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산앵도나무속으로 등록된 원종 기준 16종을 국명으로 분류하면 월귤이 6종이나 되고 그 다음 모새나무와 블루베리가 각 3종씩이 된다. 나머지 산앵도나무와 정금나무 들쭉나무 매자나무는 각각 1종이다. 이는 외래종을 신규로 등록할 때 되도록 월귤이나 모새 또는 블루베리라는 이름으로 명칭을 붙였다는 이야기이다. 나름대로 이 속의 수종들에게 통일된 이름을 붙이려는 시도는 이해하겠지만 식물분류학상 이 속의 모식종인 들쭉과 우리나라 과거 속명으로 썼던 정금 그리고 현재 속명인 산앵도를 쓰지 않고 월귤과 모새나무 또는 블루베리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 정말 생뚱맞다. 이게 우리나라 식물학계의 현실이다. 속명을 붙이는 사람 따로 있고 개별 수종의 추천명 즉 등록명을 정하는 사람 따로 있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다. 그것도 분류학적으로 어떤 기준이나 원칙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면 월귤이라는 이름이 붙은 6종 중에서 넌출월귤과 미국넌출월귤만 같은 넌출월귤 section(組)으로 분류되고 나머지 4종은 모두 제 각각 다른 4개의 조로 분류 된다. 그러니까 산앵도나무속 수종 중 월귤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특별한 근연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넌출월귤이 월귤과 어떤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이 전혀 아니므로 넌출들쭉이나 덩굴산앵도나무라고 불러도 안될 이유가 전혀 없다. 월귤이라는 이름이 원래 중국에서 온 것이며 중국에서는 이 속을 월귤속이라고 하지만 정작 이 수종은 월귤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가 월귤이라고 하는 이유는 바로 일본에서 덩굴월귤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산앵도나무속 즉 Vaccinium속을 식물분류학적으로 세분하면 두 개의 아속으로 구분이 된다. 하나는 대부분의 종들이 속하는 Subgenus Vaccinium 즉 산앵도나무아속이고 또 다른 하나는 Subgenus Oxycoccus 즉 넌출월귤아속이다. 이 넌출월귤아속에 속하는 수종들을 서양에서는 크랜베리(cranberry)라고 산앵도나무아속 들쭉 등의 빌베리(bilberry)나 식용하는 블루베리(blueberry) 또는 월귤의 링곤베리(lingonberry) 등과 구분하여 부르는 것이다. 크랜베리의 crane은 두루미 즉 학(鶴)을 의미한다. 넌출월귤의 꽃피는 모습이 마치 학의 목과 머리 그리고 부리와 같은 모습이기에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수종 중에서는 넌출월귤과 미국넌출월귤 그리고 산매자나무만 넌출월귤아속으로 분류되므로 크랜베리라고 불린다. 따라서 비록 국명이 xx월귤로 되어 있더라도 모두가 같은 크랜베리인 것은 아니고 링곤베리나 빌베리 디어베리(deerberry) 허클베리(Huckleberry)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그러니까 국명이 xx월귤이라고 어떤 특별한 연관성이 있는 것은 전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넌출월귤은 얼레지 비슷하게 뒤로 젖혀지는 꽃잎과 긴 열매자루 등에서 월귤과 현저한 차이를 보여서 구분이 쉽게 된다.
넌출은 덩굴과 비슷하기는 하지만 약간 어감이 다르다. 원래 15세기부터 너출이라고 하다가 20세기에 와서 넌출로 변한 순수 우리말로서 칡이나 등 또는 다래 따위의 길게 뻗어 나가 너절너절하게 늘어진 줄기를 말하며 주로 그 길이가 십여 미터나 되는 덩굴에 적합한 말이다. 그러므로 줄기의 길이가 고작 길이 1m 이내인 이 수종에는 다소 적합하지 않는 말이다. 우리나라 식물 중에 넌출이 들어간 이름이 7종이 되며 그 중 정명은 4종이 된다. 그 중 줄기의 길이가 10m가 넘는 먹넌출이나 넌출수국 등에는 어울리지만 넌출월귤이나 넌출비수리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넌출을 그냥 덩굴과 같은 의미로 파악하여 쓴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덩굴식물은 길이와 무관하게 다른 식물이나 물체에 의지해서 자라는 식물 즉 줄기가 뻗거나 다른 것을 감고 올라가는 식물을 뜻하는데 이 덩굴이 들어간 식물 이름은 145종이 되며 그 중 정명도 70종이나 된다. 넌출월귤이라는 우리 이름은 1942년 정태현박사의 조선삼림식물도설에 근거하지만 그 이후 박만규박사가 1949년 우리나라식물명감에서 덤불월귤이라고 제시한다. 덤불은 어수선하게 엉클어진 수풀을 의미하므로 덩굴과는 약간 의미가 다르다. 덩굴식물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가지가 엉클어지면서 자라는 관목도 덤불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넌출월귤은 키가 겨우 10~15cm에 불과하지만 주변 잡목이나 풀들과 어우러져 헝클어진 모습으로 자라기에 덤불모습을 하고 있는 데다가 일부 지방에서는 덤불을 덩굴과 같은 뜻으로 쓰기에 덤불월귤이라고 해도 안될 것은 없다. 그러다가 1982년 안학수선생 등이 저술한 한국농식물자원명감에서 덩굴월귤을 제시하였지만 채택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넌출월귤의 넌출은 덩굴이라고 해야 더 어울리고 월귤도 속명과 함께 적당한 용어를 선택하여 정비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넌출월귤의 학명 Vaccinium oxycoccus L.은 Vaccinium oxycoccos L.의 오기이다. 이는 식물분류학을 창설한 린네가 1753년 산앵도나무속 하나의 수종으로 명명한 것으로 이 수종이 들쭉이나 월귤과 마찬가지로 북반구 한랭한 기후의 전지역에 분포하기에 유럽에도 흔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1756년 영국의 작가 겸 작곡가이자 식물학자인 John Hill(1716–1775)이 이 수종을 속으로 승격시켜 새로운 Oxycoccus속을 신설하자 여러 학자들이 Oxycoccus palustris Pers. 등 여러 개의 종으로 세분하여 명명하였다. 그러나 현재는 모두 원상 복귀하였다. 분리 당시 속명이 Oxycoccus이었기에 종으로 복귀하면서 Vaccinium oxycoccus라고 잘못 스펠링하는 경우가 흔한데 우리나라도 그렇게 등록되어 있다. 따라서 수정을 요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현재 들쭉나무의 하위 품종으로 열매가 편구형이라는 굵은들쭉나무와 열매가 길쭉하다는 긴들쪽나무가 표본도 하나 없이 학명 Vaccinium uliginosum f. depressum와 Vaccinium uliginosum f. ellipticum으로 각각 등록되어 있으나 국제적으로는 이들 둘 다 넌출월귤에 통합시키고 있다. 글쎄 꽃의 모양이나 열매의 모양과 색상에서 들쭉과는 확연하게 차이를 보이는데 어떻게 일본 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1882~1952)이 명명하고 그의 동료 일본 임학자 우에키 호미키(植木秀幹, 1882-1976)가 1940년에 발표한 학명에는 들쭉나무의 품종으로 분류하였는지가 의문이다. 들쭉은 꽃받침과 꽃잎이 5개로 갈라지며 특히 열매의 색상이 흑자색으로 꽃잎이 4개이며 열매가 붉은 색인 넌출월귤과는 현저하게 구분이 되는데 뭔가 큰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넌출월귤이 백두산 인근에서만 자생하는데 붉은 딸기 같은 열매가 달리는 나무가 선태류와 함게 서식한다고 홍매태자(红莓苔子)라고 한다. 그 외에도 대과모호두(大果毛蒿豆)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쑥의 일종인 모호(毛蒿)를 닮은 이끼류들 속에서 콩 같은 큰 열매가 달린다고 붙은 이름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산이만(酸尔蔓)이라는 별명은 열매에서 신맛이 나는 덩굴식물이라는 뜻이고 전호(甸虎)라는 이름도 있는데 이는 아무래도 전과(甸果)나 용과(龙果)라고 불리는 들쭉의 이름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는 홋카이도와 혼슈 북부 한랭한 고원습지 물이끼류들과 함께 자생하는데 이를 츠루코케모모(ツルコケモモ)라고 부르며 한자로는 만태도(蔓苔桃)라고 쓴다. 일본에서는 월귤을 태도(苔桃)라고 하므로 만태도(蔓苔桃)는 덩굴월귤이라는 뜻이 된다. 겨울에 최저 영하 20도가 되는 한랭한 지역 고지대 습지에서 서식하는 넌출 월귤은 워낙 광범위한 지역에서 분포하기에 서양에서는 그냥 cranberry라고 하지만 미국에서 자생하는 미국넌출월귤에 비하여 열매가 작아서 small cranberry라고도 부른다. 그리고 워낙 물을 좋아하여 습지대에서만 서식하기에 bog cranberry 또는 swamp cranberry라고 즉 습지 크랜베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등록명 : 넌출월귤
이 명 : 덩굴월귤, 덤불월귤
피통합 : 굵은들쭉나무, 긴들쭉나무
학 명 : Vaccinium oxycoccus L. (미스 스펠링)
정 명 : Vaccinium oxycoccos L.
이 명 : Oxycoccus palustris Pers.
이 명 : Vaccinium uliginosum f. depressum Nakai ex Uyeki
이 명 : Vaccinium uliginosum f. ellipticum Nakai ex Uyeki
분 류 : 진달래과 산앵도나무속 상록 반관목
원산지 : 함경도, 중국, 일본 등 북반구 한대 전지역
영어명 : cranberry, small cranberry, bog cranberry, swamp cranberry
중국명 : 홍매태자(红莓苔子) 대과모호두(大果毛蒿豆) 산이만(酸尔蔓) 전호(甸虎)
일본명 : ツルコケモモ(蔓苔桃)
수 고 : 10~15cm
줄 기 : 세장, 포복성, 길이 80cm, 분지, 직립상승, 지름 0.5~1mm
가 지 : 유지 담갈색, 미유모, 노지 적갈색, 무모, 껍질 박리
잎특징 : 산생, 혁질, 장원형 난형, 정단 예첨, 기부 둔형, 변연반권, 무거치
잎크기 : 5~11 x 2~5mm
잎색상 : 표면 심록색, 배면 회백색
잎면맥 : 양면 무도, 표면 중륵 오목, 배면 볼록, 양면 망맥 측맥 흐림
잎자루 : 1mm, 근무모
꽃차례 : 1~4송이 지정, 산형착생
꽃자루 : 세장, 1~2cm, 단유모, 정단 아래로 휨
포 편 : 화경기부, 난형, 2mm, 무모
소포편 : 2개, 화경 중부, 선형, 1.5mm, 무모
꽃받침 : 무모, 4렬, 반원형, 0.5mm
꽃부리 : 담홍색, 4심렬, 열편 장원형, 4~6mm, 반절
수 술 : 8개, 2~3mm, 화사 편평, 미유모, 약실배부무거, 약관비 약실 단
자 방 : 4실
암술대 : 세장, 수술보다 약간 김
열 매 : 장과 구형 지름 1cm, 홍색
개화기 : 6~7월
결실기 : 7~8월
내한성 : 영하 40도
용 도 : 식용(건과, 잼, 양조 등) 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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