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진달래과/에리카아과

1669 칼루나 불가리스 – 에리카속을 대표하다가 분리 독립된 여름 헤더

낙은재 2021. 12. 22. 11:59

칼루나 불가리스
칼루나 불가리스 - 번식력이 강하여 주위를 점령하여 무리지어 자란다.

 

칼루나 불가리스는 유럽과 소아시아 즉 터키 아나톨리아에서 자생하는데 원래 린네가 1753년 식물분류학을 창설할 당시 에리카속의 일원으로 Erica vulgaris라고 명명하였다. 여기서 종소명 vulgaris는 common 즉 보통 또는 일반이라는 뜻으로 가장 흔한 에리카라는 뜻이다. 그래서 영어권에서는 이를 Heather 또는 Common heather라고 부르고 있다. 그런데 길이 2~3mm의 비늘이 있는 잎이 X자 형상으로 교차 호생하며 꽃받침과 꽃잎이 각각 분리된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대개 3~5개 잎이 윤생하며 꽃받침과 꽃잎이 주로 5개이며 종모양 통형의 꽃이 피는 여느 에리카속 수종과는 차이를 보여 영국의 의사이자 식물학자인 John Hull(1761~1843)이 1802년 영국 식물학자 Richard Anthony Salisbury (1761~1829)가 신설한 속인 칼루나속의 유일한 종으로 편입시켜 Calluna vulgaris (L.) Hull이라는 학명으로 1808년에 재명명한 것이다. 여기서 속명 Calluna는 빗자루 또는 ‘깨끗이 하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이다. 이 칼루나로 서양에서는 빗자루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이 칼루나 불가리스를 추석남(帚石南)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추(帚)는 빗자루를 뜻한다.

 

칼루나 불가리스는 비늘이 있는 마주나는 잎이 교차로 나오며 꽃받침과 꽃잎이 각각 분리된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 원산지인 영국 북부 스코틀랜드뿐만 아니라 이 수종이 도입된 여러 나라에 가면 여름이나 가을에 드넓은 황야가 온통 칼루나의 꽃으로 아름답게 뒤덮인 장관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만큼 내한성도 강하고 번식력도 강하여 알카리성 토양만 아니라면 금새 사방으로 퍼진다고 한다. 그래서 유럽 자생 식물 중에서는 가장 광범위한 지면을 덮고 있는 지피식물이라고 말한다. 그 왕성한 번식력 때문에 뉴질랜드 같은 나라에서는 외래 침입 환경위해종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고도 한다. 그러니까 지금은 에리카속에서 분리 독립되어 칼루나속의 유일한 종이 되었지만 1802년 이전까지는 모두가 이 칼루나 불가리스도 엄연한 에리카의 한 수종 정도가 아니라 에리카속을 대표하는 수종으로 인식하여 왔다. 그래서 지금도 그냥 heather(헤더)라고 하거나 common heather이라고 하면 현재의 에리카속 어느 특정 수종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바로 이 칼루나 불가리스로 통하는 것이다.

 

그만큼 이 칼루나 불가리스는 에리카속 어느 수종보다도 더 유럽인들에게 친숙하고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실생활에 매우 다양하게 활용되었는데 그 내용을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상록인 잎은 한겨울에 먹이 풀들이 눈에 덮였을 때 양이나 사슴의 좋은 먹이가 된다. 그 외에도 새나 나비와 풍뎅이 등 곤충의 먹이가 됨은 말할 것도 없다. 그 다음 과거 유럽인들은 이를 모직용 노란색 염료로 사용하였으며 가죽을 부드럽게 가공하는 무두질에도 사용하였다. 그리고 호프를 활용하기 이전인 중세에는 이 칼루나 불가리스를 맥주의 향을 내기 위하여 사용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먼 옛날부터 칼루나 불가리스는 빗자루를 만드는 소재로 이용되었다. 특히 유럽 남부에서는 더러 자작나무 빗자루도 있었지만 북부유럽에서는 heather 빗자루가 보편적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칼루나의 꽃을 벌들이 좋아하여 최상급 벌꿀 생산을 위한 밀원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칼루나의 개화시즌에는 양봉업자들이 주변에 몰려든다고 한다. 하지만 그리스 의사인 Pedanius Dioscorides(40~90 AD)가 mel improbum 즉 좋지 않은 꿀이라고 언급하여 그 성분이 의심되었지만 현대 과학으로 인체에 전혀 무해함이 밝혀져 현재는 고급 꿀로 인정을 받는다. 아마 디오스코리데스는 진달래과 식물들에 독성이 있다는 점을 이미 2천년 전에 간파하고 주의를 환기시킨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진달래과 식물들은 만병초나 철쭉 그리고 칼미아 등 여러 식물들이 독성을 내포하고 있어 거기서 채취된 꿀에도 독성이 있어 식용하면 안 되는데 이 칼루나와 에리카는 예외적으로 무해하다는 것이 현대 과학으로 밝혀진 것이라고 보면 되겠다.

 

헤더 빗자루(좌)와 자작나무 빗자루(우)

 

그리고 스코틀랜드에서는 칼루나 불가리스의 흰색 꽃은 드물지만 행운을 가져다 주는 것으로 인식되어 이 풍습이 빅토리아여왕시절 영국 전역으로 퍼졌다고 한다. 칼루나가 예로부터 스코틀랜드에 엄청 많이 자생하였지만 제대로 쳐다보지 않다가 빅토리아여왕시절 경제적으로 부유해 지면서 관심을 가지게 되어 그 관상가치가 조명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흰색 칼루나 꽃가지는 신부의 부케용 등으로 매매가 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헤더 가지를 가공하여 귀걸이 등 장신구를 만들기도 하며 오스트리아에서는 이 헤더를 약차로 다려 어린이들 정서불안이나 요로질병 치료에 썼다고 하니 정말 실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과거 칼루나 불가리스가 속했던 에리카속이 진달래과 그리고 진달래목의 대표격인 모식종이 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백색 품종과 헤더로 만든 귀걸이

 

칼루나는 주 원산지인 스코틀랜드의 아이콘으로 널리 인정되고 있어 시나 소설에 많이 등장하며 더 북쪽 노르웨이에서는 두 개의 국화 중 하나로 칼루나 불가리스가 지정되어 있다. 그만큼 내한성이 강함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널리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매우 다양한 꽃 색상과 잎 색상을 가진 원예품종이 개발되어 종류를 적당하게 섞어 심으면 7월부터 11월까지 백색에서 분홍 자색 적색 등 다양한 색상의 꽃을 계속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영국 왕립원예협회인 RHS로부터 최우수품종상인 AGM으로 선정된 원예품종만도 수십 종에 이르지만 우리나라는 3개의 원예품종만 등록되어 있다. 에리카속 수종들은 거의 사시사철 꽃이 피는데 에리카 카르네아 등 주요 에리카 수종들이 늦겨울에서 초봄에 개화하는 것에 반하여 이 칼루나 불가리스는 여름에서 가을까지 꽃이 피기 때문에 전자를 Winter Heather라고 하고 후자인 칼루나를 Summer 또는 Autumn Heather라고 부른다. 하지만 여름에 꽃이 피는 에리카들도 많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이 수종을 학명 Tamarix chinensis인 중국 원산의 위성류를 닮았다고 교류모도키(ギョリュウモドキ)라고 하며 한자로는 어류의(御柳擬)라고 쓴다. 위성류를 일본에서는 어류(御柳)라고 하기 때문이다.

 

칼루나 불가리스 다양한 색상의 원예품종

 

다음은 G. Bennett.이라는 시인이 쓴 Bonnie Auld Scotland 즉 아름답고 예스러운 스코틀랜드라는 시인데 아름다운 스코틀랜드의 자연을 노래하면서 당연히 향기로운 자주색 칼루나 불가리스에 대한 언급이 빠질 수 없다. 부족한 실력으로 번역해 본다.

 

Bonnie Auld Scotland

How grand are the mountains of bonnie auld Scotland,

Her torrents' wild waters, sun-jewel'd and gloaming;

How rosy the breath of each moorland and heath,

How lovely her lakes, and her valleys how blooming.

No foreign strand, no classic land,

Earth's fairest scenes together,

Can win our praise like yonder braes,

And fragrant hills of purple Heather.

—G. Bennett.

 

아름다운 스코틀랜드의 산들은 얼마나 장엄한가?

계곡의 거친 물이 햇빛에 보석처럼 반짝이며 빛난다.

황무지와 초원의 장밋빛 숨결은 어떠하며

호수는 얼마나 사랑스럽고 계곡에 핀 꽃은 어떠한가?

이국적인 번화가도 없고, 풍요로운 땅도 없지만

이 모두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 아니던가?

우리는 저기 보이는 비탈들을 찬양하는 것이다.

보라색 헤더로 뒤덮인 향기로운 언덕도 함께.

 

등록명 : 칼루나 불가리스

학   명 : Calluna vulgaris (L.) Hull

과거명 : Erica vulgaris L.

분   류 : 진달래과 칼루나속 상록 관목

원산지 : 유럽, 소아시아

영어명 : Common heather, Ling, Heather, Scotch Heather

중국명 : 추석남(帚石南)

일본명 : 어류의(御柳擬)

수   고 : 20~50cm 최대 1m

잎특징 : 교호대생(X형) 비늘형, 2~3mm

꽃차례 : 1~10cm 길이의 총상화서

꽃특징 : 연보라색,,백색 5mm 꽃받침 4와 2.5mm 꽃잎 4

꽃수술 : 8개

개화기 : 7~9월

수   명 : 20년

내한성 : 영하 34도

용  도 : 관상용, 밀원, 사료, 빗자루, 맥주, 염색, 약용, 장신구

 

칼루나 불가리스 야생모습
칼루나 불가리스
칼루나 불가리스
칼루나 불가리스
칼루나 불가리스
칼루나 불가리스 - 얼핏 위성류를 좀 닮았다.
칼루나 불가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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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국내 등록된 원예품종이다.

칼루나 불가리스 '컨트리 위클로'(좌)와 칼루나 불가리스 '데인티 베스'(우)
칼루나 불가리스 '위크워 플레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