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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5 엘윈오르토니 산딸나무 '비너스' - 럿거스대학 최고 인기 품종

낙은재 2019. 5. 21. 10:37

엘윈오르토니 산딸나무 '비너스' (미등록종)

나무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풍성하게 꽃이 핀다.


엘윈오르토니 산딸나무 '비너스' (미등록종)

지름 15cm이상의 꽃이 잎보다 훨씬 더 커 산딸나무 중 가장 크다.


엘윈오르토니 산딸나무 '비너스'라는 산딸나무 원예품종이 있다. 학명으로는 Cornus x elwinortonii [Venus] 'KN30-8'라고 표기를 한다. 이게 도대체 뭔지 파악해 보자. 그럼 우선 앞 689번 게시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 등록된 산딸나무라는 이름을 가진 수종은 원종 기준으로 모두 5종이며 아래 리스트와 같다. 이것들이 전세계에 분포하는 산딸나무 전부는 아니지만 정원수로 인기가 높은 주요 수종들은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특히 미국시장에서 인기가 높고 널리 분포된 산딸나무는 우리가 미산딸나무라고 부르는 미국 동부 원산의 꽃산딸나무와 미국 서부가 원산지인 누탈리산딸나무 그리고 우리나라 등 동양에서 건너간 산딸나무를 포함 모두 3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앞에서 여러 번 본 럿거센시스 산딸나무와 이번 포스트에서 다룰 엘윈오르토니 산딸나무의 정체는 무엇이라는 것인가?


우리나라에 등록된 산딸나무 리스트(원종 기준)

그 

아속 Subgenus

 학    명

    

원산지

중국명

일본명

큰 포(苞)

Big-bracted

Syncarpea 복합과

 Cornus kousa

산딸나무

한중일 외

四照花(사조화)

ヤマボウシ(山法師)

 Cornus capitata

상록산딸나무

중국 인도 외

头状四照花(두상사조화)

히마라야산법사

Cynoxylon 핵과

 Cornus florida

꽃산딸나무

미국

大花四照花(대화사조화)

아메리카산법사

 Cornus nuttallii

누탈리산딸나무

미국, 캐나다

 

 

왜성종

Arctocrania 초본

 Cornus canadensis

풀산딸나무

한중일 북미 외

草茱萸(초수유)

ゴゼンタチバナ

이들 중 큰포 그룹 Syncarpea아속의 산딸나무와 상록산딸나무만이 딸기를 닮은 열매 즉 복합과가 달리는 것이다. 꽃산딸나무와 누탈리산딸나무 그리고 산딸나무가 미국 시장에 널리 분포된 주요 수종이라고 할 수 있다.


럿거센시스 산딸나무와 엘윈오르토니 산딸나무가 리스트에 없는 이유는 이 두종은 자연에서 야생하는 것이 발견된 원종이 아니고 이들을 인위적으로 교잡시켜 육종한 종간 교잡 원예종들이기 때문이다. 럿거센시스 산딸나무는 동양의 산딸나무와 미국의 꽃산딸나무를 교잡시킨 종간 교잡종을 말하고 엘윈오르토니 산딸나무는 동양의 산딸나무와 미국의 누탈리산딸나무를 교잡시켜 육종한 종간 교잡종을 지칭한다. 이들 둘 모두 미국 뉴저지주립대학인 럿거스(Rutgers)대학의 세계적인 저명한 육종학자 엘윈 오르톤(Elwin Orton)박사에 의하여 세계 처음으로 시도되고 성공하였기에 하나는 대학 이름을 따서 럿거센시스 산딸나무로 또 다른 하나는 개발자의 이름을 따서 엘윈오르토니 산딸나무로 2015년 럿거스대학에서 명명한 것이다. 과거에는 교잡종이라고 두 종 가운데 교잡을 뜻하는 x를 넣어서 예를 들면 Cornus kousa x Cornus nuttallii 'Venus'로 표기하거나 아예 종명이 없이 속명에 원예종명을 바로 붙여 Cornus x 'Venus' 등으로 표기하였으나 이제는 정식 절차를 밟아서 명명된 교잡종명을 사용하여 Cornus x elwinortonii 'Venus'로 표기하여야 바람직한 표기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두 교잡종명은 럿거스대학에서 교잡한 종에만 붙이는 이름이 아니라 이와 같은 종간의 교잡 원예종에는 모두 적용되는 학명이라고 보면 되겠다.


엘윈 오르톤박사와 그가 개발한 최고 인기 품종 비너스


그럼 여기서 살아있는 레전드 육종가라는 칭호를 받는 엘윈 오르톤(Elwin Orton)박사에 대하여 잠시 알아보자. 그는 1930년 출생으로 펜실베니아주에서 원예학을 전공한 후 오하이오주의 대학원을 거쳐 위스콘신대학에서 식물유전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자마자 곧바로 뉴저지주립대학인 럿거스대학에 1960년부터 합류하게 된다. 그후 1973년 교수로 승진하고 2008년 명예교수로 현직을 떠날 때까지 무려 48년간 럿거스대학에서 육종에 관한 연구에 전념한 학자이다. 초창기에는 호랑가시나무에 관심이 많아서 미국호랑가시나무와 유럽호랑가시나무 육종에 집중하여 십여 개의 신품종을 개발하였으나 곧바로 미국을 대표하는 꽃나무 산딸나무 쪽으로 중심을 이동하게 된다. 그 이유는 그 당시 꽃산딸나무의 고질적인 병충해 즉 흰가루병과 탄저병 그리고 천공충의 폐해가 극심하였기 때문이다. 일부 재배자들은 천공충을 구제하기 위하여 꽃산딸나무에 살충제인 DDT를 일 년에 3~4번씩 살포하였다고 오르톤박사 스스로 이 쪽에 관심을 둔 이유를 설명하기도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그가 주시한 것은 바로 동양에서 온 산딸나무였다. 이들은 자생지인 한중일 3국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에 와서도 병충해에 매우 강한 면모를 보여 거의 피해가 없다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그래서 미국 원산의 꽃산딸나무와 동양 원산의 산딸나무를 교잡시킬 방법을 모색한 것이다. 그러니까 병충해에 강한 동양 산딸나무의 장점과 꽃의 사이즈와 모양이 아름다운 꽃산딸나무의 장점을 동시에 취하려고 시도하였던 것이다. 종이 다른 산딸나무 두 종의 교잡을 세계 최초로 오르톤박사가 1965년부터 시도하여 무려 20여 년이 지난 1988년에서야 스텔라 시리즈 6개의 신품종을 발표하게 된다. 이제까지 없던 병충해로부터 거의 자유로운 신품종의 등장 결과는 대성공이었으며 특히 핑크색 꽃이 피는 스텔라 핑크의 인기는 대단히 높았다. 그러나 그 과정의 어려움은 적지 않았을 것이다. 우선 개화시기가 다른 두 종의 인공수분이 결코 만만치는 않았다. 그래서 개화시기가 늦은 동양 산딸이 항상 모종이 되고 꽃이 한 달여 전에 피는 꽃산딸나무의 꽃가루를 미리 채취하여 냉동보관하였다가 나중에 수분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또 하나의 진짜 어려움은 아마 엄청나게 긴 시간이었을 것이다. 원산지가 멀리 떨어진 두 종간의 교잡에 성공하여 열매를 얻고 파종하여 묘목으로 길렀다고 하더라도 이 묘목들이 꽃을 피우기까지는 약 7~8년의 세월이 흘러야 했을 것이다. 게다가 병충해에 강한 품종의 개발을 목표로 삼았기에 개화 이후에도 한두 해의 짧은 추가 관찰로는 어림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신품종을 발표하고 특허를 신청하기까지에는 20여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던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Elizabeth Petersen이라는 정원 컬럼리스트는 오르톤박사의 끈질긴 연구 개발을 'A dogged approach to dogwoods'라고 표현하고 있다. dogged란 어떤 어려움이나 위험이 있더라도 우직하게 계속 밀고 나가는 것을 뜻한다. 오르톤박사도 박사이지만 이 팀의 연구를 꾸준하게 20여년 간 뒷받침해 준 럿거스대학도 정말 인내심이 대단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오르톤박사가 그 고마움의 표시로 럿거센시스 산딸나무 스텔라 시리즈 마직막 품종을 그 당시 총장의 작고한 부인 이름인 'Ruth Ellen'으로 명명한 것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처음 동양의 산딸나무와 미국 동부 원산의 꽃산딸나무(=미산딸)의 교잡으로 럿거센시스 산딸나무의 개발에 성공을 한 오로톤박사팀은 다음에는 꽃산딸나무 대신에 미국 서부 원산인 누탈리산딸나무와 동양 산딸나무의 교잡을 시도한다. 누탈리산딸나무는 앞 690번 게시글에서 다룬 바 있는데 키가 산딸나무로서는 드물게 12m까지 자라는 나무로서 성장이 매우 왕성한 수종이다. 결과는 매우 왕성하게 자라며 매우 큰 꽃을 풍성하게 피우면서 병충해에 매우 강한 품종을 탄생시킨 것이다. 스텔라 시리즈 6종을 발표한지 15년 후인 2003년에 이들 교잡종을 저지 스타 시리즈(Jersey Star Series)로 불리는 두 종을 발표하고 미국 특허를 신청하는데 이들이 바로 스타라이트(Starlight)와 비너스(Venus)이다. 저지는 뉴저지주의 주 이름 또는 주내 저지라는 도시 이름에서 온 말이고 비너스는 여신 이름이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스타 시리즈이므로 샛별이라고도 불리는 금성을 지칭하는 것이다. 


엘윈오르토니 산딸나무 '비너스' (미등록종)

교잡종이라서 열매가 흔하지는 않지만 모양은 동양 산딸나무 열매를 닮았다.


그런데 이 비너스라는 품종이 전무후무한 대박을 쳐 미국 산딸나무 시장 판도를 뒤바꾸게 된다. 이 럿거스대학에서 개발한 품종 중에서는 이 비너스 한 품종이 여타 모든 품종의 판매를 합한 것 만큼 팔리게 된다. 이유가 뭘까 궁금하다. 그 매력의 포인트는 지름이 15cm 이상 심지어는 20cm에 달하는 엄청난 사이즈의 꽃이 나무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풍성하게 핀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꽃이 너무 커서 우리나라에서는 반응이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역시 미국 사람들은 큼직한 사이즈를 매우 선호하는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가뭄에도 강하며 병충해 피해도 없고 가을에 동양 산딸과 같은 아름다운 열매도 가끔 달리며 단풍도 매우 아름답게 든다는 점에서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고 할 수 있겠다.


이 비너스 품종의 족보는 다소 복잡하다. 먼저 모종 자체가 종간 교잡종인데 중국에서 온 중국산딸나무에다가 미국 서부가 원산지인 누탈리산딸나무의 원예종 '골드스팟(Goldspot)'을 교잡하여 얻은 종이다. 중국산딸나무는 우리 자생종 산딸나무와 매우 흡사한 종으로 산딸나무의 아종으로 분류되며 Cornus kousa subsp. chinensis로 학명을 표기한다. 누탈리산딸나무 '골드스팟'은 잎에 노란 무늬가 점점이 들어 있는 품종이다. 그리고 부종은 우리나라에 산딸나무 '로세아'라고 등록된 품종인데 학명은 Cornus kousa 'Rosea'으로 표기하며 붉은 꽃이 핀다. 이 품종을 포함한 동양 산딸나무의 원예종에 대하여는 앞으로 탐구할 예정이다. 그럼 결국 이 비너스 품종에는 동양의 산딸나무 혈통이 75% 미국의 누탈리산딸나무 혈통이 25%가 섞여 있다고 하겠다. 그리고 붉은 꽃이 피는 품종에다가 노란 무늬잎 종의 혈통까지 섞였는데도 가끔 붉은 반점은 있지만 거의 순 크림백색 꽃이 핀다는 점이 흥미롭다. 원래 산딸나무는 동양이던 미국이던 모두가 흰색 꽃이 기본이므로 아무래도 붉은색은 유전적으로 열성인자인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산딸나무 - 모종에 혈통이 섞였다.


누탈리산딸나무 '골드스팟' (미등록종) - 모종에 혈통이 섞였다.


산딸나무 '로세아' - 부종



엘윈오르토니 산딸나무 '비너스' (미등록종)

가끔 이렇게 붉은 반점이 보인다.


이  름 : 엘윈오르토니 산딸나무 '비너스' (미등록종)

학  명 : Cornus x elwinortonii [Venus] 'KN30-8'

이  명 : Cornus x elwinortonii 'KN30-8'

이  명 : Cornus 'Kn30-8' VENUS

분  류 : 층층나무과 층층나무속 낙엽 소교목

시리즈 : 저지 스타 시리즈

수  고 : 5.4m(최대 9m)

특  징 : 종간 재교잡종, 부 - 산딸나무 '로세아', 모 - 중국산딸나무 x 누탈리산딸나무 '골드스팟'

육  종 : 미국 럿거스대학 엘윈 오르톤박사와 David A. Gant

특  허 : 2003년 럿거스대학 명의로 미국 특허 신청, 2006년 취득

특  징 : 큰 백색 꽃이 풍성하게 피며 병충해도 없고 열매도 달리고 단풍도 아름답다.

열  매 : 딸기 모양

개화기 : 늦봄 또는 초여름

장  소 : 양지 또는 반 그늘

관  수 : 주 1회 또는 그 이상, 가뭄에 강함

내한성 : 영하 23도


엘윈오르토니 산딸나무 '비너스' (미등록종)



엘윈오르토니 산딸나무 '비너스' (미등록종)

잎에 광택이 있다.


엘윈오르토니 산딸나무 '비너스' (미등록종)

어릴 때부터 왕성하게 잘 자란다.


엘윈오르토니 산딸나무 '비너스' (미등록종)


엘윈오르토니 산딸나무 '비너스' (미등록종)

가지가 촘촘하게 나며 아래로 처지는 성질도 있다.


엘윈오르토니 산딸나무 '비너스' (미등록종)

열매가 없는 경우가 많지만 달릴 경우 동양 산딸나무를 닮았다.


엘윈오르토니 산딸나무 '비너스' (미등록종)

수피는 미국 산딸나무와는 다르다. 이는 부모종인 동양 산딸나무나 누탈리산딸나무와 비슷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