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명 Vaccinium japonicum인 산매자나무는 그 학명에서 나타나듯이 일본 관동지방 이동(以東)지역에서 홋카이도까지 그리고 사할린에 분포하는 수종인데 우리나라 강원도 이북지방도 아닌 최남단 제주도에서 자생한다고 하니 처음부터 뭔가 예상과 어긋나고 있다. 그리고 산매자나무의 주 분포지인 일본에서는 어린 가지에 털이 없다고 분명하게 명시를 한다. 왜냐하면 어린 가지에 털이 있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털매자라고 국명을 붙인 Vaccinium japonicum var. ciliaris라고 하며 일본 혼슈 이서지방과 시코쿠 규슈 등지에 분포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산매자나무의 원종은 한랭한 기후를 선호하기에 제주도에서는 서식하기 어렵지만 털매자는 온난한 기후에 서식하기에 한라산에 서식할 충분한 환경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국제적으로는 1927년 일본 식물학자인 마츠무라 진조(松村 任三, 1856–1928)가 산매자나무의 변종으로 명명하고 나카이가 발표한 털매자의 학명 Vaccinium japonicum var. ciliaris (Matsum.) Nakai를 거의 모든 학자들이 원종인 산매자나무에 통합시키고 있다. 그럼 결국 우리나라 자생종은 원종인 아닌 변종인 털매자이더라도 이제는 원종에 통합되었으므로 결국 산매자나무가 우리 자생종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피통합된 털매자는 삭제되어야 마땅해 보인다.
이 수종은 또 하나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이 있는데 그게 바로 우리 이름 산매자나무이다. 매자나무에서 온 이름인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 둘이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가 궁금하다. 이를 파악하려면 먼저 매자나무의 이름 유래를 파악하여야 할 터인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매자나무의 어원을 아무도 시원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것 같다. 매자나무란 매자나무과 매자나무속 즉 Berberis속 관목들을 말하며 전세계 거의 500종이 분포하는데 가지와 잎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매자나무에는 주로 가시가 있으므로 자를 가시 자(刺)로 판단하여 매는 당연히 매실나무의 매(梅)일 것이라고 얼핏 생각하기 쉬우나 매자나무의 매는 순수 우리말이라고 모두들 말한다. 그 증거가 바로 우리 자생 매자나무들 중에서 가장 날카로운 가시를 가진 수종을 우리가 매발톱나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여기서 매는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하늘을 나는 맹금류(猛禽類)의 일종인 매 즉 응(鷹)임을 알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매자나무의 매도 조류 매를 뜻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뒤의 자는 아무래도 가시를 뜻하는 한자 자(刺)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게 되면 매자는 순수 우리말과 한자말을 섞어서 우리가 독창적으로 만든 이름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이 매자나무도 황벽나무와 같이 노란색 염료로 쓴다고 작은 황벽나무라는 뜻에서 소벽(小檗)이라고 하고 일본에서는 그 뿌리를 안약으로 쓴다고 메기(メギ, 目木)라고 불러 매화는 물론 맹금 매와 관련된 이름이 전혀 없다. 매자나무의 열매를 매자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를 한자로 매자(梅子)라고 쓸 경우에는 매자나무와는 무관한 매실(梅實)을 뜻하거나 매실나무 자체를 뜻하게 된다.
그럼 매자나무가 매의 발톱 같은 가시가 있는 나무라는 뜻이라면 왜 가시도 없는 오늘의 탐구 대상인 이 수종을 산매자나무라고 하였을까? 이 이름은 1937년 정태현 등의 조선식물향명집에 근거한다. 이 수종이 제주도에서만 자생하므로 제주도에서 부르던 이름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매자나무가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생하는 팥배나무의 이명으로도 쓰인다고 정태현선생은 1942년 조선삼림식물도설에서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그 도감에서는 산매자나무의 이명으로 물간두라는 정체를 모를 이름도 기록되어 있다. 매자나무와 산매자나무 그리고 팥배나무의 공통점이라면 아무래도 붉은 색 계통의 작은 열매를 들 수 있다. 특히 키가 큰 교목인 팥배나무는 전자 둘과의 비슷한 점이라고는 열매 외에는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산매자나무와 매자나무의 유사점은 열매 외에도 비슷한 사이즈와 모양의 작은 잎과 그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톱니가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한라산 중턱 이상 고지대에서 서식하는 관목으로서 매자나무와 비슷한 모양에 날카로운 잎을 가지고 있으며 열매도 매자나무와 비슷한 크기에 비슷한 모양에 그리고 비슷한 색상이므로 산매자나무라고 불렀다고 이해하면 될 듯하다. 하지만 여기에 걸림돌이 하나 있다. 제주도에는 자생하는 매자나무가 없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자생 매자나무들은 모두 경기 이북에 분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이름은 제주도 방언이 아니라 뭍의 사람들이 붙인 이름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학명 Vaccinium japonicum Miq.은 네덜란드 식물학자인 Friedrich Anton Wilhelm Miquel(1811~1871)이 일본에서 채집한 표본을 대상으로 1863년에 명명한 것인데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 사이 한 때 일본 학자 나카이에 의하여 1917년 새로운 속으로 명명된 학명 Oxycoccoides japonica (Miq.) Nakai로 표기도 하다가 현재는 원상 복귀했다. 하지만 현재도 산앵도나무속을 세분류할 경우 넌출월귤아속 산매자나무조(section)로 세분류되어 넌출월귤과 여전히 가까운 관계임을 나타낸다. Oxycoccoides는 라틴어로 넌출월귤조인 Sect. Oxycoccus 수종들의 열매를 닮았다는 뜻이다. 그리고 1991년에 캐나다 식물학자에 의하여 미국 남동부에 분포하는 southern mountain cranberry로 불리는 수종의 아종이라고 Vaccinium erythrocarpum subsp. japonicum (Miq.) Kloet라는 학명이 발표된 바도 있으나 현재 널리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다. 그리고 국내 일부 자료에는 국내 자생종을 1941년 독일 식물학자가 명명한 학명 Vaccinium japonicum var. fauriei Sleumer이라고 표기하고 있으나 이 또한 원종에 통합되었다. 그리고 문제는 털매자인데 학명 Vaccinium japonicum var. ciliaris (Matsum.) Nakai는 전술한 바와 같이 1927년 일본 식물학자인 마츠무라 진조(松村 任三, 1856–1928)가 산매자나무의 변종으로 명명하고 나카이가 발표한 것이다. 원종과는 달리 기후가 온화한 혼슈 중부 이남과 규슈 및 우리나라 제주도에도 분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산매자나무를 아쿠시바(アクシバ)라고 하며 한자로는 회즙시(灰汁柴)라고 쓴다. 그 어원에 대한 정설은 없지만 대체로 그 나무를 태워 세탁용 잿물(灰汁)을 만들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으로 본다. 그리고 털매자는 어린 가지에 털이 있다고 케아쿠시바(ケアクシバ, 毛灰汁柴)라고 한다. 하지만 이 털매자 또한 현재는 원종인 산매자나무에 통합되어 그 이명으로 처리되고 있다. 제주도의 산매자나무는 어린 가지에 선모(腺毛)가 있다고 하므로 털매자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우리나라 제주도에 산매자나무가 자생한다고 당연히 말할 수 있지만 보다 엄밀하게 말하면 과거 변종이었던 털매자가 분포한다고 보는 것이 옳을 듯하다. 하지만 제주도에서 촬영한 사진에 의하면 제주도 산매자나무에는 일본의 털매자와 같은 많은 털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는 거의 털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래서 털매자가 하나의 변종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이제는 가지에 털이 있던 없던 모두 산매자나무로 통합되어 따질 필요도 없지만 과거 기준으로는 산매자나무와 털매자 둘 다 공존한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어차피 통합된 마당에 거론하기도 싫지만 그래도 우리 이름 털매자는 매자나무의 변종이 아니고 산매자나무의 변종이므로 털산매자나무라고 해야 이치에 부합한다.
원종은 자생하지 않고 또 다른 변종만 둘 자생하는 중국에서는 가지가 편평하다고 이 조를 편지월귤(扁枝越桔)조라고 하고 원종을 일본편지월귤(日本扁枝越桔)이라고 한다. 그리고 중국 장강 이남 각성에 분포하는 변종인 학명 Vaccinium japonicum var. sinicum을 편지월귤(扁枝越桔)이라고 하지만 중국고등식물도감(中国高等植物图鉴)에 의하면 그 별명이 산소벽(山小璧, 山小檗)이라고 중국식물지에 수록되어 있다. 바로 여기에서 우리 이름 산매자나무의 유래에 대한 실마리가 될 만한 자료가 나온다. 전술한 바와 같이 중국에서 매자나무를 소벽(小檗)이라고 하므로 산소벽이란 결국 산매자나무라는 것이 된다. 중국고등식물도감(中国高等植物图鉴)은 한중수교가 이루어지기 20년도 전인 1972년에 발간된 도감인 데다가 우리 자생종도 아닌 중국 고유종의 이름에 우리나라 식물명이 거꾸로 영향을 주어 산소벽이라고 등재하였을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따라서 그 반대로 이 산소벽이라는 이름이 우리 이름 결정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진다.
등록명 : 산매자나무
이 명 : 물간두
이 명 : 털매자(피통합)
학 명 : Vaccinium japonicum Miq.
이 명 : Vaccinium japonicum var. ciliaris (Matsum.) Nakai(피통합)
이 명 : Vaccinium erythrocarpum subsp. japonicum (Miq.) Kloet
분 류 : 진달래과 산앵도나무속 낙엽 관목
원산지 : 제주도, 일본
중국명 : 일본편지월귤(日本扁枝越桔)
일본명 : 아쿠시바(アクシバ) - 회즙시(灰汁柴)
영어명 : mountain cranberry
수 고 : 0.4~2m
줄 기 : 직립, 다분지, 가지 편평, 녹색, 무모, 선모, 구릉
잎특징 : 산생, 유시 대홍색, 지질, 난형 피침형
잎크기 : 1.5~6 x 0.7~2cm
잎모양 : 정단예첨, 가운데 넓음, 기부 관설형, 세거치 치첨 샘선 돌기
잎면모 : 상 무모, 단유모 하 근무오 중륵기부 단유모
잎면맥 : 중륵 측맥 섬세, 상면 흐릿, 하면 초돌기
잎자루 : 1~2mm, 무모, 단유모
꽃차례 : 단생 전년지 엽액, 하수, 화경 섬세 5~8mm, 무모, 무관절
소포편 : 2, 화경 기부, 피침형, 2~4mm, 무모
꽃받침 : 악통부 무모, 악렬편 4, 3각형, 1~1.5mm, 정단돌첨, 기부연합
꽃색상 : 백색, 유시 대담홍색
꽃모양 : 미개방시 통형, 8~10mm 길이, 4심렬 하부 1/4, 열편선상피침형, 화개후 반권, 화관관이 악렬편대비 2배
수 술 : 8개, 길이 9mm, 화사 편평, 1~2mm, 유모
약 실 : 배부무거, 약실 약관 등장
열 매 : 장과, 5mm, 녹색, 구형, 성숙후 전 홍색
개화기 : 6월
결과기 : 9~10월
내한성 : 원종은 영하 29도 털매자는 영하 20도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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