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목은 그 이름에서 태산같이 키가 크고 웅장한 나무라는 이미지를 풍기는 미국 원산 상록 목련인데 우리나라에는 원종 외에도 그 변종 하나와 22개의 원예종이 등록되어 있어 놀랍다. 도대체 태산 같은 나무에 무슨 원예품종이 이렇게나 많을까 싶다. 여기서 두 가지를 파악할 수 있다. 하나는 태산목은 미국을 대표하는 나무 중 하나이기에 미국에서 인기가 높아 그동안 약 150종의 원예종이 개발되었지만 지금 현재까지 실제로 남아 있는 품종은 그다지 많지가 않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 22개 품종이나 등록되어 있다는 것은 국내 누군가는 유난히 태산목을 사랑한다는 것이 된다. 아마 그가 바로 미국에서 태어난 천리포수목원의 설립자인 민병갈박사가 아닌가 한다. 또 다른 하나는 태산목은 예상과는 달리 그렇게 큰 나무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원산지에서 극히 드물게 30m 가까이 자란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20m 내외라서 미국인들은 medium tree라고 한다. 특히 외국에서는 실제로 키가 10m 안팎에 불과하며 일부 원예종의 경우 키가 4~5m에 불과한 소교목도 있다. 따라서 가정의 정원에도 충분히 심을만한 사이즈인 것이다. 그리고 앞 게시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 이름 태산목은 일본을 따라한 것인데 일본에서 태산목이라는 이름은 나무의 키가 크다고 붙인 이름이 아니고 꽃이 커서 큰 잔과 같다고 대잔목이라고 하다가 대산목 태산목이 된 것이므로 나무의 높이와는 무관한 것이다. 게다가 일부 원예 품종 중에서는 내한성도 영하 18도인 태산목보다 강한 품종들도 있어 잘 찾아보면 우리나라 중부지방에서도 재배가 가능한 품종이 있을 듯하다. 그래서 흥미가 높아진다.
그럼 먼저 우리나라에 등록된 유일한 변종인 좁은잎태산목부터 시작한다. 좁은잎태산목은 스코틀랜드 식물학자인 William Aiton (1731~1793)이 1789년 피침형(Lance-shaped) 잎을 가진 태산목의 변종이라고 명명한 학명 Magnolia grandiflora var. lanceolata Aiton으로 우리나라 국표식에 등록되어 있지만 국제적으로는 거의 모두 이를 변종으로 인정하지 않고 원종에 통합시킨다. 그래서 이를 변종이 아닌 원예품종으로 봐서 Magnolia grandiflora ‘Lanceolata’로 표기하기도 하는데 이 품종이 영국 엑스마우스 지방에서 선종된 Magnolia grandiflora 'Exmouth'라는 품종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이 'Exmouth' 품종의 역사는 매우 길다. 영국에 태산목이 처음 도입된 것은 1726년 식물채집가인 Mark Catesby (1683~1749)가 그의 두 번째 미국 원정에서 돌아오면서 가져온 것인데 그가 태산목의 큰 꽃을 컬러 판화까지 만들어 소개하자 단번에 유명해져 너도나도 심어 그 이전에 도입되었던 버지니아목련의 인기를 앞질렀으나 1739년 겨울 유럽에 닥친 혹독한 추위에 대부분의 나무들이 죽고 만다. 그런데 잉글랜드 데번주 엑스마우스에 미국으로 이민간 아들이 있는 John Colliton경의 저택에도 태산목 하나가 심어져 있었는데 이 나무만 이상하게 내한성이 강한지 얼어 죽지 않고 그대로 살아 남았다. 그래서 지방 원예업자들이 이 나무 가지로 삽목 번식하여 소비자들에게 재판매하였는데 수요를 못 따라가 그 당시 가격 5기니라는 매우 비싼 가격에 팔았다고 하는 일화로 유명하다.
이 '엑스마우스' 품종과 원종의 차이점은 우선 내한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형이 직립 원추형이고 잎은 타원형에 뒷면에 녹색 털이 밀생하며 꽃은 크고 때로는 화피편이 20장에 이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어린 나무에서도 꽃이 피는 즉 개화적령기가 짧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1739~1940년 겨울의 강추위에 거의 유일하게 살아 남은 태산목으로 판단되므로 내한성이 강한 것은 입증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영국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준데다가 삽목한 묘목의 개화도 빨라 영국인들은 이를 변이종으로 판단하여 그 지역명인 'Exmouth'를 붙여서 원예품종으로 불렀던 것이다. 이걸 나중에 스코틀랜드 식물학자 윌리암 아이톤이 변종으로 판단하여 1789년 학명 Magnolia grandiflora var. lanceolata를 부여하였던 것이다. 비록 종소명이 피침형이라는 뜻의 lanceolata를 붙였지만 외관상 그다지 뚜렷하지는 않으며 당초 ‘Exmouth’ 품종 묘사에는 그런 내용은 없다. 그리고 원예 품종 'Exmouth'의 경우 화피편이 20장 까지나 되는 겹꽃인 경우도 있는데 이를 별도로 ‘Exmouth Double’라는 이름의 원예품종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1879년 미국 18대 대통령을 역임한 그랜트가 와서 우에노공원에 식재한 종을 학명 Magnolia grandiflora var. lanceolata인 세엽태산목(細葉泰山木)이라고 하며 그 변종이 일본에 많이 보급되었다고 한다. 그 영향인지 중국도 학명 Magnolia grandiflora var. lanceolata를 중국 목련 권위자인 유옥호(刘玉壶, 1917~ )연구원이 1979년 처음 도입하여 항주(杭州)식물원에 심었다고 하는데 이를 중국에서는 착엽(窄叶) 또는 협엽(狭叶) 하화옥란(荷花玉兰)으로 불러 학명이나 일본명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과 중국에서는 좁은 잎만 언급하지 화피편이 20매에 달하는 겹꽃이라든지 원추형 수형 그리고 내한성의 강함에 대하여는 언급이 없다. 따라서 잎이 좁은 품종이 따로 있고 겹꽃에 내한성이 강하며 어린 나이에 개화하는 품종이 따로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일본 우에노에 심어진 것은 원종인지 의문을 들게 한다.
등록명 : 좁은잎태산목 = 태산목 '엑스마우스'
학 명 : Magnolia grandiflora var. lanceolata Aiton = Magnolia grandiflora 'Exmouth'
분 류 : 목련과 목련속 상록 소교목
신분류 : 목련과 북미목련속 상록 소교목
원산지 : 미국 태산목을 1937년 이전 영국 엑스마우스 John Colliton경 정원에서 발견
수 고 : 6m
특 징 : 내한성이 강하고 잎이 좁고 때로는 화피편이 20매에 달하는 겹꽃이 핀다.
개화기 : 7~8월
내한성 : 영하 25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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