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벚나무속 중에서 우리 주변에서 자주 접할 수 있거나 많이 들어본 익숙한 이름이지만 그 정확한 실체에 대하여는 잘 모르는 수종들에 대한 탐구를 시작한다. 아직 파악하지 않은 수종들 중에는 벚나무와 왕벚나무 제주왕벚나무 산벚나무 꽃벚나무 분홍벚나무 사옥 개벚나무 잔털벚나무 잎벚나무 털개벚나무 만첩개벚나무 등이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어느 한 나라에서만 자생하는 것이 아니라 한중일 삼국에 걸쳐서 자생하기 때문에 과거 여러 나라 식물학자들에 의하여 각각 학명이 부여되었지만 서로 유사한 점이 매우 많고 실제로도 같은 종인 경우가 많으므로 이들을 통합하여 정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통합에 관하여 아직도 학자들간에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파악하면 되겠다. 그러니 우리나라 도감에서도 그때그때 마다 학명을 달리 표기하였으며 국명도 왔다 갔다 하고 있어 우리 일반인들은 어리둥절할 수 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현재 국내 나무시장에 가면 벚나무 종류로는 왕벚나무와 산벚나무 겹벚나무 처진벚나무 정도로만 구분하고 더 이상의 수종으로 세분하여 유통하지 않는다. 기준에 없으므로 현장 담당자들을 뭐라고 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꽃나무 중 하나인 벚나무들을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어서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지만 일단 현재의 상황을 파악하고자 시도하는 것이다. 우선 학명 Prunus sargentii Rehder로 표기되어 있는 산벚나무부터 시작한다. 정태현선생에 의하여 1943년 발간된 조선삼림식물도설(朝鮮森林植物圖說)에서 산벗나무라고 하였다가 이창복선생이 1966년에 맞춤법에 맞게 개칭한 산벚나무라는 명칭은 말 그대로 산에서 자라는 벚나무라는 뜻인데 우리나라 유통시장에서 말하는 산벚나무와 분류학적 산벚나무는 반드시 동일하지는 않다. 아마 유통시장에서는 겹꽃이거나 처지거나 왜성 등 뚜렷한 외형상 특징이 없는 수종이라면 일단 모두 왕벚나무와 왕벚이 아닌 수종 둘로 구분하고 그 왕벚나무가 아닌 수종들을 모두 산벚나무라고 통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그냥 벚나무라는 이름을 가진 특정수종도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벚나무는 나무시장에서는 산벚나무로 통한다는 이야기이다. 다시 정리하자면 우리 자생종으로서 현재 등록된 공식 명칭이 벚나무 산벚나무 잔털벚나무 분홍벚나무 사옥 등인 수종들을 모두 통틀어서 넓은 의미의 산벚나무로 통칭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이 게시글에서 언급하는 산벚나무는 당연히 좁은 의미의 산벚나무를 말한다. 이 수종은 학명 Prunus sargentii로 표기되는 우리나라 함경도와 백두대간 그리고 일본과 러시아 사할린의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는 키가 20m까지도 자라는 교목이다.
산벚나무의 학명 Prunus sargentii Rehder는 1908년 미국 하버드대학 아놀드수목원의 Alfred Rehder(1863~1949)교수가 명명하였는데 종소명 sargentii는 그 당시 세계 최고의 나무박사로 통하던 하버드대학부설 아놀드수목원장이었던 Charles Sprague Sargent (1841~1927)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산벚나무는 William Bigelow박사라는 사람에 의하여 1890년에 일본에서 종자가 보내지면서 미국에 처음 소개되었지만 사전트원장이 1892년 일본 홋카이도를 직접 방문하여 삿포르 농업연구소에서 산벚나무의 종자를 더 많이 구해가서 유럽 등지로 보급시켰기 때문이다. 산벚나무는 내한성이 매우 강하여 일본에서는 가장 추운 지역인 홋카이도와 혼슈 동북지방의 고산지대에서 주로 자생한다. 그래서 일본에서 오야마자쿠라(オオヤマザクラ) 즉 큰산벚나무(大山桜)라고 부른다. 여기서 큰산이란 산이 높은 지역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일본에서 산벚나무라고 부르는 수종보다 꽃이나 잎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 일본의 산벚나무가 바로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벚나무라고 부르는 수종의 원종으로서 우리나라 등록명이 꽃벚나무인 Prunus serrulata를 말한다. 여하튼 일본에서는 큰산벚나무라는 이름 외에도 홋카이도에서 주로 자생한다고 홋카이도의 옛이름을 따서 에조야마자쿠라(蝦夷山桜)라고도 부른다. 실제로 일본 홋카이도와 혼슈 동북지방의 가로수로 심은 벚나무는 거의 모두 이 산벚나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함경도에서부터 백두대간을 통하여 전라도까지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며 서울 경기지역에서는 북한산에서 발견된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 주변 공원이나 가로수로 심어지는 벚나무 중에 극히 일부는 산벚나무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실제로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에서 2022년 분당중앙공원일대의 벚나무 식재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산벚나무는 전체 5,866그루 중 겨우 10그루 심어져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는 산벚나무의 꽃이 거의 백색에 가까워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여 겨우 0.2%에 불과하지만 일본에서는 사뭇 다르다. 일본의 산벚나무는 왕벚나무나 꽃벚나무에 비하여 가장 짙은 홍색의 꽃이 피는 데다가 벚나무 중에서는 단풍이 가장 아름답게 들어서 관상수로도 전혀 손색이 없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산벚나무를 꽃이 붉다고 베니야마자쿠라(ベニヤマザクラ) 즉 홍산앵(紅山桜)이라고도 부른다. 일본 북부지역에서는 벚나무 개화 현황 파악 때에 왕벚나무가 아닌 산벚나무를 기준으로 삼는다고 한다. 그리고 일본 북부지역에 가면 분홍색 산벚꽃이 매우 아름답게 피는 벚꽃명소가 수도 없이 많다. 따라서 산벚나무는 결코 무시당할 처지는 아니라는 말이다. 이 일본 산벚나무를 도입하여 심은 서양에서도 산벚나무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워싱턴 DC의 벚나무 중 1%가 산벚나무이고 유럽 공원에서도 가끔 볼 수 있는 수종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산벚나무는 꽃의 색상이 백색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짙은 분홍색이고 내한성이 강하여 왕벚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는 추운 지역에서도 잘 자라며 키도 20m까지 자라는 대교목인 데다가 단풍도 아름다워 여타 수종과 구분도 어렵지 않고 인기도 높지만 우리나라의 산벚나무는 그렇지 않아서 문제이다. 우리나라 도감에서는 대개 연분홍색 꽃이 기본이고 간혹 백색이 섞여있다고 하지만 게재된 사진은 거의 대부분 백색에 가깝다. 우선 국립수목원에서 관리하는 국생정 도감에 가도 올려진 사진 42장 중 한두 장을 제외하면 거의 모두 백색 꽃사진이 올려져 있다. 이러니 정말 우리나라에도 산벚나무가 자생하기는 하는지 의문이 든다. 서양에서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산벚나무는 pink 또는 deep pink 꽃이 피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산벚나무의 꽃 색상이 백색에 가깝다면 단풍도 과연 아름다운 붉은 색으로 들지 의문마저 든다.
여하튼 우리나라에서는 산벚나무와 벚나무의 구분이 매우 어렵다고 도감에서도 토로할 정도로 서로 구분되지 않는다. 기껏 차이점이라고는 벚나무가 잎이 조금 더 좁고 화서축이 좀 더 길며 꽃차례가 산방화서인 반면에 산벚나무는 화서축이 거의 없고 산형화서라는 점과 잎의 기부가 약간 오목하게 들어간 심장저이고 자장자리 거치의 간격이 좀더 촘촘하다는 점 외에는 없는 것 같다. 모두 하나같이 애매한 표현이다. 물론 산벚나무가 내한성이 더 강하다는 차이점은 있지만 남한에서는 구분점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일본에서 가장 뚜렷한 차이점이라고 언급하는 꽃의 색상이 국내서는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매우 구분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등록명 : 산벚나무
이 명 : 홍산벚나무
학 명 : Prunus sargentii Rehder
분 류 : 장미과 벚나무속 낙엽 교목
원산지 : 우리 자생종, 일본, 러시아
일본명 : 오야마자쿠라(オオヤマザクラ) = 큰산벚나무(大山桜)
영어명 : Sargent's cherry
수 고 : 10~20m
수 피 : 자갈색, 광택, 가로 피목
줄 기 : 소지 자갈색
동 아 : 8~10개 아린, 인편 점성, 장란형, 화아가 엽아보다 크다.
잎특징 : 어린잎 적색, 장란형, 기부 원형 심장형
잎색상 : 근무모, 이면 녹백색, 단풍이 아름답다
잎거치 : 불규칙 단거치 또는 중거치, 치단 선체
잎크기 : 8~15 x 4~8cm
잎 맥 : 7~10대
잎자루 : 1.5~3cm, 상부 선체, 옅은 적색
꽃차례 : 엽액서 산형화서, 화서병 무, 선엽 또는 동시 개방
꽃특징 : 지름 3~4.5cm, 홍색, 간혹 백색, 꽃잎 5매, 은은한 향기(?)
꽃자루 : 2.5~3.1cm
꽃받침 : 무모, 악편 전연
수 술 : 35~38개
암 술 : 1개
열 매 : 지름 1cm, 구형, 녹색에서 적색을 거쳐 흑색으로 성숙
개화기 : 4~5월로 벚나무보다 1~2주 늦다.
결실기 : 6월
내한성 : 영하 34도
'장미과 벗나무속 > 벚나무아속' 카테고리의 다른 글
1852 벚나무 - 야생 벚나무의 대표종 (6) | 2023.06.05 |
---|---|
1851 꽃벚나무 – 겹꽃이 피는 벚나무의 원종 아닌 원종 (2) | 2023.05.29 |
1849 팔방벚나무의 정체 - 후지벚나무 ‘린포’ 외 (3) | 2023.05.25 |
1848 후지벚나무 ‘야에시다레’의 정체는? (0) | 2023.05.23 |
1847 후지벚나무 '펜둘라' (0) | 2023.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