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첩조팝나무라고 학명 Spiraea prunifolia로 등록된 외래종이 있다. 우리 자생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조팝나무들 중에서 가장 먼저 탐구하는 이유는 이 수종이 바로 학명 Spiraea prunifolia var. simpliciflora로 등록된 우리 자생종 조팝나무의 원종(?)이기 때문이다. 이 만첩조팝나무는 일본에 오랫동안 머물렀던 독일 식물학자인 필리프 프란츠 폰 지볼트(Philipp Franz von Siebold, 1796~1866)가 일본 정원에 식재된 것을 발견하여 1840년 명명한 것인데 일본에서 자생지를 발견할 수 없었고 겹꽃이라서 결실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였다고 한다. 원래 이 수종은 중국 중부와 남부지역이 원산지인데 아주 오래 전에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가 한참 후에 일본 식물학자인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1882~1952)이 우리나라에서 양성화에 온전하게 결실까지 하는 그 원종을 발견하였지만 이미 겹꽃 변종이 원종인 것처럼 명명된 상태이었으므로 어쩔 수 없이 하위 품종(f.)이나 변종(var.)으로 분류한 형식의 학명 Spiraea prunifolia f. simpliciflora와 Spiraea prunifolia var. simpliciflora를 1909년과 1915년에 각각 발표한다. 이렇게 하여 조팝나무와 만첩조팝나무는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이건 마치 털설구화의 변이종이 설구화인데도 설구화가 원종으로 명명되고 털설구화가 그 하위 품종(f.)으로 분류된 것과 동일한 비논리적인 사례이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최근에 마치 이런 비논리적인 학명을 정리라도 하듯이 설구화와 털설구화를 통합시킨 바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제 서양 학자들은 이 만첩조팝나무도 조팝나무와 통합시켜서 분류하고 있다. 물론 이 것은 동일 종에서 꽃모양의 변이 하나로는 이제 더 이상 변종으로 분류하지 않는다는 최근의 대통합 추세의 일환으로 보인다. 앞에서 우리는 황매화에 통합된 겹꽃인 죽단화를 그리고 산옥매에 통합된 겹꽃인 홍매와 옥매를 봐 왔다. 다시 정리하자면 조팝나무와 그 변이종인 만첩조팝나무를 동시에 명명하였다면 어떤 학자라도 당연히 조팝나무를 원종으로 삼고 만첩조팝나무를 변종이나 품종으로 명명하였을 것이지만 독일학자 지볼트가 일본에서 발견한 것은 겹꽃이 피는 만첩조팝나무뿐이었고 홑꽃이 피는 원종은 발견하지 못하였다가 그로부터 약 70년 후에 다른 학자에 의하여 발견되었기에 이렇게 본말이 전도되게 명명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둘이 통합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도 조만간 국제 추세를 따라서 Spiraea prunifolia f. simpliciflora로 등록된 조팝나무의 학명을 Spiraea prunifolia로 변경하고 현재 별도로 등록된 만첩조팝나무는 삭제하여 조팝나무의 원예품종으로 취급하여야 될 듯하다.
조팝나무는 중국 중부와 남부지역에서 자생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북쪽 함경도를 제외한 지역에서 자생한다. 글쎄 내한성이 영하 28도라서 아주 약한 것도 아닌데 과거 고구려 영토이던 만주와 한반도 북방에서는 자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흥미롭다. 그리고 그 겹꽃 변이종인 만첩조팝나무는 중국에서는 원종인 조팝나무와 유사한 지역에서 발견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발견되지 않으며 비교적 근래에 도입된 외래 재배식물로 분류한다. 하지만 일본에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관상용으로 도입되어 재배하고 있다가 1840년경에 독일 학자에 의하여 처음 발견되어 서양에 홑꽃인 원종보다 먼저 알려진 것이다. 지볼트는 이 수종의 잎이 자두나무(벚나무)속 수종들의 잎을 닮았다고 prunifolia라는 종소명을 사용하여 명명하였다. 그리고 지볼트에 의하여 1845년 서양에 처음 도입된 만첩조팝나무가 꽃을 피우자 서양인들은 신부의 화환 같다고 bridal wreath spirea라고 불렀다. 원래 속명 spiraea 자체가 비틀어 꼰 화환(wreath) 같다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온 것인데 동양에서 건너간 만첩조팝나무를 보고서는 이게 진짜 신부 화환 같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중에 우리나라서 홑꽃인 원종을 발견한 나카이는 홑꽃이라는 의미의 변종명 simpliciflora를 붙여서 명명한 것이다. 이들 둘은 꽃의 형태 외에는 모든 형질이 거의 동일하다.
중국에서는 만첩조팝나무가 청대 원예학자인 진호자(陈淏子, 1612~미상)가 1688년 펴낸 원예서인 화경(花镜)에 이미 소엽화(笑靨花)라는 이름으로 수록되어 있었다. 소엽이란 웃을 때 생기는 보조개를 말한다. 이 만첩조팝나무가 개화시 꽃의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양의 식물분류학이 도입되면서 수선국(绣线菊)이라고 불리던 꼬리조팝나무가 속의 모식종이 되면서 중국에서 Spiraea속명을 수선국(绣线菊)속이라고 하게 된다. 그래서 이 수종의 중국 정명을 벚나무속 잎을 닮은 수선국이라는 의미에서 이엽수선국(李叶绣线菊)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리고 홑꽃(单瓣)이 피는 조팝나무는 실제로는 원종이지만 학명상으로는 변종이므로 이엽수선국단판변종(李叶绣线菊单瓣变种) 또는 단판이엽수선국(单瓣李叶绣线菊)이 되고 별명으로 단판소엽화(單瓣笑靨花)라고도 불린다. 겹꽃과 홑꽃 둘 다 자생하지 않는 일본에서는 먼저 도입된 만첩조팝나무는 그 꽃의 모습이 민물조개의 일종인 재첩의 속살을 닮았다고 시지미바나(シジミバナ) 즉 현화(蜆花)라고 부른다. 중국에서는 미녀의 보조개 같다고 비유한 것을 섬나라답게 일본에서는 재첩 속살에 비유한 것이 흥미롭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홑꽃(一重)인 조팝나무는 히토에노시지미바나(ヒトエノシジミバナ) 즉 일중현화(一重ノ蜆花)라고 한다. 만첩조팝나무의 국내 도입 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조선식물향명집에는 수록되지 않았으나 1943년 정태현선생의 조선삼림식물도설에서는 조팝나무라고 하고 겹꽃 학명을 표기하였는데 1966년 이창복선생이 한국수목도감에서 만첩조팝나무라는 명칭을 처음 붙였다. 그리고 1980년 이창복선생이 펴낸 대한식물도감에서 자생종인 홑꽃을 조팝나무라고 하여 결과적으로는 실질적인 원종인 홑꽃이 국내서는 조팝나무라고 제대로 불리고 변이종인 겹꽃이 만첩조팝나무로 오늘날까지 불리게 되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조팝나무를 홑조팝나무라고 하고 만첩조팝나무를 조팝나무라고 하여 학명이나 중국명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이렇게 만첩조팝나무는 이미 일제 강점기에 발간된 도감에도 수록되어 있었는데 왜 요즘 우리 주변에서는 보이지 않을까? 참으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재배하였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말인가? 그건 아니다. 최근에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시중에서 장미조팝나무로 불리는 수종이 바로 만첩조팝나무인 것이다. 이런? 실제로 식물매장 심폴에 가서 만첩조팝나무를 검색하면 등록상품이 전혀 없지만 장미조팝이라고 검색하면 무려 69개나 뜬다. 이렇게 인기 높은 정원수가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록된 이름과는 전혀 다른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다니 놀랍지만 답답하다. 요즘 작은 꽃이 피는 미니장미 품종들이 많이 보급되기는 했지만 이 수종의 지름 1cm 미만의 겹꽃을 장미꽃에 비유하여 장미조팝나무라고 부르는 것 또한 재첩이나 보조개 꽃이라고 부르는 일본이나 중국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동의보감의 상산은 조팝나무가 아니다.
동의보감이나 물명고를 비롯한 우리 옛 문헌에 조팝나무가 상산(常山)이나 항산(恒山) 또는 촉칠(蜀漆) 계뇨초(鷄尿草) 등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학명 Dichroa febrifuga이었다가 최근에 수국과 수국속 Hydrangea febrifuga로 변경된 중국 남방식물 상산(常山)을 말한다. 국내 미등록종인 이 관목은 우리 자생식물 운향과 상산 즉 Orixa japonica와도 또 다른 식물이다. 우리 자생종 상산을 중국에서는 이를 취상산(臭常山) 또는 일본상산(日本常山)이라고 한다. 즉 학질 치료에 특효가 있다는 동의보감에 수록된 상산은 조팝나무가 아니고 국내 미등록종인 중국 상산이며 국내 등록된 우리 자생종 상산은 중국에서 취상산(臭常山)이라고 부르는 다른 약재인데 그 효능은 상산과 유사한 점이 있다. 여하튼 이들 두 종의 상산은 조팝나무와는 전혀 무관하다. 조팝나무도 약재로 사용하지만 인후종통(咽喉肿痛)과 풍습비통(风湿痹痛) 치료용으로 쓰여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상산의 효능 즉 각종 학질(瘧疾)을 치료하고 담연(痰涎)을 토하게 하며 한열(寒熱)을 제거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그렇다면 조팝나무라는 우리 이름이 과연 중국 약재 상산을 국내서 부르던 이름인지 아니면 중국 약재 상산을 국내에 흔한 조팝나무와 동일 종으로 오동정한 것인지가 관건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중국 약재 상산은 내한성이 영하 12도라서 국내서는 재배지역이 한정되고 또 다른 상산 즉 중국명 취상산 또한 우리 자생종이기는 하지만 국내서 흔하지 않은 수종임을 감안할 때 조팝나무 또는 조밥나무라는 이름은 우리 선조들이 아무래도 현재의 조팝나무를 부르던 이름인 것 같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학자들이 중국의 상산(常山)이 아닌 소엽(笑靨)에다가 조팝나무라는 한글명을 부기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오류로 상산에다가 잘못 붙인 것으로 보인다. 조팝나무 즉 소엽(笑靨)은 대단한 약재가 아니라서 그런지 동의보감에서는 다루지도 않지만 조선후기 실학자인 유희(柳僖, 1773∼1837)선생이 1824년경에 펴낸 물명고(物名攷)에는 상산(常山)을 한글로 조밥나무라고 기록한 바로 그 아래에 소엽(笑靨)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소엽(笑靨) 화인정완(華人庭玩) 분근재지(分根栽之) 화세여두(花細如豆) 일조천화(一條千花) 망여퇴설(望如堆雪) 즉 “소엽(笑靨)은 중국 사람들이 정원에 심어 즐기는데 뿌리나누기로 번식하고 하나의 가지에 콩같이 작은 수많은 꽃이 피어 바라보면 마치 눈이 쌓인 것과 같다.”라고 묘사하여 이는 종자번식이 불가능한 만첩조팝나무 즉 장미조팝을 이르는 말이 분명하다. 현재 국내 한의학대사전에도 조팝나무의 약재명을 소엽화(笑靨花)라고 한다.
등록명 : 만첩조팝나무
유통명 : 장미조팝
학 명 : Spiraea prunifolia Siebold & Zucc.
분 류 : 장미과 조팝나무속 낙엽 관목
원산지 : 중국
중국명 : 이엽수선국(李叶绣线菊) 소엽화(笑靥花)
일본명 : 시지미바나(シジミバナ, 蜆花)
영어명 : bridal wreath spirea
수 고 : 3m
줄 기 : 소지 세장 능각 유시 단유모 후축점탈락 노시근무모
동 아 : 소 난형 무모 인편 수매
엽 편 : 난현 장원피침형
잎크기 : 1.5~3 x 0.7~1.4cm
잎모양 : 선단급첨 기부설형 변연세예단거치
잎면모 : 상면유시 미단유모 노시근하면 단유모 우상맥
잎자루 : 2~4mm 단유모
꽃차례 : 산형화서 무총경 3~6송이 기부 수매 소향엽편 착생
꽃자루 : 6~10mm 단유모
꽃특징 : 겹꽃 지름 1cm 백색
열 매 : 결실 불가
개화기 : 3~5월
내한성 : 영하 28도
등록명 : 조팝나무
학 명 : Spiraea prunifolia var. simpliciflora (Nakai) Nakai
등록명 : Spiraea prunifolia f. simpliciflora Nakai
분 류 : 장미과 조팝나무속 낙엽
원산지 : 우리 자생종 중국
중국명 : 단판이엽수선국(单瓣李叶绣线菊) 단판소엽화(單瓣笑靨花)
일본명 : 히토에노시지미바나(ヒトエノシジミバナ,一重ノ蜆花)
수 고 : 1.5~2m
줄 기 : 지하부 적갈색 노지 회갈색 수피 박락 붉은 갈색 능선 광택
엽 편 : 단엽 호생 타원형 장타원형
잎자루 : 1.1~1.9mm 백색 단모
잎크기 : 4.6∼6.4 × 1.9∼2.7cm
잎특징 : 무모 이면 백모 점첨두 예거치 유저
꽃차례 : 1년지 정단 무총화경 산형화서 4~8송이
소화경 : 8.4~17.4mm 모
포 편 : 도란형 무모
꽃특징 : 지름 9~18mm 화탁 녹색 종형 무모
꽃 잎 : 백색 도란형 4.0∼8.5 × 2.9∼5.2mm 원두 요두 예저
꽃받침 : 결실기 직립 악통 종상 내외면 단유모
수 술 : 20개 꽃잎보다 짧음
암 술 : 수술보다 짧음
열 매 : 골돌과 좁은 타원형 3.8∼4.6 × 1.1∼2.2mm 단유모
종 자 : 황갈색 선형 3.0∼4.0 × 0.2∼0.4mm
개화기 : 3~4월
결실기 : 4~7월
내한성 : 영하 28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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