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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3 굴피나무 – 꽃 구조가 독특한 자생 소교목

낙은재 2024. 12. 13. 09:10

굴피나무의 솔방울처럼 생긴 열매

 

 

 

 

굴피나무는 내한성이 충분하지는 않아서 우리나라에서는 중부 이남에서만 자라며 특히 남부지방에서는 주변 야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이다. 우리나라 외에도 홋카이도를 제외한 일본 전역과 내몽고나 동북지방 등 추운 지역을 제외한 중국 중남부지역 그리고 베트남에서도 자생하는 이 굴피나무의 학명은 일본 나가사키시 데지마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동양 식물을 탐사하였던 독일 식물학자 겸 의사인 필리프 프란츠 폰 지볼트(Philipp Franz von Siebold, 1796~1866)가 명명한 것이다. 지볼트는 1823년부터 1829년까지의 1차 일본 체류 기간에 수많은 동양 식물의 표본을 채집하여 귀국하였다. 그는 1835년부터 죽을 때까지 이어진 방대한 일본식물지의 집필 도중에 하나하나 새로운 종을 발표하였는데 이 굴피나무는 세상 그 어디에도 없던 독특한 새로운 수종이었기에 1843년에 새로운 속을 창설하면서 그 속의 유일한 종으로 Platycarya strobilacea Siebold & Zucc.라는 학명을 발표하게 된다. 지볼트는 이 수종이 바로 앞에서 다룬 카리아속과 매우 흡사하지만 열매 좌우에 날개가 있기에 넓다고 broad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platy를 앞에 붙여서 Platycarya를 속명으로 삼았다. 카리아속의 carya는 견과를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온 것이다. 그리고 열매 정확하게 말해서는 과서(果序)의 모양이 콘(cone) 즉 원뿔형으로 생겼다고 Cone-like의 의미인 종소명 strobilacea를 사용한 것이다.

 

 

열매에 날개가 있어 넓고 열매차례가 콘처럼 생겼다.

 

 

 

한편 영국 왕립정원인 큐의 정원사이자 큐에서 해외로 파견한 마지막 식물채집가로서 1861년에 동아시아에 와서 1864년 대만에서 우울증, 이질 등의 병을 얻어 중국 하문에서 27세라는 젊은 나이에 애석하게 사망하기까지 일본과 우리나라 중국 및 동남아에서 왕성하게 수많은 식물을 채집한 Richard Oldham(1837~1864)이 1863년 남해안 도서지방에서 채집한 표본을 대상으로 네덜란드 식물학자인 Friedrich Anton Wilhelm Miquel (1811~1871)이 굴피나무의 변종으로 1867년 명명한 학명 Platycarya strobilacea var. coreana Miq.를 국내서 털굴피나무라고 불렀다. 잎과 꽃자루 등에 갈색 털이 빽빽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원종인 굴피나무에 통합되었다.

 

올드함이 1863년 우리나라서 채집한 털굴피나무의 표본

 

 

 

굴피나무를 일본에서는 노구루미(ノグルミ)라고 즉 야호도(野胡桃)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산이나 들에서 흔히 보이는 호두나무라는 말이다. 또 다른 원산지인 중국에서는 잎이나 뿌리 등에서 연한 맑은 향이 난다고 화향수(化香树) 화목향(花木香) 환향수(還香树) 등으로 부른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한자로 필률향(必栗香)이라고 한다고 설명하는 도감이 있다. 글쎄 아마 중국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 수록되어 있는 굴피나무를 연상시키는 필률향(必栗香)을 근거로 삼은 것 같다. 하지만 정작 중국에서는 무독(無毒)이라고 본초강목에서 설명한 필률향이 독성이 있어 살충제로 쓰며 내복할 수 없다(不能内服)고 설명하는 현재의 화향수(化香树)라고 선뜻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1999년 중국 국가중의약관리국에서 편찬한 중화본초(中华本草)에서도 필률향이 곧 화향수라고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중국식물지에서도 화향수의 여러 별명을 나열하고 있지만 거기에도 필률향은 없다. 즉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중국은 물론 국내서도 한약재로 쓸 때 약재명을 화향수엽化香树叶) 화향수과(化香树果)라고 한다.

 

이 수종의 우리 이름 굴피나무의 어원은 아직 제대로 파악되어 있지 않다. 우선 굴피는 강원도 산골에 가면 가끔 볼 수 있는 굴피집 때문에 익숙한 단어이다. 하지만 강원도에서 과거에 두꺼운 굴참나무의 수피로 지붕을 이었기에 굴피집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 수종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최초의 우리말 식물목록집인 1937년 발간된 조선식물향명집에서는 이를 굴피나무라고 하고 굴태나무를 병기했다. 그리고 그 이전인 1921년에 일본학자 모리(森)가 일본어로 엮은 조선식물명휘에는 굴태나무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그 외에도 꾸정 또는 꾸졍나무라는 지방도 있고 산가죽나무라는 이름으로도 불렀다. 산가죽나무는 중국 본초학자 이시진(李時珍)이 본초강목에서 필률향(必栗香)의 잎이 춘(椿)을 닮았다고 표현하였기 때문에 생긴 이름으로 판단된다. 춘(椿)는 중국에서 참죽나무(香椿)와 가죽나무(臭椿)를 통칭하는 말이다. 산가죽나무 외의 이름인 굴태나무와 굴피나무 꾸정나무 등의 어원을 정확하게 모른다는 말이다. 굴피나무에는 독성이 있으므로 수피가 잘 썩지 않는다. 그리고 수피와 뿌리 그리고 잎과 열매에 탄닌(tannin)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접착제로 활용되었으며 수피에 섬유질이 많아 이를 벗겨서 노끈 등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그래서 과거에는 이 섬유로 그물을 만들었기에 그물을 만드는 수피가 그물피가 되고 다시 줄어서 굴피가 되어 굴피나무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물에서 잘 썩지도 않는 데다가 섬유를 뽑기도 쉬워서 상당한 설득력이 있었기에 한때 정설로 널리 알려졌었다. 하지만 굴피가 그물피라면 굴태나무와 꾸정나무는 어디서 온 말인지에 대한 설명이 어려워 진다.

 

그러다가 최근에 새로운 주장이 나온 것이다. 주로 대나무로 만드는 홈통을 뜻하는 한자어 견(筧)을 우리말로 홈 또는 굴피라고 한다는 설명이 조선 말기 학자인 황필수(黃泌秀, 1842~1914)선생이 1870년 펴낸 명물기략(名物紀略)이라는 사물의 명칭을 고증하는 책에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물에서도 잘 썩지 않는 굴피나무 목재가 홈통 또는 그 주변 보강재를 만들기에 매우 적합하므로 여기서 유래된 말이라는 설이다. 상당히 설득력 있기는 하지만 이 설 또한 굴태나무나 꾸정나무의 어원까지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물이 흐르는 견(筧)을 홈 또는 굴피라 했다고 명물기략에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여하튼 1999년 중국 광서성에서 용주화향(龙州化香)이라는 굴피나무속의 새로운 종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속의 유일종이었던 굴피나무는 매우 독특한 꽃 형태를 취하고 있어 매우 흥미로운 수종이다. 굴피나무는 자웅동주이므로 한 나무에 암꽃과 수꽃이 따로 핀다. 하지만 그 형태가 매우 독특하여 우리나라 여러 도감에서 굴피나무를 다루지만 그 꽃차례 즉 화서의 이름이 없다. 화서명을 언급하지 않기는 중국이나 일본의 대부분이 도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국내 일부 도감에서 엉뚱하게 취산화서라기도 하고 일부에서는 유제화서라고도 한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수상화서라거나 미상(尾狀) 형태라는 언급은 더러 보인다. 글쎄 취산화서는 유한화서(有限花序)이고 유제화서나 수상화서는 무한화서(無限花序)이기에 같거나 비슷할 수가 없다. 중국에서는 화서명에 대한 언급은 없고 다만 양성화서와 웅화서가 산방상(傘房狀) 화서속(花序束)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니까 다수의 화서들이 모여서 산방상 화서속(束) 즉 다발을 이루고 있다는 말이다. 굴피나무는 수상화서 모습을 한 웅화서(雄花序)가 있고 자화서(雌花序)가 있는데도 별도로 양성화서(兩性花序)가 따로 있는 경우가 있다. 양성화서는 하나의 화서에 하단은 암꽃들로 상단은 수꽃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웅화서와 자화서 그리고 양성화서 모두 위로 직립하는데 양성화서나 자화서 중 하나가 가운데 위치하고 그 주위를 여러 웅화서가 둘러싸는 모습을 취한다. 그러니까 대부분 가래나무과 수종들은 웅화서는 아래로 처지는 유제화서(葇荑花序)이고 자화서는 위로 직립하는 수상화서(穗狀花序)이며 암수화서가 달리는 지점이 각각 다르다. 하지만 이 굴피나무는 모든 화서가 위로 직립한다는 점이 다르고 양성화서 또는 자화서 1조를 3~8조의 웅화서가 둘러싸면서 작은 가지 끝 하나의 지점에서 나온다는 점이 특이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굴피나무는 자가수분을 피하려고 대개 웅성선숙(雄性先熟)의 형태를 취하지만 자성선숙(雌性先熟)인 경우도 보인다. 하지만 이는 가래나무과 다른 수종들에서도 가끔 보이는 현상이다.

 

웅화서
자화서(좌) 수분후 모습(우)
양성화서의 모습 하단은 자화 상단은 웅화로 구성되어 있다.
가운데 자화서 주위에 웅화서인 모습
가운데 양성화서 주위에 웅화서인 모습
웅성선숙(좌)과 자성선숙(우) 하는 모습

 

 

 

굴피나무는 중국에서는 키가 2~6m인 소교목으로 알려졌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0~12m까지 자란다면서도 소교목이라고 한다. 주로 5m 내외로 자라기 때문이다. 반면에 일본에서는 키가 10~20m이며 최대 30m까지도 자라는 교목이라고 말한다. 환경에 따라서 키가 크게 변하는 수종인 것으로 보인다. 굴피나무의 암수 꽃차례는 원시적인 형태가 남아 나자식물과 유사하다고 한다. 화피편이 없고 풍매화이다. 꽃에서 독특한 냄새가 나지만 찾아오는 곤충은 거의 없다. 하지만 가끔 파리나 총채벌레 등이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줄기와 열매는 염료로 사용하고 특히 탄닌에 많이 함유된 목재를 태우면 침향과 같은 향이 나면서 모기향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솔방울처럼 생긴 열매가 드라이 플라워로 장식용으로 사용되기도 하는 굴피나무는 우리 자생종으로서 매우 특수한 생식기관 구조를 가지고 있어 관심이 가는 수종이지만 꽃이나 열매 특히 꽃이 큰 매력이 없다는 것이 매우 아쉬운 점이다.  

 

풍매화이지만 암수꽃을 찾은 총채벌레와 파리
장식용 드라이 플라워로 이용되는 굴피나무 열매

 

 

 

 

 

등록명 : 굴피나무

이   명 : 굴태나무 꾸정나무

학   명 : Platycarya strobilacea Siebold & Zucc.

분   류 : 가래나무과 굴피나무속 낙엽 소교목 교목

원산지 : 한중일

중국명 : 화향수(化香树) 화목향(花木香)

일본명 : 노구루미(ノグルミ) - 야호도(野胡桃)

수   고 : 6~12m 최대 20m

수   피 : 회색 노시불규칙종렬 2년생지 암갈색 세소피공

동   아 : 난형 성구형 아린활 변연세단첩모

가   지 : 눈지 갈색유모 불구즉 탈락무모

엽   편 : 길이 15~30cm, 총병 단, 희소 적갈색 단유모 후탈락 근무모

소엽편 : 7~23매 지질 측생소엽무엽병 대생 하단 호생

잎모양 : 난상,장타원상피침형 기부왜사 정단장점첨 거치

정생엽 : 소엽병 2~3mm 기부대칭 원형 활설형

잎크기 : 소엽편 4~11 x 1.5~3.5cm 부등변 상방엽 교대

잎색상 : 상면 녹색 하면 천록색

상면모 : 잎 상면 근무모 맥상 갈색 단유모

하면모 : 초시맥상 갈색유모 후탈락 측맥액모 불탈락 혹 전체 불탈락 변이 다대

꽃차례 : 양성화서와 웅화서 소지 정단생 산방상화서속 직립

양성화 : 통상 1조 착 중앙 정단 5~10cm 자화서 하부 1~3cm

웅화서 : 상부 통상 3~8조 양성화서 하방 주위, 4~10cm

웅   화 : 포편 활란형 정단 점첨 향외만곡 단유모 2~3mm

수   술 : 6~8개 화사단 세단유모 화약 활란형 황색

자   화 : 포편 난상피침형 정단 장점첨 경 불외곡 2.5~3mm 화피 2 위치 자방 양측 배부 날개 모양 종렬 융기 자방과 더불어 증대

과   서 : 구과성 난상타원형 장타원상 원주형 2.5~5 x 2~3cm

포   편 : 목질, 숙존 탄성 7~10mm

열   매 : 소견과상 배복압편상 양측 좁은 날개 4~6 x 3~6mm

종   자 : 난형 종피 황갈색 막질

개화기 : 5~6월

결실기 : 7~8월

용   도 : 접찹제 원료 섬유 농약 방향유 정유 목재 약용

내한성 : 영하 23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