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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7 오동이라 불리는 나무들 - 오동나무, 벽오동, 개오동, 유동, 당오동

낙은재 2017. 9. 5. 17:54


부안 내소사 벽오동

중국에서는 이 나무를 오동(梧桐)이라고 한다.


오동(梧桐)나무의 梧는 오동나무 오자이며 桐 또한 오동나무 동자이다. 우리나라에서 오동나무 외에도 오동(梧桐) 또는 동(桐)으로 불리는 나무들이 여럿이 있다. 참오동나무와 벽오동 그리고 당오동, 유동, 개오동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외견상 서로 비슷하게 보이지만 알고보니 각기 전혀 다른 나무들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식물 분류체계상 과(科)나 속(屬)으로 분류되는 그룹은 아니지만 오동나무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나무들에 대하여 탐구해 보자. 이들 중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가장 친숙한 나무는 단연 오동나무일 것이다. 가까이서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화투를 아는 사람들은 오동나무의 모습을 짐작한다. 그런데 화투 11월에 그려진 나무가 과연 오동나무일까? 그리고 오동과 함께 11월 화투에 그려진 전설의 봉황은 오동나무 숲에만 깃든다고 하는데 그 오동나무는 과연 어느 오동일까? 또한 오동나무로 거문고와 가야금을 만든다는데 그 오동나무는 어떤 오동일까? 참으로 궁금하다.


우선 오동나무의 학명을 우리는 국내서 활동하던 일본학자 우에키가 1925년 발표한 Paulownia coreana를 따라 표기하여 독립된 우리 고유종이라고 주장하지만 해외에서는 Paulownia tomentosa var. coreana으로 표기하여 참오동나무의 변종으로 보거나 아예 참오동나무에 통합시켜 분류한다. 이에 대하여는 나중에 오동나무와 참오동나무 포스팅에서 다루겠지만 미리 언급하는 것은 이 포스팅에서는 오동나무를 참오동나무와 동일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국제적으로 우리 오동나무가 인정받지 못하므로 중국이나 일본에서 우리 오동나무에 대한 별도의 이름이 없기 때문이다.


오동나무가 우리 자생종임은 틀림이 없지만 그 이름 오동(梧桐)은 우리 독창적인 이름은 아니고 중국에서 온 이름이며 끝에 동(桐)이 붙는 다른 나무들 이름 또한 거의 모두 중국과 관련이 있으므로 일단 중국으로 가 보자. 그러나 뜻밖에도 중국에서의 오동은 우리 오동나무가 아니다. 그럼 뭘까? 바로 우리가 벽오동(碧梧桐)이라고 부르는 것을 그들은 오동(梧桐)이라고 하고 있다. 그럼 우리의 오동(참오동을 말함)은 중국에서 뭐라고 한다는 말인가?  중국에는 오동이 몇 종류 자생하는데 오동나무속을 포동속(泡桐)이라고 하며 우리 오동나무를 모포동(毛泡桐)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많은 혼란이 발생한다. 


오동은 우리 선조들도 금과옥조로 여기는 중국 고서 시경(詩經)에 이렇게 등장하기 때문에 그 누구도 함부로 업수이 여길 수 없는 나무가 되었을 것이다. '凤凰鸣矣,于彼高冈。梧桐生矣,于彼朝阳' 해설하자면 '봉황이 저 언덕 높은 곳에서 우는데 거기 양지녘에 오동나무가 자라고 있다.' 라는 것이다. 즉 오동나무에 그 고귀한 봉황이 깃든다는 것이므로 오동나무 또한 상서로운 나무가 된 것이다. 그래서 주변에서 그림으로만 봤던 오동나무를 찾았을 것이고 그래서 잎이 크고 비슷하게 생겼으며 매끈한 수피가 닮아서 우리 오동나무를 시경의 오동(梧桐)이라고 생각하고 주변에다가 심고 그렇게 불러 왔을 것으로 추정이 된다. 참고로 봉황(凤凰)의 봉은 수컷이고 황은 암컷이다. 마찬가지로 오동(梧桐)의 오는 웅주이고 동은 자주라는 설도 중국에는 있다. 오동나무는 양성화이지만 벽오동은 자웅이주인 경우도 있다.


심고보니 성장이 매우 빠른 속성수인데다가 나무가 매우 가벼우면서도 물에 잘 썩지도 불에 잘 타지도 않고 건조시 비틀리지도 않으며 탄성이 좋아서 장롱 등 가구는 물론 가야금이나 거문고 등 현악기를 제작하는 목재로 사용하게 되므로 경제성도 있는 나무가 된다. 그래서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는다는 민가 전통이 생기게 된다. 이 전통은 우리 것이 일본으로 건너갔는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는 모르지만 일본에도 같은 전통이 있다. 이 나무가 성장이 매우 빠른 속성수이므로 딸이 시집갈 때 쯤이면 나무가 성장하여 장롱을 거뜬히 제작할만큼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일 년에 1m 이상을 자란다고 하니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오동나무(참오동나무)


오동나무(참오동나무)


오동나무(참오동나무)


오동나무(참오동나무)


그러다가 나중에 중국에서 학명 Firmiana simplex로 표기되는 진짜 오동(梧桐)이 꽤 오래전인 고려시대 쯤 들어오게 되는데 그 때는 이미 오동나무가 있었으므로 오동이라고 이름을 붙일 수는 없고 그래서 청동(靑桐)이나 벽오(碧梧) 등 오동의 중국 별명 중 하나인 벽오(碧梧)에다가 동(桐)까지 붙인 벽오동이라는 이름으로 불렀을 것으로 추정이 된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일본도 우리와 똑 같은 혼란을 겪어 중국 모포동(毛泡桐)을 그냥 (桐)이라고 하며 중국 오동(梧桐)은 청동(靑桐)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분히 우리를 따라한 것이 아니겠는가 한다. 근대에 와서는 우리나라 초창기 식물학자들이 일본 교수들의 지도를 받아 식물 명명에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과거에는 중국 식물이 주로 우리를 거쳐서 일본으로 전파된 것이 아니겠는가 생각해 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봉황이 깃든다는 중국의 고서에 나오는 상서로운 나무는 벽오동이며 화투에 그려진 오동은 일본에서 시작된 것이므로 오동 즉 일본에 흔한 참오동나무가 된다. 그리고 거문고 등 중국 악기의 제작에는 벽오동과 오동이 함께 사용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가야금 등의 악기를 오동나무가 흔하므로 당연히 오동나무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둘 다 각기 다른 약으로 사용하는데 우리나라 생약명은 벽오동은 오동이고 오동나무는 포동이라는 것이라니 정말 놀랍다. 우리 한의학계는 식물학계나 일반인들이 아무리 식물 이름을 어지럽게 헷갈리더라도 생약명만은 정확하게 인식하여 내려오고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중일 삼국의 오동과 벽오동의 명칭

학  명

 목, 과, 속

중국명

우리나라 국명

일본명

Paulownia tomentosa

꿀풀목 현삼과 오동나무속

모포동(毛泡桐)

오동나무(참오동나무)

(桐)=키리

Firmiana simplex

아욱목 벽오동과 벽오동속

오동(梧桐)

벽오동 

청동(靑桐)=아오기리


위에서 보듯이 오동나무와 벽오동은 종(種)만 다른 정도가 아니라 속(屬)도 과(科)도 심지어는 목(目)도 다른 식물분류 체계상 완전히 거리가 아주 먼 식물이다. 실제로 이 두 나무는 꽃과 열매의 모습이 확연하게 다르다. 그런데도 동양에서는 비슷한 이름을 붙인 이유는 나무 크기가 비슷하고 잎 모양이 크고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둘 다 악기를 만드는 목재로 사용이 된다. 상서로운 봉황이 깃들기에는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 이게 다 식물 분류를 꽃과 열매 등 식물의 생식기관의 특성이나 형상을 최우선적인 기준으로 삼는 서양분류법을 따르기 때문에 오는 혼란이다. 물론 과학적 분류법이라고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널리 사용되지만 아무리 그래도 오동나무를 꿀풀에다가 벽오동을 아욱에다가 갖다 붙인 서양 분류법은 가끔 우리 피부에 전혀 와닿지 않는다고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 오동나무속의 과를 초본 중심인 현삼과에서 오동나무과로 별도 독립하여 분류하도록 APG3 시스템에서는 개정하였다.


벽오동

부안 내소사


벽오동


벽오동


벽오동


벽오동

수피가 이렇게 푸르기 때문에 벽오동 또는 청동이라고 하는 것이다.

위치에 따라서는 경기도에서도 노지월동이 가능하다. 경기도 광주의 어느 음식점 뒷마당


이런 혼란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중국에는 오동나무를 닮은 또 다른 나무가 있다. 그게 바로 개오동이라는 것이다. 열매가 노끈처럼 길게 늘어지기 때문에 노나무라는 우리 별명이 붙어있는 나무이다. 이 나무 1900년대 초에 들어왔다고 국생정 도감에 설명되어 있으나 천연기념물 제401호로 지정된 경북 청송 홍원리에 있는 고목은 수령이 4~500년에 달한다고 하니 국내 도입시기가 더 빠른 것이 분명하다. 이 나무는 잎뿐만 아니라 꽃 모습까지도 오동나무와 비슷하다. 꽃향기가 좋아서 북한에서는 향오동이라고 부른다. 


학명 Catalpa ovata로 표기되는 개오동은 꿀풀목 능소화과 개오동속 교목이므로 오동과도 벽오동과도 거리가 먼 또 다른 나무이다. 이 나무를 오동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뿐일까? 알고보니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우리 만큼은 오동과 결부시키지는 않는 것 같지만 그래도 전혀 아닌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는 이 나무를 재(梓)라고 하며 드물게 별명으로 수동(水桐)이라고도 하지만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이 나무 또한 성장이 빠르고 악기의 재료로도 사용되는데 주로 거문고의 바닥으로 사용되어 중국에는 벽오동으로 거문고 상판을 만들고 개오동으로 밑바닥을 만든다고 '桐天梓地' (동천재지)라는 말도 있다. 일본에서도 개오동을 정명으로는 목대각두(木大角豆)라고 하지만 드물게 별명으로 천원동(川原桐)이라고도 한다. 이는 이 개오동이 주로 물가에서 자라기 때문인데 중국의 수동(水桐)과 같은 맥락이다.


경북 청송 홍원리 개오동

천연기념물 제401호


개오동


개오동


개오동


이번에는 공업용 기름을 짜는 동 즉 유동이라는 수종이 있다. 그 독특한 용도 때문인지 원산지가 중국인 이 나무의 이름은 동양 3국 모두 유동(油桐)으로 같지만 이 또한 여타 오동이나 벽오동, 개오동과는 전혀 다른 대극과 일본유동속으로 분류된다. 나무가 키가 크고 잎은 그다지 큰 편은 아니지만 모습이 비슷하고 꽃도 약간 비슷한 모습이 있어 동으로 불리는 것 같다. 유동의 학명은 Vernicia fordii로 표기된다.


유동(油桐)


유동(油桐)


유동(油桐)


유동(油桐)


우리나라에는 당오동이라고 등록된 외래 재배종이 있는데 이 또한 중국 등지가 원산지이다. 중국에서는 이 나무를 열매가 붉다고 정동(赪桐)이라고 부른다. 일본에서도 같은 취지로 비동(緋桐)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 나무는 마편초과 누리장나무속 키가 낮은 관목인데 왜 이 나무를 동(桐)으로 부르는가 하면 그 잎이 큰 것은 길이가 38cm에 이르고 너비가 27cm에 이를 정도로 거대하고 모양도 오동을 좀 닮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도 누리장나무속(大靑屬) 수십 종의 나무들 중에서 이 나무 하나만 동(桐)으로 부른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당누리장나무라는 우리나라 이명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된다. 아니면 넓은잎누리장나무라던가. 학명은 Clerodendrum japonicum이다. 


당오동


당오동


그 외에도 중국에서는 동(桐)으로 불리는 나무들이 더 있다. 그들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법동(法桐) : 양버즘나무 즉 플라타너스를 말한다. 중국에서 법국(法國)은 프랑스를 말한다.

자동(刺桐) : 닭벼슬나무를 말한다. 국내 미등록종이다.

해동(海桐) : 돈나무를 말한다. 바로가기 http://blog.daum.net/tnknam/409

야동(野桐) : 예덕나무를 말한다. 바로가기 http://blog.daum.net/tnknam/822

혈동(血桐) : 대극과 혈동속 Macaranga tanarius

의동(椅桐) : 이나무를 말하며 산동자(山桐子)라고도 한다.

마풍동(麻风桐) : 대극과 자트로파속 Jatropha curcas를 말한다.


자동(刺桐)


자동(刺桐)


의동(椅桐) : 이나무

부안 내소사 주변 상가


의동(椅桐) : 이나무

일본 정원박물관 겨울에 열매만 남은 모습


야오동(野梧桐) : 예덕나무

변산반도 적벽강


해동(海桐) : 돈나무


해동(海桐) : 돈나무

돈나무의 우리 이명으로 갯똥나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게 갯벌의 동 즉 해동과 다름이 아니다. 오동을 똥으로 그리고 돈으로 보는 것과 이 나무의 우리 이름이 돈나무가 된 것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


혈동(血桐) : 대극과 혈동속 Macaranga tanarius

줄기 속이 이래서 혈동이라고 한다.


혈동(血桐) : 대극과 혈동속 Macaranga tanari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