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장미과 벗나무속/벚나무아속

1851 꽃벚나무 – 겹꽃이 피는 벚나무의 원종 아닌 원종

낙은재 2023. 5. 29. 23:29

꽃벚나무 표본수는 이런 비슷한 품종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산벚나무의 하위 그룹으로 우리 자생종인 분홍벚나무라는 변종이 등록되어 있지만 일부에서는 이를 꽃벚나무의 변종으로 분류하거나 아니면 독립된 종으로 분류하고 있으므로 우선 우리가 벚나무라고 부르는 수종의 원종인 꽃벚나무를 먼저 파악해 본다. 꽃벚나무는 학명을 Prunus serrulata로 표기하고 있으며 벚나무는 그의 품종으로 학명 Prunus serrulata f. spontanea로 표기한다. 그런데 꽃벚나무는 우리 자생종이 아닌 외래 재배식물로 표기되어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 이 수종이 우리나라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록되었는지는 정보를 밝히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오래된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꽃벚나무를 수록한 국내 도감은 거의 없는 것 같으며 꽃벚나무 실물을 본 사람은커녕 그 이름조차도 들어본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꽃벚나무라는 국명은 최근에 새로이 등장한 이름이 아니고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식물목록인 1937년에 발간된 조선식물향명집에서도 등재된 수종이다. 그런데도 꽃벚나무에 관한 정보가 거의 없다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선 이 수종은 1822년 중국 광주에서 영국으로 도입된 정원수를 대상으로 영국 식물학자이자 난초연구가인 John Lindley(1799~1865)가 잎에 작은 거치가 있다고 그런 취지의 종소명을 써서 1828년 Prunus serrulata Lindl라고 명명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수종이 벚나무 야생 원종이 아니고 백색 또는 붉은 색을 띤 겹꽃이 2~5송이씩 모여서 피는 관상용 품종이었던 것이다. 한편 1883년 러시아 식물학자인 Carl Johann Maximowicz (1827~1891)에 의하여 외겹 꽃이 피는 야생 벚나무가 중국 앵도의 변종으로 분류되어 Prunus pseudocerasus var. spontanea Maxim.라는 학명으로 명명된다. 여기서 변종명 spontanea는 야생이라는 뜻이다. 그 후 동양 식물의 전문가인 어네스트 윌슨(1876~1930)이 중국 앵도가 아닌 존 린들리가 명명한 겹벚꽃의 변종으로 재명명한 학명 Prunus serrulata var. spontanea (Maxim.) E. H. Wilson을 1916년에 발표한다. 바로 이 학명이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 벚나무의 학명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서울대 장진성교수가 변종이 아닌 품종으로 격하시켜 2007년 발표한 학명 Prunus serrulata f. spontanea (E. H. Wilson) Chin S. Chang로 대체하여 표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실제 야생 원종인 벚나무에는 뒤늦게 변종이나 품종의 형식의 학명이 부여된 반면에 겹꽃이 피는 원예품종이 마치 원종인 것처럼 먼저 학명이 부여되었던 것이다. 초창기 동양식물의 사정이 어두운 상태에서 서양학자들이 발견하는 순서대로 명명하였기 때문에 이런 비합리적인 사례가 종종 발생하였던 것이다. 여하튼 명명의 대상이었던 중국에서 온 겹꽃은 나중에 일본에서 도입된 ‘칸잔’ 등 화려한 겹꽃 원예품종들에 밀려나 영국에서 그 존재가 거의 소멸되었다고 한다.

 

원종 형식의 학명이 부여된 이 품종은 겹꽃이 피는 원예품종이기에 현재 우리나라의 국명 꽃벚나무가 매우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1937년 발간된 조선식물향명집에 꽃벚나무라는 국명에 학명 Prunus verecunda var. sontagiae (Koehne) Nakai로 등록된 또 다른 수종이 있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초창기에 꽃벚나무로 등록된 수종은 현재 잔털벚나무로 흡수 통합되어 목록에서 사라졌다. 우리 외에도 벚나무가 자생하는 중국과 일본에서는 어떻게 하는지도 궁금하다. 중국에서는 겹꽃인 원종이나 홑꽃인 변종을 구분하지 않고 산앵화(山樱花) 또는 산앵도(山樱桃)라고 부르며 학명은 Prunus serrulata 하나로 통합하여 표기하고 있다. 일본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산앵(山桜)이라고는 부르지만 우리나라와 중국의 벚나무와는 약간 다른 일본 고유종이라며 독일 식물학자인 지볼트가 1830년에 홑꽃 벚나무에 이름을 붙였다는 Prunus jamasakura에 기반하는 Cerasus jamasakura라는 학명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는 다음 벚나무 게시글에서 다시 언급하기로 한다.  

 

등록명 : 꽃벚나무

학    명 : Prunus serrulata Lindl

분    류 : 장미과 벚나무속 낙엽 교목

원산지 : 중국에서 영국으로 건너간 관상용 수종

중국명 : 산앵화(山樱花), 산앵도(山樱桃)

특    징 : 꽃자루와 잎에 털이 없고 겹꽃이 핌

 

 

1900년대 초에 채집된 꽃벚나무 표본인데 모두 겹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