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수국과 수국속/일본수국40선

632 수국 크림슨 - 일본 사카모토원예에서 육종한 추색 아지사이

낙은재 2019. 1. 4. 21:50


수국 '크림슨'

꽃색상이 진홍색이라고 크림슨이라고 불린다.


수국 '크림슨'

가을에 꽃색이 이렇게 앤티크하게 변한다고 추색 수국이라고 불린다. 


일본에서는 요즘 추색(秋色) 아지사이를 무척 좋아하며 그런 수국을 많이 찾는다. 추색 수국이란 개화기간이 길어 가을까지도 꽃을 볼 수 있는 품종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수국 뿐만아니라 식물에서 개화기간이 길다는 것은 두 가지가 의미가 있는데 하나는 먼저 핀 꽃이 지더라도 계속 다른 꽃이 피어나 하나의 식물에서 꽃들이 장기간 이어져 지속 되는 것을 말하고 또 다른 의미는 하나의 꽃이 장기간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여기 추색 수국에서는 후자를 말한다. 실제로 여름에 핀 꽃이 가을까지 꽃잎이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장식화의 꽃받침이 망가지거나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는 것을 말한다. 품종에 따라서는 3개월 이상 지속되기도 하는데 그 기간동안 꽃 색상이 한번 이상 변화하면서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어 일부 품종은 앤티크(antique)하다고 인기가 높다. 앤티크는 골동품처럼 예스럽고 고전적 느낌을 자아낸다는 뜻이다. 앤티크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고색창연(古色蒼然)한 분위기를 말한다. 대개 이런 품종들은 마지막에 갈색으로 변하게 되면 잘라서 실내로 들여와 드라이 플라워 즉 말린 꽃을 장식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참고로 지속 기간이 긴 꽃은 대부분 그 수술이나 씨방 등 생식기관이 퇴화되었기 때문에 꽃은 피더라도 수정이 당연히 불가능하다. 따라서 개화 이후의 결실 과정이 생략되어 바쁘지 않기 때문에 여름 한철 천천히 즐기다가 지는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결실을 하는 꽃들은 수정만 이루어지면 곧바로 꽃을 정리하고 대개 겨울이 오기 전에 종자의 생산을 마치려고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꽃이던 개화 하자마자 벌나비가 찾아온다면 나름대로 정취가 있어 반길 일일 수도 있지만 벌나비에 의하여 수정이 이루어지면 꽃의 생기는 금방 사라지게 된다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이게 하늘이 정한 자연의 법칙인데 인간의 욕심만 앞세워 식물의 수정을 무작정 방해할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수국의 경우는 이와는 좀 차원이 다르다. 왜냐하면 수국 특히 맙 헤드형 수국은 거의 모두 장식화로만 이루어져 있는데 꽃잎으로 보이는 것이 실제로는 꽃받침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어느 식물이던 꽃잎은 수정만 끝나면 대개 곧바로 떨어지거나 시들지만 꽃받침은 끝까지 남아서 감꼭지와 같이 열매에 달려있는 경우도 많으며 그 색상도 꽃이 진 다음 변하는 경우도 흔하다. 꽃이 진 다음 빨갛게 변하는 누리장나무나 칠자화가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둥글게 비슷한 모양으로 꽃이 피는 인동과 산분꽃나무속 불두화나 설구화의 경우는 장식화라서 결실을 못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꽃받침이 아니고 실제로 꽃잎이기 때문에 비록 결실하기에 바쁘지는 않더라도 꽃잎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고 시들어 수국과는 구분이 된다. 


왼쪽 수국의 장식화와 오른쪽 산분꽃나무속 털설구화의 장식화 모습

수국의 장식화는 꽃받침이 변한 것이지만 산분꽃나무속의 장식화는 흰 꽃잎 아래 작은 꽃받침이 선명하게 보인다.


일본은 수국 원산지라고는 하지만 산수국 같이 생긴 레이스 캡형 수국만 흔하고 맙 헤드형 수국은 쉽게 보지 못하였는데 이런 품종들은 대개 빨리 장식화가 갈변하거나 쪼글어 들어 그다지 볼 품이 없게 된다. 그러다가 서양으로 건너갔다가 역수입된 수국의 꽃모습이 대개 둥글고 가을까지 쉽게 갈변하지 않고 아름답게 색상이 변하면서 모양도 오래 지속되므로 이들을 추색 수국이라고 하며 선호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추색 수국을 서양 수국과 동일시 하는 경향도 있다. 그런데 최근 서양에서 개량된 품종들은 거의 모두 꽃의 지속기간도 길고 색상의 변화도 아름다워 그런 품종들은 매우 많고 색상도 블루 핑크 퍼플과 래드 등 매우 다양하다. 일본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추색 수국 품종들 가운데는 카멜레온과 시안, 페어리 아이 그리고 크림슨 등이 있다. 앞 포스트에서 탐구한 바와 같이 시안은 서양에서 개량된 품종이고 페어리 아이는 일본의 사카모토원예에서 개량한 품종이다.  



산수국(왼쪽)과 백당수국(오른쪽)의 가을 모습

일본에 많이 자생하는 수국들이 가을에 이렇게 볼품이 없으므로 추색 수국들의 인기가 높은 것이다.


일본의 수국 크림슨(クリムゾン) 또한 사카모토원예(さかもと園芸)의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크림슨은 영어 crimson 즉 진홍색의 꽃이 피는 수국이라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다. 그런데 일본에는 매지컬 크림슨(マジカルクリムゾン)이라는 또 다른 수입 수국이 있어 약간 헷갈린다. 사카모토원예에서 일본 시장의 크림슨(クリムゾン)을 공급하기는 하지만 자기들이 직접 육종하였다는 명확한 표시가 없으므로 혹시 유럽에서 육종된 품종을 들여다가 달리 이름을 붙여 판매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그래서 유럽시장의 매지컬 크림슨을 의심하였으나 일단 꽃 색상과 모양이 다른 것 같아서 아닌 것 같다. 하여튼 이 매지컬 시리즈 크림슨에 대하여는 앞 585번 포스트에서 다룬 바 있다. 유럽에서는 매지컬 시리즈로 그리고 미국에서는 에버래스팅 시리즈로 공급되며 신년지에서도 개화한다니까 우리나라 중부지방에서도 월동 가능성이 높은 품종이다. 꽃 색상은 매지컬 시리즈가 크림슨에 비하여 붉은색에 더 가깝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매지컬을 크림슨 레드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사카모토원예에서 출시한 크림슨의 영어 표기가 문제가 된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Crimson이 이미 매지컬 시리즈 크림슨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로 진출하려면 별도의 이름이 필요해 보인다.



이게 크림슨 색상이다.


수국 '매지컬 시리즈 크림슨'

네덜란드에서 육종된 품종으로서 미국시장에서는 에버래스팅 시리즈로 유통된다.


수국 '매지컬 시리즈 크림슨'


수국 '매지컬 시리즈 크림슨'


이  름 : 수국 '크림슨'

라틴명 : Hydrangea macrophylla 'Crimson'

일본명 : アジサイ クリムゾン

육종가 : 사카모토원예(さかもと園芸)

유럽에서 육종된 매지컬 시리즈 크림슨과는 다른 일본에서 육종된 품종이다.


수국 '크림슨'


수국 '크림슨'


수국 '크림슨'


수국 '크림슨'


수국 '크림슨'


수국 '크림슨'


수국 '크림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