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장미과 아몬드아과/조팝나무족

2019 금강인가목 (금강국수나무) - 인가목의 어원

낙은재 2024. 9. 2. 09:47

 

금강인가목

 

 

금강인가목이라고 우리나라 금강산에서만 자생하는 특별한 작은 관목이 있다. 바위틈에서 나와 아래로 처지면서 30~70cm까지 자라는 낙엽성 관목인데 여러모로 조팝나무와 비슷하지만 우선 식물 전체가 바위틈에서 아래로 처지면서 자라는 데다가 새 가지 끝에 원추화서로 피는 꽃의 5장인 꽃잎이 선형(線形) 즉 술(総, 穗) 모양이라는 독특한 구조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조팝나무와는 확연하게 구분이 된다. 이 수종은 일본 식물학자인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1882~1952)에 의하여 금강산에서 발견되어 1917년 그가 Pentactina 라는 새로운 속을 신설하면서 그 유일한 종으로 Pentactina rupicola Nakai라는 학명을 부여한 것이다. 여기서 속명 Pentactina는 five를 뜻하는 penta와 ray 또는 beam을 뜻하는 actin(aktis)의 합성어로 사방 다섯 갈래로 퍼지는 꽃잎에서 온 것이다. 종소명 rupicola는 바위틈에서 자생한다는 뜻이다. 이 수종은 전세계에서 우리나라 금강산에서만 발견되는 데다가 세계적으로 근연종이 없는 금강인가목(Pentactina)속의 유일종이었으므로 우리나라 특산식물속으로 인정받아 왔으나 2014년 러시아 식물학자에 의하여 극동러시아 원산 조팝나무를 이 속으로 편입한 학명 Pentactina schlothauerae (Vorosch. & Ignatov) Jakubov가 발표됨으로써 이제는 우리나라 특산속이 아닌 특산종이 되었다.

 

1916년 나카이가 채집한 표본과 자생지 금강산

 

 

인가목의 어원

이 수종을 우리나라에서는 당초 1937년 조선식물향명집에서는 정태현선생 등이 금강국수나무라고 명명하였으나 1943년 발간된 정태현선생의 조선삼림식물도설에서는 금강인가목이라고 개칭하여 현재에까지 이르고 있다. 하지만 이 수종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는 북한에서는 아직도 금강국수나무로 부르고 있다. 이 수종의 일본 이름은 후사시모츠케(フサシモツケ, 総下野)인데 이는 꽃이 술 같이 피는 조팝나무라는 뜻이다. 글쎄 뭐로보나 이 수종은 국수나무나 조팝나무를 닮았지만 장미속 인가목들과는 거리가 먼데도 금강인가목이라고 명명한 것은 그 당시 인가목이라고도 불렸던 인가목조팝나무를 염두에 둔 것이다. 실제로 이 수종은 꽃차례는 꼬리조팝나무를 닮았지만 잎 모습은 인가목조팝나무를 많이 닮았다. 그럼 여기서 인가목이라는 우리 이름에 대하여 파악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 식물 이름에 인가목이 들어간 것은 10건이나 된다. 이 중 장미과 장미속이 7개 수종이고 2종은 조팝나무속이며 1종이 바로 금강인가목이다. 이 중에서 장미속 가시 많은 관목들인 인가목과 둥근(동글)인가목 흰인가목은 1937년 조선식물향명집에서부터 수록된 이름이다. 그래서 인가목이란 모두 가시와 관련성이 있는 나무인가 하고 추측할 수도 있지만 전혀 가시가 없는 키가 1m에 남짓한 인가목조팝나무도 1937년 조선식물향명집에 수록된 이름이다. 따라서 어느 쪽이 먼저라고 말할 수가 없으며 그렇다고 이들 서로간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아무리 찾으려 노력해도 파악되지 않는다. 도대체 이게 뭐라는 말인가?

 

그런데 여기에 장미속 인가목의 어원이 될 만한 실마리가 있다. 정명은 아니지만 과거 인가목으로 불렸던 또 다른 식물이 있다. 백두대간 고산지대에서 드물게 자라는 가시가 있는 땃두릅나무를 1943년 정태현선생은 그의 조선삼림식물도설에서 인삼 같은 약성이 있는 줄기를 가진 나무라고 한자명 인가목(人伽木)으로도 표기했다. 이 땃두릅나무를 중국에서는 가시가 있는 인삼이라고 자삼(刺参)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장미속 가시가 많은 관목들인 인가목들의 이름은 바로 이 땃두릅의 한자명인 인가목(人伽木)과 관련성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아마 인삼 효능을 가진 깊은 산속 사찰(伽) 주변에서 자라는 나무라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인가목(人伽木)으로도 불렸던 줄기에 가시가 많은 땃두릅나무
장미속 인가목(좌)과 흰인가목(우)의 가시 많은 줄기

 

 

 

그렇다면 전혀 가시가 없는 인가목조팝나무의 유래는 어디라는 말인가? 인가목조팝나무의 인가목은 장미속 가시나무인 인가목들과 연결 고리가 없어 결국 그 어원을 다른 데서 찾을 수밖에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나라 조선시대 문헌에 인가목이라는 한글 명칭이 등장한다. 그게 바로 조선후기 실학자인 유희(柳僖, 1773∼1837)선생이 1824년경에 펴낸 물명고(物名攷)에 기록된 다음과 같은 문장이다. 거기에 “靈壽木圓長皮紫(영수목원장피자) 節中腫似扶老(절중종사부로) 可以爲杖(가이위장) 此恐是今俗所謂인가목(차공시금속소위’인가목’) 扶老杖(부로장) 椐(거) 樻(궤) 仝(동)”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를 국역하면 “영수목은 둥글면서 길고 껍질이 자색이며 마디 가운데 혹이 부로와 비슷하고 지팡이를 만들 수 있다. 아마 요즘 세속에서 인가목이라고 부르는 것인 듯하다. 부로장 또는 거나 궤라는 하는 것과 같다.”이다. 중국 고전인 산해경(山海經)에서 유래된 대나무와 비슷하지만 마디가 매끈하고 재질이 단단하고 수피가 붉은 전설적인 나무로서 지팡이를 만들어 쓰면 노인의 행동이 민첩해지고 무병 장수할 수 있다는 靈壽木(영수목)이라고 불리는 나무가 있는데 이를 국내서는 인가목으로 불린다고 유희선생은 판단한 것이다. 인가목은 순수 우리말이라서 한자어로 표기하지 않고 한글로 표기한 것이다. 그리고 조선 후기 문인이자 다산 정약용의 아들인 정학유(丁學游, 1786~1855)선생이 시경(詩經)에 나오는 여러 생물(生物)의 이름을 고증하여 1865년에 편찬한 사전인 시명다식(詩名多識)에도 대나무와 비슷하며 마디가 있는 거(椐)가 궤(樻) 또는 영수목(靈壽木)과 같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현재 국내서 이 거(椐)를 인가목이라고 국역하고 있다. 그래서 국내 일부 학자들은 국내서 인가목으로 불리는 수종들 중에서는 그나마 인가목조팝나무가 지팡이 용도로 가장 근접하므로 중국 고전의 영수목 즉 유희선생이 말한 인가목이 바로 인가목조팝나무일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이다.

 

영수목의 후보군 중 하나인 댕강나무로 만든 지팡이

 

 

 

그런데 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이 든다. 우선 인가목조팝나무에는 마디도 없고 지팡이로 만들만한 사이즈로 자라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중국 고전의 영수목은 어떤 나무일까? 중국에서도 영수목이라고 정확하게 고증된 나무가 없지만 몇 개 수종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 중에는 접골목(接骨木) 즉 딱총나무가 있고 육도목(六道木)이라는 댕강나무가 있으며 소엽여정(小叶女贞)이라는 상동잎쥐똥나무도 있다. 한편 중국과는 무관하게 국내서도 영수목이라고 알려진 나무가 있었다. 조선 후기 학자인 한산 이씨 이만영(李晩永, 1748~1817)선생이 1798년에 엮은 재물보(才物譜)를 확대해서 나온 작자 미상의 어휘서인 광재물보(廣才物譜)에는 마가목을 한글로 쓰고 한자로는 靈壽木(영수목)이나 椐(거) 또는 扶老杖(부로장)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조선에서는 중국 고전의 영수목(靈壽木)을 광재물보(廣才物譜)에서는 한글로 마가목이라고 했고 물명고(物名攷)에서는 한글로 인가목이라고 기록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마가목과 마찬가지로 순수 우리말 이름인 인가목의 의미나 유래에 대하여는 알려진 바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물론 마가목은 현재의 마가목인 것으로 대부분 인정하지만 인가목이 과연 현재의 인가목조팝나무를 지칭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낙은재의 생각이다. 대나무와 비슷하며 마디가 있다는 바로 그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희선생이 말한 인가목은 지팡이를 만들기에 적합한 마디가 있는 또 다른 어떤 나무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서 인가목으로 불리는 수종이 가시가 있는 장미속을 재외하면 인가목조팝나무와 금강인가목 외에는 없기 때문에 이런 유래설이 제기되는 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1943년 정태현선생이 이름을 붙인 금강인가목은 금강산에서 나는 인가목(조팝나무)이라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둘 다 가시는 없는 이들 두 종은 글쎄 꽃모양이나 꽃차례 그리고 아래로 처지면서 자라는 특성 등에서 많은 차이가 있지만 잎의 모양이 약간 닮은 점이 있기는 한다.

 

인가목조팝나무
인가목조팝나무도 줄기에 능각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키가 너무 작다.

 

 

이 수종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관리하는 북한에서는 아직도 1937년 조선식물향명집에서 붙인 이름 그대로 금강국수나무라고 부른다. 원추화서인 데다가 단엽 호생하는 잎이 국수나무와 닯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일본에서는 이를 후사시모츠케(フサシモツケ, 総下野)라고 꽃잎이 술(総) 모양인 조팝나무라는 의미로 부른다. 국수나무속을 수선매(绣线梅)속이라고 하고 조팝나무속을 수선국(绣线)속이라고 하는 중국에서는 이 금강인가목속은 이도 저도 아닌 금강매(金刚梅)속이라고 하며 이 금강인가목은 바위틈에서 자란다고 석수국(石绣菊)이라고 한다. 현재 우리 이름 금강인가목은 결국 금강인가목조팝나무의 줄임형이므로 당초에는 국수나무를 닮았다고 하다가 이제는 조팝나무를 닮았다는 이름으로 부르는 셈이다. 그러니까 국수나무와 조팝나무 중 어느 하나를 닮았다는 말인데 1917년 일본 학자 나카이는 이를 어느 쪽도 아닌 새로운 종으로 판단하여 분류하였으며 최근인 2011년 국내 학자들에 의한 엽록체 DNA 연구결과에서도 별도의 속임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이 금강인가목은 과거 지구상에 많이 분포하였으나 현재는 우리나라 금강산에서만 살아남은 활화석(活化石)인데 이런 식물을 영어로는 relict plant species라고 하고 중국에서는 혈류종(孑遗种) 또는 잔류종(残遗种)이라고 하며 일본에서는 유존종(遺存種)이라고 하는데 국내서도 유존종 또는 잔존종(殘存種) 이라고 하는 것 같다.

 

1962년과 1993년 북한 우표 모델로 등장한 금강인가목(금강국수나무)

 

 

 

 

등록명 : 금강인가목

이   명 : 금강국수나무

학   명 : Pentactina rupicola Nakai

분   류 : 장미과 금강인가목속 낙엽 관목

원산지 : 금강산 특산식물

중국명 : 석수국(石绣菊) 금강매(金刚梅)

일본명 : フサシモツケ(総下野)

수   고 : 30~70cm

수   형 : 아래로 처짐

줄   기 : 암갈색 가늠 분지 소지 적갈색 능선 무모 수 백색

동   아 : 백모

엽   편 : 단엽 호생 무엽병 무탁엽

잎모양 : 타원형 도피침형 예두 첨두 엽저 예저 설저 전연 2~3 천렬 중렬 예첨두

잎크기 : 2~6 x 0.8~2.5cm

잎색상 : 표면 녹색 이면 연녹색 무모 희복모

잎면맥 : 주맥계 2~3쌍 측맥

꽃차례 : 신지 정단 원추화서 6~13 x 0.8~1cm

꽃색상 : 연분홍 백색

꽃특징 : 양성화 완전하 방사상 대칭화

꽃   잎 : 선형 4~5mm 가운데 두 곳이 잘록

수   술 : 20개 짦음

암   술 : 1개 심피 5 각방 도생배주 2

꽃자루 : 1mm 모

꽃받침 : 종상 2~3mm 5렬 삼각형 표면 백모

열   매 : 골돌과 2mm 흑갈색 무모 성숙시 5조각으로 뒤로 젖혀짐

종   자 : 방추형 1mm 흑갈색

개화기 : 7~8월

결실기 : 8~9월

 

금강인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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