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진달래과/산앵도나무아과

1698 정금나무 – 지포나무를 통합한 블루베리 유사종

낙은재 2022. 2. 4. 16:29

정금나무의 꽃과 열매는 신년지 끝에서 나온다.
정금나무
정금나무
정금나무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서 자생하는 정금나무의 학명 Vaccinium oldhamii Miq.는 영국 왕립정원인 큐의 정원사이자 큐에서 해외로 파견한 마지막 식물채집가로서 1861년에 동아시아에 와서 1864년 대만에서 우울증 이질 등의 병을 얻어 중국 하문에서 27세라는 젊은 나이에 애석하게 사망하기까지 일본과 우리나라 중국 및 동남아에서 왕성하게 수많은 식물을 채집한 Richard Oldham(1837~1864)이 1863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채집한 표본을 대상으로 네덜란드 식물학자인 Friedrich Anton Wilhelm Miquel(1811~1871)이 1865년에 채집가의 이름으로 명명한 것인데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를 애석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우리나라를 거쳐간 인연이 있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그 당시 본국 큐의 초대 원장이던 William Jackson Hooker경으로부터 임무태만에 뒷거래까지 한다는 의심마저 받아서 금전적 의료적 지원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온갖 병에 시달리는데도 방치되어 죽음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의 사후에 일본과 대만에서 채집한 무려 14,000점의 표본이 영국에 도착한 다음에야 오해인 줄을 알았으나 그게 무슨 소용일까? 그래도 이렇게 그의 이름으로 명명된 식물들이 있어 그의 영혼이 조금이라도 위로되려나 모르겠다. 우리나라에도 그의 이름으로 명명된 학명이 정금나무와 합다리나무 대만철쭉 등 17종이나 등록되어 있다.

 

정금나무는 한중일에서만 자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정금나무가 남한 거의 전지역에 분포하지만 북한에는 비교적 기후가 온난한 황해도에서만 자생하는 것으로 도감에 설명되어 있다. 그래서 정금나무의 내한성이 약할 것이라고 판단하기 쉽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는 홋카이도에서 규슈까지 거의 전지역에 분포한다. 실제로 내한성이 영하 29도로 그다지 약하지도 않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산동반도에서 자생한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이 정금나무가 신엽이 나올 때 붉은 색을 띠고 나와서 초여름에 마치 아름답기로 유명한 검양옻나무와 같이 단풍이 든다고 여름 검양옻나무라는 뜻으로 나츠하제(ナツハゼ)라고 하며 한자로는 하로(夏櫨)라고 쓴다. 일본에서는 화장품이나 크레용, 초 등의 재료로 또는 목재나 약재로 다양하게 쓰임새가 많고 가을에 단풍마저 매우 아름다워 대량으로 재배도 하는 검양옻나무를 하제노키(ハゼノキ, 櫨の木)라고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금나무는 초여름에 잎의 색상이 붉게 변했다가 다시 잠시 녹색으로 회복하였다가 가을에 다시 아름다운 단풍이 든다. 중국에서는 이 정금나무를 잎의 가장자리 톱니에 샘털 즉 선모(腺毛)가 있다고 선치월귤(腺齿越桔)이라고 부른다. 이 중국과 일본의 이름에서 벌써 이 수종의 대표적인 특징 일부를 포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우리 이름 정금나무가 중국과 일본과는 관련이 없는 순수 우리 독창적인 이름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정금나무는 꽃망울이 맺힐 4월에 이미 붉은 색을 띠고 있다가 초여름에 우측과 같은 붉은 모습이다.
검양옻나무 - 단풍이 좋고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나무이다.
정금나무의 잎 가장자리 톱니에 샘털이 있어 중국에서는 선치월귤(腺齿越桔)이라고 한다.

 

우리 이름 정금나무는 1937년 정태현선생 등의 조선식물향명집에 근거하며 전남 방언이라고 한다. 그 목록집에 이명으로 조가리나무도 같이 등재되어 있으며 잎 뒷면이 백색인 정금나무의 변종을 충남 방언이라며 지포나무라고 하였다. 정태현선생은 몇 년 후인 1942년에 발간한 조선삼림식물도설에서는 정금나무의 이명으로 제주도 방언이라며 종가리나무를 기록하고 충남에서는 정금나무도 지포나무라고 불렀다고 기록한다. 징금이라고도 한다는 정금은 전라도 방언으로 머루를 뜻한다고 한다. 매우 그럴싸한 이야기이다. 우리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산앵도나무속 berry들을 포도에 많이 비유한다. 그리고 조가리와 종가리는 제주도 방언이라는데 전라도에서는 종가리를 종지의 전남 방언이라고도 한다. 아닌게  아니라 정금나무의 꽃모양이 종지같이 생겼다. 그 외에도 제주도에서는 정금나무를 정갈리나무라고도 한다는데 이건 정금나무와 종가리가 합쳐진 이름인가? 여하튼 우리 국명의 어원은 누가 제대로 연구하는 학자가 없기에 항상 어렵다. 그리고 잎 뒷면이 희다는 변종 지포나무는 충남지방에서 이 변종과 원종인 정금나무를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지포(紙砲)를 사전에 있는 뜻 풀이 그대로 화약을 종이나 대통의 속에 싸넣고 터지게 만든 놀이기구라고 생각하면 이 정금나무와 잘 연결이 안된다. 여기서 지포(紙砲)란 대나무 대롱의 앞뒤에 물을 약간 적신 종이를 동그랗게 말아서 양쪽을 완전하게 밀봉하고서는 한쪽을 갑자기 강하게 밀어서 압축하여 반대쪽 종이가 탄환이 되어 날아가면서 압축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나는 공기딱총을 말한다. 요즘도 초등학교에서 실습하는 공기딱총에는 반드시 동그란 총알이 필요한데 종이 대신에 팽나무 열매를 사용하기도 하였기에 팽총이라고도 불렀다. 이 정금나무 열매가 거의 원형에 가깝기에 그 지포의 총알과 비슷하다고 붙인 이름이라니 충분히 이해가 간다.

 

왼쪽이 야생 머루이고 오른쪽이 정금나무인데 멀리서는 구분하기 어렵다.

정금나무는 산앵도나무속을 세분할 경우 정금나무는 잎의 가장자리에 털이 있다고 Section Ciliata 즉 연모조(缘毛组)로 분류된다. 그래서 빌베리로 불리는 들쭉이나 월귤 또는 모새나무와도 다르고 그렇다고 미국 원산 식용 블루베리와도 다르다. 그렇지만 정금나무는 산앵도나무와 마찬가지로 영어로 blueberry라고 불리기는 한다. 앞에서 다룬 산앵도나무가 우리나라 고유종에 가까우므로 코리안 블루베리라고 불리는 것에 반하여 정금나무는 한중일 3국 모두에서 자생하지만 그 표본이 영국 청년 올드함에 의하여 1863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채집되었기에 Japanese Blueberry라고 불리던가 아니면 아예 일본말인 나츠하제(Natsuhaze)로 불린다. 서양인들 입장에서는 어느 나라에서 자생하느냐보다는 어디서 처음 발견되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므로 우리로서는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서양인들에게 이 수종이 처음 발견된 나라는 일본이 아니고 우리나라라고 한다. 영국 왕립정원인 큐에서 파견한 Charles Wilford( ~1893)라는 사람이 올드함이 오기 4년 전인 1859에 우리나라에서 발견하였지만 명명에 사용된 것은 일본 표본이었던 것이다.

 

지포나무는 원래 일본 학자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1882~1952)이 일본 원산의 다른 수종인 아라게나츠하제(アラゲナツハゼ, 荒毛夏櫨)의 변종으로 1917년에 Vaccinium ciliatum var. glaucum Nakai라고 명명하였던 것을 1972년에 일본학자 키타무라 시로(北村四郎, 1906~2002)에 의하여 정금나무의 하위 품종으로 편입되면서 현재의 학명 Vaccinium oldhamii f. glaucinum (Nakai) Kitam.이 탄생한 것이다. 이를 일본에서는 약간 다른 학명으로 쓰지만 잎 뒷면이 희기 때문에 우라지로나츠하제(ウラジロナツハゼ)라고 부르며 한자로는 이백하로(裏白夏櫨)로 쓴다. 하지만 국제적으로는 이 지포나무를 모두 원종인 정금나무에 통합시켜서 이명처리하고 있다. 지포나무는 일본에서도 분포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에서 더러 채집된 표본이 있다고는 하나 우리나라던 일본이던 정금나무와 제대로 뚜렷한 차이점을 보여주는 실물 사진이나 정보를 구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지포나무는 이제 아쉽기는 하지만 정금나무에 통합되고 국표식 리스트에서 삭제될 운명에 처했다. 정금나무는 한 때 우리나라 Vaccinium속의 속명으로 쓰였다.

 

등록명 : 정금나무

이   명 : 조가리나무, 지포나무, 종가리나무

통폐합 : 지포나무(흡수 통합)

학   명 : Vaccinium oldhamii Miq.

이   명 : Vaccinium oldhamii f. glaucinum (Nakai) Kitam.

분   류 : 진달래과 산앵도나무속 낙엽 관목

영어명 : Japanese Blueberries, Natsuhaze

중국명 : 선치월귤(腺齿越桔)

일본명 : ナツハゼ 하로(夏櫨)

수  고 : 1~3m

줄  기 : 유지 갈색, 회색 단유모, 노지 암갈색, 점변무모

잎특징 : 다수 산생 엽편 지질,

잎크기 : 2.5~8 x 1.2~4.5cm

잎모양 : 전단 예첨, 기부 설형, 변연 세거치, 선모

잎면모 : 전면 맥상 단유모, 후면 맥상 강모 선강모, 중륵 단유모, 배면 맥 볼록

잎자루 : 1~3mm, 단유모 선모

꽃차례 : 총상화서 당년지 정생, 3~6cm, 서축 단유모 선모

포  편 : 협란상 피침형 선형, 2.5~7mm, 유시 피선모

꽃자루 : 1.5mm, 소수 선모

꽃받침 : 통 피선모 착치 3각형, 1.5mm, 연모, 외면 소수선모

꽃부리 : 담홍색을 띤 황갈색, 3~5mm, 외면 무모

수  술 : 10개, 화관보다 짧음, 2.5~3.5mm, 화사 편평 1~2mm, 유모

열  매 : 장과, 근구형, 0.7~1cm, 성숙시 자흑색

개화기 : 5~6월

결실기 : 7~10월

내한성 : 영하 29도

용  도 : 식용, 양조, 관상수

 

정금나무 - 줄기에 일직선으로 달린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좌우에 달려서 아래로 처진 모습이다.
정금나무
정금나무
정금나무 가을 단풍이 아름답다
정금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