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수국과 수국속/일본수국40선

624 수국 포지 부케 그레이스(Posy-bouquet Grace) - 일본 인기 수국 40선 중

낙은재 2018. 12. 27. 00:33

수국 '포지 부케 그레이스'


원래 수국 즉 Hydrangea macrophylla는 중국과 일본에서는 자생하는 것이 발견되었다고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그래서 일본과 중국에서는 자기들이 원산지라고 한다. 여기서 아직이라고 말한 것은 지리적으로 중국과 일본의 가운데 있는 우리나라만 건너뛸 이유가 없기 때문에 혹시 나중이라도 발견될지 모른다는 뜻이다. 그리고 학자에 따라서는 수국은 원종이 아니고 산수국 같이 생긴 레이스 캡형 백당수국에서 비롯된 변이종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산수국도 수국의 품종 중 하나라고 분류한다. 따라서 서양에서는 한중일이 원산지라고 설명하는 경우도 많다. 산수국은 우리나라에서도 자생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수국은 일본과 중국에서 서양으로 전파되었는데 공식적으로는 툰베리가 일본에서 가져간 것이 서방 세계 최초의 수국이 된다. 그 후 서양에서 엄청난 육종 작업이 이루어져 수많은 품종들이 개발되어 나왔지만 일본에서는 그저 구경만 하고 있다가 나중에 일부 유명한 품종들을 역수입하여 서양수국이라고 부르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원래 수국속 전체를 이르는 말인 영어 hydrangea 즉 ハイドランジア가 일반적으로 서양에서 품종 개량된 원예품종 수국 즉 서양수국(セイヨウアジサイ)을 이르는 말로 통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에서 자기들이 수국 자생국이라고 주장하는 근거인 그 수국 원종은 어떤 모습일까? 그게 바로 산수국과 비슷한 모습인 레이스 캡형으로 꽃이 피는 수국인데 이를 일본에서는 가쿠아지사이(ガクアジサイ) 즉 額紫陽花(액자양화)라고 한다. 이를 우리나라에서는 백당수국이라고 하는데 이 품종이 일본에서 자생하는 것은 분명하게 확인되므로 일본은 자기들이 수국의 원산지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 맙 헤드형 둥근 수국은 뭐라고 할까? 그냥 아지사이(アジサイ)라고도 하지만 구분하기 위하여 혼아지사이(ホンアジサイ) 즉 本紫陽花(본자양화)라고 한다. 그러나 서양에서 품종 개량된 원예종을 제외하면 원래부터 자생하던 mop head형 수국은 흔하지는 않아 거의 없다. 그리고 수국이던 산수국이던 둥근 맙 헤드형 꽃을 데마리(てまり)라고 하며 그런 수국을 데마리사키노아지사이 즉 てまり咲きの紫陽花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일본에서 자생하는 왼쪽 가쿠아지사이(ガクアジサイ)와 오른쪽 아지사이(アジサイ)

원래는 가쿠아지사이가 원종이지만 학명체계는 반대로 되어 있다는데 학자에 따라서는 오른쪽 수국의 자생설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산수국의 경우는 완전 다르다. 물론 산수국도 서양에서 개량된 원예품종들이 있지만 일본에는 거의 발을 붙이지 못한다. 그 이유는 산수국은 원래 변이가 심하여 매우 다양한 변이종들이 자연상태에서 무더기로 발견되고 있는데다가 무려 1000명이 넘는 개인육종가들이 수시로 육종하여 신품종들을 만들어 내고 있어 산수국 원예품종 숫자가 수백 종을 넘는다고 한다. 그러니 서양에서도 애써 육종할 것이 아니라 일본에서 잘 찾아보면 아직도 매우 쓸만한 품종들이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 다룬 이요시시데마리나 마루루 그리고 백선같은 산수국 품종들이 바로 그런 사례이다. 일본에서는 지금도 수국 전문 재배업자들이 이렇게 잊혀진 품종들을 찾아서 매우 아름답게 잘 가꾸어 새롭게 상품화 하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수국은 재배환경에 따라서 꽃피는 모습이 많이 달라진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산골짜기에서 존재감 없이 자라던 변이종들을 완전 딴 모습으로 성형수술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제 본론으로 돌아와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세계 수국시장의 붐은 미국에서 엔드리스 서머로 비롯된 내한성이 강한 reblooming 수국의 등장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기후가 온난하여 내한성이 강한 품종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는 일본에서도 최근 수국 붐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것은 바로 군마현(群馬県) 기류시(桐生市)에 있는 사카모토원예(さかもと園芸)의 대표인 사카모토 쇼우지(坂本正次)씨 때문이라고 한다. 그가 1992년 네덜란드에서 매 10년마다 열리는 세계최대 꽃박람회라고 할 수 있는 Floriade에 수국 미세스쿠미코(ミセスクミコ)라는 품종을 출품하여 입상 Gold Class로 선정되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쿠미코는 그의 아내의 이름이다.


수국 미세스쿠미코(ミセスクミコ)와 네덜란드 Floriade의 Gold Class 인증서

1992년 사카모토씨가 이 상을 받으면서부터 일본 수국육종 붐이 조성되었다고 한다.


그의 성공에 자극받아 그 후 일본에서는 수국 육종 붐이 일어났으며 그 결과 미스 사오리를 육종한 이리에 료지씨 등 수많은 젊은 육종가들이 나오게 된 것 같다. 사카모토씨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2006년에는 또 다른 품종 수국 '페어리 아이'로 신설된 일본 최고 권위의 신품종 콘테스트인 제1회 일본 플라워 셀렉션에서 대상인 Flower of the Year로 선정되기도 한다. 최근 일본에 강하게 부는 어머니날 수국선물 바람은 바로 2006년 신품종 콘테스트에서 그 수많은 화훼 종류 중에서 수국이 대상을 받은 것과 무관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이래저래 일본의 수국 붐에는 사카모토씨가 그 중심에 있다는 것을 일본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그런 사카모토씨가 육종한 수국 수많은 품종들 중에는 포지 부케 시리즈라는 것이 있다. 모두 14개 품종으로 시리즈가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그레이스가 요즘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수국 40선에 포함되어 있다. 일본에서 ポージィブーケ로 표기하는 포지 부케는 원래 영어 posy bouquet를 말하는데 posy는 작은 꽃다발을 말하고 bouquet도 꽃다발을 말한다. 우리는 결혼식에 신부가 드는 꽃다발을 부케라고 알고 있지만 원래는 그냥 꽃다발 그 자체를 말한다. 프랑스어에서 유래된 부케는 그 외에도 와인의 향취를 뜻하기도 하고 꽃 뿐만 아니라 과일이나 허브 또는 과자 등의 다발을 뜻하기도 한다. 여하튼 포지 부케는 꽃다발이 중복된 이상한 영어이다. 거기에 품종명 grace는 우아함을 뜻한다. 


Fruit Bouquet와 Cookie Bouquet


이런 것도 Flower bouquet 또는 그냥 부케라고 한다. 이렇듯 부케는 그냥 다발 또는 꽃다발이라는 뜻이다.  


사이타마현 출신인 육종가 사카모토씨는 대학에서 원예학을 공부한 후 화훼 재배 적지를 찾아 준고랭지인 해발 550m의 군마현 기류시로 이주하고 1975년부터 화훼 재배와 육종을 시작하게 된다. 그 후 1989년 법인으로 전환하고 수국과 시클라멘의 육종에 전념하여 많은 품종들을 개발하게 된다. 이 그레이스는 1993년 군마현 기류시에 있는 그의 육묘장에서 수국 조가사키(城ヶ崎) 계통의 원예종을 교배시켜 얻은 실생(實生)에서 선종하여 번식하고 약 10년간 그 특성의 안정화를 검증한 후 2003년에 일본 농림수산성에 등록하게 된 품종이다. 중간 크기의 겹꽃이 처음에는 은은한 황록색에서 점차 황백색으로 피는데 토양의 산성도와 무관하게 꽃 색상은 변하지 않고 항상 백색이다. 보는이에 따라서는 이를 순백색이라고도 한다. 원래 수국은 흰색이 별로 인기가 높은 편은 아닌데 이 품종은 순백의 청초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준다고 많은 사랑을 받는다. 


수국 조가시키(城ヶ崎)

수국 포지 부케 그레이스의 부모종이다.


수국의 색상 중에서 선호도를 가리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얼핏 생각하면 블루가 가장 인기 높지 않을까 싶다. 평소 우리나라서 잘 못 보던 색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피트모스 등으로 토양을 산성화시켜 푸른색 꽃을 보려고 노력을 한다. 그런데 이제까지 서양의 수국을 탐구하면서 든 생각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핑크색을 블루보다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에서도 핑크를 가장 선호한다고 한다. 그 실례로 사카모토원예에서 개발한 품종 중에는 핑크가 70% 블루가 20% 화이트가 10% 정도라고 한다. 당연히 시장 수요가 그러니까 그렇게 품종 개발을 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앞에서 탐구한 시네마현의 수국 만화경이나 은하도 블루는 물량부족 사태가 해소되었지만 핑크는 아직도 물량부족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블루보다도 선호도가 떨어지는 흰색으로서 인기 품종 리스트에 오른 포지 부케 그레이스가 그만큼 대단하다는 뜻이다.  


이  름 : 수국 '포지 부케 그레이스'

학  명 : Hydrangea macrophylla 'Posy-bouquet Grace'

일본명 : アジサイ ポージィブーケ グレイス

시리즈 : Posy-bouquet

꽃모양 : 레이스 캡형

내한성 : 미지수

육종가 : 사카모토

   


수국 '포지 부케 그레이스'


수국 '포지 부케 그레이스'


수국 '포지 부케 그레이스'


수국 '포지 부케 그레이스'


수국 '포지 부케 그레이스'


수국 '포지 부케 그레이스'


수국 '포지 부케 그레이스'


수국 '포지 부케 그레이스'


수국 '포지 부케 그레이스'


수국 '포지 부케 그레이스'


수국 '포지 부케 그레이스'


수국 '포지 부케 그레이스'

매우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수국 '포지 부케 그레이스'


수국 '포지 부케 그레이스'

역시 어머니날 특수에 빠질 수가 없다.


수국 '포지 부케 그레이스'


수국 '포지 부케 그레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