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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후박나무 그리고 중국 후박(중국목련)과 일본 후박(일본목련)

낙은재 2016. 10. 3. 15:19

후박나무


제주도와 남부지방 일부에서만 자생하는 또 하나의 남부수종 후박나무를 알아본다. 우선 후박나무라고 하면 키가 20m까지 자라고 잎도 거의 50cm까지나 되는 일본목련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연세가 드신 분들이거나 남부수종이 자라지 못하는 중부지방에서 그런 경우가 흔하다. 그런데 그 이유를 어렵게 파악해 보면 일본에서 일본목련을 처음 들여올 때 그만 후박(厚朴)이라고 잘못 알려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듣게 된다. 일본에서 목련을 모꾸렌(木蓮)이라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후박이란 이름이 따라왔을까? 그리고 이게 정말 잘못 된 이름인가? 그럼 이것부터 짚고 넘어가야 되겠다.


오늘 탐구할 대상은 녹나무과 후박나무속 상록 교목으로 학명은 Machilus thunbergii이다. 그런데 일부에서 후박나무라고 부르고 있는 일본목련은 목련과 목련속 낙엽 교목이다. 학명은 Magnolia obovata이다. 일본 신사에서 주로 많이 심는 이 목련속 나무의 일본 이름은 호오노키(ホオノキ : 朴の木)이다. 그럼 이 나무가 왜 후박나무일까? 그 것은 일본에서 이 나무의 두터운 껍질을 약재로 사용하는데 그 껍질의 생약명이 후박(厚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무 자체를 한자로 厚朴이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후박(厚朴)

중국목련, 일본목련

정말 껍질이 두껍다.


이쯤되면 눈치빠른 사람은 이미 답을 알 것 같다. 우리나 일본이나 한약재 생약명이란 것은 바로 그 식물의 중국명의 다름이 아니다. 중국 의학서적으로 한의학을 공부하기 때문에 생약명 자체가 바로 중국의 그 식물명인 것이다. 그러면 이 거대한 나무의 중국 이름이 후박? 바로 그렇다. 중국에는 일본 목련과 매우 흡사한 수종이 있는데 그 나무의 이름이 바로 후박(厚朴)인 것이다. 국내서도 홍릉 국립수목원에 가면 이 후박을 볼 수 있는데 중국목련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 미등록종이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일본목련은 일본후박이라고 부른다. 참고로 중국에서는 목련을 목란(木蘭)이라고 하는데 목란속 수종 중에서 수피가 두툼한 것을 후박이라고 하며 중국 원산의 후박과 장엽후박 외에 일본에서 도입된 일본후박 등 모두 3종이 있다. 


후박(厚朴) = 중국목련

잎모습은 일본목련과 구분이 어렵다.


요엽후박(凹叶厚朴)

후박(厚朴) 즉 중국목련의 변종으로 끝이 오목한 것이 특징이다.

이 나무가 홍릉수목원에 있다.


호오노키(ホオノキ : 朴の木) = 일본후박

우리나라에 일본목련으로 등록되어 있다.

일본 후박의 약효는 중국 후박과 거의 동일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럼 결국 중국과 일본에서는 후박이라면 목련의 일종을 말하는데 우리만 이 일본목련이 들어 올 당시 이미 남부지방에서 후박나무라고 부르는 녹나무과의 Machilus thunbergii가 있었기 때문에 원산지 중국이나 일본 그 어디에서도 부르지 않는 목련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국어사전에 후박나무의 한자 표기가 厚朴나무로 나오는데 여기서 후박은 두터운 껍질을 뜻한다고 풀이할 수도 있겠지만 박(朴)을 후박나무 박자라고 할 때의 후박나무는 우리 남부수종 후박나무가 아니라 중국의 후박 즉 일본목련이나 중국목련을 지칭한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한의학에서 후박이라고 하면 우리의 녹나무과 후박나무 껍질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일본목련의 수피를 말한다. 그리고 일본목련의 이명으로 떡갈후박 또는 왕후박이 등재되어 있다. 일본목련으로 등록 당시 논란이 있었다는 증거이다. 차라리 떡갈후박으로 등록하였으면 오히려 혼란이 줄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토종 보리수나무가 미리 이름을 차지하는 통에 나중에 인도에서 들어 온 진짜 부처님 해탈의 보리수나무는 인도보리수로 중국에서 들어 온 보리수는 보리자나무로 등록한 것과 비슷한 사례이다. 


그럼 우리나라의 후박나무를 일본과 중국에서는 뭐라고 부를까? 일본에서는 타부노키(タブノキ : 椨の木)라고 하는데 그 어원을 알 수 없어 우리나라의 통배를 만드는 목재로 쓰는 나무에서 찾고 있는데 통배가 타부로 되었다는 것은 좀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것보다는 고대 신령이 깃든 나무를 타마(靈 : 령)라고 하였는데 거기서 타모로 다시 타부로 변했다는 설이 그럴싸하다. 이 나무를 표현하는 일본한자 椨(부)는 마을 옆에 있는 나무라는 뜻이므로 마을 수호나무와 맥이 통한다. 



후박나무

교토 인근 시가시 청량사


중국에서는 이 후박나무를 홍남(红楠)이라고 부른다. 화아도 붉고 열매자루도 붉은데다가 무엇보다도 봄에 새싹이 나올 때 포가 붉어서 멀리서도 눈에 잘 띄어 그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중국에서는 이 나무가 봄에는 신아가 아름답고 여름에는 열매가 보기 좋고 겨울에는 두툼하면서도 붉은 화아가 아주 매력적인데다가 전체 수관이 아름다워 정원수로 매우 인기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개체수가 그다지 많지 않아서 국가보호3급수종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후박나무 신아



후박나무 신아



후박나무 화아



홍남(红楠) = 후박나무

열매자루가 붉어서 중국이름이 홍남이다.


후박나무의 우리나라 생약명도 홍남피라고 분명하게 국생정에 기재되어 있다. 즉 일본목련의 생약명이 후박이고 후박나무의 생약명은 홍남인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중국목련이나 일본목련이 아닌 후박나무의 껍질을 후박이라고 헷갈려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심지어는 한의사들이 쓴 글에서도 보인다. 인터넷에 후박나무를 검색하면 특히 약효에 가서는 정말 뒤죽박죽된 정보들이 난무하고 있다. 우리 자생종 후박나무를 잘 설명하다가도 효능에 가서는 위장이니 천식이니 하면서 일본목련이나 중국목련의 약효를 들먹이는 것이 거의 대부분이다. 여기서 두 나무의 약효에 대한 중국 기록을 간단하게 비교 소개하여 잘못 사용되지 않았으면 한다. 국역하지 않더라도 관심있는 분들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 것으로 믿는다. 


우리나라 남부수종 후박나무의 생약명 : 홍남목, 홍남피 

약  효 : 근육을 풀어주고 통증과 부기를 가라앉힌다. 서근활락(舒筋活络), 소종지통(消肿止痛)

지사제 등으로 내복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주로 외부에 붙이거나 바르는 약이다. 


일본목련 또는 중국목련의 생약명과 약효 

성  미 : 고(苦), 신(辛), 온(溫)

후  박 -  수피(지박), 근피(근박) : 화습도체(化湿导滞)、행기평천(行气平喘)、화식소담(化食消痰)、구풍진통(驱风镇痛)

후박화 - 

후박자 - 종자 : 명목익기(明目益气)

후박아 - 맹아 : 부인과용

후박은 중국에서도 저명한 약재로서 특히 소화기와 기관지 계통에 효과가 있다.


일단 여기까지가 중국 자료인데 우리나라 국생정의 정보와 별 차이가 없다. 그런데 최근에 후박나무에 잇몸질환에 좋은 성분이 발견되었다고 소개되는 것까지는 좋은데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보면 마치 후박나무 즉 홍남피가 일본목련 즉 후박과 거의 동일한 약효가 있는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우리나라 후박이 중국의 후박(중국목련)과 전혀 수종이 다른데도 신기하게 정말 약효가 동일하다는 것을 우리나라에서 독자적으로 발견 검증한 것이 아니라면 이건 중국 후박과 혼동한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이런 것들이 민간의학은 물론 한의학에 대한 불신을 쌓게 하는 요인이 된다. 동의보감의 후박도 중국 후박을 이르는 것이 분명하다.


결국 껍질이 두툼하고 잎과 나무 자체가 거대하여 후박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목련의 일종에 원산지 중국이나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 한의학에서 이미 널리 사용하던 후박이란 이름을 붙이지 못하고 어느날 갑자기 생소한 이름 일본목련이나 중국목련으로 부르라고 하면서 이를 후박이라고 부르는 것은 마치 잘못된 것으로 몰아 부친 결과 이렇게 우리 국민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한약재에서도 혼란을 가져와 급기야는 한의사들도 혼동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기존에 우리 자생종 나무가 이미 후박나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적절한 이름을 찾아서 붙여야 했으며 그렇지 못했다면 그 내용을 제대로 홍보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동안 오랫동안 서적에서나 한의학에서 후박나무라는 존재를 알고 배워왔는데 어느날 갑자기 일본에서 나무를 대량 들여와 보급하면서 일본목련이라고 이름을 정하고서는 후박이라고 하면 잘못된 것이라고 하니 백성들이야 어리둥절할 수 밖에... 더구나 남쪽의 우리 자생종 상록 후박나무는 한번도 본 적도 들어 본 적도 없는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말이다. 그러면서 일본목련의 생약명은 후박, 후박화 이러구 있으니 정말 잘못된 것은 당신들이지 절대 우리 일반인들일 수는 없다.     


등록명 : 후박나무

이  명 : 왕후박나무

학  명 : Machilus thunbergii Siebold & Zucc.

분  류 : 녹나무과 후박나무속 상록 교목

원산지 : 우리 자생종, 중국, 일본

분포지 : 제주도, 전남북, 경남, 울릉도, 충남

중국명 : 홍남(红楠), 별명 - 저각남(猪脚楠) 등

일본명 : 타부노키(タブノキ : 椨の木)

수  고 : 10 ~ 15 (20)m

지  름 : 1m

수  피 : 황갈색

수  관 : 평정 혹 편원

가  지 : 자갈색, 많고 펴짐, 노지 거침, 유지 자홍색, 2, 3년생지 종렬 순상피공

정  아 : 난형 혹 장원상난형, 인편 갈색 혁질, 관원형, 하부교소, 중부 교관, 선단원형, 배면무모, 변연소첩모, 상부인편 변연모심밀

잎모양 : 호생, 도란형 도란상피침형, 선단단돌첨 혹 단점첨, 첨두둔, 기부설형, 혁질

잎크기 : 4.5~9(13) x 1.7~4.2cm  

잎색상 : 상면 흑녹색, 광택, 하면 교담, 대분색

잎  맥 : 중맥 상면 오목, 하면 명현 돌기, 측맥 매변 7~12조, 사향상승, 초직, 근엽연시 연엽연상만, 다소 파랑상

횡  맥 : 측맥간 불규칙 횡행맥, 소맥결성 소망상, 재눈엽상 가견, 구성천와혈, 노엽양면맥 불명확

잎자루 : 비교적 섬세, 1~3,5cm, 상면 천조, 중맥과 같이 붉은색조

꽃차례 : 원추화서, 정생, 신지상 액생, 무모, 5~11.8cm, 상단 분지, 다화, 총경 2/3, 자홍색, 하부분지 3송이, 상부분지 화교소

포  편 : 난형, 갈홍색첨복융모

화  피 : 열편 장원형, 약5mm, 외륜교협, 약단, 선단급첨, 외면 무모, 내면상단유모

화  사 : 무모, 제3륜선체 유병, 퇴화수술기부 경모

자  방 : 구형, 무모

화  주 : 세장, 주두 두상

소화경 : 8~15mm

열  매 : 장과, 구형, 8~10mm, 초시녹색, 후변자흑색

과  경 : 선홍색

개화기 : 4 ~ 5월

결실기 : 7 ~ 8월

목  재 : 변재 담황색, 심재 회갈색, 건축, 가구, 조선, 조각, 인장, 팔만대장경

용  도 : 잎 방향유, 호박엿, 일본 사찰 향불, 종자 윤활유, 수피 약용 (홍남목)

적  지 : 내음성, 습윤음파, 산곡과 냇가

산성도 : 중성, 미산성, 부식질토양 

성  장 : 10년생 수고 10m까지 도달

종소명 thunbergii는 스웨덴 식물학자 이름에서 왔다. 


팔만대장경을 주로 후박나무로 만들었고 울릉도에서는 호박엿의 원조인 후박엿을 만들었을 정도로 개체수가 많았으나 지금은 거의 없어지다시피 했으며 제주도나 전남 등 남부지방에서만 더러 자생하고 있고 최근에 일부 남부지방 지자체들이 의욕적으로 가로수로 심었다가 공해와 영양결핍 그리고 추위 등으로 고사위기에 처하기도 했다는 이 후박나무의 이름 유래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나무 껍질이 두툼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는 원래 중국 후박의 이름 유래이지만 실제로 우리 자생종 후박나무도 수피가 제법 두툼하기 때문에 전혀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게다가 중국 후박과는 달리 우리 후박나무는 잎마저 두툼하며 화아도 꽃과 잎이 동시에 들어 있는 것도 있어 매우 두툼하다. 


후박나무(厚朴- -)

중국 후박 수피에 비하면 앏은 편이다.


후박나무

엽아와 화아가 동시에 들어 있어 매우 두툼하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생정에는 이 나무의 열매가 이듬해 7 ~ 8월 말에 흑자색으로 익는다고 되어 있어 모두가 이를 퍼날라 거의 모든 백과사전이나 도감에서 그런 설명을 하고 있다. 이는 다음해 열매가 성숙하는 육박나무나 참식나무와 혼동한 오류 같다. 후박나무는 봄에 꽃이 피고 여름에 열매가 처음에는 녹색으로 보이다가 곧 성숙하면서 흑자색으로 변한다.  


후박나무에 비하여 잎이 짧고 더 넓은 도란형인 변종 왕후박나무가 있으며 진도와 홍도에 자란다는데 학명은 Machilus thunbergii var. obovata Nakai라고 국생정에 유사종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이 학명은 비합법명이며 현재 국표식에는 후박나무의 이명으로 처리되어 있다. 후박나무는 전북 부안과 전남 진도 그리고 경남 통영에 있는 노거수 등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왕후박나무

경남 남해군 창선면에 있는 천연기념물 299호

왕후박나무는 후박나무로 통합되었다.

수령이 500년으로 추정, 높이 9.5m, 둘레 11m

이 나무를 민족의 영웅 이순신장군이 승전 후 이 나무 그늘 아래서 휴식을 취했다고 하는데 정말 그렇다면 이 나무의 나이가 훨씬 많던가 아니면 충무공이 이 나무 근처에서 머물다 갔다고 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임진왜란 당시 이 나무의 나이가 얼마인지 계산해 보면 이 나무 그늘 아래서 여러명이 쉬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싶다. 여하튼 이순신 장군 덕분에 이 귀한 나무가 잘 보존된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고마운 일이다.


후박나무

일본 아이치현 고마키산


후박나무

요코하마 개항기념관


후박나무

일본 오사카 나가이식물원


후박나무


후박나무


후박나무


후박나무


후박나무

잎은 호생이지만 위에서는 거의 모여나기 모습이다.


후박나무


후박나무


후박나무

원추화서는 정생이거나 신가지에 액생한다.


후박나무

꽃이 진 다음 곧바로 열매가 익는다.


후박나무 충영


후박나무 충영

이렇게 붉게 변한다.


후박나무


후박나무


후박나무

암술 1, 수술 9, 헛수술 3, 선체 9



후박나무



후박나무


후박나무


후박나무

꽃받침 6개가 그대로 열매에 남아 있다.


후박나무

하나의 종자가 들어 있는 액과이다.


후박나무


후박나무 종자


후박나무 종자

얼룩무늬가 있다.


후박나무


후박나무



후박나무

혼아에서는 잎과 꽃이 동시에 터져 나온다.


후박나무


후박나무


후박나무


후박나무


후박나무


후박나무


후박나무


후박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