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기타 과 식물/능소화과

505 미국능소화 그리고 능소화와 미국능소화의 차이점과 구분 방법

낙은재 2018. 7. 4. 21:50

미국능소화

꽃이 신가지 맨끝에서만 모여서 핀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양반가 정원에서만 길러 왔다는 중국 원산의 능소화에 비하여 꽃이 작고 꽃부리가 길며 꽃 색상이 더 붉은 미국능소화라는 또 하나의 능소화가 요즘 우리 주변에 매우 흔하게 보인다. 개화기 이후 일본을 통하여 들어온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 미국능소화는 중국 원산 능소화와는 달리 결실율이 높아 종자에 의한 번식이 용이하기 때문에 비록 국내 도입시기는 일천하지만 능소화에 비하여 훨씬 광범위하게 퍼진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원산 능소화는 결실율이 매우 낮아 꺾꽂이나 휘묻이 그리고 포기나누기 등 인위적인 방법에 의하여만 번식이 가능하므로 그 수량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과거에는 우리나라서 매우 귀한 대접을 받아 양반가에서만 재배하였다고 한다. 과거 상민이 키우다가 발각되어 처벌을 받았다는 조선조 이야기는 능소화 특성상 어느 양반가에서 가지를 몰래 꺾어오지 않으면 번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처벌행위의 당위성을 양반들이 내세웠을 것이다. 


그러나 20세기에 국내에 들어온 미국능소화는 그 생명력이 매우 왕성하여 한번 심으면 쉽게 제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잘 퍼져 나가지만 무엇보다도 결실율이 높아 종자에 의한 자연 번식도 가능한데다가 화훼농가에서 파종에 의한 대량 번식이 용이하기 때문에 손쉽게 널리 퍼진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최근 화원에서 유통되는 능소화의 거의 대부분은 미국능소화인 것으로 파악이 된다. 꽃색상이 은은하고 꽃차례가 매우 아름다운 중국 원산의 능소화를 기르고 싶다면 이 둘의 차이점과 구분법을 알아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등록명 : 미국능소화

학  명 : Campsis radicans (L.) Seem.

분  류 : 능소화과 능소화속 낙엽 목본성 덩굴식물

원산지 : 미국

영어명 : trumpet vine or trumpet creeper

일본명 : アメリカノウゼンカズラ(미국능소화)

중국명 : 厚萼凌霄(후악능소), 美国凌霄(미국능소)

줄  기 : 최대 10m

잎특징 : 대생, 기수우상복엽

소  엽 : 9~11매, 타원형 난상타원형, 3.5~6.5 x 2~4cm, 정단미상점첨, 기부설형, 변연구치

잎색상 : 상면 심록색, 하면 담록색, 하면 피모, 소연중륵 피단유모

화  서 : 가지 끝 취산화서, 4~12송이, 3~10cm길이 

꽃받침 : 종상, 길이 2cm, 구부직경 약1cm, 5천렬 악통의 1/3까지, 열편치란상 3각형, 외향미권, 종륵편평

꽃부리 : 화관통 세장, 누두상, 등홍색 내지 선홍색, 통부 화악의 3배 길이, 약 6~9cm, 지름 약4cm

열  매 : 삭과 장원주형, 길이 8~12cm, 정단 뾰족부리형, 봉합부분 뼈모양 돌기, 거침, 2mm, 자루 유, 경각질

약  용 : 능소화와 유사, 능소화 대용으로 사용

내한성 : 영하 28도

개화기 : 6~9월


당초 린네가 1753년 식물분류학을 창시하면서 비그노니아속으로 분류하여 Bignonia radicans L.로 명명하였던 것을 나중에 능소화속이 신설되면서 독일 식물학자 Berthold Carl Seemann(1825~1871)가 현재의 학명으로 1867년 재명명한 것이다. 종소명 radicans는 줄기에서 나오는 뿌리 즉 기근(氣根 : aerial root)을 말한다. 미국능소화는 나무나 벽 등 대상을 이 기근을 활용 흡착하여 타고 올라간다. 원산지에서는 꽃이 트럼펫 같이 생겼다고 trumpet vine이라고 부르는 것 외에 cow itch vine 또는 hummingbird vine이라고도 부른다. 이 덩굴식물의 잎을 건드리면 민감한 사람은 약간 가려움을 느끼는 알레르기를 보이기 때문에 cow itch vine이라고 부르는 것이며 hummingbird vine은 이 미국능소화가 꽃필 때는 화분매개자인 아름다운 벌새 즉 hummingbird가 나타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심지어는 이 아름다운 벌새를 보기위하여 미국능소화를 정원수로 선택하는 미국인들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벌새는 아메리카 특산 조류로서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어려운 것 같다.


hummingbird(벌새)와 미국능소화

빠른 날개짓으로 거의 정지상태에서 꿀을 채취하면서 수분하고 있는 모습은 예술이다.


능소화는 강추, 미국능소화는 비추이다.

서양의 거의 모든 도감에서는 미국능소화가 매우 아름답고 매력적인 꽃을 피운다고 하는데 중국원산 능소화와 미국능소화 둘 다 정원에서 재배하는 입장에서 개인적으로는 정말 미국능소화는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 혼자 "서양인들이 동양의 능소화를 못봐서 그렇지 아님 왜 이런 걸 키울까?"라고 말하곤 한다. 다만 내한성과 생명력은 미국능소화가 강하여 중국 원산 능소화는 재배하기 어려운 미국 일부 북부지역이라면 이해는 간다. 여하튼 우리 정원에서 미국능소화를 퇴출하려고 하니 워낙 뿌리가 굵고 깊어 근절할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줄기의 밑둥치를 싹뚝 잘랐으나 해마다 지하 뿌리에서 새로운 줄기가 나와 일 년에 몇 미터씩이나 자란다. 매년 자르고 잘라줘도 새 줄기가 끊임없이 나온다. 그리고 때로는 원뿌리에서 몇 미터 떨어진 엉뚱한 곳에서 줄기가 솟아 나오기도 한다. 이 정도면 aggressive(매우 왕성한) 수준을 넘어 invasive(침입성) 한 수준이라고 해도 될 법하다. 


중국 원산 능소화의 아름다운 꽃차례


미국능소화

꽃색상이 진하여 꽃자체는 얼핏 아름다워 보이지만 아래 전체 사진을 보면 능소화에 비하여 그다지 좋지않다.


미국능소화

쭉 자란 신가지 맨끝에만 꽃이 모여서 달려 다소 답답하다.


미국능소화

전체 모습은 이렇게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능소화

중국 원산 능소화는 처진 원추화서가 위에서부터 차례로 꽃이 피면서 점차 아래로 내려온다.


이렇게 땅속으로 줄기를 뻗어 무성생식을 하는 유사한 식물이 적지는 않다. 대나무 종류가 이렇고 호장근과 누리장나무, 은백양 등이 그렇고 해당화도 약간 그런 성질이 있다. 초본으로는 수호초나 박하 같은 것을 재배해 본 사람이라면 그 심정 이해할 것이다. 우리가 해당화가 아무리 왕성하게 여기저기서 새순이 나와도 예쁘니까 크게 불평하지 않고 캐내서 이웃에 분양해 주듯이 미국에서도 좀처럼 미국능소화를 골치아픈 침입식물이라고 하지는 않고 기껏해야 aggressive colonizing(공격적인 서식화) 식물이라는 정도로만 표현한다. 중국의 능소화와 더불어 세계에서 단 두 종만 존재하는 미국 특산 식물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국 일부에서는 워낙 왕성하게 줄기가 뻗어나가는 것이 싫어서 침입성 위해식물이라고 규정하고 아예 처음 심을 때 밑바닥이 없는 콘테이너를 땅에다 심어서 뿌리가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도 한다. 


대개 무성생식이 잘되는 식물은 그 반면에 종자결실율은 낮은 편이데 이 미국능소화는 특이하게 유성생식 무성생식 모두가 왕성하여 앞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히 있다. 미국능소화가 나무를 타고 올라가면 웬만한 나무는 질식사한다. 만약 건물 가까이에 이 미국능소화를 심으면 건물 벽에 뿌리를 박고 지붕까지 올라가 건물을 손상시킨다. 이런 점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능소화도 마찬가지이지는 하다. 따라서 처음부터 타고 올라갈 적당한 대상이 있는 장소에 심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매년 가을이나 이른 봄에 강한 전정을 하고 가을에 열매는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년지에서 꽃이 피기 때문에 이른 봄에 강한 전정을 하여도 개화에는 지장이 없다. 사서 심기는 쉬워도 한번 심고나면 제거하기는 매우 어려운 식물이 미국능소화이다. 이런데도 내용을 잘 모르고 화원에서 권하는 대로 미국능소화를 계속 사다가 가정에 심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결론은 열매도 생기지 않고 생명력도 덜 왕성한데다가 훨씬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갖춘 중국 원산 능소화를 심어야 하는 것이다. 즉 능소화는 정원수로 강추하는 품종이고 미국능소화는 강하게 비추하는 품종이다.


미국능소화

이런 지지대를 염두에 두고서 심어야 한다. 건물 옆이나 나무 옆은 피해야 한다.



미국능소화

이렇게 줄기에서 나오는 공기뿌리를 흡반으로 삼아 건물이나 나무를 타고 오른다.

 

미국능소화 잎

가장자리 톱니모양이 항상 일정한 것은 아니다.


미국능소화

꽃받침이 두텁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후악능소(厚萼凌霄)라고 한다. 신년지는 녹색이다.


미국능소화


미국능소화

최대 12cm로 긴 열매를 달린다.



열매가 성숙하면 터져서 이런 날개가 달린 종자가 나온다.



미국능소화와 능소화의 차이점

1. 꽃의 사이즈 즉 지름이 능소화가 크고 미국능소화는 작다

2. 꽃받침통은 능소화가 길고 미국능소화는 짧다.

3. 꽃받침조각은 능소화는 길고 통 중간까지 갈라지지만 미국능소화는 짧고 1/3정도만 갈라진다.

4. 꽃받침 색상이 능소화는 녹색이고 미국능소화는 황색 또는 당근색이다.


위 능소화 꽃의 지름이 크고 꽃받침통이 녹색이면서 거의 반쯤 갈라진다. 하지만 아래 미국능소화는 꽃이 지름이 작고 꽃받침통이 황색또는적황색이고 겨우 끝 1/3 이내로만 갈라지며 꽃받침통 자체의 길이도 능소화에 비하여 짧다.


5. 꽃부리관의 길이는 능소화는 짧고 미국능소화는 길다.

6. 꽃부리 색상이 능소화는 노란색에 가깝고 미국능소화는 붉은색에 가깝다.

7. 꽃차례가 능소화는 정생소산적 원추화서이지만 미국능소화는 정생 취산화서이다.


왼쪽 능소화의 꽃부리(화관)관은 짧지만 오른쪽 미국능소화의 화관관은 매우 길다. 꽃색상은 미국능소화가 확연하게 진하다.


8. 능소화는 잎 양면 모두 털이 없지만 미국능소화는 잎 뒷면에 털이 있다. 

꽃이 없을 때 특히 어린 묘목 구입시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구분법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육안으로 털이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손으로 만져서 매끈한지 아닌지로 판단하면 된다. 혹자는 잎 모양 즉 광택 유무나 거치 그리고 소엽의 수 및 잎맥의 수 등으로 구분한다고 하는데 아래 사진의 경우는 모양상 차이점이 있기는 하지만 둘 다 잎 모양이 다양한 변이를 보여 모든 능소화와 미국능소화가 이와 같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신뢰할 만한 구분점은 되지 못한다. 


능소화

잎 앞뒤 양면 모두에 털은 없다.


능소화


미국능소화

잎자루와 뒷면에 털이 보인다


미국능소화

뒷면 특히 맥위에 털은 확연하게 보인다.


9. 능소화는 내한성이 영하 23도이지만 미국능소화는 영하 30도도 견딘다.

따라서 미국능소화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노지월동에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능소화는 경기 이북에서는 아주 추운 겨울에는 약간의 월동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10. 결실율이 매우 저조한 능소화에 반하여 미국능소화는 결실율이 높고 생명력도 왕성하여 지하 뿌리가 뻗어 주변식물들의 공간을 침범한다.   


능소화와 미국능소화의 교잡종 및 원예종들에 대하여는 다음에 살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