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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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1 식나무 - 우리 자생종 음지 상록 관목

낙은재 2019. 6. 30. 15:58


식나무

한겨울 정원에서 이런 모습을 보고서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는가?


우리나라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층층나무과 식나무속으로 분류되어 등록되어 있는 식나무는 이제는 가리아과(Garryaceae)로 분류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식나무속은 학명이 Aucuba로서 1783년 린네의 제자로서 동양의 식물을 조사하러 일본에 1년 이상 머물다 간 툰베리가 명명한 속명이다. 식나무속의 모식종은 식나무로서 학명은 Aucuba japonica로 표기한다. 키가 2~3m 정도로 자라는 이 관목은 우리나라 경상남도와 전라남도 그리고 제주도와 울릉도에서도 자생하며 국외에서는 일본 외에도 중국의 장강 이남에서 대만에 이르기까지 넓게 분포한다. 


그런에 이 학명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약간 자존심이 상한다. 우선 종소명 japonica가 마땅하지 않다. 일본에서만 자생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일본 국가명으로 종소명을 정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종소명에 국가명이 들어가는 경우는 드물게 그 나라 고유종인 경우도 있겠지만 대개는 그 나라에서 최초로 발견하였다는 의미가 강하다. 따라서 그 나라 식물이라는 뜻은 전혀 아니다. 이렇게 종소명에 일본 국가명이 들어간 우리 자생종이 무려 260여 종이나 된다. 물론 이들은 대부분 일본에서도 자생하는 식물들이다. 이것은 툰베리가 극동지역의 식물을 조사하러 일본에만 왔다 갔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므로 달리 뭐라 할 수가 없다. 정조가 영조를 대신하여 대리청정하던 시절 툰베리가 우리나라에 오지 않고 나가사키 데지마에 외국인 체류 허가 지역까지 설치하여 문호를 개방하였던 일본을 다녀간 것을 아쉬워 하며 이해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심기가 틀리는 것은 이것뿐만은 아니다. 속명 Aucuba 또한 일본 이름 아오키(靑木) 바(葉)라는 말에서 온 것이다. 하지만 툰베리 입장에서는 처음 보는 새로운 종류의 나무에 대하여 새로운 속명을 현지인들이 부르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일반적인 것이고 종소명 또한 발견지의 지명을 쓰는 것 또한 일반적으로 행하던 것이므로 우리가 딱히 뭐랄 수는 없다. 다만 우리 기분이 좋지 않을 뿐이다. 그런데 가끔 이 나무의 원산지가 일본인 줄로 알고 있는 우리 국민들이 있는데 이것은 안될 일이다. 우리나라 중부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서는 전혀 보지 못하였는데 일본 동경 공원이나 식물원에 가면 응달에서 매우 흔하게 보는 나무가 이 나무이기 때문에 그리고 학명에서 일본 냄새가 많이 나므로 일본 나무로 인식하기가 쉽다. 


게다가 우리 이름 식나무의 어원에 대하여 아무로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또한 외래종으로 오해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일부에서는 제주도 방언 신낭 또는 심낭이 어쩌구 하고 또 한편에서는 생나무가 싱나무로 변했다가 식나무가 되었다는 풀이를 하지만 썩 명쾌하지는 않다. 그래서 낙은재도 2016년 163번 게시글 참식나무를 탐구하면서 식나무의 어원이 명확하지 않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런에 이번에 이 식나무를 탐구하면서 드디어 그 어원을 찾은 것 같다. 하지만 알고 보니 좀 허탈하다. 이 나무가 우리나라에도 자생하는 수종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독창적인 이름이 아니고 중국의 이름을 그대로 따라한 것 같기 때문이다. 


식나무의 어원은 중국명 식남수(植楠树)

식나무는 중국 이름 식남수(植楠树)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이 이름 식남수(植楠树)는 1789년 청나라 건륭 54년 유구국(琉球国) 출신의 학자 오계지(吴继志)가 유구제도(琉球諸島)의 식물을 조사하여 편찬한 질문본초(质问本草)라는 책에 등장하는 이름이다. 중국에서는 식남수(植楠树)보다는 도엽산호(桃叶珊瑚)라는 이름을 더 많이 사용하였으며 그 잎을 천각판(天脚板)이라고 하며 옹저종독(痈疽肿毒) 치창(痔疮) 수화탕상(水火烫伤) 동상(冻伤) 질타손상(跌打损伤) 등의 치료에 쓴다고 이런 내용이 중의백과(中醫百科)에 수록되어 있다. 식나무의 어원이 결국 중국의 식남수(植楠树)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것은 임금님의 수라상 등의 갖은 설이 있는 참나무의 일종인 상수리나무의 어원이 중국명 상수(橡树)에서 온 것과 매우 흡사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유구제도(琉球諸島)는 현재는 일본령이되어 류큐쇼토라고 불리고 있다. 그리고 중국에서 식남수라고 하였던 도엽산호는 정확하게 말하면 식나무라기보다는 중국식나무 즉 Aucuba chinensis를 지칭한다. 현재 중국에서 식나무 즉 Aucuba japonica는 청목(青木) 또는 동영산호(东瀛珊瑚)라고 한다. 동영은 중국에서 동해 또는 일본을 지칭하는데 여기서는 종소명 japonica가 지칭하는 일본을 말한다. 이 나무의 잎이 사시사철 푸른 것은 물론 줄기까지 푸르기 때문에 일본에서 아오키 즉 청목(靑木)으로 불리는데 중국도 이 나무를 그대로 청목(青木)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전세계 식나무속 10개 수종 모두가 자생하는 중국은 이 식나무속을 그 붉고 광택이 나는 열매가 산호(珊瑚)를 닮았고 잎은 복사나무를 닮았다고 도엽산호(桃叶珊瑚)속이라고 한다. 그 도엽산호속 중에서 이 속의 모식종인 Aucuba japonica만 xx산호라고 부르지 않고 청목(靑木)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과거부터 중국에서 그렇게 부르던 이름이 아니고 아무래도 일본의 영향을 받아 최근에 명명한 이름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줄기와 잎이 푸르다고 일본에서 아오키 즉 청목(靑木)으로 부른다.


열매가 바다의 산호를 닮았다고 중국에서는 이 식나무속을 도엽산호(桃叶珊瑚)속이라고 한다.

금식나무이지만 대부분의 학자들이 원종에 포함시킨다.


그렇다고 일본의 청목(靑木) 또한 일본 독자적인 이름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중국에서는 중국식나무 즉 도엽산호의 아종인 아미도엽산호(峨眉桃叶珊瑚)를 별명으로 사천지역에서 청피수(青皮树)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중국의 도엽산호속(桃叶珊瑚属)의 중심은 도엽산호인데 이를 우리는 중국식나무라고 한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도엽산호를 별칭으로 식남수(植楠树)라고 하였고 도엽산호의 아종인 아미도엽산호를 청피수(青皮树)라고 별명으로 불렀는데 전자는 우리나라 식나무의 이름에 영향을 주었고 후자는 일본의 청목(靑木)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이 청목이 중국 청피수에서 영향 받은 이름이라고 인정하지는 않는 것 같다.


과거 중국에는 청목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모두 도엽산호로 인식하고 있었다가 나중에 서양사람들에 의하여 일본 청목이 모식종으로 발표되자 중국에서도 이를 파악하여 1950년대에 와서 분리 명명한 것이다. 중국 청목의 명명 근거는 1953년 간행된 화북경제식물지요(华北经济植物志要)에 의한다. 참고로 도엽산호의 출전은 1620년 편찬된 여남포사(汝南圃史)이다. 그러니까 1620부터 1950년까지는 도엽산호 즉 중국식나무와 청목 즉 식나무의 구분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도엽산호 즉 식남수의 잎을 천각판(天脚板)이라고 하는 것은 중국식나무뿐만 아니라 식나무에도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국생정 도감에도 식나무의 잎을 천각판이라는 설명이 기재되어 있다. 그러니까 결국 중국 식남수(植楠树)의 잎도 천각판(天脚板)이고 우리나라 식나무의 잎도 천각판(天脚板)인 것이다. 따라서 식남수(植楠树)와 식나무는 같은 것이 되므로 그 어원이 아니라고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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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나무는 상록관목으로서 길고 두터운 타원형 잎은 길이가 최대 20cm 너비가 최대 12cm가 될 정도로 크고 넓고 광택이 난다. 그래서 사시사철 녹색인 가지와 더불어 그 푸르름을 자랑하게 되는데 여기에 일본 이름 아오키(청목)이 유래된다고 앞에서 언급한 바 있다. 우리 자생종 식나무가 중국식나무에 비하여 잎의 길이는 비슷하지만 너비가 1.5배나 넓다. 그래서 우리나라 이명 넓적나무라는 것이 생겨난 것 같다. 그리고 산호같은 붉은 열매가 11월부터 다음 해 4월까지 그 아름다움의 빛을 발하게 되어 눈길을 끄는데 여기서 중국 이름 도엽산호(桃叶珊瑚)가 유래된다. 특히 이 나무가 정원수로 인기가 높은 이유는 다른 나무들이 잘 자라지 못하는 음지에서도 매우 잘 자란다는 점이다. 게다가 건조에도 강하고 공해에도 강하며 염분에도 강하다. 그래서 큰 나무가 많은 공원이나 사찰에서 나무 그늘 아래 나즈마하게 여기저기에 심는데 특히 상록으로서 늘 푸르름을 유지하므로 삭막한 겨울에 그 매력을 발산하는 것이다. 영어권에서는 이 나무이 잎이 월계수(laurel)를 닮았다고 Japanese laurel이라고 부른다.



식나무는 중국식나무에 비하여 잎이 넓다 그래서 넓적나무라는 이름이 붙은 듯 하다.


식나무

단풍나무 그늘 아래 심어져 겨울에 푸르름을 발하고 있다. 단 열매를 보려면 암그루를 심어야 한다.

수그루 하나면 암그루 6주는 감당을 한다.


식나무

울창한 침엽수림에서도 잘 자라는 모습 


이 식나무는 많은 학자들이 매우 다양한 변종과 품종 그리고 아종으로 학명을 부여 하여 발표하였지만 현재는 거의 모두 식나무 원종에 통합하여 분류하고 학자에 따라서 몇 개만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우선 일본에서는 흰열매와 노란열매가 달리는 품종과 푸른 꽃이 피는 품종 그리고 남국 즉 류큐제도 등에서 온 변종과 북쪽 홋카이도 등에서 온 변종 등으로 세분한다. 중국에서는 잎에 황금 반점이 있는 화엽청목(花叶青木) 하나만 구분한다. 이를 우리는 금식나무라고 한다. 서양에서는 대체로 일본의 남쪽 남서제도에서 자생하는 ナンゴクアオキ(南國靑木) 즉 Aucuba japonica var. ovoidea는 변종으로 인정을 하고 북쪽에서 자생하는 일본의 ヒメアオキ(히메 아오키) 즉 Aucuba japonica var. borealis는 일부에서만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히메 아오키 즉 姫青木(희청목)이 우리나라에 등록되지는 않았지만 내한성이 강하여 중부지방에서의 노지 월동 가능성이 높으므로 관심이 간다. 그리고 서양에서 그 많은 변아종 중에서 유독 ナンゴクアオキ 즉 南國靑木(남국청목)만 인정하는 이유는 DNA 검사결과 원종이 2n=32 4배체임에도 불구하고 이 변종은 2n=16 2배체임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히메 아오키(姫青木)

홋카이도에서도 자생한다는 이 변종은 내한성이 강하여 중부지방에서 노지월동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이 식나무가 처음 영국에 도입된 것은 1783년 독일 식물학자 겸 원예가 John Graeffer(1746~1802)에 의해서이다. 그런데 그때 도입된 나무가 원종이 아니고 노란 무늬가 있는 금식나무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서양에서는 식나무를 영어로 spotted laurel이라고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잎에 무늬가 있는 변이종을 처음 접하고서 식나무는 모두 반점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도 툰베리가 말한 붉은 열매가 달리지를 않았다. 알고보니 자웅이주인데 암그루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참 후인 1861년 스코틀랜드 식물학자 겸 식물 채집가인 Robert Fortune(1812~1880)을 수그루를 구하러 일본에 파견한다. 


그 때 물론 일본에서 식나무 수그루는 손쉽게 구했지만 그가 일본 민가를 둘러 보고서 놀라 이런 말을 남긴다. "만약 꽃을 키우고 사랑하는 국민성으로 문화 생활의 높고낮음을 판단한다면 일본의 서민층은 영국 같은 계층의 사람들에 비하여 훨씬 뛰어나 보인다. 나는 세계 어디에서도 이렇게 대규모로 판매용 식물을 재배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는 천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일본의 분재 문화를 처음보고 감탄한 것이다. 그는 그당시 반출금지된 중국의 차를 훔쳐서 인도 동인도회사에 전달하여 차문화가 전세계로 퍼지게 한 사람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국표식에는 그가 명명하였거나 그의 이름으로 명명된 학명이 66개나 등록되어 있다. 은목서라고 등록된 구골목서 Osmanthus x fortunei도 그 중 하나이다.   


등록명 : 식나무

이  명 : 넓적나무

학  명 : Aucuba japonica Thunb.

분  류 : 가리아과 식나무속 상록 관목

구분류 : 층층나무과 식나무속 상록 관목

원산지 : 한 중 일 대만

중국명 : 청목(青木), 별명 - 동영산호(东瀛珊瑚)

일본명 : アオキ(青木), 별명 - ダルマノキ(達磨の木)

영어명 : Japanese laurel

수  고 : 3m

가  지 : 대생, 녹색

엽  편 : 대생, 혁질, 장타원형, 8~20 x 5~12cm, 상면 광택, 하면 담록색, 상부 날카로운 거치

화  서 : 자웅이주, 원추화서 정생

웅화서 : 7~10cm, 총경피모, 소화경 3~5mm, 피모, 화판 난형 난상피침형, 3.5~4.5 x 2~2.5mm, 암자색, 수술 1.25mm

자화서 : 2~3cm, 소화경 2~3mm, 피모, 2매 소포편, 자방피유모, 화주조장, 주두 편사

열  매 : 난원형, 암자색 혹 흑색, 길이 2cm, 지름 5~7mm

종  자 : 1매

개화기 : 3~4월

결실기 : 11월 ~ 4월까지 지속

내한성 : 영하 17도


식나무 수꽃


식나무 수꽃


식나무 암꽃 


식나무 암꽃


식나무


식나무


식나무


식나무


식나무 기근


물가에 심어진 식나무에서는 기근이 발달하기도 한다.


식나무

나이든 수피는 청색에서 이렇게 변한다.


식나무


식나무

1월에도 이렇게 푸르름을 자랑한다. 동경시내


일본에서 식나무를 아오키라고 하는 것 외에 별명으로 ダルマノキ(達磨の木)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식나무 열매가 특히 아래와 같이 충영이 생길 경우 일본에서 인기있는 달마목형을 닮았기 때문이다.


식나무 충영

혹파리과 유충이 안에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