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팝나무속은 전세계적으로 북반구 거의 전역에 걸쳐서 100여 종이 분포하는데 이 중 한중일 3국에 거의 절반이 분포하며 우리나라 자생종만도 12종이나 된다. 과거에는 터리풀이나 눈개승마 등 초본식물도 이 속으로 분류되었으나 현재는 각각 독립된 속으로 분리되어 나갔기에 현재 조팝나무속 식물은 모두 목본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조팝나무속 식물이 43종이 올려져 있는데 이 중 변종과 원예품종을 제외하면 원종 19종과 교잡종 2종이 등록되어 있는데 이 중 12종이 우리 자생종 즉 토종이라는 말이다.
조팝나무속은 일부 수종이 유럽에서도 자생하기 때문에 일찍이 린네가 식물분류학을 창설할 당시부터 조팝나무속 즉 Spiraea속을 창설하였는데 그 의미는 영어 wreath 즉 화환이나 화관이라는 뜻이다. 이는 긴 줄기를 따라서 작은 꽃들이 다닥다닥 핀 모습에서 온 것이다. 실제로 일부 조팝나무 중에는 조팝나무나 갈기조팝나무 인가목조팝나무 공조팝나무 등과 같이 긴 줄기를 따라서 꽃이 다닥다닥피어 화관을 만들기에 매우 적합한 수종들이 많다. 하지만 이 수종들은 그 당시 유럽에 존재하지 않았을 터이므로 이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유럽에서 자생하는 국내 미등록종 Spiraea crenata나 Spiraea hypericifolia 등의 영향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1753년 린네가 조팝나무속을 창설하면서 모식종(模式種) 즉 본보기로 삼은 수종은 화관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조팝나무속에서는 흔하지 않은 원추화서인 꼬리조팝나무이다. 원추화서는 현재 국내에 등록된 조팝나무 21종 중 자생종으로는 꼬리조팝나무가 유일하며 외래종도 털꼬리조팝나무 한 종이 더 있을 뿐이다. 약 50종이 자생하는 세계 최대 조팝나무 원산지인 중국에서도 원추화서는 꼬리조팝나무가 유일하다. 그런데도 린네가 이를 모식종으로 삼은 이유는 북미에서 건너온 조팝나무들 중에 원추화서가 더러 있었으며 특히 그 당시 원추화서인 쉬땅나무를 조팝나무로 분류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조팝나무속의 모식종이 원추화서이지만 국내 우리 주변의 조팝나무들은 (털)꼬리조팝나무를 제외하면 원추화서와는 거리가 멀다는 말이다.
그럼 국내 등록된 조팝나무들은 어떤 화서일까? 실제로 바로 이 꽃차례가 조팝나무속을 세분류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선 당년지에서 나온 긴 가지 끝에 대형 원추화서로 꽃이 피는 원추화서조(圓錐花序组)는 우리 자생종 꼬리조팝나무 외에도 미국에서 도입된 털꼬리조팝나무가 있다. 다음 당년지나 전년지에서 나온 긴 가지 끝에 복산방화서로 꽃이 피는 복산방화서조(複繖房花序组)가 있는데 여기에 속하는 수종은 우리 자생종 참조팝나무 좀조팝나무 덤불조팝나무 섬국수나무 갈기조팝나무가 있고 외래종으로 일본조팝나무와 미국산조팝나무 히말라야조팝나무가 있다. 그 다음은 전년지에서 분화한 측지의 선단에 긴 총화경을 가진 산형상 산방화서인 장산방화서조(長繖房花序组)로 인가목조팝나무 산조팝나무 당조팝나무 긴잎조팝나무 아구장나무 갈래조팝나무 등 우리 자생종 외에도 공조팝나무 일본바위조팝나무 반호우트조팝나무 등 외래종이 등록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전년지의 눈에서 직접 분화한 총화경이 없는 산형화서인 수종들은 단산방화서조(短繖房花序组)로 분류하는데 여기에 해당되는 수종은 우리 자생종 조팝나무와 그 원종인 일본 원산 만첩조팝나무 즉 장미조팝이 있으며 일본에서 도입되어 시중에서 일본 이름 설류화(雪柳花)로 널리 알려진 가는잎조팝나무가 있으며 유럽 원산 교잡종인 화관조팝나무도 있다. 조팝나무속에서는 꽃차례 외에도 꽃의 색상이나 꽃받침의 형태 그리고 수술의 길이와 결실기 열매의 끝에 숙존하는 암술대의 위치와 골돌과의 형태 등의 형질이 종 분류의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원추화서
단산화서
장산화서
복산방화서조
조팝나무속의 학명은 전술한 바와 같이 화환(花環)용으로 적합하다는 뜻이지만 영어권에서는 일반적으로 meadowsweets 또는 steeplebushes라고 부른다. 하지만 meadowsweets는 원래 과거 약재로 쓰였던 느릅터리풀에서 온 이름이다. 하지만 학명 Filipendula ulmaria인 느릅터리풀은 현재 장미아과 터리풀속으로 분류되기에 더 이상 아몬드아과 조팝나무속이 아니다. 참고로 서양에서 기원전부터 Salix alba라는 유럽 원산의 흰버드나무에서 추출하여 약재로 사용하던 살리신산을 19세기 말 독일 제약회사인 바이엘(Bayer)이 느릅터리풀에서 효능이 개선된 살리신산 추출에 성공하여 상표를 붙인 것이 그 유명한 아스피린이다. Aspirin이라는 이름은 아세틸 살리실산(acetylsalicylic acid)의 A와 조팝나무속의 Spiraea의 spir이 합성되어 만들어진 이름인 것이다. 그 당시는 느릅터리풀의 학명이 Spiraea ulmaria이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영어명 steeplebushes는 마치 교회의 첨탑과 같이 하늘로 뾰족하게 솟은 모습으로 꽃이 피는 털꼬리조팝나무의 모습에서 온 것이다.
우리 이름 조팝나무는 작은 꽃들이 모인 모습이 마치 오곡(五穀)의 하나인 조(粟)로 만든 밥(飯)과 같다고 조반이라고 하다가 조팝으로 변한 것이라고 한다. 아닌게 아니라 개화기 여러 송이가 모여서 피는 작은 꽃의 노란색 꽃밥이 옛날 춘궁기에 먹던 까칠까칠한 조밥을 떠올리게 한다. 여하튼 중국 원산인 조는 한중일 모두가 재배하지만 이 조팝나무속 수종들을 조밥에 비유하여 부르는 나라는 우리뿐인 것 같다. 즉 우리 독창적 이름이라는 말이다. 중국에서는 조팝나무속을 수선국(绣线菊, 繡線菊)속이라고 부른다. 긴 수술이 마치 실로 수를 놓은 것 같으며 꽃은 국화를 닮았다는 뜻이다. 일본에서는 조팝나무속을 시모츠케(シモツケ)속 즉 하야(下野)속이라고 하는데 이는 일본조팝나무가 처음 발견된 현 도치키현(栃木県)에 있었던 옛날 하야국(下野国)이라는 작은 국가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속의 모식종인 원추화서조의 꼬리조팝나무를 그냥 수선국 (绣线菊, 繡線菊)이라고 불러 서양 분류학의 학명과 궤를 같이 하지만 일본에서는 복산방화서조의 일본조팝나무를 시모츠케(シモツケ, 下野)라고 하며 우리나라는 단서산방화서조의 조팝나무를 그냥 조팝나무라고 불러 동양 3국의 대표수종이 각각 다르다. 그럼 다음 게시글부터는 조팝나무속 개별 수종들의 탐구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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