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진달래과/에리카아과

1642 칼미아 – 내한성 강한 아름다운 정원수

낙은재 2021. 11. 26. 13:51

칼미아
칼미아

 

전세계 무려 120개 속(屬)에 4,600여 종(種)의 식물로 구성된 거대한 과인 진달래과의 학명 Ericaceae는 erica라는 속(屬)명과 과(科)를 뜻하는 라틴어 접미사 aceae가 합쳐진 말이다. Erica는 전세계 무려 800여 종이 분포하는 매우 거대한 속인데 영어로는 heath(히스) 또는 heather(헤더)로 불리는 주로 황무지에서 자라는 나지막한 관목으로서 느낌상 우리나라의 비수리 등 싸리속 수종들과 비슷하다. 실제로 라틴어 erica에는 빗자루 즉 broom이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우리 동양에서는 주로 콩과 싸리속 관목으로 청소용 비를 만들었다면 서양에서는 주변에 흔한 진달래과 에리카속 즉 heath(히스)로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바로 이 빗자루나 만들던 그다지 꽃이 아름답지도 않고 별 쓸모도 없는 잡목을 서양에서는 진달래과의 대표격인 모식속으로 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Ericaceae과를 일반적으로는 잡목인 heath or heather family라고 불러 한중일 3국에서 각각 진달래과와 두견화(杜鹃花)과 또는 쯔쯔지(躑躅)과라고 모두 진달래속 즉  Rhododendron속 화목의 이름으로 부르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니까 원래 Ericaceae는 진달래와는 무관한 과명이지만 이 수종이 자생하지 않는 동양3국에서는 모두 진달래과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유럽 갈리시아지방의 에리카 초원 - 이게 유럽사람들이 인식하는 진달래과 대표식물이다.

전세계 120속으로 구성된 진달래과를 9개 아과(亞科)로 세분류하는데 우리나라는 겨우 29개 속이 등록되어 있지만 여러 아과에 골고루 분포하여 7개 아과로 세분류된다. 전세계 진달래과 아과들 중에서는 19개 속에 1,790종으로 구성된 에리카아과가 가장 크다. 따라서 국내서도 진달래과로 등록된 원종 기준 전체 163종 중 99종이 에리카아과로 분류되며 원예종을 포함하면 전체 487종 중 382종이 에리카아과이다. 속으로 파악하면 국내 등록된 진달래과 29속 중 11속이 에리카아과이다. 이 11개 속에는 진달래과 모식속인 에리카속과 앞에서 다룬 진달래속도 포함된다. 앞에서 진달래과에서 가장 방대한 속인 진달래속을 무려 9개월 반에 걸쳐서 탐구를 마쳤으므로 앞으로는 진달래과 에리카아과로 분류되는 11속 중 진달래속을 제외한 나머지 10속에 대하여 하나하나 탐구하기로 한다.

 

구  분 전세계 국내등록
아과 아과
진달래과 9 120 4,615 7 29 74
에리카아과 1 19 1,790 1 11 163
칼미아속 - 1 10 - 1 4

 

그럼 이제부터는 에리카아과 10개 속 중 칼미아속 즉 Kalmia라는 국내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중국과 일본에는 제법 널리 보급되어 있는 아메리카 대륙 원산의 내한성 있는 관목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칼미아의 속명 Kalmia는 1753년 린네가 식물분류학을 창설하면서 그의 직계 제자 중 한 명인 필란드 출신으로 스웨덴에서 활동하던 탐험가이자 식물학자인 Pehr Kalm(1716~1779)의 이름으로 명명한 것이다. 칼미아에 대한 서양인들의 최초 기록은 미국에서 이미 1624년에 John Smith라는 이주민이 쓴 General History of Virginia라는 기록에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스웨덴 왕립 과학아카데미의 파견으로 1747~1751까지 신대륙 식물을 탐사한 Peter Kalm이라고도 불리는 Pehr Kalm이 채취하여 보낸 표본을 대상으로 식물분류학의 아버지 린네가 명명하였기에 그의 이름으로 속명을 붙인 것이다.

 

Kalmia 즉 칼미아속은 북미에만 10종이 분포하는데 우리나라에는 그 중 칼미아와 좁은잎칼미아, 소엽칼미아 그리고 칼미아 폴리폴리아 등 원종 기준으로 4종이 등록되어 있다. 이 중에서 칼미아속의 모식종이자 우리나라에 그냥 칼미아라는 국명으로 등록된 Kalmia latifolia부터 알아본다. 린네가 1753년에 명명한 이 학명의 종소명 latifolia는 넓은잎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이다. 그 당시 Kalm이 좁은잎칼미아 즉 Kalmia angustifolia와 함께 두 종의 표본을 보냈는데 길이 3~12cm에 너비 1~4cm인 이 수종의 잎이 상대적으로 넓다고 판단하였던 것이다. 반면에 잎이 상대적으로 좁은 다른 종에는 좁은 잎이라는 뜻의 라틴어인 종소명 angustifolia를 붙인 것이다.

 

상대적으로 잎이 넓은 칼미아(좌)와 좁은잎칼미아(우)

미국 동부 최북단에서부터 남단 플로리다주까지 분포하는 넓은 잎을 가진 이 칼미아 즉 Kalmia latifolia는 미국 자생 관목 중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꽃이 피는 수종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에서는 그 잎이 월계수를 닮아서 산지에서 자생하는 월계수라는 뜻인 mountain laurel로 주로 불린다. 미국 동북부에 있는 코네티컷트주와 펜실베니아주에서는 이 수종을 주화(州花)로 지정하고 있으며 펜실베니아 피츠버그시 인근에는 캠핑명소로 유명한 Laurel Highlands라는 이름의 해발 979m의 고원지대도 있다. 그 고지대에 칼미아가 많이 자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칼미아가 미국 동북부에만 많이 분포하는 것은 아니다. 동부 중앙부인 켄터키주에는 Laurel 카운티라는 지명이 있고 더 아래 동남부 미시시피주에 가면 Laurel이라는 이름의 시도 있는 등 여러 지명에 로럴(laurel)이 활용되는데 이게 다 진짜 laurel인 월계수 즉 Laurus nobilis가 많이 자생하기 때문이 아니고 mountain laurel 즉 칼미아가 많이 자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도 이 수종을 산월계(山月桂)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다.

 

지중해 원산의 월계수 Laurus nobilis

 

칼미아는 산월계수 외에도 calico-bush라고도 불린다. 여기서 calico는 면직물을 뜻하는데 이는 이 수종의 꽃핀 모습이 마치 면직물의 무늬가 연상되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이 수종의 표본을 처음 채집한 Peter Kalm이 원산지에서 아메리카 인디언들과 스웨덴 이주민들이 단단한 이 나무로 숟갈을 만들어 쓰는 것을 보았다고 spoonwood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그러면서도 그는 이 수종의 독성으로 양이 죽는다고 lambkill이라고도 언급하였다. 그런데 실제로 이 나무 전체에는 강한 독성이 있어 과연 실제로 인디언들이나 초기 정착민들이 숟갈로 썼는지는 미지수라고 한다. 하지만 이 칼미아의 뿌리에 굵은 혹이 있어 담배 파이프 제조에 적합하여 유럽에서 briar root라고 불리는 Erica arborea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mountain laurel wood pipe로 불리면서 널리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칼미아는 미국 사람들도 왜 그렇게 불렸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이름인 Ivy bush라는 이름도 있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반 영어명 mountain laurel을 의역하여 산월계(山月桂)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1915년부터 도입하여 재배한다는 일본에서는 나름대로 독창적인 미국만병초라는 뜻의 이름인 아메리카샤쿠나게(アメリカシャクナゲ) 즉 아메리카석남화(亜米利加石楠花)라고 부른다. 그 잎이 만병초를 많이 닮았기에 붙인 것이다. 여하튼 중국과 일본은 나름대로 자기들 식으로 각각 이름을 붙였지만 그저 학명 그대로 칼미아라고 하는 우리와 대비가 된다.

칼미아와 이런 꽃모습에서 오른쪽과 같은 면직물 무늬가 연상되어 calico-bush 라고도 불린다.
칼미아 뿌리혹 모습(좌)과 그 혹으로 만든 담배 파이프(우)

 

산월계수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는 하지만 해안가 저지대 언덕이나 숲 가장자리에서도 군락을 이뤄 자라며 확 트인 암석 또는 모래지대에서도 잘 견디고 특히 산성 토양에서 무성하게 자란다고 하는 칼미아는 깊은 산에서는 키가 최대 9m까지 자라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주로 1.5~4.5m까지 자라는 관목이다. 꽃망울일 때는 예쁜 별사탕 모양을 하고 있다가 5~6월에 지름 15cm의 백색이나 자색 또는 혼합된 색의 5~6각형 컵모양의 꽃이 여러 송이가 가지 끝에 모여서 피는 칼미아는 7~8주 동안 개화기간이 지속되며 최대 길이 12.5cm인 상록인 잎은 사시사철 아름다운 모습을 견지하고 있어 인기가 높다. 그래서 미국 자생종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관목으로 평을 받고 있으며 세계적인 나무 전문가인 마이클 디르박사는 개별 꽃 자체로서는 자기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는 찬사를 보낸 바 있다. 하지만 식물 전체에 독성이 있어 말이나 소 염소 등 가축은 물론 사람도 섭취할 경우 구토 설사 복통 심지어는 신경마비 등의 치명적인 증상을 불러와 매우 위험하므로 주의를 요한다. 칼미아는 독특한 수술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수술 10개가 모두 처음에는 꽃잎에 휘어져 붙어 있다가 성숙한 다음 벌 나비 등 매개 곤충들이 찾아오면 튕겨나오면서 꽃가루를 최대 15cm까지 멀리 뿌리는 특이한 구조로 되어 있다. 크기도 정원에 매우 적합하고 꽃과 잎이 아름다우며 내한성마저도 영하 34도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노지월동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이 나무가 아직 우리나라에 널리 보급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의아스러울 뿐이다.

 

마치 별사탕 같은 칼미아 꽃망울
꽃잎에 붙어 있는 칼미아 수술 
수술 10개가 처음에는 꽃잎에 붙어 있다가 성숙하면 활처럼 튕겨나오면서 꽃가루를 매개충들에게 뿌린다.

 

등록명 : 칼미아

학   명 : Kalmia latifolia L.

분   류 : 진달래과 에리카아과 칼미아속 상록 관목

원산지 : 북미

영어명 : mountain laurel

중국명 : 산월계(山月桂)

일본명 : 아메리키석남화(亜米利加石楠花)

수   고 : 1.5~4.5m (최대 9m)

내한성 : 영하 34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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