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진달래과/산앵도나무아과

1690 모새나무 – 남부수종인 자생 빌베리

낙은재 2022. 1. 22. 12:10

모새나무는 화서축 꽃자루 기부에 잎 모양의 포편이 있기에 종소명 bracteatum이 붙었다.

 

모새나무의 학명 Vaccinium bracteatum Thunb.는 린네의 직계제자로서 동양식물을 조사하러 1775년 일본을 방문하여 1년 이상 머물다 간 스웨덴 식물학자 칼 페테르 툰베리(Carl Peter Thunberg, 1743~1828)가 1784년에 명명한 것인데 여기서 종소명 bracteatum는 꽃 아래 포(苞)가 있다는 뜻이다. 모새나무는 그 열매가 영어로 sea bilberry 또는 Asiatic bilberry로 불리는 bilberry의 일종이지만 주로 열대 동남아시아에 분포하는 산앵도나무속 모새나무절(節)로 분류되어 주로 북반구 아한대지역에 분포하는 bilberry의 대표격인 산앵도나무속 들쭉나무절로 분류되는 들쭉나무나 유럽블루베리들과는 서식 환경이 많이 다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경우도 기후가 온난한 남해안 도서지방과 제주도에서만 자생하며 일본도 주로 관동지방 남부에서 오키나와까지 분포하며 중국의 경우도 주로 상해 이남지방에 분포하며 그 외 동남아시아와 인도에 분포한다. 그래서 영어로 아시아 빌베리라고 하는 것이며 염분에 강하여 주로 도서지방에서 자생하므로 sea bilberry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도 제주도를 비롯하여 완도 진도 흑산도 거제도 증도 등 주로 섬이거나 해안가에서 표본이 채집된 것 같다.

 

모새나무는 동아시아 온난한 지역에 분포한다.

 

키가 보통 2~6m로 자라지만 환경에 따라서는 최대 9m까지도 자라는 이 상록 관목 또는 소교목인 모새나무의 우리 이름인 모새는 순수한 우리말인데 국어사전에 의하면 모새는 가늘고 고운 모래를 뜻한다고 한다. 글쎄 굵은 모래라면 몰라도 가늘고 고운 모래는 이 수종의 지름 5mm 이상이 되는 꽃이나 열매를 두고서 붙인 이름이라고는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그래서 그 정확한 유래에 대하여 탐구하기 전에 주변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보자. 우선 일본에서는 혼슈의 가운데쯤 있는 이시카와(石川)현에서부터 서쪽으로 시코쿠, 규슈를 거쳐 오키나와에까지 주로 해안가에 넓게 분포하는데 이를 샤샴보(シャシャンボ)라고 부르며 한자로는 중국 이름 그대로 남촉(南燭)이라거나 아니면 일본 독자적인 이름 소소방(小小坊)이라고 쓴다. 샤샴보의 유래는 옛날 이름 사시부(さしぶ)에서 변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 사시부는 한자로 오초수(烏草樹)라고 써 이 나무 잎에서 검은 색소를 추출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리고 소소방(小小坊)이란 작은 것이 조롱조롱하다는 뜻인데 이 수종의 하얀 꽃이 줄기에 조롱조롱 매달린 모습에서 온 이름이다. 그 외에도 이 수종의 신엽이 마치 병든 것처럼 붉게 나온다고 화원에서는 주로 와쿠라바(わくらば)라고 즉 병엽(病葉)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국표식에서 밝힌 모새나무라는 우리 이름의 근거는 1937년 정태현의 조선식물향명집이며 그 유래는 제주도의 방언이라는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일본 이름에서는 그 어떤 연관성도 찾아보기 어렵다.

 

모새나무는 가을이 아닌 봄에 이런 붉은색 잎이 나온다.

 

그렇다면 중국은 산동성(山东省)에서부터 황해를 따라 강소성(江苏省)과 상해시(上海市) 절강성(浙江省)을 거쳐 복건성(福建省) 광동성(广东省) 광서장족자치구(广西壮族自治区)와 해남성(海南省) 등 남중국해와 접한 성에서 자생하지만 전혀 바다와 접하지 않은 안휘성(安徽省)이나 강서성(江西省) 호남성(湖南省) 사천성(四川省) 귀주성(贵州省) 그리고 운남성(云南省)에서도 분포하여 sea bilberry라는 영어 이름을 무색하게 만든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이 수종이 해안과는 무관하게 구릉지대나 해발 400~1,400m의 산비탈 숲속이나 관목 덤불 속에서 주로 서식한다고 묘사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모새나무를 남촉(南烛)이라고 한다. 촉(燭)은 촛불이나 등불을 의미하는데 가지에 하얗게 매달린 꽃이 등불이 매달린 것으로 봐서 그렇게 붙였을 것 같은데도 중국에서는 그 이름의 유래가 불상(不詳)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여러 성에서 널리 분포하다 보니 부르는 이름도 매우 다양하다. 염숙(染菽)과 오반수(乌饭树) 미반수(米饭树) 오반엽(乌饭叶) 미쇄자목(米碎子木) 포월귤(苞越桔) 등 무수한데 이 중에 염료로 쓰는 콩이라는 뜻의 염숙(染菽)과  포가 있는 월귤이라는 학명과 맥을 같이 하는 포월귤(苞越桔)이라는 이름 외에는 대부분 미반(米飯) 즉 쌀밥과 관련된 이름이 많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중국에는 도교의 태극진인(太极真人)이 수명을 연장하기 위하여 먹었다는 푸르거나 검은 신비한 밥을 청정반(青精饭) 또는 오미반(烏米飯)이라고 한다. 이 선가(仙家)의 불로장생 복식지법(服食之法)이 후세에 불교에 접목되어 4월 초파일에 먹는 음식이 되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한식절에 준비하는 식품 중 하나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포의족이나 장족들은 음력 3월 3일이나 청명절에 먹는 흑, 홍, 황, 백, 자색으로 구성된 오색반(五色饭)으로도 발전하게 된다. 이 흑청색 밥을 만들 때 사용하는 것이 바로 이 모새나무의 잎이었기에 오반수 오반엽 등의 이름이 붙은 것이다. 그런데 청색이나 흑색 색상이 있는 찰밥을 지었기에 그런 취지의 이름들은 쉽게 납득이 간다. 하지만 색상이 없이 그냥 백색인 미반수(米饭树)나 미반화(米飯花), 미쇄자목(米碎子木)이라고 밥이나 쌀가루라고 부르는 것에 대하여는 요즘 중국 사람들도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냐고 의문을 표한다. 이 또한 흑청색 밥을 지을 때 쓰는 나무라는 의미에서 붙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워낙 하얀 꽃이 작아서 쌀과 같이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설명해도 이해가 될 법도 하다. 여하튼 이 미반수(米饭树)라는 이름이 놀랍게도 우리 이름 모새나무와 일맥 상통하는 것이 흥미롭다. 모새가 고운 모래라는 뜻 외에도 우리나라 심마니들이 쓰는 은어로서 쌀을 이르는 모래미와 같은 뜻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중국 풍속에 삼진날이나 한식, 청명절 또는 초파일에 청정반 또는 오색밥을 지어 먹는데 흑청색 식용염료로 모새나무 잎이 사용된다.

 

그렇다면 대만에서 부른다는 미반수(米飯樹) 즉 쌀밥나무라는 이름이 제주도의 심마니들이 부르던 이름이라는 쌀나무 즉 모새나무와 과연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가 궁금하다. 하지만 정월 보름에 오곡밥(五穀飯)은 지어 먹어도 찹쌀 하나로 오색밥(五色飯)을 지어 먹는 풍습이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중국이나 대만에서 흑색 밥을 지을 때 염료로 그 잎을 썼다고 그걸 밥나무도 아닌 쌀나무라고 게다가 일반인들 용어도 아닌 산속에서 주로 생활하는 심마니들의 은어로 불렀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결국 조그마한 길이 6mm의 흰색 꽃이 줄기에 조롱조롱 달린 모습을 산속에서 심마니들이 봤을 때 쌀이 연상되어 모새나무라고 불렀다고 풀이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러니까 중국에서 검은밥이던 흰밥이던 밥나무라고 불렀다는 것과는 무관하게 우리 독창적으로 붙인 이름인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 보통 쌀의 사이즈는 길이 4~6mm이므로 이 모새나무 꽃 길이 4~7mm와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모새를 가늘고 고운 모래로 풀이하게 되면 길이 5~7mm의 모래를 결코 고운 모래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어색해 진다. 요즘 토양분류체계에 의하여 엄밀하게 따지면 지름 4.75mm가 넘는 입자는 고운 자갈로 분류하지 모래라고 하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쌀밥나무라고 하고 우리는 쌀나무라는 뜻으로 모새나무라고 한다.

 

모새나무는 중국에서 약재로 오래 전부터 사용하여 왔는데 그 부분은 잎과 열매 그리고 뿌리이다. 처음 약재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973~974년 송대 개보 6~7년에 유한(刘翰)과 마지(马志) 등에 의하여 편찬된 개보본초(开宝本草)이다. 개보본초는 그 뿌리가 전설상의 고대 3황(皇) 중 한명인 염제(炎帝) 신농씨가 저술하여 기원전 1세기경 전한 말기에 편찬되었다는 중국 의학의 성전이라고 할 수 있는 신농본초경(神农本草经)이다. 신농본초경(神农本草经)은 황제내경(黄帝内经) 등과 더불어 중국의학 4대 경전 중 하나로 꼽힌다. 신농본초경에서는 365종의 약재를 다루었는데 그 후 남북조시대 의학자인 도홍경(陶弘景, 456~536)이 480~498사이에 본초경을 기초로 하고 한나라 말기에 저술된 명의별록(名医别录)에 수록된 약재 365종을 추가하여 모두 730종의 약재를 다룬 본초경집주(本草经集注)란 저술을 남겼다. 이 본초경집주를 기초로 하여 659년 당대에 와서 새로운 약물 114종을 추가하여 편찬한 것이 당본초(唐本草)라고도 불리는 신수본초(新修本草)인데 730종에 114종을 추가하면 844종이 되어야 하는데 당본초에 수록된 약물은 모두 850종이라고 한다.

 

그 후 서기 974년 송나라 때 이 신수본초를 기초로 새로운 약물을 추가하여 모두 983종을 다룬 소위 송나라 버전의 신농본초경이 바로 개보본초(开宝本草)인 것이다. 여기서 처음으로 모새나무의 잎이 남촉엽(南烛叶)이라는 이름으로 독이 없고 익정기(益精气) 강근골(强筋骨) 명복(明目) 지설(止泄)에 효능이 있다고 수록된 것이다. 그러다가 후세 명나라에 와서 중국 역사상 가장 저명한 의사이자 약학자이며 박물학자인 이시진(李时珍, 1518~1593)이 나타나 1578년부터 1596년까지 27년간 무려 800종의 의서를 참고하여 집대성한 본초강목(本草綱目)이 등장하는데 거기에 수록된 약재가 무려 1892종이라고 한다. 여기에 모새나무의 열매와 뿌리가 남촉자(南燭子)와 남촉근(南燭根)이라는 이름으로 추가된 것이다. 참고로 1596년부터 시작되어 1610에 완성된 우리나라 의성 허준(許浚, 1539~1615)의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약 1400종의 약재명을 언급하고 일부 약재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하고 있지만 모새나무나 남촉(南燭)은 없다. 하지만 동의보감은 본초서가 아닌 처방서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즉 이시진의 본초강목은 약학서이지만 동의보감은 본초 성격의 탕액편 외에도 내경 외형 잡병 침구편이 포함된 의학서라는 점이 다르다.

 

등록명 : 모새나무

학   명 : Vaccinium bracteatum Thunb.

분   류 : 진달래과 산앵도나무속 상록 관목 소교목

원산지 : 제주도, 남해안 도서지방, 일본 중국 동남아 인도

영어명 : sea bilberry 또는 Asiatic bilberry

중국명 : 남촉(南燭), 오반수(乌饭树) 등

일본명 : 샤샴보(小小坊)

수   고 : 2~6m 최대 9m

줄   기 : 다분지, 유지 단유모 무모 적갈색, 노지 자갈색 무모

잎형태 : 박질 타원형 정단첨예, 기부설형, 변연세거치, 양면무모

잎크기 : 2~9 x 1~4cm

잎특징 : 망맥, 전면 광택, 후면 주맥 작은 돌기 다수

잎자루 : 2~8mm, 통상 무모

꽃차례 : 총상화서, 4~10cm 길이, 전년지 엽액, 다수 송이, 축 단유모

포   편 : 엽상 피침형, 05~2cm, 거치, 소포편 2개 1~3mm

꽃자루 : 1~4mm

꽃특징 : 백색, 통형, 항아리형, 5~7mm 길이, 수술 10개

열   매 : 장과, 흑자색, 지름 5~8mm 구형, 외면 통상 단유모, 백분, 새콤달콤

개화기 : 5~7월

결실기 : 9~10월

내한성 : 영하 8도

용   도 : 식용, 염료, 약용

 

모새나무 - 잎 전면에는 광택이 있다.
이렇게 큰 고목으로도 자란다.
모새나무 열매의 색상 변화
사스레피나무(좌측 사진의 오른쪽)와 잎 모양이 비슷하지만 거치가 가늘고 뒷면에 돌기가 있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잎 뒷면에 군데군데 돌기가 있다.
꽃받침이 열매 끝에 남아 이런 무늬를 만들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