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과는 우리나라에 모두 31개 속이 등록되어 있지만 워낙 진달래와 철쭉 연산홍 만병초 등으로 구성된 진달래속이 유명하면서도 수적으로 방대하여 나머지 30개 속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데다가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이 많다. 그 중에서는 그래도 Vaccinium속 즉 산앵도나무속이 16개 종이 등록되어 있어 수적으로는 진달래속 다음으로 많다. 요즈음 앞 1685번 게시글에서부터 이 산앵도나무속 수종들을 하나하나 탐구하고 있는데 그 개개 수종들의 이름이 생소하기도 하고 엉뚱하기도 하여 일목요연(一目瞭然)하게 파악되지 않는다. 즉 같은 속임에도 불구하고 일관성이 없이 매우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어서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작고 동그란 열매가 달리는 키가 작은 관목이 주류를 이루는 이 속을 서양에서는 모두 berry라고 부르며 중국에서는 월귤(越桔)이라고 일관성 있게 부르지만 일본과 우리는 통일된 이름이 없어 수종마다 이름을 달리하고 있다. 이제까지 탐구한 바에 의하면 이들 열매를 들쭉이나 월귤 또는 모새, 산매자 그리고 블루베리라고 정말 다양하게 불러 왔다. 이번에 또 하나의 새로운 이름이 등장하는데 그게 바로 산앵도(山櫻桃)이다. 산앵도나무는 우리나라 거의 전역에서 자생하는 키 1m 미만의 진달래과 이 관목을 이르는 말이지만 이 산앵도나무가 속하는 Vaccinium속을 부르는 속명이기도 하다.
먼저 앵도라는 용어에 대하여 파악해 보자. 앵도는 중국에서 온 한자어인데 중국의 앵도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앵두라고 부르는 학명 Prunus tomentosa인 앵도나무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 온 한자어 앵(櫻)은 줄기에 다닥다닥 붙은 작은 열매가 구슬을 꿰어서 만든 여자들의 목걸이 같다고 형상화 한 글자이다. 그러니까 중국에서는 원래 꾀꼬리가 쪼아먹기를 좋아하는 복숭아를 닮은 열매라고 앵도(鶯桃)라고 하다가 그 모습이 영주(璎珠) 즉 구슬 목걸이를 닮았다고 앵도(櫻桃)로 불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앵(櫻) 단독으로 쓰이기보다는 주로 도(桃)나 화(花)와 결합되어 쓰이는 것이다. 앵도라고 할 때는 그 식용 가능한 열매를 염두에 두고서 하는 말이므로 영어 cherry에 상응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앵화라고 할 때는 벚나무로 대표되는 아름다운 꽃이 피는 관상용 수종을 뜻한다. 앵도(櫻桃)와 앵화(櫻花)는 넓은 의미로는 앵속(櫻屬)의 수종들을 통칭하는데 그 중에서 세계적으로 널리 식용 과일로 재배하는 앵도(櫻桃)는 4종류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중국에서 좁은 의미에서 앵도(樱桃)라고 부르는 학명 Cerasus pseudocerasus인 국내 미등록종인데 이를 일본에서는 당실앵(唐実桜)이라고 한다. 우리 말로는 중국 체리 정도로 인식하면 되겠다. 그리고 또 다른 두 종은 서양에서 도입된 체리인데 단 맛이 나는 양앵두와 신 맛이 나는 신양앵두로 구분이 되고 마지막 하나가 상품성이 다소 떨어지는 우리가 익히 아는 앵도(앵두)나무인데 이를 중국에서는 모앵도(毛樱桃)라고 한다.
앵화(櫻花) 중에서는 아무래도 일본과 우리나라 원산 벚나무가 아름다운데 일본에서 벚나무를 사쿠라라고 하면서 중국 한자 앵(櫻)을 간략하게 만든 앵(桜)이라는 일본식 한자로 쓴다. 그러니까 중국의 앵도(樱桃)는 중국 요녕성에서 사천성까지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중국체리라고 불리는 식용 열매가 달리는 학명 Cerasus pseudocerasus를 말하고 우리나라에 흔한 앵두가 달리는 앵도나무는 중국에서는 모앵도(毛樱桃)를 정명으로 삼지만 동북지방에서는 앵도(樱桃)라고도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도입 될 당시에 모앵도가 아닌 그냥 앵도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을지도 모른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앵도(앵두)나무를 처음부터 앵도라고 하지 않고 유스라우메(梅桃)라고 우리나라 이스라지의 함경남도 방언이라는 유수라지나무의 영향을 받은 것 같은 이름으로 부른다.
가수 김정애가 노래하고 한복남이 작곡한 1956년에 발표된 유행가 ‘앵두나무 처녀’는 부산에서 활동한 작사가 천봉(1923~1989)이라는 분이 가사를 붙인 것인데 거기에는 분명 다음과 같이 앵두나무로 되어 있다.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 났네
물동이 호미자루 나도 몰라 내던지고
말만 들은 서울로 누굴 찾아서
이뿐이도 금순이도 단봇짐을 쌌다네
이건 오타이거나 맞춤법 실수가 아니다. 민가의 정원이나 마을의 우물가에서 이른 봄에 수줍은 듯 하면서도 화사하게 피는 꽃이 지고난 다음 늦봄 또는 초여름에 빨간 열매가 달리면 그 새콤달콤한 열매를 따먹던 관목을 지금 현재도 표준어로 분명 앵두나무라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식물의 이름을 정하여 등록관리하는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앵도나무라고 되어 있다. 그 외에도 앵도라는 이름이 붙은 식물은 산앵도나무와 복사앵도나무 물앵도나무 개앵도나무 등 몇 종이 더 있지만 앵두라는 이름을 정명으로 붙인 식물은 하나도 없다. 다만 이 산앵도나무의 이명인 물앵두나무와 산이스라지의 이명인 산앵두나무 등만 더러 있을 뿐이다. 이렇게 표준어 앵두가 아닌 한자어에 기반을 둔 옛 이름 앵도를 굳이 고집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아니면 무슨 아집인지는 모르겠다. 사실 앵두나무는 우리 자생종이 아니고 중국에서 도입된 외래종인데 그것도 그다지 멀지 않은 1600년대에 도입되었다니 조선조 임진왜란 이후가 된다. 도입 당시부터 한자어 이름인 앵도(櫻桃)가 쭉 사용되어 오다가 20세기에 와서 앵두로 변했다고 한다. 거의 모두가 앵두라고 하니 원래는 앵도이었지만 대세에 따라서 앵두만을 표준어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자도(紫桃)가 자두가 되고 호도(胡桃)가 호두로 변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모두 도가 아닌 두를 현재 표준으로 삼는다. 그러나 우리나라 식물학계에서는 이를 거부하고 원산지 중국에서도 그렇게 쓰지 않는 이름인 앵도(櫻桃)를 끈질기게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앵도가 바로 앵두이다가 보니 산앵도 또한 산앵두와 다를 바가 없다. 우리나라에는 진달래과의 이 산앵도나무 외에도 장미과 벚나무속 수종 중에 산앵도나무와 산앵두나무라고 이명으로 불리는 우리 자생종들이 있다. 장미과 벚나무속의 앵도나무의 앵두와 비슷한 작은 열매가 달리는 야생 관목 중 하나인 산이스라지의 이명으로 산앵두나무가 국표식에도 등재되어 있다. 그래서 진달래과 산앵도나무와 장미과 산앵두나무 즉 산이스라지가 전혀 다른 식물이므로 그 용어 자체도 다를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학명 Prunus japonica인 산이스라지의 변종인 학명 Prunus japonica Thunb. var. nakaii인 이스라지의 경우는 그 이명이 국표식에 등재되어 있지는 않지만 산앵도나무와 산앵두나무 둘 다로 불리었다. 그러니까 하나의 수종이 산앵도로도 산앵두로도 불렸던 것이다. 한자어인 앵도(櫻桃)를 정명으로 고집하는 책상머리 학자들과 그냥 민간에서 널리 불리는 이름인 앵두 그대로 인식하는 일반인들 간의 괴리라고 볼 수 있다. 여하튼 산앵도나무는 1942년 정태현선생의 조선삼림식물도설에서 비롯되는데 원래는 장미과 벚나무속 앵도나무 근연종인 이스라지를 부르던 산앵도나무라는 이름을 진달래과 수종에다가 붙인 이유는 단 하나 그 열매의 색상과 사이즈가 비슷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게다가 서양에서 berry라고 부르는 진달래과 산앵도나무속 수종들의 열매를 부를 적당한 우리말이 없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끌어다 붙인 것이다. 그래서 이미 앞에서 들쭉과 월귤, 산매자, 모새 및 블루베리가 등장하였고 여기 산앵도에다가 앞으로 정금과 지포가 더 등장하게 된다.
산앵도나무의 학명 Vaccinium hirtum Thunb. var. koreanum (Nakai) Kitam.를 보면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수종이 원종이 아니고 변종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 이 학명은 원래 린네의 직계제자로서 동양식물을 조사하러 1775년 일본을 방문하여 1년 이상 머물다 간 스웨덴 식물학자 칼 페테르 툰베리(Carl Peter Thunberg, 1743~1828)가 일본에서 표본을 채취하여 1784년에 발표한 학명 Vaccinium hirtum Thunb.의 변종 형식으로 되어 있다. 원종을 일본에서는 열매의 모양이 절구통을 닮았다고 우스노키(ウスノキ, 臼の木)라고 한다. 여기서 종소명 hirtum은 털이 많다는 뜻이다. 가지와 잎 뒷면 꽃자루 수술 등에 털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우리나라 식물 조사를 위하여 일본에서 온 젊은 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1882~1952)이 국내서 새로운 산앵도나무속 신종을 발견하였다고 1922년에 독립된 신종으로 Vaccinium koreanum Nakai라는 학명을 발표한다. 1906년 금강산에서 채집한 표본이 남아 있다. 그렇게 50년 동안 원종의 신분을 유지하다가 1972년에 일본학자 키타무라 시로(北村四郎, 1906~2002)에 의하여 일본 우스노키의 변종으로 편입이 되면서 현재의 학명이 탄생한 것이다.
원종인 일본의 우스노키(ウスノキ, 臼の木)는 3개의 변종이 존재하는데 그 중 하나가 거의 우리나라에서만 분포하는 산앵도나무인 것이다. 이를 일본에서는 조센스노키(チョウセンスノキ, 朝鮮酢の木)라고 한다. 그런데 일본 원종과 우리 산앵도나무가 거의 비슷하여 구분하기 힘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일본 원종에 통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본 우스노키는 별명으로 카쿠미노스노키(カクミノスノキ, 角実の酢の木)라고도 불릴 정도로 열매에 5개의 능선이 뚜렷하게 각이 잡혀 있어 우리나라 산앵도나무와는 외형상 현저한 차이점을 보여 준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이상한 점은 원종은 절구 같은 열매가 달린다고 그 이름이 우스노키(ウスノキ, 臼の木)인데 왜 우리나라 변종이라는 산앵도나무는 조선 우스노키(臼の木)라고 하지 않고서 조선(朝鮮) 스노키(スノキ)라고 즉 초나무(酢の木)라고 하느냐는 것이다. 그 이유는 초창기 나카이가 우리나라서 신종을 발견하여 발표할 때는 우스노키의 변종이 아닌 독립된 종으로 발표하였기에 일본에서는 비록 열매의 색상은 검어서 다르지만 잎과 꽃이 우리 산앵도나무와 가장 비슷한 학명 Vaccinium smallii인 일본명 스노키(酢の木)에 비유하여 이름을 붙였기 때문이다. 국내 미등록종인 이 수종의 잎에서 신맛이 나기에 초(酢)나무라고 하는 것이다. 지금은 우스노키의 변종으로 편입되었으므로 조선우스노키라고 해야 논리적으로 옳겠지만 이미 굳어졌기에 변경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초나무(酢の木)가 바로 일본에서 이 속 즉 Vaccinium속을 부르는 속명이다. 드디어 여기서 우리나라에서 이 속을 과거 정금나무속이라고 하다가 산앵도나무속이라고 변경한 이유가 밝혀진다. 일본에서 이 속을 스노키속(スノキ属)이라고 하고 우리 산앵도나무를 조선스노키라고 하므로 스노키가 산앵도나무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따라서 산앵도나무속으로 변경한 것 같다. 이런! 정작 일본에서는 산앵도나무는 우스노키라고 그 끝 발음은 같지만 절구나무(臼の木)라고 스노키의 초나무(酢の木)와는 근본적으로 글자 자체가 다른데도 말이다.
산앵도나무는 우리나라 거의 전역에 분포하여 여기 양평 용문산에만 가도 어렵지 않게 볼 수가 있다. 산앵도나무는 과거에는 우리나라에서만 서식하는 고유종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중국에서도 최근에 백두산 인근 길림성 외에도 요녕성에서도 발견된다고 하므로 더 이상 우리나라 고유종이라고 할 수는 없게 되었다. 고유종이던 아니던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중국에서는 산앵도나무를 붉은 열매가 달린다고 홍과월귤(红果越桔)이라고 부르는 것 외에 조선월귤(朝鲜越桔)이라고도 한다. 산앵도나무는 산앵도나무속을 세분할 경우 bilberry의 대표격인 유럽블루베리가 속하는 Sect. Myrtillus와 반쯤 가깝다고 Sect. Hemimyrtillus조(組)로 분류하며 일부에서는 미국 원산 블루베리와 같은 조인 Sect. Cyanococcus로 분류하기도 한다. 따라서 열매를 굳이 구분하려면 빌베리보다는 블루베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산앵도나무를 비록 열매의 색상이 청색이 아닌 적색이지만 Korean blueberry라고 한다. 미국산 식용 블루베리와 동일한 수종은 국내에 없지만 우리 자생종 중에서는 이 산앵도나무와 정금나무가 그래도 가장 가까운 셈이다.
등록명 : 산앵도나무
이 명 : 꽹나무, 물앵도나무, 물앵두나무
학 명 : Vaccinium hirtum Thunb. var. koreanum (Nakai) Kitam.
이 명 : Vaccinium koreanum Nakai
분 류 : 진달래과 산앵도나무속 낙엽 관목
원산지 : 우리나라 전역, 중국 길림 요녕
영어명 : Korean blueberry
중국명 : 홍과월귤(红果越桔), 조선월귤(朝鲜越桔)
일본명 : 조센스노키(朝鮮酢の木)
수 고 : 1m
줄 기 : 유지 녹색 능선 백색 단모, 노지 무모
엽 편 : 지질, 다수 산생, 타원형 난형
잎크기 : 3~6.5 x 1.3~3cm
잎모양 : 정단 예첨 기부 설형 변연 세거치
잎면모 : 유시 양면 백유모, 증륵과 측맥 섬세, 전면 현저 배명 미융기
잎자루 : 1~2mm, 유모,
꽃차례 : 총상화서, 전년지 끝 엽액, 1~3송이 하향
꽃자루 : 3~6mm, 단모 가끔 무모, 유관절
포 편 : 꽃자루 하부 막질 포, 조기 탈락
꽃받침 : 광종형, 5렬, 열편 3각형
꽃부리 : 적색을 띤 황록색, 6~7mm 길이, 종형, 선단 5렬, 반곡
수 술 : 10개 암술을 감쌈, 화사 모
화 주 : 5~7mm
열 매 : 장과, 꽃받침 5치 숙존, 지름 7~8mm, 난상 구형, 적색, 식용
개화기 : 4~5월
결실기 : 7~9월
내한성 : 영하 29도
용 도 : 열매 식용, 소량으로 달려서 경제성은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표식에 색산앵도나무라고 정체 불명의 학명 Vaccinium hirtum var. variegatum Nakai로 등록된 수종이 있다. 이는 아마 잎에 무늬가 들어간 변종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합법적인 학명도 아닌 데다가 설혹 그런 무늬종이 있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원예품종 형식인 Vaccinium hirtum 'Variegatum'로 학명 표기되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이런 학명을 가진 원예품종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아서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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