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베개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소교목이 있다. 이 수종은 한중일에서 자생하는데 원래 우리나라에서는 남쪽 제주도와 지리산 등 충청도 이남에서만 발견되었으며 중국에서도 산서성이나 섬서성 이남지역에서 자생하며 일본에서도 관서 이서지역에서만 자생하여 내한성이 약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서울에서 월동 가능한 수종이다. 이 수종은 한중일 3국에서 자생하는 것이 발견된 시기와 발견 당시의 명명된 학명은 각각 달랐으나 현재는 3종을 모두 통합하여 학명 Rhamnella franguloides (Maxim.) Weberb. 하나로 표기하고 있다. 그럼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자. 맨 먼저 1860년 영국 채집가에 의하여 중국에서 채집한 표본을 러시아 식물학자인 Karl Maximovich (1827~1891)가 1866년 Microrhamnus franguloides Maxim.라는 학명을 발표했다. 여기서 속명 Microrhamnus는 micro와 Rhamnus의 합성으로서 작은 갈매나무속이라는 뜻이다. 글쎄 까마귀베개의 키와 잎은 결코 갈매나무들에 비하여 적지 않는데 이렇게 작게 인식한 이유는 아무래도 꽃과 열매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성화인 꽃은 개화기에도 꽃받침 열편이 활쫙 펴지지 않아서 매우 작게 느껴진다. 원주형인 열매도 갈매나무속 모식종인 아마(유럽)갈매나무에 구형 열매에 비하여 길이는 비슷하지만 지름이 거의 반 정도이므로 매우 작다. 그런데 문제는 1852년에 명명된 이 속명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Microrhamnus속의 모식종이었던 다른 식물에 대하여 이미 다른 학자가 다른 속명으로 명명한 것이 나중에 밝혀져 후순위속명이 된 것이다. 그래서 1867년 네덜란드 식물학자인 Friedrich Anton Wilhelm Miquel(1811~1871)이 일본 나가사키서 발견한 표본을 대상으로 Rhamnella japonica Miq.를 명명하면서 창설한 Rhamnella속으로 편입되어 독일학자 Augusto Weberbauer (1871~1948)가 1895년 재명명한 학명 Rhamnella franguloides (Maxim.) Weberb.로 현재 전 세계가 표기하는 것이다. 종소명 franguloides는 산황나무속 즉 Frangula속을 닮았다는 뜻이며 새로운 속명 Rhamnella는 diminutive Rhamnus라고 갈매나무속의 축소형이라는 뜻으로 결국 원래의 속명 Microrhamnus와 일맥상통하는 의미이다. 그러니까 까마귀베개의 속명은 갈매나무의 왜성이라는 뜻이고 속명은 산황나무속을 닮았다는 뜻이므로 결국 갈매나무와 거기서 갈라져 나온 산황나무 그리고 이 까마귀베개는 셋 다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이미 학명에서 내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제주도에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대구교구로 옮겨서 거기서 생을 마감한 한국명이 엄택기인 프랑스선교사 겸 식물채집가인 에밀 다겟(Émile Taquet, 1873~1952)신부가 1906년 한라산에서 이 종을 발견하여 표본을 본국으로 보내 프랑스 성직자이자 식물학자인 Augustin Abel Hector Léveillé (1864~1918)가 1910년 학명을 Microrhamnus taquetii H.Lév.라고 발표했다. 그러다가 나중에 일본에서 발견된 Rhamnella japonica와 함께 중국에서 발견된 Rhamnella franguloides 셋이 통합하게 되었는데 1866년 발표된 중국 학명이 가장 빨라서 정명이 된다. 산서성에서부터 호남성까지 여러 성에서 자생하는 중국에서는 이 수종의 길쭉한 열매가 고양이 젖꼭지같이 생겼다고 묘유(猫乳)라고 하며 별명으로 장엽록시(长叶绿柴) 산황(山黄) 또는 서시조(鼠矢枣)라고 부른다. 여기서 장엽록시(长叶绿柴)와 산황(山黄)은 중국에서 산황나무와 거의 동일시 하였다는 뜻인데 이는 까마귀베개도 산황나무와 마찬가지로 황색 염료로 사용되었는 데다가 같은 양성화이며 열매의 색상도 홍색에서 흑색으로 변하므로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서시조(鼠矢枣)는 그 길쭉한 열매가 마치 쥐똥(鼠矢)과 같이 생겼다고 붙은 이름이다. 일본에서도 중국 이름을 그대로 수용하여 네코노치치(ネコノチチ) 즉 묘유(猫の乳)라고 부른다.
1937년 조선식물향명집에서 처음 사용한 우리 이름 까마귀베개는 까만 열매가 마치 베개와 같이 길쭉한 데다가 열매의 속 종자는 가운데 부분이 잘록하여 영락없는 베개의 모습처럼 보이기 때문에 그렇게 붙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 외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망개나무나 푸대추나무 또는 헛갈매나무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서양과 중국에서는 갈매나무나 산황나무와 닮았다고 그렇게 학명이나 명칭을 붙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우리 자생종 망개나무와 거의 동일시 하여 같은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망개나무는 서양이나 중국에서는 없는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자생하는 수종이다. 이들 둘이 차이점에 대하여는 다음 망개나무 편에서 언급하기로 한다. 까마귀베개의 열매는 녹색에서 귤색이나 홍색으로 변했다가 최종적으로 흑색으로 성숙하는데 우리는 완전히 성숙한 열매의 검은 색상에서 이름을 붙였으나 중국과 일본에서는 귤색이나 홍색일 때의 모습에서 이름을 붙였다는 점이 다르다. 이 까마귀베개는 갈매나무들과는 달리 열매의 색상이 아름답고 잎이나 수형도 나쁘지 않아서 관상용으로도 재배한다. 홍릉수목원에 가면 볼 수 있다.
산황나무와 까마귀베개의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1. 동아에 융모가 없고 인편이 있으나 산황나무는 인편 대신에 융모가 있다.
2. 피침형 탁엽이 숙존하지만 산황나무는 없거나 조기 탈락한다.
3. 잎의 거치가 날카로은 세거치이지만 산황나무는 둥근 세거치이다.
4. 꽃잎이 관도란형이며 끝이 약간 오목하지만 산황나무는 원형이고 끝이 2렬한다.
5. 까마귀베개는 특이하게 꽃받침 열편 내부에 돌기가 있다.
5. 화서가 2차취산화서이지만 산황나무는 취산화서이다.
6. 자방이 2실이지만 산황나무는 3실이다.
7. 화주는 2천렬하지만 산황나무는 분렬하지 않거나 아주 짧게 3렬한다.
8. 열매는 원주형이고 핵은 협장타원형이지만 산황나무는 열매는 구형 또는 도란상구형이고 종자는 난상타원형이다.
등록명 : 까마귀베개
학 명 : Rhamnella franguloides (Maxim.) Weberb.
분 류 : 갈매나무과 까마귀베개속 낙엽 관목 소교목
원산지 : 한 중 일
중국명 : 묘유(猫乳)
일본명 : 네코노치치(ネコノチチ) 묘유(猫の乳)
수 고 : 2~9m
줄 기 : 유지 녹색 단유모 혹 유모 밀생
엽 편 : 도란상구원형 도란상타원형 구원형 장타원형 도란형
잎크기 : 4~12 x 2~5cm
잎모양 : 정단미상점첨 점첨 급수축성 단점첨 기부원형 희설형 초편사
잎거치 : 세거치
잎색상 : 상면록색 하면황록색
잎면모 : 상면 무모 하면 유모 연맥유모
잎면맥 : 측맥 5~11(13)조
잎자루 : 2~6mm 유모 밀생
탁 엽 : 피침형 3~4mm 기부 줄기와 이생 숙존
꽃특징 : 황록색 양성
꽃차례 : 취산화서, 6~18송이 액생
총화경 : 1~4mm 소유모 혹 무모
꽃받침 : 악편 3각상난형 변연 소단모
꽃부리 : 관 도란형 정단 미요
꽃자루 : 1.5~4mm 소모 혹 무모
열 매 : 핵과 원주형 7~9 x 3~4.5mm 성숙시 홍색 길홍색 후 흑색 자흑색
과 경 : 3~5mm 유모 무모
개화기 : 5~7월
결실기 : 7~10월
내한성 : 영하 18도
용 도 : 약용 녹색 염료 관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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