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꽃은 물가에서 잘 자란다.
부처꽃(털부처꽃)
부처꽃과(Lythraceae)에는 원래 전세계적으로 약 30속에 600여 종의 식물로 구성되어 있지만 우리나라 부처꽃과에는 초본인 부처꽃속과 좀부처꽃속 그리고 마디꽃속 등 3개 속이 있으며 목본으로는 배롱나무속과 쿠페아속 등 2개 속이 있어 모두 5개 속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등록된 식물의 수는 원예종을 포함 모두 27개이다. 이 중 부처꽃과 마디꽃은 우리 자생식물이고 좀부처꽃은 귀화식물로 분류되며 배롱나무속과 쿠페아속은 외래종이다. 앞에서 목본인 배롱나무속과 쿠페아속의 탐구를 마쳤으므로 이제 다른 과로 넘어가기 전에 이 부처꽃과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부처꽃속 부처꽃에 대하여 알아보고 간다. 실제로 부처꽃과(Lythraceae)의 모식속은 부처꽃속(Lythrum)이며 털부처꽃은 부처꽃속이 신설될 때인 1753년에 동시에 명명된 몇개의 종 중 하나이다.
부처꽃과는 전세계적으로 모두 33개 종이 분포하는데 우리나라에는 현재 우리 자생종인 부처꽃과 털부처꽃 그리고 미국 원산의 날개부처꽃 등 3개 종이 등록되어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는 부처꽃은 털부처꽃의 아종이나 유사종으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이제는 털이 있던 없던 모두 털부처꽃으로 불러야 되나 싶지만 아쉬운 점은 털부처꽃은 매우 광범위하게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4개 대륙에 걸쳐 널리 분포하지만 부처꽃은 한중일 3국에서만 자생하는 종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이름만 봐도 부처꽃이 기본종 같고 털부처꽃은 부차적인 털이 많은 근연종 같은데 거꾸로 부처꽃이 털부처꽃에 통합된다면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다. 이런 상황은 일본도 같은 형편이다. 일본에서는 부처꽃은 미소하기(ミソハギ)라고 하고 털부처꽃은 홋카이도 부처꽃이라는 뜻으로 에조미소하기(エゾミソハギ)라고 한다. 그러니까 앞으로 털이 없는 종도 털이 있다고 털부처꽃이라고 불러야 하는 우리나 지역을 가리지 않고 모두 에조미소하기라고 불러야 하는 일본이나 마뜩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중국은 문제가 없다. 중국은 원래부터 털부처꽃이 많아서 이를 천굴채(千屈菜)라고 하였고 부처꽃은 줄기와 잎에 털이 없다고 광천굴채(光千屈菜)라고 불렀기에 통합한들 아무런 어색함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중국은 금방 대세에 순응하여 그동안 북부와 동북지역에서 자생한다고 중국식물지에 독립종으로 올렸던 광천굴채(光千屈菜)를 최근에 털부처꽃 즉 천굴채(千屈菜)로 통합시켜 버렸다. 따라서 이제 이 둘을 달리 분류하면서 버티는 나라는 우리와 일본뿐인 것 같다. 털부처꽃이 부처꽃에 통합되지 않고 그 반대가 된 것은 털부처꽃은 유럽에서도 자생하기 때문에 린네의 식물 분류가 시작될 때인 1753년에 이미 Lythrum salicaria라는 학명을 부여받았지만 부처꽃은 한참 후인 1903년에 학명을 부여받았으므로 이들 둘이 통합될 때 부처꽃의 학명은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알고보면 너무 아쉬워 할 일만은 아니다. 원래부터 부처꽃은 1903년 독일 식물학자 Bernhard Adalbert Emil Koehne (1848~1918)에 의하여 털부처꽃의 변종인 Lythrum salicaria var. anceps로 명명된 것이다. 당초 변종이었던 것을 1908년 일본 학자 마키노가 종으로 승격하여 Lythrum anceps (Koehne)이라는 학명을 부여한 것인데 이것이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널리 인정받아 우리 국표식에도 그렇게 등록되어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부처꽃을 털부처꽃에 곧장 통합시키지 않고 털부처꽃의 아종인 Lythrum salicaria subsp. intermedium에 통합 분류하고 있다. 이 아종 또한 한중일 및 러시아 등 극동지방에만 분포하는데 학자에 따라서는 이 또한 털부처꽃에 통합하거나 그 반대로 원종급인 Lythrum intermedium Ledeb.로 표기하기도 하여 다소 복잡한 양상이다. 이 아종의 학명이나 명칭을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중국에서는 이를 중형천굴채(中型千屈菜)라고 중국식물지에도 이미 진즉에 등록되어 있다.
그러므로 현재의 우리나라 부처꽃은 털부처꽃에 깔끔하게 통합되던가 아니면 털부처꽃의 아종인 중형천굴채에 통합되는 추세이므로 털부처꽃에 통합될 경우에는 그 이름을 잃어버리게 되었고 아종에 통합될 경우에는 우리 국명은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최소한 학명은 변경하여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렇게 장황하게 언급하고 나니 식물 분류 특히 학명 분야는 정말 복잡해 보인다. 모든 식물이 그 내막을 깊이 파헤쳐보면 결코 간단하고 단순한 것이 없다. 부처꽃속의 속명 Lythrum는 피(blood)라는 뜻으로 붉은 색의 꽃을 말하고 털부처꽃의 종소명 salicaria는 가지가 버들같다는 뜻이며 부처꽃의 종소명 anceps는 두 모서리(edge)를 말하는데 이는 줄기에 있는 날개와 같이 생긴 릉(稜)을 말하는 것이다. 털부처꽃의 일반 영어명은 purple loosestrife인데 loosestrife가 좁쌀풀을 말하므로 이는 자주색 꽃이 피는 좁쌀풀이라는 뜻이 된다.
좁쌀풀
이렇게 학명이나 영어명은 대개 그 어원을 쉽게 알 수가 있는데 정말 어려운 것이 우리나라 식물 이름의 유래이다. 이 부처꽃도 마찬가지이다.우리나라 국명 부처꽃은 1937년 발간된 정태현선생 등의 조선식물향명집에 최초 등장하는데 도대체 어디에 근거하여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그 유래는 알 수가 없다. 1971년 타계하신 정태현선생님이 살아계실 때 왜 알아두지 못하였을까? 정말 한심하다. 이명으로 두렁꽃이 있는데 이는 1988년 김현삼 등의 식물원색도감에 근거하며 그 유래는 논두렁에 많이 피는 꽃이라는 뜻의 북한 방언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우리가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바로 그 수많은 식물 중에서 하필이면 그다지 대단하지도 않는 이 초본에다가 부처꽃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하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연유로?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식물이 아닌데다가 불교 또한 동양 3국에서 모두 성행하는 종교이므로 어디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그런 이름이 있나 하고 찾아 보자.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중국에서는 과거 부처꽃을 광천굴채(光千屈菜)라고 구분하여 부르다가 이제는 털부처꽃에 통합되었는데 이 털부처꽃을 천굴채(千屈菜)라고 하며 별명으로 수류(水柳)와 대아초(对牙草) 그리고 대엽련(对叶莲) 등으로 부르고 있다. 수류는 물에서 자라는 버들이라는 뜻이므로 학명과 맥락을 같이 하며 대아초는 마주나기 엽아를 말하는 것으로 보여 부처와는 무관하다. 그런데 대엽련(对叶莲)은 불교를 대표하는 식물이 연꽃이므로 부처꽃이라는 우리 이름과 전혀 무관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이 부처꽃의 꽃 사이즈가 지름 1.5cm 로 작기는 하지만 연이나 수련 등과 같이 물가에서 자라는 식물이기 때문에 마주나기 잎을 가진 연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여하튼 대엽련이라는 중국 별명 하나를 보고 우리 이름을 부처꽃이라고 하지는 절대 않았을 것 같다.
부처꽃
그럼 일본에서는 어떨까? 앞에서 일본 이름은 미소하기(ミソハギ)라고 언급한 바가 있는데 이는 한자로는 禊萩(계추)라고 쓴다. 禊(계)는 고대 중국에서 강가에서 지내던 제사에서 유래된 불길한 기운을 제거하기 위한 제사를 뜻한다. 그런데 이 물가에서 행한 정화 의식이 일본에 와서는 매우 특별한 의미를 더하게 된다. 왜냐하면 일본 신화에 등장하는 창조의 남성(男性) 신(神)인 이자나기(伊弉諾命)가 황천국(黄泉國) 즉 저승의 부정을 제거하기 위하여 물가에서 목욕재계한 내용이 있어 일본 신사나 사찰 어디를 가나 간단하게 손이라도 씻을 수 있는 시설이 많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萩(추)는 원래 중국에서 쑥 구체적으로 말하면 학명 Anaphalis sinica인 다북떡쑥을 지칭하지만 일본에서는 콩과 싸리속 식물을 총칭하는 뜻으로 변하는 일본에서 자기들이 만든 한자로서 하기(ハギ)라고 발음한다. 따라서 부처꽃을 지칭하는 일본어 미소하기(禊萩)는 제사에 쓰는 싸리와 비슷하게 생긴 식물이라는 뜻이다.
특히 7~8월에 개화하는 이 부처꽃이 음력 7월 15일 음력을 안쓰는 지금은 양력 8월 15일에 거행되는 일본의 큰 명절이자 불교행사인 우란분회(盂蘭盆会)와 개화시기가 맞아떨어지는 데다가 물가에서 자라므로 목욕재계 정화의식에 적합하여 부처님에게 바쳐지는 제물 중에 부처꽃이 포함되었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부처꽃이 우란분회의 제단을 장식하는 용도가 아닌 제기에 올려져 바쳐지거나 재계를 할 수 있는 물그릇에 꽃잎을 따서 띄우는 형태로 바쳐지는 제물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일본에서는 부처꽃은 우란분회에 단순히 부처님 제단에 바치는 꽃과는 차원이 다른 몸과 마음을 깨끗이 씻는다는 뜻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禊萩(계추)라고 하는 것이다.
일본 국민 대다수가 불교신자인데다가 이미 서기 657년에 나라의 아스카사에서 우란분회를 개최하고 659년에 우란분경을 강의한 기록이 있다고 하니 일본의 우란분절 행사의 역사는 깊다. 그런데다가 일본은 현재 음력을 폐지하여 추석명절이 없다. 따라서 양력이지만 그래도 8월 15일 개최하는 우란분회가 조상숭배를 위한 의식이므로 그 내용으로 보나 그 시기로 보나 대대적인 민속행사로 자리매김할 요인이 많았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양력 1월 1일인 설 다음으로 큰 명절이 우란분절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라봉(盂蘭盆) 또는 오봉(お盆)이라고도 불리는 일본의 우란분회(盂蘭盆会)는 일본에서만 행해지는 의식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이 행사는 원래 인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불교의 전파와 함께 중국에 일찌기 도입되어 그 풍습이 우리나라를 통하여 일본에 전래된 불교의 행사로서 우란분절(盂兰盆节)이라는 이름 자체도 중국에서 온 것이다.
일본 우란분회(盂蘭盆会)
부처꽃이 왼쪽 상단 불화(佛花)의 화병에 꽂히는 것이 아니고 아래 미소하기(みそはぎ)라고 적힌 물그릇 위에 놓여진다.
일본 우란분회(盂蘭盆会)
여기서는 앞 줄 가운데와 같이 정화수에 꽃줄기를 띄워서 바친다.
일본 우란분회(盂蘭盆会)에 바쳐질 부처꽃 묶음
우란분절(盂兰盆节)에 대하여
그럼 여기서 우란분절에 대하여 알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 민간 명절이라는 의미에서는 우란분절(盂兰盆节)이 되고 불교의 의식 차원에서는 우란분회(盂蘭盆会)로 불리는 이 행사는 원래 인도에서 부처님이 그의 수제자 목건련존자(目揵连尊者)의 어머니가 아귀도(饿鬼道)에 떨어진 것을 구제하기 위하여 수행승의 자자일(自恣日)인 음력 7월 15일에 이승과 저승의 7세 부모, 조상을 위하여 백가지 음식과 5가지 과일을 준비하고 향을 피우며 공양하라고 일러줘 그대로 하여 목련존자가 어머니를 구했다는 즉 목련구모(目连救母)의 내용이 적힌 우란분경(盂兰盆経)과 보은봉분경(報恩奉盆経) 등 불경에 기록된 전설에 근거하는 불교 행사이다. 원래 이름은 산스크리트어로 ullambana인데 이를 발음 그대로 한자로 표기한 것이 우란분(盂兰盆)인 것이며 이는 원래 범어 avalambana에서 와전된 것으로 그 뜻은 영어로 hanging down 한자로는 도현(倒悬) 즉 거꾸로 매달린 것을 뜻한다. 목련존자가 신통력을 얻어 저승에 간 부모님들을 찾아보니 아버지는 극락에 가 있는데 어머니가 지하 아귀도에 빠져 배는 고프지만 목구멍이 좁아서 먹지를 못하는 고통을 겪는 것을 보고서 크게 낙담하였는데 이 고통을 거꾸로 매달린 것과 같다고 도현지고(倒悬之苦)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목련존자는 부처님이 일러준대로 하안거가 끝나는 자자일인 음력 7월 보름에 시방(十方) 자자승(自恣僧)들에게 백미오과(百味五果)를 공양하여 그 공덕으로 어머니를 구제하였다는 것인데 이를 중국에서는 해도현(解倒悬) 또는 구도현(救倒悬)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니까 음력 7월 15일은 지옥문이 열려 지옥으로 떨어진 조상들을 구제할 수 있는 날인 것이다. 그런데 이 날은 4월 16일부터 시작된 스님들의 하안거가 끝나는 날이기도 하지만 중국 전통 종교인 도교에서 중원절(中元节)이라고 하며 거의 7월 한달 동안 제사를 지내며 조상의 영혼을 위로하는 것이라서 이 불교의 우란분절과 자연스럽게 융합이 되어 더욱 더 큰 명절이 되어 버린 것이다.
부처님의 수제자 목련존자가 아귀도에 빠진 어머니의 고통을 보고와서 부처님에게 해결책을 문의한다.
참고로 자자일(自恣日)은 원래 인도에서 우기 3개월 동안 외부 출입을 자제하고 사찰에 머물면서 공부하는 기간 즉 하안거(夏安居)가 끝나는 날 승려들이 모여 자기들의 과오나 나태 등의 허물을 고백하고 참회하는 날을 말한다. 자자일(自恣日)은 원래 산스크리트어 pravarana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 자체의 의미는 휴식 또는 마음대로 하는 것 즉 3개월의 공부 끝에 하루 쉬면서 마음대로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바로 이날 부처님이 이 스님들을 공양하면 조상들의 죄업을 용서받을 수 있다고 하여 우란분절이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힘든 하안거도 끝나고 온갖 맛있는 음식도 먹고 그래서 이래저래 좋은 날이므로 원어 pravarana에는 영어로는 fulfillment of a wish 즉 소원성취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스님들이 스스로 자문하고 자책한다고 자자(自恣)를 自咨(자자)로 달리 표기하기도 하지만 원래 의미는 쉬는 날이 옳다.
참고로 도교에서는 1월 15일을 상원(上元), 10월 15일을 하원(下元)이라고 하며 이들과 중원(中元)을 합하여 3원이라고 한다. 이는 역경(易經) 즉 주역에 근거하는 것으로 7이 변화의 숫자이며 환생의 수라고 하며 특히 7일 겹치는 14일을 중시하여 7월 14일을 중원절이라고도 한다. 도교의 상원(上元)은 천관이 사복(赐福)하는 날이고 중원은 지관이 사죄(赦罪)하는 날 하원(下元)은 수관이 해액(解厄)하는 날 즉 하늘이 신과 땅의 신 그리고 물의 신이 복을 주고 죄를 면해주고 액을 물리쳐 주는 날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에서는 죄를 용서받기 위하여 제사를 지내는 기존 도교의 중원절과 아귀도에 빠진 어머니를 구하는 불교의 우란분절이 이상하게도 겹치고 있어 곧바로 정착되어 이미 서기 538년 남조 양무제(梁武帝)시절 황제가 직접 우란분절 행사를 주도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그 중원절 일명 우란분절 행사가 중국에서는 오늘날까지도 맥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중국 우란분절(盂兰盆节)
어디에도 부처꽃은 안보인다.
중국 우란분절(盂兰盆节)
정말 백종의 음식이 준비된 듯 하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우란분절 행사에 부처꽃을 제물로 사용했거나 한다는 기록은 없다. 연꽃이나 다른 아름다운 꽃으로 제단을 장식하는 경우는 있어도 말이다. 오래 전부터 약재로 사용하였던 중국에서는 부처꽃을 천굴채(千屈菜)라고 하는데 이는 15세기 초 명대 의학자 주숙(朱橚) 저술한 구황본초(救荒本草)에 처음 등장하는 이름이다. 그런데 그 유래에 대하여는 언급이 없다. 굴(屈)이란 굽거가 휘어진 것을 말하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모른다. 그래서 이런 유사한 이름을 가진 백굴채(白屈菜)라는 식물도 있는데 이는 애기똥풀 즉 Chelidonium majus를 지칭한다. 백굴채는 줄기와 잎이 청백색이라고 그렇게 부른다고 구황본초에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근세에 하위영(夏纬瑛)이란 자가 쓴 식물명석찰기(植物名释札记)에 백굴채는 원래 백거채(白苣菜)이며 거채(苣菜)는 고채(苦菜)를 말하며 백굴채의 잎이 고채의 잎을 닮아서 그렇게 부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채(苦菜)는 방가지똥 종류를 말한다. 방가지똥과 애기똥풀은 잎이 닮았다고 할 수도 있으므로 이해가 간다.
좌측이 애기똥풀 즉 백굴채(白屈菜)이고 우측이 방가지똥 즉 고채(苦菜)이다. 하지만 부처꽃잎과는 모양이 많이 다르다.
하지만 천굴채(千屈菜)에 대하여는 원전인 구황본초에 아무런 언급이 없고 하위영은 1990년에 쓰여진 식물명석찰기(植物名释札记)에서 천굴채는 원래 천거채(茜苣菜)이며 여기서 천(茜)은 붉은 색을 말하며 거채(苣菜)는 잎이 방가지똥을 닮아서 그렇다고 풀이하는데 애기똥풀과는 달리 부처꽃의 잎은 방가지똥의 잎모양과는 거리가 멀어 수긍하기 어렵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굴(屈)이 원래 굴(崛)로서 키가 크다는 뜻이므로 붉은 꽃이 피는 키가 큰 나물이라는 뜻이라고 풀이를 한다. 여하튼 천굴채이던 천거채이던 부처라는 이름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중국의 별명 수지류(水枝柳)나 수류(水柳) 그리고 엽대련(对叶莲)을 보면 앞의 둘은 수양버들과 같이 생긴 줄기를 말하여 불교와는 거리가 멀고 뒤의 엽대련은 아마 비슷한 시기에 개화하고 물가에서 자라는 잎이 마주나는 식물이라고 그런 이름이 붙었을지는 몰라도 이를 연꽃 대신에 불단에 올렸을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부처꽃이라는 이름은 중국과 관련성은 없는 것 같다.
그럼 우리나라에 전래된 우란분회는 어떻게 되었을까? 중국의 우란분회가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으로 전파되어야 순리일 것인데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의 최초 기록보다 앞선 관련 기록이 없다. 일본에서 657년에 나라의 아스카사(飛鳥寺)에서 우란분회를 개최한 기록이 있지만 그 시절 우리나라는 아직 3국 통일이 되기 직전인데 그 이전은 커녕 그 이후 통일신라시대의 기록에도 없다. 불교 국가라서 당연히 이런 법회를 열었을 것으로 충분히 예상은 되지만 실질적인 기록이 없으므로 뭐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다음 고려도 마찬가지로 독실한 불교 국가이었으므로 우란분회를 소홀히하였을 리가 없는데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은 중기 예종 때인 1106년 것이 최초이다. 그러다가 유교 국가인 조선에 들어와서도 초기에는 왕실에서 주관하기도 하였지만 나중에는 왕실은 아니지만 민간에서 불교행사로 남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지만 토속적인 도교의 중원절과 겹친 중국이나 천황가에서 주도한 일본에서는 우란분절이 불교 행사 차원을 넘어 대대적인 민속 풍습 행사로 확대되었지만 우리나라는 그러지 못하였다. 이는 조선조에 숭유억불 정책으로 탄압마저 받아서 거의 알려지지 않게 위축되고 만 것이 분명해 보인다. 현재 우리 국민들 중에서 7월 7일 칠석은 알아도 7월 15일 우란분회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백중절(百中節)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우란분절보다는 오히려 백중절이라고 더 널리 불리게 된다. 하지만 백중절을 정확하게는 몰라서 우리나라에서 널리 알려진 24절기의 하나 쯤으로 파악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은데 실상은 전혀 아니다. 그렇다고 중국의 중원절처럼 불교와 무관한 민속절이 우연하게 우란분절과 겹친 것도 아니다. 그냥 우란분절에서 파생되어 나온 용어이므로 우란분절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한자로는 여러 설이 있지만 대부분 百中節 또는 百衆節로 쓴다. 그 유래에 대한 설도 분분하지만 하안거가 끝나서 여러 중생(百衆)들 앞에서 스님이 자신의 과오를 고백하고 참회하는 자자(自恣)를 행하기 때문에 백중절(百衆節)이라는 설이 있는가 하면 이날 열리는 우란분회에 백가지 음식을 차려서 공양한다고 백종(百種)의 음식이 백중(百中)으로 변했다는 설이 있다. 조선시대 풍속을 소개한 문헌에는 거의 모두 백종(百種)으로 기록되어 있어 이 설에 무게가 실린다. 그 외에도 백종(百踵)이나 또 다른 백종(百終)이라는 설도 있지만 모두 하나같이 우란분회와 관련된 설들이므로 불교에서 나온 말이 분명하다. 그리고 참고로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백중절이라는 말이 없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억불하던 조선시대에 우란분회라고 말을 쉽게 못해서 이런 신조어인 백중절이 등장하였다가 최근에는 주로 백중천도재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천도(薦度)란 죽은 영혼을 극락으로 보내는 것을 말하므로 우란분절의 취지에 부합하는 말이다.
경기도 용학사의 백중 천도재(薦度齋) 모습
부처꽃은 찾아보기 어렵다.
부처꽃 이름의 유래는 일본(?)
결론적으로 불교에서 유래된 우란분절은 정통 불교 사상과는 조금 결을 달리하는 조상을 위하는 효의 사상이 내포되어 있으므로 중국이나 우리나라 그리고 일본에 와서 토속적인 조상숭배 사상과 융합하여 크게 발전 대대적인 민간 풍속절로 확대되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시대를 거쳐오면서 거의 불가에서만 치르는 행사로 그것도 이름이 백중절 또는 백중천도재로 변하여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3국 모두 100가지 음식과 과일을 공양하는 백미오과(百味五果) 원칙은 일치하지만 아름다운 꽃을 제물로 바치는 것은 일본만 두드러진 것 같다. 그리고 특히 禊(계)라는 물로 깨끗이 정화한다는 의식을 행하는 나라는 일본뿐인 것 같다. 일본은 원래 신사나 사찰에 갈 때 나무 가지 묶음을 가져다 바치는 풍습이 있다. 신사에는 비쭈기나무를 바치므로 나무 이름 자체를 나무 목(木)과 신(神)을 합하여 만든 한자 榊(사카키)로 쓴다. 그리고 사찰에는 붓순나무를 바치는데 나무 이름을 목(木) 자와 불(佛) 자를 합한 梻(시키미)라는 글자를 만들어 쓴다. 부처꽃의 경우는 물로 씻어 정화하는 의식을 뜻하는 禊(미소기)를 쓴 것으로 판단된다.
좌측이 신사에 바치는 비쭈기나무 즉 榊(사카키)이고
우측이 불전에 바치는 붓순나무 즉 梻(시키미)이다.
따라서 과거에 우리나라 사찰에서 우란분절에 부처꽃을 올렸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럼 결국 부처꽃이라는 이름은 일본 이름 미소하기(禊萩)의 의미를 파악하다가 일본이 우란분회에 부처님에게 목욕재계를 상징하는 꽃으로 바쳐진다는 것을 알고서 부처꽃이라고 명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 열심히 탐구를 해 왔으나 그 결말은 심히 허탈하다. 목련의 일종인 Michelia를 우리와는 전혀 무관한 일본 신화에서 전래된 풍습을 따라서 지금도 일본 신사에서 비쭈기나무 대신에 사용한다고 초령목(招霊木)이라고 부르는 한심하기 그지없는 이름과 매우 흡사한 꼴이 되었다. 그래도 우리나라 한의학계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이 약초의 이름을 천굴채라고 꿋꿋하게 부르고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나라 식물 분류학에는 한의학계에서 전혀 참여하지 않아서 이런 황당한 혼란이 왔다고도 볼 수 있다. 중국이나 일본의 식물 명명에는 한의학서 즉 본초서가 가장 기본이 되며 심지어는 서양의 초창기 식물학자 린네 툰베리 지볼트 등 거의 모두가 의사출신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 초령목으로 등록된 목련의 일종인데 우리나라 풍습과는 전혀 무관하다.
그리고 현재 일본에서도 그런 음산한 귀신을 부른다는 뜻인 초령목이란 이름을 쓰지 않고 오가다마노키(小賀玉木)라고 한다.
불교관련 식물
부처꽃이 우리 이름이 아니라는 것을 파악하고 보니 일단 허탈하기는 하지만 한편 나름대로 위안을 삼는다. 개인적으로 부처꽃이 부처라는 이름을 붙여줄 만한 식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꽃모양이 부처 머리를 닮았다고 부르는 불두화도 있지만 뭐니뭐니해도 불교를 대표하는 식물은 진리와 불성을 상징하는 염화시중(拈華示衆)의 연꽃이 될 것이며 그 외에도 부처가 태어난 무우수(無憂樹)도 있고 열반에 든 사라수(沙羅樹)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아래서 득도하였다는 보리수(菩提樹)가 있지 않은가? 보리수는 원래 이름이 보우디나무로 한자로 쓰면 보리수(菩提樹)가 된다. 그런데 부처라는 말의 어원이 불타(佛陀)이며 이 불타는 붓다를 한자로 표기한 것이고 이 붓다가 깨달음이라는 뜻의 buddha에서 왔는데 그게 바로 보리(菩提)의 원어 bodhi에서 파생된 언어라니까 결국 부처나무는 보리수(菩提樹)가 되는 것이다. 이런 보리수도 눈치를 보고 있는데 하물며 물가에서 자라는 외국에서는 잡초 취급을 받아 제거대상이 된 부처꽃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에는 너무 벅차 보인다.
나무 이름만 봤을 때는 이게 바로 부처나무이다. 즉 붓다나무 → 보디나무 → 보리수(菩提樹)
학명 Ficus religiosa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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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명 : 부처꽃(털부처꽃)
이 명 : 두렁꽃
학 명 : Lythrum anceps (Koehne) Makino(부처꽃)
신학명 : Lythrum salicaria L.(턻부처꽃)
이 명 : Lythrum salicaria subsp. intermedium Ledebour ex Colla (중형천굴채)
분 류 : 부처꽃과 부처꽃속 다년생 초본
원산지 : 한, 중, 일
중국명 : 광천굴채(光千屈菜), 천굴채(千屈菜) -털부처꽃
일본명 : 미소하기(禊萩), 에조미소하기 - 털부처꽃
수 고 : 50 ~ 100cm
화 서 : 액생 3~5개 송이가 취산화서를 이루고 이들이 모여 전체적으로 수상화서를 이룸
화 색 : 홍자색 또는 담자색
화 기 : 7~8월
용 도 : 식용 - 어린 줄기와 잎, 약용 - 장염, 치질, 변혈 및 외상출혈
내한성 : 영하 32도
줄기와 잎에 털이 있으면 털부처꽃 없으면 부처꽃으로 분리하였으나 이제는 통합되고 있다. 이 다년생 초본이 일본에서는 정화의식용으로 대접을 받고 우리나라에서는 영문도 모르고 부처꽃이라고 불리며 중국에서는 약재로 사용되며 가뭄에 구황식물로도 활용되지만 1800년대에 이 식물이 도입된 미국에서는 남부 습한 지역에서는 너무나도 번식이 왕성하여 환경침해식물로 규정되어 판매나 재배가 금지되기도 한다.
부처꽃
부처꽃
부처꽃
부처꽃
부처꽃(털부처꽃)
부처꽃(털부처꽃)
부처꽃(털부처꽃)
부처꽃(털부처꽃)
부처꽃(털부처꽃)
수술은 12개이며 6개는 길고 6개는 짧다.
부처꽃(털부처꽃)
부처꽃
꽃의 지름은 1.5cm
부처꽃
6개의 꽃받침 열편 끝에 뾰족한 부속체가 있다.
부처꽃
부속체는 수평으로 뻗는다.
부처꽃
잎자루는 없다.
부처꽃
부처꽃 종자 약 1.2mm 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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