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장미과 벗나무속/벚나무아속

1853 잔털벚나무 분홍벚나무 사옥 별벗꽃나무

낙은재 2023. 6. 8. 18:18

이런 모습에서 일본 이름 안개벚나무 즉 하앵(霞桜)이 붙어졌다. 

 

 

우리나라 도감을 들여다 보면 벚나무들에 대하여는 어지럽다는 수준을 지나서 엉망진창이라고 표현해도 모자랄 지경이다. 실체가 제대로 없는 것은 물론 식물학자들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학명들이 난립하는데 도대체 어떤 차이점이 있다고 이렇게 다양하게 분류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복잡한 상황은 일본이나 중국 등 다른 나라라고 크게 다를 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거기에다가 우리 이름 즉 국명을 재탕까지 서슴지 않고 한다. 예를 들면 학명 Prunus verecunda var. sontagiae (Koehne) Nakai를 1937년 발간된 조선식물향명집에서는 꽃벚나무라고 했는데 오늘 현재의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는 학명 Prunus serrulata Lindl.를 꽃벚나무라고 등록하고 있다. 또 조선식물향명집에서 학명 Prunus leveilleana Koehne로 등재되었던 개벚나무를 얼마 전까지만 하여도 국표식에 학명 Prunus verecunda (Koidz.) Koehne.의 국명이 개벚나무로 등록되어 있었으나 현재는 둘 다 사라지고 없다. 잔털벚나무도 조선식물향명집에서는 왕벚나무의 이명인 학명 Prunus parecerasus Koehne에다 붙였는데 1966년 이창복선생이 Prunus jamasakura f. pubescens (Makino) Ohwi에다가 재탕하여 붙였다. 같은 속에서 어떻게 같은 국명을 각각 다른 학명에다가 중복으로 사용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 혹자는 이들의 실체가 원래는 같은 종인데 학명만 다르게 각각 명명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조선식물향명집의 개벚나무는 현재 잔털벚나무로 통합되었고 나중의 개벚나무는 분홍벚나무로 통합되어 이명처리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선식물향명집의 꽃벚나무도 현재 잔털벚나무로 통합되어 이명처리 되고 있어 현재 목록에 등록되어 있는 벚나무의 원종인 꽃벚나무와는 거리가 멀다. 이와 같이 과거에 썼던 이름을 거리낌없이 다른 종에다가 막 재사용하고 있어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여러 나라 학자들이 중구난방으로 학명을 명명한 것은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국내 자생식물들에 대하여 난립한 학명을 제 때에 정리하지 않아서 국명을 일일이 붙이느라고 애를 먹고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예를 들면 겹벚꽃의 경우 만첩개벗도 있고 만첩개벚나무도 있으며 엉뚱한 많첩개벚으로 등록된 이름도 있어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그리고 각각 다른 학명에 붙여진 같은 의미의 처진개벚과 수양벗나무도 헷갈리는 이름이며 털벚나무와 잔털벚나무도 혼란스러운 이름이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벚나무 또는 산벚나무와 흡사하지만 잎이나 꽃에 털이 있어 털이 없는 전자 두 종과 구분이 된다는 것이다. 그 털이 있는 부위와 정도의 차이로 각각 다른 변종이나 품종으로 명명되었던 것이다. 학명이 이렇게 난립한 이유는 한중일 삼국에서 야생하는 벚나무들 중 대표적인 수종인 좁은 의미의 벚나무의 학명이 아직도 통일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혼란스러운 범주에 포함되는 학명이나 국명으로서 과거 또는 지금 현재 국내 식물목록이나 도감에 자주 오르내렸던 수종들은 다음과 같다. 이것도 일부에 불과한 것인데 더 상세하게 파악하는 것은 시간 낭비로 판단되어 생략한다. 그 이유는 현재는 아래 학명 중 대다수는 국제적으로 단 하나의 학명인 Prunus leveilleana Koehne로 통합되었기 때문이다.

 

분홍벚나무 Prunus sargentii var. verecunda (Koidz.) Chin S.Chang

개벚나무 Prunus verecunda (Koidz.) Koehne.

잔털벚나무 Prunus serrulata var. pubescens (Makino) Nakai

털벚나무 Prunus serrulata var. tomentella Nakai

개벚나무 Prunus leveilleana Koehne

꽃벚나무 Prunus verecunda var. sontagiae (Koehne) Nakai

만첩개벚나무 Prunus serrulata var. semiplena Nakai ex T.Mori

만첩개벗 Prunus verecunda var. semiplena (Nakai) W.T.Lee

수양벗나무 Prunus verecunda var. pendula (Nakai) W.T.Lee

처진개벚 Prunus leveilleana var. pendula Nakai.

사옥 Prunus serrulata var. quelpaertensis (Nakai) Uyeki

가는잎벚나무 Prunus serrulata var. densiflora (Koehne) Uyeki

별벗꽃나무 Prunus linearipetalus Y.N.Lee

  

위에 나열된 13개의 학명 중 맨 아래 두 개를 제외한 나머지 전부를 국제적으로는 대다수의 학자들이 하나의 학명 Prunus leveilleana Koehne로 통합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분홍벚나무와 잔털벚나무 그리고 사옥 및 별벗꽃나무 등 4개는 지금 현재도 국표식에 등록되어 있다. 그리고 아래 잎이 피침형이라는 가는잎벚나무는 벚나무로 통합되었고 1982년 우리나라 이영노박사가 명명하였다는 맨 아래의 별벗꽃나무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비합법 학명이라서 안타깝지만 삭제되어야 할 것 같다.

 

분홍벚나무

그럼 우선 우리나라 차원에서 이미 통합된 학명들부터 파악해 보자. 우선 분홍벚나무로는 통합된 학명은 두 번째  Prunus verecunda (Koidz.) Koehne.로 표기하는 개벚나무이다. 분홍벚나무는 1937년 발간된 조선식물향명집에 학명 Prunus leveilleana var. verecunda Nakai라고 당시 개벚나무(P. leveilleana)의 변종으로 등록되었다가 나중에 독립된 종으로 승격되어 Prunus verecunda (Koidz.) Koehne.이라는 학명에 국명도 개벚나무로 변경되었다가 현재는 2004년 서울대 장진성교수가 명명한 산벚나무의 변종 신분인 Prunus sargentii var. verecunda (Koidz.) Chin S.Chang로 재변경되면서 국명도 당초의 분홍벚나무를 되찾은 것이다. 변종명 verecunda는 수줍은 듯한 또는 적당하다는 뜻으로 이는 원래 일본 식물학자 고이즈미 겐이치(小泉源一, 1883~1953)가 1911년 일본 원산의 카즈미자쿠라(カスミザクラ) 즉 하앵(霞桜)을 일본 벚나무의 변종으로 명명하면서 처음 쓴 종소명이다. 벚나무보다 2주 늦게 주로 백색 꽃이 피는 이 수종을 개화기에 멀리서 보면 안개처럼 보이므로 안개 하(霞) 자를 쓴 일본 이름을 붙였는데 그렇게 ‘아스라하다’라는 의미에서 verecunda라는 종소명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국내에 자생하는 종은 일본과는 달리 꽃의 색상이 도홍색 또는 홍백색이라서 분홍벚나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데 실제로는 거의 백색에 가깝게 보인다. 최근에 분홍벚나무가 매우 붉은 색의 꽃이 피는 벚나무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원래 일본 산벚꽃의 이명이 홍산벚나무인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원종인 산벚나무보다 색상이 연한 편이므로 진한 붉은색 꽃을 기대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개화시기와 분포지역 그리고 1~3송이가 모여서 피는 산형화서에 화서축이 거의 없거나 매우 짧다는 점 등에서 산벚나무를 닮았지만 잎 뒷면과 잎자루 및 꽃자루에 털이 있어 산벚나무의 변종으로 재분류하였다는 것이 장진성교수의 설명이다.  

 

잎뒷면과 잎자루에 털이 있고 산형화서이다.
화서축이 거의 없다. 하지만 일본 고이즈미가 하앵으로 명명한 표본에는 화서축이 있다.

 

 

잔털벚나무

잎자루와 잎 뒷면의 중앙맥에 융모가 밀생하고 꽃자루에 털이 많다는 털벚나무는 1915년 일본 식물학자 나카이에 의하여 벚나무의 변종으로 명명된 학명 Prunus serrulata Lindl. var. pubescens (Makino) Nakai 즉 잔털벚나무로 통합되었으며 벚나무에 비해 개화기가 2주정도 늦으면서 잎자루와 잎 뒷면에 털이 있고 꽃자루에도 털이 많으며 화서축은 발달하거나 짧으며 잎은 대개 달걀꼴로서 꽃은 잎보다 먼저 피고 꽃잎은 난원형이며 암술은 수술 위에 나오고 소지는 윤택이 나는 보라색이라는 학명 Prunus leveilleana Koehne로 쓰는 개벚나무도 우리나라에서는 잔털벚나무에 통합되어 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는 목포에서 채집된 표본을 대상으로 독일 학자에 의하여 명명된 이 Prunus leveilleana라는 학명이 위의 모든 학명들을 통합한 하나의 독립된 종으로 인정받고 있어 언제 우리나라 등록 학명이 또 바뀔지는 알 수가 없다. 여하튼 이 학명 Prunus leveilleana Koehne는 우리나라에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대구에서 생을 마감한 프랑스선교사 겸 식물채집가인 Émile Joseph Taquet(1873~1952)가 목포 어느 산에서 1909년에 채집한 표본을 대상으로 독일 식물학자인 Bernhard Adalbert Emil Koehne(1848~1918)가 프랑스 식물학자 Augustin Abel Hector Léveillé(1864~1918)의 이름으로 명명한 것을 미국 하버드대학부설 아놀드수목원장이었던 Charles Sprague Sargent(1841~1927)가 1912년 출판하여 발표한 것이다. 발견자 타케신부는 한라산진달래와 제주왕벚나무를 발견한 사람이기도 한다. 국내서는 이름을 개벚나무라고 칭하고 일본학자 나카이가 털벚나무와 분홍벚나무를 각각 개벚나무의 변종으로 각각 Prunus leveilleana var. tomentella Nakai와 Prunus leveilleana var. verecunda Nakai라고 명명한 학명이 조선식물향명집에 등재되어 있다. 그러다가 털벚나무와 분홍벚나무는 여러 번의 이합집산 과정을 거치면서 여러 이름으로 전전하다가 결국은 다시 개벚나무로 통합되었다니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분홍벚나무는 산벚나무의 하위 변종으로 분류하고 있고 개벚나무는 벚나무의 하위 변종인 잔털벚나무에 통합되어 있다.

 

꽃벚나무라고 조선식물향명집에 학명 Prunus verecunda var. sontagiae (Koehne) Nakai로 등재되었고 산형꽃차례에 꽃잎이 난원형이며 암술이 수술보다 긴 변종이 있는데 이 또한 잔털벚나무에 통합되었다. 여기서 종소명 sontagiae는 영어 image로 그림이 예쁘다는 즉 꽃이 아름답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 이름이 꽃벚나무인 것이다. 그리고 겹꽃이 피는 만첩개벚나무와 만첩개벗도 모두 잔털벚나무에 통합되었다. 잎이나 꽃에 털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지가 처지는 수양벗나무와 처진개벚도 털이 있기에 잔털벚나무로 통합되어 위에 나열된 학명 중 7개가 잔털벚나무로 통합되어 하나의 변종이 되었다. 잔털벚나무는 꽃자루와 작은 꽃자루 및 잎의 뒷면과 잎자루에 잔털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케야마자쿠라(ケヤマザクラ) 즉 모산앵(毛山桜)이라고 부르며 중국에서도 모엽산앵화(毛叶山樱花)라고 부른다.

 

털이 있고 화서축이 길고 산방화서인 잔털벚나무
잔털벚나무

 

 

대통합된 Prunus leveilleana(개벚나무)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옥은 현재는 우리나라 국표식에 하나의 독립된 종으로 학명 Prunus quelpaertensis Nakai로 등록되어 있다. 여기서 종소명 quelpaertensis는 옛날 제주도를 유럽사람들이 쿠엘파트(Qeulpart)라고 프랑스어로 부르던 이름에서 온 것이다. 표본을 제주도에서 채집하였기 때문이다. 사오기 또는 사옥낭이라고 하는 제주 방언에서 유래된 우리 이름 사옥에 대한 정확한 어원은 알려진 것이 없다. 사옥은 잎 뒷면에는 털이 없지만 잎자루와 꽃자루에 잔털이 있고 꽃자루의 길이가 2-3cm인 것이 특징이라서 이 또한 잔털벚나무에 통합 하여 이명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국내 의견도 있고 국제적으로는 이미 모두 그렇게 통합하고 있다. 이와 같이 통합을 하고 나면 현재 국내에 등록되어 있는 4종 중 별벗꽃나무와 사옥이 삭제될 가능성이 높고 분홍벚나무와 잔털벚나무만 남게 된다. 그런데 국제적으로는 이 둘도 통합하여 하나의 학명 Prunus leveilleana Koehne로 통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본의 저명 식물학자인 동경대학 명예교수인 오오바 히데아키(大場秀章, 1943~ )가 2001년 개벚나무 학명을 벚나무 전용속으로 변경하여 Cerasus leveilleana (Koehne) H.Ohba라고 재명명하면서 그 범주에 털이 있는 벚나무와 산벚나무 관련 변종들을 모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사실 벚나무와 산벚나무는 처음부터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차이점이 거의 없으므로 그 계열의 털이 있는 변종들을 통합하여 하나의 독립된 종으로 분류하는 것이 간단명료하기는 하다. 하지만 여기에 맞대응이라도 하듯이 서울대 장진성교수가 2004년에 산벚나무와 섬벚나무 실태의 연구결과를 발표 하면서 벚나무 학명을 변종에서 품종으로 변경하여 재명명하고 산벚나무 계통의 개벚나무(분홍벚나무)에다가 산벚나무의 하위 변종 형식인 새로운 조합의 학명을 명명하여 벚나무 계열의 잔털벚나무와 구분됨을 밝혀 결과적으로 이들의 통합을 반대하였기에 우리나라에는 둘 다 남아 있게 되었다. 장교수의 주장은 산벚나무 계통 분홍벚나무는 화서축이 거의 없고 주로 산형화서이며 분포지도 보다 더 추운 북쪽이라는 점이 산벚나무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잔털벚나무는 벚나무를 닮았지만 분홍벚나무는 산벚나무에 가깝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제적으로는 거의 대부분의 학자들이 둘의 통합을 지지하고 있어 앞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1963년 인천에서 채집한 사옥(좌) 표본과 타케신부가 목포에서 1909년 채집한 개벚나무 표본

 

결론적으로 요약하면 우리나라에 독립된 종으로 등록된 사옥은 잔털벚나무로 통합됨이 마땅해 보이며 별벗꽃나무는 국제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한 비합법명이므로 삭제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분홍벚나무와 잔털벚나무는 우리나라에서는 각각 산벚나무와 벚나무의 변종으로 등록되어 있지만 국제적으로는 하나의 독립된 학명 Prunus leveilleana로 통합되었다는 것이다. 분류기준을 화서축과 화서로 할 때는 분리론이 타당해 보이지만 털의 유무를 기준으로 삼을 때는 털이 없는 벚나무나 산벚나무와는 달리 털이 많은 분홍벚나무와 잔털벚나무를 하나로 묶어서 독립된 종으로 분류하자는 것도 납득이 간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일본과 서양에서 거의 모두 통합론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통합된 Prunus leveilleana Koehne의 이름을 카즈미자쿠라(カスミザクラ ) 즉 하앵(霞桜)을 정명으로 삼고 케야마자쿠라(ケヤマザクラ) 즉 모산앵(毛山桜)을 별명으로 삼는다. 만약 통합론을 따르면 우리나라 국명은 초창기 그 이름이던 개벚나무가 될지 아니면 새로운 이름을 붙일지는 알 수 없지만 여하튼 우리나라 자생 벚나무 종류는 8종으로 줄어들어 일본 자생종 10~11종에 비하여 적게 된다.

 

대통합된 Prunus leveilleana Koehne(개벚나무)
대통합된 Prunus leveilleana Koehne(개벚나무)
대통합된 Prunus leveilleana Koehne(개벚나무)
대통합된 Prunus leveilleana Koehne(개벚나무)
대통합된 Prunus leveilleana Koehne(개벚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