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귤의 학명 Vaccinium vitis-idaea L.는 1753년 식물분류학을 창설할 당시 린네가 크레타섬의 최고봉인 Ida산의 포도라는 뜻으로 명명한 것이다. 여기서 포도는 정말 포도를 닮았다기보다는 berry를 의미한다고 인식하면 될 것이고 이다산은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를 비롯한 신들의 탄생지이기도 하다. 월귤이 이다산에서도 자생하겠지만 그보다는 이다산에 많이 자생하는 나무딸기인 학명 Rubus idaeus에 비유하여 명명한 것이라고도 한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berry를 딸기로 번역하여 불루베리를 푸른 딸기라는 뜻으로 남매(蓝莓)라고 쓴다. 앞 게시글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동양에는 사실 서양의 berry에 딱 맞는 용어가 없어 주변의 비슷한 열매가 달리는 식물에 빗대어 딸기(莓)나 포도(葡萄) 또는 콩(豆)으로 부르거나 그냥 막연하게 과(果)라고도 하며 일본의 경우는 복숭아(桃)라고도 한다. 라틴어에는 berry에 적합한 용어인 bacca라는 말이 있지만 이를 이미 속명 Vaccinium의 어원으로 사용하였기에 종소명은 포도라는 뜻으로 명명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berry로 불리는 이 산앵도나무속 수종들의 열매를 산앵도를 비롯 들쭉 산매자 정금 모새 지포 등 매우 다양하게 부르고 있으며 월귤(越橘)이라는 중국 이름이나 블루베리라는 영어 이름을 빌어서 쓰기도 한다.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전체를 아우르는 적당한 이름이 없어서 매우 다양하게 부르고 있는데 중국에서는 이렇게 난립한 이름들을 하나로 통일하여 자국내 자생하는 90여 종의 산앵도나무속 수종들을 거의 모두 xx월귤(越桔)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니까 이제 중국에서는 서양의 berry에 대응하는 한자어를 월귤(越桔)이라고 하는 것이다.
학명 Vaccinium vitis-idaea인 이 수종의 중국명 월귤(越橘)은 복건성 순무(巡撫)를 지냈던 하교원(何乔远, 1558~1632)이 쓴 민서남산지(闽书南产志)에 근거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민(闽)은 복건성을 뜻하므로 순무로서 복건성의 식물 즉 본초(本草)를 중앙에 보고하는 형식의 책인데 여기에 월귤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것이다. 여하튼 그 책에 월귤(越橘)의 꽃은 서향과 같이 희고(花如瑞香而白叶) 줄기와 잎은 회양목 같고(干如黄杨) 열매는 붉은 앵두(实如朱樱)와 같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 묘사가 실로 현재의 월귤과 일치한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월귤의 주산지인 흑룡강성에서 부르던 이름인 홍두(红豆)와 만주지방에서 부르는 만주어 이름인 온보(温普) 그리고 몽고권에서 부르는 이름인 야거다(yá gé dá)를 한자어로 쓴 아흘탑(牙疙瘩)이나 아격달(牙格达)을 제치고 월귤(越桔)을 중국 정명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중국의 복건성 지역은 기후가 온난하여 월귤이 자생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 지역에 명나라 당시에 월귤이 존재하였을 지가 의문시되고 어떠한 연유로 화분에서 재배하고 있었더라도 기후 조건 때문에 제대로 결실이 되었을 리가 없을 터인데 말이다. 또 하나의 궁금증은 왜 월귤(越橘)이라는 이름을 붙였느냐는 것이다. 우리가 식용하는 과일 귤(橘)과 무슨 연관이라도 있는지 매우 궁금하지만 중국에서도 아무도 여기에 대하여 시원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일부에서는 월귤이 월(越)나라 귤(橘)을 닮았다고 그렇게 부른다는 주장을 하는데 글쎄다. 귤이 옛날 월나라가 있던 지역에서 많이 생산은 되지만 그렇다고 월나라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뭐가 귤을 닮았다는 것인지 수형이나 열매는 가당치 않고 그렇다면 꽃이나 잎인데 살펴보면 그 무엇 하나 닮은 점이 없다. 무엇보다도 중국 민서에서 꽃은 서향을 닮고 몸체는 회양목을 닮았다고 열매는 앵도를 닮았다고 명시하였는데 학명이 Citrus reticulata인 감귤(柑橘)로 대변되는 귤(橘)을 닮았다고 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 중국에는 월과(越瓜)라는 참외의 일종이 있는데 이는 아프리카에서 중동 인도 그리고 월남을 통하여 중국에 도입되었다고 월과(越瓜)라고 부른다고 한다. 하지만 이 월귤의 월(越)은 월남이나 고대 월나라를 뜻한다고 아무도 설명하지 않는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월귤의 한자를 애초에는 월귤(越橘)이었지만 현재는 그렇게 쓰지 않고 모두 월귤(越桔)이라고 쓴다. 원래 한자 桔은 도라지를 뜻하는 길(桔) 자이지만 귤(橘) 자의 속자 또는 간체자(簡體字)로도 쓰인다. 다만 도라지를 뜻할 때는 jié라고 발음하여 귤을 뜻할 때의 jú와는 발음이 다르다. 따라서 우리도 도라지를 뜻할 때는 길(桔)이라고 해야 하고 귤의 속자로 쓰일 때는 귤(桔)이라고 읽어야 한다. 하지만 월귤(越桔)의 경우는 귤이라는 뜻으로 yuè jú라고 발음은 하지만 월귤(越橘)이라고는 쓰지 않고 월귤(越桔)로만 쓰려고 애쓴다. 하지만 중국에서 운향과 귤들은 모두 현재도 간체자(簡體字)가 아닌 번체자(繁體字)인 橘(귤)로 쓴다. 그러니까 애써 운향과 귤(橘)과는 무관한 영어 berry에 대응하는 용어로 인식하려는 것 같다. 따라서 우리도 그저 귤과는 무관하게 산앵도나무속 수종들이나 그 열매를 중국에서는 월귤(越桔)이라고 부른다고 파악하면 될 듯하다.
홋카이도와 혼슈 북부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는 일본에서는 이 월귤을 코케모모(コケモモ)라고 부르며 한자로는 태도(苔桃)라고 쓴다. 태(苔)는 이끼를 뜻하므로 선태류 즉 이끼류가 많은 툰드라지역에서 자생하거나 아니면 이끼와 같이 낮게 자라는 나무에서 작은 열매가 달린다는 의미이다. 또 다른 이름으로 이와모모(いわもも) 즉 암도(岩桃)라고 하는데 암석지대에서 잘 자라기 때문이다. 여기서 복숭아를 뜻하는 도(桃)는 진짜 복사나무의 열매를 닮았다기보다는 나무에 달리는 열매라는 의미로 파악해야 한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산앵도나무속 즉 Vaccinium속 모든 수종은 아니지만 몇몇 수종들과 진달래과 다른 속 일부 수종을 xx코케모모라고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에는 앞 1676 게시글에서 다룬 바 있는 아르크토스타필로스 우바우르시도 포함된다. 우리 자생종은 아니지만 붉은 열매가 달리는 이 수종을 일본에서는 웅태도(熊苔桃)라고 하는데 여러모로 월귤과 비슷한 면이 있다. 하지만 잎 모양이 다르고 열매의 모양이 달라서 구분이 된다. 월귤은 꽃받침이 열매의 끝에 그 흔적이 남아 있지만 국내서 곰들쭉으로도 불리는 아르크토스타필로스 우바우르시는 꽃받침이 열매 꼭지에 위치하여 다르다.
1917년 20세기 최고의 식물채집가인 어네스트 윌슨이 함경도 낭림산에서 표본을 채취한 바 있는 북한은 물론 강원도 양양과 인제 홍천 등지에서도 발견되는 이 수종의 우리 이름 월귤은 1937년 정태현 도봉섭 등의 조선식물향명집에서 월귤나무라고 기록되어 있던 것을 1942년 정태현선생의 조선삼림식물도설에 그냥 월귤이라고 등재된 것에 근거한다. 그 외에도 정태현선생은 1942년 조선삼림식물도설에서 이명으로 땃들쭉을 제시하여 흥미를 끈다. 땃들쭉이란 땅을 기면서 자라는 땅들쭉이라는 뜻인데 서양의 berry에 대응하여 들쭉이라는 순수 우리말을 쓰려고 시도한 것으로도 보인다. 그러니까 Vaccinium속 수종들 전체를 아우르는 용어로 중국에서 속명으로 사용하는 월귤보다는 들쭉이라는 순수 우리 이름이 보다 더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었거나 아니면 의도적으로 사용하려고 시도하였음을 보여준다. 그 이후에도 1982년 안학수 등의 한국농식물자원명감에서도 땅들쭉나무가 제시되고 1996년 이우철박사도 한국식물명고에서 북한 방언이라고 땅들쭉을 제시한 바 있다. 만약 이 수종을 월귤이라는 중국 이름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땅들쭉이라고 하였더라면 이 속의 이름도 들쭉속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리는 이 속을 과거에는 정금나무속이라고 하다가 최근에 산앵도나무속이라고 하는데 지금이라도 들쭉나무속이라고 하는 것이 학명과도 맥을 같이 하므로 여러모로 바람직해 보인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북미 원산의 아종인 Vaccinium vitis-idaea subsp. Minus도 원종에 통합시키고 있지만 이를 월귤의 아종으로 그대로 인정하여 분류하는 학자들도 있다.
월귤은 서양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 자생하는 만큼 일반적으로 부르는 영어 이름 또한 매우 다양한데 그 중에서 스웨덴에서 부르는 이름 lingonberry가 대표적이다. Lingon에 무슨 뜻이 있다기보다는 스웨덴에서 이 수종을 예로부터 부르던 이름이다. 그 외에도 그 열매가 cranberry로 불리는 넌출월귤의 열매를 많이 닮았다고 mountain cranberry로 불리기도 하며 소가 좋아하는 먹이라고 cowberry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월귤은 그 열매에 유기산, 비타민C, 베타카로틴, 비타민B 외에도 칼륨, 칼슘, 마그네슘, 인 등 많은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동서양 여러 나라에서 식용 또는 건강식으로 활용되었다. 신맛이 강하여 그냥 생식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이를 차로 마시거나 익혀서 설탕 등을 가미하여 잼이나 육류용 소스로 활용하였다고 한다. 약으로도 사용하였는데 서양에서는 호흡기 질환용으로 사용하고 중국에서는 약한 독성이 있는 잎 즉 월귤엽(越橘葉)을 요도소독제(尿道消毒剂)라고 하며 요도염이나 방광염 등 주로 비뇨기 질환의 치료용으로 활용하였다.
등록명 : 월귤
이 명 : 땅들쭉, 땃들쭉
학 명 : Vaccinium vitis-idaea L.
분 류 : 진달래과 산앵도나무속 상록 왜성 관목
원산지 : 강원도 이북, 전세계 북반구 전지역
영어명 : lingonberry, mountain cranberry, cowberry
중국어 : 월귤(越桔) 온보(温普) 홍두(红豆) 아흘탑(牙疙瘩) 아격달(牙格达)
일본명 : コケモモ(苔桃) いわもも(岩桃)
수 고 : 지하부분 세장포복 근상, 지방부분 직주 10~20cm
줄 기 : 섬세, 직립 혹 하부 평와, 회백색 단유모
잎특징 : 밀생, 혁질, 타원형 도란형
잎크기 : 7~20 x 4~8mm
잎모양 : 끝 원, 가끔 오목 또는 볼록, 기부 관설형, 변연 반권, 얕은 파생 거치
잎면모 : 전면 무모 혹 중륵 미모, 후면 선점상 복생 단모
잎면맥 : 전면 중륵 측맥 약간 오목 후면 약간 돌기, 양면 약한 망맥
잎자루 : 1mm, 미모
꽃차례 : 총상화서, 전년지 끝, 1~1.5cm, 약간 처진 2~8송이, 화서축 섬세 미모
포 편 : 홍색, 관란형, 3mm, 소포편 2, 난형 1.5mm
꽃자루 : 1mm, 미모
꽃받침 : 무모, 악편 4, 관3각형, 1mm
꽃부리 : 백색 혹 담홍색, 종상, 5mm, 4렬, 상부 1/3, 열편 3각상란형, 직립
수 술 : 8, 화관비 단, 3mm, 화사 단, 미모, 약실배부무거, 약관과약실 등장
암술대 : 화관보다 약간 김
열 매 : 장과 구형 지름 5~10mm, 자홍색
개화기 : 6~7월
결실기 : 8~9월
용 도 : 약용, 식용
내한성 : 영하 40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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