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퍼페츄얼 장미
하이브리드 티 장미가 등장하기 전까지 이른바 19세기 서양의 대세 장미였다.
장미를 분류하는 방법은 여러가지 있겠지만 서양에서는 시기적으로 야생장미(Wild rose)와 전통장미(Old garden rose) 그리고 현대장미(Modern garden rose)로 세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야생장미는 말 그대로 야생에서 저절로 자라나는 원종들을 말하며 우리나라로 치면 찔레꽃이나 해당화, 인가목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 분류는 서양에서 확립한 분류방법이므로 어디까지나 원산지가 서양이거나 아니면 오래전에 서양에 도입된 종들을 말한다. 전통 정원장미도 서양을 기준으로 서양의 정원에서 재배한 장미를 기준으로 분류하는데 현대 정원장미와의 구분은 1867년 '라 프랑스'라는 원예종의 탄생을 분기점으로 삼는다. 그 이전에 서양 정원에서 재배하였던 모든 장미를 전통장미라고 하는 것이다.
전기 전통장미 기본 4종
그 전통장미에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프랑스장미(갈리카장미)와 다마스케나장미 그리고 백엽장미(센티폴리아장미)와 백장미(알바장미) 등 유럽원산이거나 가까운 중동 원산인 장미들로 구성된 전기의 기본 4종이 있고 그 후 중국에서 월계화나 향수월계가 들어오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이 때 개발된 많은 품종들을 후기 전통장미라고 부른다. 전기 전통장미는 일 년에 단 한 번 꽃이 피고 주로 전년지에서 개화하는 반면에 후기 품종들은 중국의 영향을 받아서 봄부터 가을까지 연속적으로 개화를 하며 주로 당년지에서 꽃을 피우는 품종들이라서 차이점을 보이게 된다.
Autumn Damask - 마다스케나장미의 일종
아래 포틀랜드장미나 브루봉장미 등 많은 원예종 교잡종의 원종으로 사용된다.
후기 전통장미
전기 기본 4종은 앞에서 이미 탐구한 바가 있다. 이제 후기 전통장미들을 알아볼 차례인데 그 중 앞에서 살펴 본 중국 원산의 월계화와 차향장미 그리고 백엽장미의 변이종인 이끼장미를 제외한 나머지 품종그룹들을 간략하게 훑어본다.
Rosa "Old blush' - 중국 월계화(Rosa Chinensis)의 변종
월계화는 중국 원산이지만 일찌기 18세기 후반에 서양으로 건너가 서양 정원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어 서양의 후기 전통장미 중 하나로 꼽힌다. 기존 서양장미에 비하여 꽃이 작고 향도 적으며 내한성도 약하지만 꽃이 지는 모습이 나쁘지 않고 특히 여러 번 개화하는 특성 때문에 아래 브루봉장미나 느와제트장미 등 수많은 서양 장미의 교잡 원종으로 사용되어 서양 장미 발전 역사에 큰 역할을 한다.
포틀랜드장미 (Portland roses)
1775년 영국의 최부호 포틀랜드 공작부인이 이태리로부터 매우 특이한 장미를 한 그루 받는다. 꽃 모습은 여느 유럽장미와 닮았는데도 개화기가 매우 긴 진홍색 품종이었다. 그래서 그 당시 이름을 'Scarlet Four Seasons' Rose 즉 진홍색 사계장미라고 불렀다. 그리고 이 직립 장미는 꽃이 크고 아름다운 유럽장미와 사계절 꽃이 피는 중국장미의 최초의 교잡종인 것으로 한동안 알려져 왔다. 그래서 영국에서 너도나도 앞다퉈 품종 개량을 하여 1848년에 벌써 84종의 포틀랜드장미 원예종이 그 유명한 영국 왕실식물원인 Kew에서 재배되고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 품종이 프랑스로 건너가면서 프랑스 나폴레옹의 황후인 조세핀식물원에서 듀퐁이라는 원예사가 '포틀랜드 공작부인'(Duchess of portland)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붙였다. 여기서 현재의 포틀랜드장미 그룹명이 유래한다. 최근의 유전자 분석 결과 중국계와는 전혀 상관이 없고 Autumn Damask 즉 다마스케나장미계통과 갈리카장미계통이 섞인 것으로 밝혀진 바 있는 포틀랜드장미는 홑꽃이거나 두 겹꽃을 짧은 꽃대에 피우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오늘날까지도 일부 품종은 살아남아 유럽의 정원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포틀랜드장미
포틀랜드장미
포틀랜드장미
부르봉장미(Bourbon roses)
부르봉은 마다가스카르섬 동쪽 인도양에 있는 프랑스령 섬인 레위니옹(Réunion)의 과거 이름이다. 이 섬에서 주로 울타리로 많이 심어져 있는 다마스케나장미의 원예종인 Autumn Damask와 중국 월계화의 원예종인 'Old blush'의 교잡종으로 알려진 품종이다. 광택있는 잎에 자주색 줄기를 가진 반덩굴성인 이 장미 또한 반복적으로 개화를 하는 사계장미의 일종이다. 프랑스 장미 전문가인 앙리 안토인 자크에 의하여 1820년 프랑스로 반입되어 최초로 소개된다.
부르봉장미
부르봉장미
느와제트장미(Noisette roses)
이 장미는 유럽이 아닌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벼농사를 짓던 농부가 처음으로 'Parson's Pink'라는 중국 월계화와 사향장미로 불리는 복산방장미(Rosa moschata)라는 중국 서장 즉 티베트 원산 장미의 교잡에 의하여 태어난 묘목을 재배하게 된다. 덩굴성으로 왕성하게 자라며 작은 꽃 여러 송이로 이루어진 매우 거대한 꽃차례로 봄부터 가을까지 꽃을 피우는 특이한 종이었다. 그 후 그는 이를 프랑스에서 온 원예가인 이웃에게 보여주자 그 이웃은 이를 파리에 있는 그의 형이자 유명한 원예가인 루이스 느와제트에게 보낸다. 거기 파리에서 1817년 'Blush Noisette'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발표되어크게 관심을 받은 이 종은 처음에는 꽃이 작고 내한성이 강한 품종이었지만 나중에 중국에서 들어온 차향장미 즉 Tea rose와 유전자가 섞이면서 큰 꽃으로 구성된 작은 꽃차례로 바뀌고 내한성도 약해지게 된다. 이런 신품종군을 Tea-Noisette roses라고 부른다.
느와제트장미
느와제트장미
느와제트장미
하이브리드 퍼페츄얼 장미(Hybrid perpetual roses)
영국에서는 대영제국의 최전성기에 무려 64년이나 재위한 여왕이 있는데 그녀가 바로 빅토리아이다. 따라서 그녀의 재위기간 즉 1837년부터 1901년까지를 빅토리아시대(Victorian ear)로 부르는데 그 시기에 가장 널리 보급된 장미군이 바로 하이브리드 페페츄얼장미이다. 1838년 발표되어 중국계 사계장미와 기존 유럽장미의 최초의 성공적인 교잡종으로 관심을 크게 받은 종이다. 끊임없다는 뜻인 그 이름 perpetual로만 봐서는 그야말로 꽃이 사계절 피는 종으로 인식하기 쉬우나 실제로는 여러 번 꽃을 피우는 특성은 열성 유전인자이기 때문에 교잡 1세대에서 그 특성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봄에는 번성하던 꽃이 여름에 빈약하게 줄었다가 가을에는 거의 피지 않은 경우도 많았으며 심지어는 아예 봄에 한 번만 피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계 사계절 장미와 또는 이들끼리의 재교잡을 시키면 그 여러 번 꽃피는 특성이 살아나기도 하여 이런저런 특성이 뒤섞인 잡동사니군(miscellaneous, catch-all class)이라고 불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꽃이 크고 내한성이 매우 강하여 북유럽에서 매우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그러나 색상이 백색과 분홍 그리고 적색 등에 한정되고 수시로 피는 특성이 약하여 약 30년 뒤에 등장하는 하이브리드 티 장미에게 소위 대세 장미라는 그 자리를 물려주고 밀려나게 된다.
하이브리드 퍼페츄얼 장미
하이브리드 퍼페츄얼 장미
하이브리드 머스크(Hybrid Musk)
비록 그 개발된 시기로만 봤을 때는 현대장미로 분류되어야 할 20세기 초반에 개발되었으나 그 성장특성이나 재배관리면 등에서 전통장미와 닮은 점이 많아서 전통장미로 분류하는 품종군이다. 그 원조상은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 중에는 우리나라에 흔한 찔레꽃과 사향(musk rose)장미로 불리는 히말라야 서부지역 원산이 모스카타장미(R. moschata)가 포함되어 있다. 이 사향장미는 중국 서장 즉 티베트 원산인 복산방장미(复伞房蔷薇 : Rosa moschata)와 유사종 논란이 있는 상태이다. 꽃에서 사향이 나는 부모의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병충해에 강하고 여러 번 꽃이 피며 여러 송이가 포여서 피며 가시가 듬성듬성 있는 줄기는 약간 휘어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이브리드 머스크장미
하이브리드 머스크장미
하이브리드 머스크장미
이것이 사향장미로 불리는 중국 서장 원산의 복산방장미로서 하이브리드 머스크의 원종이다.
하이브리드 루고사(Hybrid Rugosa)
우리나라에도 자생하는 해당화의 교잡종을 말한다. 시기적으로는 1880년대에 유럽에 도입되었으므로 전통장미로 분류될 수가 없지만 이 또한 그 특성으로 봐서 전통장미를 분류하고 있는 품종이다. 내한성이 매우 강하고 병충해가 거의 없고 매우 좋은 향기에 여러 번 꽃이 피며 잎에 특유의 주름이 있으며 가끔 매우 큰 열매가 달리기도 하는 종이다.
하이브리드 루고사
하이브리드 루고사
버뮤다 미스터리 장미(Bermuda Mystery roses)
서양 전통장미의 한 분류군에 특이하게 버뮤다 미스터리라는 그룹이 있다. 그다지 중요한 품종은 아니라서 그냥 넘어갈 수도 있지만 이를 소개하는 것은 나름대로 시사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버뮤다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그 마의 삼각지대 때문에 뭔가 미스터리한 것이 연상이 되는데 거기에다가 이름마저 버뮤다 미스터리 장미라니 정말 궁금해 진다. 그러나 알고보니 버뮤다섬의 실상은 우리나라 독도 비슷하게 미국 본토에서 동쪽으로 965km 떨어진 영국령 섬이다. 약 7만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이 섬에서 서쪽으로 수평으로 가면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가 나오고 수직으로 아래로 내려가면 푸에리토리코를 거쳐 남미 베네수엘라에 도달한다. 1503년 처음 발견한 스페인 탐험가 베르무데스(Bermúdez)의 이름을 따서 섬이름이 정해졌는데 이를 영어식 발음으로 버뮤다라고 하는 것이다. 미국이 독립하면서 여기까지는 미처 챙기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고온 다습한 이 섬에 가면 열대 기후에 잘 적응하는 다양한 장미가 자라고 있어 살아있는 장미박물관이라고도 불리는데 이 섬의 자생종은 전혀 없고 모두 외부에서 도입된 종이라고 하는데 언제 어디서 어떤 종이 도입되었는지를 알 수가 없다고 미스터리 장미라고 불리고 있다고 한단다. 무슨 신기한 모습을 하고 있는 장미인 줄로만 알고서 잔뜩 호기심이 발동되었으나 마치 낚시에 걸린 기분이다. 서양 전통장미의 4대 기본종과 중국 등 아시아계통의 장미가 원종으로 오래 전에 도입되었을 것으로 추정은 되지만 그 정확한 실상을 알 수가 없어서 버뮤다 장미 협회에서 면밀히 원조상들을 DNA 추적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장미는 그 족보의 기록이 없으면 그 조상을 영국 전문가들도 절대로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냥 실물을 보고 무슨 종인지를 판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확실하게 알려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버뮤다 미스터리장미
버뮤다 미스터리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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