는 중국주엽 즉 조각자나무를 지칭하고 중국 중북부 지역 산동 하북 요녕성 등지에서 자생하는 이 주엽나무는 중국에서 산조협(山皂荚)이라고 구분하여 부른다. 물론 식물분류학이 도입되기 전에는 양자를 구분 없이 인식하여 동일한 약재로 사용하였기에 약재명은 같고 나무 이름도 지금 현재도 둘 다 그냥 조협수(皂荚树) 조각수(皂角树)라고 통하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일본에서 자생하는 주엽나무를 사이카치(さいかち)라고 하고 중국에서 온 조협은 시나사이카치(しなさいかち) 즉 支那皀莢(지나조협)이라고 하며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주엽나무는 초우센사이카치(チョウセンサイカチ) 즉 조선조협(朝鮮皀莢)이라고 구분하여 부른다. 일본 학자 나카이가 별도의 종 또는 변종으로 명명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이카치(さいかち)는 옛날 이름 西海子 즉 사이카이시(サイカイシ)에서 변한 것이며 이 사이카이시(西海子)의 어원은 사이카쿠시(サイカクシ) 즉 皂角子(조각자)라는 것이다.
그럼 결국 중국에서 주엽나무의 이름을 예로부터 조협(皂荚) 또는 조각(皂角)이라고 하였으며 그 열매를 조협(皂荚), 가시를 말린 것을 조각자(皂角刺), 뿌리 껍질을 조협근피(皂荚根皮), 잎을 조협엽(皂荚叶), 종자를 조협자(皂荚子) 그리고 휘어지고 작은 열매를 저아조(猪牙皂)라고 하며 한나라 이전부터 약재로 사용하였데 이 약재와 나무가 우리나라와 일본에 전파되었을 것이다. 그때 우리나라에서는 조협이라는 이름이 들어와 주엽으로 변하였고 일본에는 조각의 종자 즉 조각자(皂角子)라는 이름이 들어와 사이카치(さいかち)로 변한 것이 차이점이다. 여기에 더 흥미로운 것은 우리나라에서 나중에 중국에서 들여온 주엽과 자생종 주엽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자생종은 조협나무에서 변한 주엽나무라고 부르고 중국종은 조각자나무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그 한자 표기는 종자(種子)가 아닌 가시(刺)를 뜻하는 조각자(皂角刺)나무라는 것이다.
성서의 쥐엄나무 Ceratonia Siliqua
그럼 여기에서 성서에 등장한다는 쥐엄나무 또는 쥐엄열매 및 locust에 대하여 알아보자. 실제로 영어판 성경에는 어떤 나무 이름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고 누가복음 15장 16절에 He would gladly have fed on the pods that swine ate.라는 문장에 등장하는데 이를 그 당시 그 지역에서 pod 즉 꼬투리 형태의 열매로서 돼지나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나무를 찾으니 학명 Ceratonia Siliqua인 캐럽(Carob)이라는 나무로 판명된 것이다. 이 캐럽의 꼬투리에 든 열매는 그 무게가 일정하여 일종의 저울 역할을 하다가 나중에는 다이아몬드의 무게를 측정하는 단위인 캐럿(carat)으로 발전한다. 현재 1 캐럿은 200mg을 말한다. 여하튼 지중해 연안과 중동이 원산지인 이 나무는 키가 15m까지 자라는 상록 교목인데 내한성은 영하 7도라서 우리나라서는 제주도와 남부 일부지방에서나 노지식재가 가능한 나무인데 그 열매의 모습이 주엽나무를 많이 닮았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성경을 번역할 때 소위 세례 요한의 빵 즉 St John's bread를 쥐엄나무로 그 열매를 쥐엄열매라고 번역하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쥐엄나무가 표준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서의 이 나무를 주엽나무와 비슷하게 보는 것은 우리 뿐만은 아니다. 흥미롭게도 서양인들도 그렇게 보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이 캐럽의 열매가 마치 메뚜기 몸통같다고 locust tree라고 불렀는데 캐럽 외에도 비슷한 열매가 달리는 여러 종의 나무를 로커스트 트리라고 한 것이다. 그 중에는 아카시나무와 주엽나무들도 포함되어 있는데 주엽은 Honey locust로 불린다. 미국주엽나무 즉 Gleditsia triacanthos의 꼬투리 안쪽 껍질에서 단 맛이 난다고 Honey locust라고 불리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자생종 주엽나무는 Japanese honey locust라고 불리며 조각자나무는 Chinese honey locust라고 불리는 것이다. 따라서 성경속에서 쥐엄나무로 번역되는 이 콩과 식물인 캐럽 즉 Ceratonia Siliqua은 주엽나무와는 속을 달리하는 다른 나무로서 아직 우리나라에는 미등록종이므로 정식 우리 이름은 없다. 참고로 중국에서는 이를 장각두(长角豆)라고 하며 일본에서는 아예 메뚜기콩이라는 뜻으로 이나고마메(イナゴマメ)라고 부르고 있다.
그런데 성경에 어려운 환경에서의 먹거리로 등장하는 locust 즉 메뚜기를 곤충 메뚜기가 아닌 바로 이 locust tree 즉 케럽으로 서양에서 한동안 해석한 적이 있다. 왜냐하면 메뚜기를 식용하지 않는 서양 관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인데다가 모세의 율법에서 대부분의 곤충은 불결하다고 되어 있고 또한 히브리어 메뚜기와 캐럽나무의 스펠링이 매우 비슷하여 오기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수행자는 채식주의자가 어울린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그동안 널리 인정되던 그 주장이 뒤집어지고 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아직도 중동에서는 메뚜기를 식용하며 메뚜기는 아주 유용한 단백질과 비타민의 공급원이며 모세의 율법에서도 메뚜기의 식용은 예외적으로 인정이 된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따라서 마테복음 3장 4절의 다음 문장 즉 His food was locusts and wild honey.는 실제 곤충 메뚜기를 먹은 것으로 해석하고 야생 꿀은 위성류(Tamarix) 일종의 수지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주엽나무의 변종
주엽나무 즉 Gleditsia japonica는 세계적으로 널리 인정받는 두 개의 변종이 있는데 의외로 모두 중국 남쪽지방에서 자생한다. 하나는 중국 오악 중 남악으로 불리는 호남성 형산(衡山)에서 발견된 특산종으로서 열매 꼬투리에 황록색 융모가 밀생한다는 융모조협(绒毛皂荚) 즉 Gleditsia japonica var. velutina이고 또 하나는 운남성과 귀주성에서 자생하는 암꽃과 열매가 보다 크고 길다는 전조협(滇皂荚) 즉 Gleditsia japonica var. delavayi이다. 전(滇)은 운남(云南)의 별칭이며 이 전조협의 열매는 최대 54cm에 달하여 너비는 7cm에 달한다. 이들 두 변종은 우리나라에는 등록되지 않은 미등록종이라서 깊은 관심은 필요하지 않을 듯 하지만 특이한 것은 주엽나무는 우리나라와 일본 그리고 중국 중북부지역에서만 자생하는데 그 변종은 보다 온난한 중국 남부지역에서도 자생한다는 것이다. 즉 그 분포지역에 주엽나무보다는 오히려 조각자나무와 겹친다는 것이다.
민주엽나무
하지만 그 반대로 우리 국표식에는 등록되어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널리 인정받지 못하여 원종인 주엽나무에 통합되어 분류되는 두 개의 종이 있는데 모두 우리나라 자생종이다. 하나는 원줄기에 가시가 없다는 민주엽나무이며 학명은 Gleditsia japonica f. inarmata로 표기한다. 그렇다고 가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고 가지에는 가시가 있는 이 품종(f.)은 1952년 나카이가 명명한 것이며 품종명 inarmata는 가시가 없다는 뜻이다. 원래 독일 학자 Heinrich Mayr(1856~1911)가 일본에서 이를 발견하여 1906년 Gleditsia japonica f. inermis로 명명한 것인데 일본에서는 이를 가시없는 주엽나무라고 토게나시사이카치(トゲナシサイカチ)라고 부른다. 여기서 품종명 inermis도 inarmata와 마찬가지로 가시가 없다는 뜻이다.
그후 1922년 일본 학자 나카이는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주엽나무가 일본에서 자생하는 사이카치(さいかち)와 다른 종이라고 별도의 학명 Gleditsia koraiensis를 발표하였으나 불발되자 1952년에 일본 주엽나무의 변종으로 분류하여 Gleditsia japonica var. koraiensis라는 학명을 발표함과 동시에 우리 자생 주엽나무 중에서 줄기에 가시가 없는 것을 별도로 토게나시초우센사이카치(トゲナシ チョウセン サイカチ) 즉 가시없는 조선주엽나무라고 하며 매우 긴 학명 Gleditsia japonica var. koraiensis f. inarmata Nakai를 발표한 것이다. 그러니까 일본 주엽의 변종인 조선주엽의 하위 품종인 "가시없는조선주엽"이라고 명명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린네의 속과 종 둘 즉 2명법에 저촉이 된다. 즉 속 아래 종으로 분류하면 그걸로 족하다는 것이다. 꼭 필요하다면 종 아래 아변종으로 세분할 수는 있어도 그 아변종을 다시 세분하여 분류할 수는 없다는 규정을 어긴 것이다. 그래서 Gleditsia japonica f. inarmata로 가운데 var. koraiensis가 삭제된 것으로 등록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주엽나무 즉 Gleditsia japonica가 우리 주엽나무 즉 Gleditsia japonica var. koraiensis와 동일함이 밝혀지고 거기에다가 줄기에 가시가 없는 것은 변종이나 품종으로 분류하기보다는 개체변이 정도로 보는 주장이 강하여 우리 주엽과 일본 주엽 그리고 우리의 하위 품종인 민주엽 즉 Gleditsia japonica f. inarmata와 일본의 하위 품종인 가시없는주엽 즉 Gleditsia japonica f. inermis 모두가 통합되어 버린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민주엽나무는 주엽나무에 통합되어야 마땅하다. 다만 주엽나무는 줄기에 가시가 없는 경우도 있다는 것만 인식하고 있으면 족할 듯하다.
아자비과즐
그리고 또 하나 세계적으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우리 자생 변종은 주엽나무 중에서 열매가 꼬이지 않고 약간 구부러져만 있다는 아자비과즐인데 이 또한 일본 나카이가 1952년에 명명한 것이다. 아자비과즐의 학명은 Gleditsia japonica var. stenocarpa (Nakai) Nakai로 표기한다. 이 또한 나카이 자신이 그 이전인 1937년에 발표하였다가 원종이 비합법명이 되어 무산된 Gleditsia horrida var. stenocarpa Nakai의 묘사를 사용하였기에 Nakai가 중복되어 있다. 여기서 변종명 stenocarpa는 좁은 열매를 뜻한다. 이 학명은 최근까지 변종으로 인정되었으나 최근에 들어 주엽나무에 통합되는 분위기이다. 이 변종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발견된 것으로서 일본 이름은 히메(姫) 즉 작다고 ヒメサイカチ(히메사이카치)라고 하는데 원종에 통합되어서 그런지 현재 일본에서도 변변한 정보가 없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국생정 도감에 올려져 있기는 하지만 사진 한장 없고 다만 표본만 둘 있을 뿐이다. 이 아자비과즐은 꼬투리가 꼬이지 않고 약간 휘어지고 좁다는 점에서 마치 조각자나무의 저아조(猪牙皂)를 연상시킨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바로 아자비과즐이라는 이 변종의 순수 우리말 이름이다. 아자비는 아재비 또는 아재의 과거형으로 15~19세기에 사용된 말이라고 한다. 그리고 과즐은 과줄의 옛말로서 17~18세기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 이름은 원래 1937년 정태현의 조선식물향명집에 아재비과줄나무로 기록되어 있던 것을 1980년 이창복의 대한식물도감에서 아자비과즐로 변경한 것을 그대로 국표식에서 정명으로 인정한 것이다. 지금 현재 쓰는 말로 제대로 명명된 이름을 굳이 과거형 옛말로 되돌릴 필요가 있었나 싶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1937년에 발표된 아재비과줄을 1980년에 발표된 아자비과즐로 정식 명칭을 변경하였을까? 누가 설명할 수 있으려나?
여하튼 문제는 왜 아재비과줄 또는 아자비과즐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가 미상이라는 것이다. 고려시대나 조선시대도 아니고 최근에 명명한 것인데도 이게 무슨 소리인가? 최소한 어느 지방 방언이라는 정도는 밝혀져야 되는 것이 아닌가? 아재비는 아재 즉 아저씨를 말하므로 식물에서 어떤 종과 비슷한 소위 형제 종들에게 흔히 붙이는 이름이다. 현재 우리 국표식에 아재비라는 이름이 들어간 식물명은 무려 125개나 된다. 미나리아재비 맥문아재비 억새아재비 등 주로 초본에 사용되지만 목본도 없지는 않다. 그럼 과즐 즉 과줄은 무엇일까? 과줄은 강정 약과 다식 정과 등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순수 우리말이므로 한자가 없으며 굳이 표기하려면 차자하여 果列(과렬)로 쓴다. 그런데 왜 주엽나무를 과줄이라고 했을까? 정말 의문이다. 주엽나무의 열매에는 사포닌이라는 독성이 있어 물고기에게는 강한 독성을 발휘하는데 혹시 아자비가 아잡이 즉 아이를 잡는다는 뜻에서 사용한 것일 수도 있으려나? 이 독성은 사람이나 짐승에게는 흡수가 잘 되지 않아서 그다지 해롭지 않지만 위장 점막이 손상되었거나 너무 과다하게 많은 량을 섭취하면 사망에까지 이른 경우도 중국에서는 있었다고 한다.
등록명 : 주엽나무
이 명 : 주염나무
표준어 : 쥐엄나무
한약명 : 조협(皁莢)
학 명 : Gleditsia japonica Miq.
이 명 : Gleditsia japonica var. koraiensis Nakai
분 류 : 콩과 주엽나무속 낙엽 교목원산지 : 한 중 일
중국명 : 산조협(山皂荚)
일본명 : 사이카치(さいかち)
영어명 : Japanese honey locust
수 고 : 25m
소 지 : 자갈색 회록색, 작은 릉, 분산적 백색 피공, 광활 무모
가 시 : 약간 편평, 굳고 강함, 자갈색 내지 흑갈색, 분지, 2~15.5cm
잎차례 : 1회 또는 2회 우수우상복엽, 11~25cm 길이 중엽 2~6대, 소엽 3~10대
소 엽 : 지질 혹 후지질, 란상장원형, 란상피침형, 2~7 x 1~3cm, 2회우상복엽일 경우 현저하게 작음
잎모양 : 선단 둔형, 작은 오목, 기부 설형, 원형, 미편사, 전연 혹 파상소원치
잎상면 : 단유모 혹 무모, 약간 거침, 가끔 광택
잎하면 : 기부 중륵 미유모, 노시모탈락, 망맥불명현
소엽병 : 극단
꽃차례 : 화 황록색, 수상화서, 액생 혹 정생, 단유모,
웅화서 8~20cm, 자화서 5~16cm
웅 화 : 지름 5~6mm, 화탁 1.5mm, 심갈색, 외면 갈색 단유모
악 편 : 3~4, 3각상피침형, 장 2mm, 양면 단유모
화 판 : 4개, 타원형, 2mm, 유모
웅 예 : 6~8(9)
자 화 : 지름 5~6mm, 화탁 2mm, 악편과 화판 4~5개, 형상은 웅화와 비슷, 3mm, 양면 유모
웅 예 : 미발육 4~8개
자 방 : 무모
화 주 : 짧고 아래로 휨, 주두 팽대, 2렬
배 주 : 다수
열 매 : 협과 띠모양, 편평, 20~35cm 길이, 2~4cm 너비, 불규칙하게 꼬이거나 낫모양으로 휘어짐, 선단 5~15mm 부리, 과경(果颈) 1.5~3.5cm, 과판(과피) 혁질, 갈색 혹 흑갈색, 포상 융기, 무모, 광택
종 자 : 다수, 타원형, 9~10 x 5~7mm, 심갈색, 광활
개화기 : 4~6월
결실기 : 6~11월
용 도 : 협과 - 사포닌 함유, 비누 대용 세제로 사용, 염료, 약재, 새싹 - 식용, 목재 견실 심재 분홍색, 건축 기구 등 용재
내한성 : 영하 29도
주엽나무와 조각자나무의 차이점
우리 도감에는 대개 가시가 조각자나무는 둥근데 반하여 주엽나무는 편평하다고 말하며 또한 열매가 주엽나무는 꼬부러지고 비틀려 있는데 조각자나무는 그렇지 않고 두툼하다고 설명한다. 틀린 설명은 아니지만 실제로 구분시 충분하지는 않다. 주엽나무의 가시가 납작하다고는 하지만 얼핏 봐서는 구분이 가지 않고 특히 사진으로 봐서는 구분하기 어렵다. 그러니까 단면을 잘라서 비교하지 않으면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열매의 경우 주엽나무의 변종 아자비과즐의 경우 뒤틀리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조각자나무와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그럼 무엇으로 구분을 한다는 말인가? 가시와 열매 외에도 많은 차이점이 있다.

우선 화서에서 구분이 되고 꽃색상에서 구분이 된다. 주엽나무는 꽃이 황록색으로 줄기에 바싹 붙어있는 수상화서이지만 조각자나무는 황백색 꽃이 피며 꽃자루가 2~8mm로 약간 있는 편이다. 그리고 꽃의 지름도 조각자나무가 더 크다. 하지만 화서의 길이는 주엽나무가 더 긴 경우가 많다. 그리고 꽃받침과 꽃잎은 조각자나무의 경우 모두 4개라고 하는데 주엽나무의 경우 암꽃의 경우는 4~5개라는 점이 다르다. 아예 우리나라 도감에서는 꽃받침과 꽃잎이 각각 5장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꽃은 모두 한그루에서 수꽃과 암꽃 그리고 양성화가 피는 잡성이지만 실제로 나이든 나무에서는 어느 한쪽을 선택하여 피우므로 한그루로는 결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다음은 잎으로도 구분이 가능하다. 조각자나무는 1회 우상복엽이지만 주엽의 경우 2회 우상복엽인 경우도 있다. 그리고 소엽의 크기와 숫자는 비슷하지만 모양에서 차이를 보인다. 주엽나무의 경우 상면에 광택이 있으며 끝이 약간 오목한 경우도 있고 거치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조각자나무의 경우 가장자리에 세거치가 있으며 뒷면에는 망맥이 현저하다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주엽나무의 경우 소엽의 잎자루가 극히 짧아서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조각자나무의 경우 1~2mm 최대 5mm인 경우도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그 외에도 종자는 조각자나무가 더 크며 가장 결정적인 것은 조각자나무의 경우 자방의 봉선과 기부에 털이 있으나 주엽나무의 경우 자방에 털이 없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주엽나무와 조각자나무의 비교
주엽나무 | 조각자나무 | |
가 시 | 약간 편평, 2~15.5cm | 원주형, 최대 16cm |
꼬투리 모양 | 심하게 꼬이거나 휘어짐 | 약간 휘어지거나 반달형 |
꼬투리 크기 | 20~35cm x 2~4cm | 12~37cm x 2~4cm |
꼬투리 특징 | 포상융기, 갈색, 흑갈색, 무모, 광택 | 도톰하고 양면 팽창, 갈색, 홍갈색, 백색 분상 |
잎차례 | 1회 또는 2회 우상복엽, 11~25cm, 소엽 3~10대 | 1회 우상복엽, 10~18(26)cm, 소엽 3~9대 |
소엽크기 | 2~7 x 1~3cm | 2~8.5(12.5) x 1~4(6)cm |
소엽상면 | 선단 유시오목, 전연, 상면 단유모 혹 무모, 광택 | 선단급첨, 변연세거치, 상면단유모 |
소엽하면 | 기부 증륵 피유모, 노시모탈락, 망맥불명현 | 중륵 초피유모, 망맥명현, 양면볼록 |
소엽병 | 극단 | 1~2(5)mm |
꽃차례 | 수상화서 | 총상화서 |
화서길이 | 웅화서 8~20, 자화서 5~16cm | 5~14cm |
꽃색상 | 황록색 | 황백색 |
꽃지름 | 웅화 5~6mm, 자화 5~6mm | 웅화 9~10mm, 양성화 10~12mm |
꽃자루 | 극단 | 웅화 2~8(10)mm, 양성화 2~5mm |
꽃받침과 꽃잎 | 웅화 악편 3~4개, 화판 4, 자화 악편 화판 4~5개 | 각각 4개 |
종 자 | 9~10 x 5~7mm, 심갈색 | 11~13 x 8~9mm, 갈색 |
끝으로 주엽나무가 같은 콩과 식물인 아카시나무나 회화나무와 잎이 많이 닮았다고 그러는데 이들은 모두 기수우상복엽이기때문에 간단하게 구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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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9 조각자나무 = 중국 주엽 - 가시가 무시무시한 교목 (0) | 2019.10.22 |
828 김노클라두스 디오이쿠스 - 켄터키 커피나무 (0) | 2019.10.20 |
827 델로닉스 레기아 = 봉황목(鳳凰木), 불꽃나무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 중 하나 (0) | 2019.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