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콩과/실거리나무아과

824 극락실거리나무 - 남미 원산의 아름다운 희귀종

낙은재 2019. 10. 14. 14:34

극락실거리나무


극락실거리나무


전세계 실거리나무속에는 모두 150여 종의 식물로 구성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우리 자생종 실거리나무를 포함 모두 5개의 종이 등록되어 있다. 그 중에 하나는 바로 인도에서 발견된 세피아리아실거리인데 이는 이미 실거리나무에 통합되었으므로 생략하고 나머지 3종에 대하여 하나하나 알아보자. 그 중 예사롭지 않은 이름인 극락실거리나무로 등록된 수종이 있어 흥미를 끈다. 극락이란 극락세계(極樂世界)를 말하는데 이는 원래 불교 아미타경에 근거하는 용어로서 아미타불이 살고 있는 정토(淨土)를 말하며 여기에는 아무런 걱정이나 고통이 없이 그저 행복과 지극한 안락만이 존재하는 세계이다. 도대체 어떤 나무이길래 이런 거창한 이름이 붙었을까? 어디 인도나 중국에서 그런 이름을 달고 들어온 나무일까? 궁금하여 알아보니 불교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등 남미가 원산지인 키가 1~4m인 반상록 관목이다. 그럼 왜 이 나무에 극락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이 나무의 꽃이 극락조(極樂鳥)를 닮았다고 영어권에서 bird of paradise bush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식물 이름 중에서 극락(極樂)이라는 용어가 들어가는 것은 둘이 있는데 또 하나는 바로 극락조화(極樂鳥花)라는 다년생 초본으로서 이를 영어권에서는 bird of paradise flower라고 한다. 원래 기독교에서 유래된 영어 paradise를 천국(天國)이나 천당(天堂) 또는 낙원(樂園)이라고 일반적으로 번역하지만 여기서는 극락(極樂)으로 번역한 것이다. 이는 식물계에서 무슨 의도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고 이미 bird of paradise를 우리나라에서는 극락조(極樂鳥)라고 일관되게 부르고 있기 때문에 그를 따른 것이다. 그러니 그 극락조(極樂鳥)를 닮은 꽃이 피는 실거리나무가 된 것이다.


극락조화(極樂鳥花)


극락조화(極樂鳥花)


한중일 동양3국이 모두 뉴기니섬 원산의 아름다운 새를 극락조(極樂鳥)라고 하지만 중국에서는 천당조(天堂鸟) 또는 풍조(风鸟)라고도 하며 일본에서는 극락조라고도 하지만 오히려 풍조(風鳥)가 정식 명칭이라서 우리나 중국과는 다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paradise의 번역으로 천당이나 극락 모두가 좋지만 천당은 내세 즉 사후세계를 연상시켜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는 이 아름다운 새와 꽃 그리고 나무에다가 천당이라는 이름을 쉽게 붙이지는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참고로 중국에서는 극락조화를 학망란(鹤望兰)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극락(極樂)이라는 식물 이름은 우리나라가 가장 열심히 붙이고 있는 셈이다.


극락조(極樂鳥)


극락조(極樂鳥)


극락실거리나무의 학명 Caesalpinia gilliesii (Hook.) D.Dietr.는 1840년 독일 식물학자 David Nathaniel Friedrich Dietrich(1800~1888)가 영국 식물학자 William Jackson Hooker(1785~1865)가 1830년 명명한 Poinciana gilliesii Hook.를 기반으로 속명을 달리하여 명명한 것이다. 종소명 gilliesii는 19세기 아르헨티나에서 활동한 스코틀랜드 식물학자 John Gillies(1792~1834)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그런데 4년 후인 1844년 독일 학자 Johann Friedrich Klotzsch(1805~1860)가 이를 새로운 속을 신설하여 Erythrostemon gilliesii (Hook.) Klotzsch라고 명명하게 된다. 새로운 속명 Erythrostemon는 수술이 붉다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에 실거리나무속 구성 식물들 사이에 이질감이 많아 여러 속으로 분리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2016년 영국 Royal Botanic Garden의 Edeline Gagnon과 Gwilym Peter Lewis에 의하여 기존에 실거리나무속 즉 Caesalpinia로 분류되던 30여 종이 이 Erythrostemon속으로 재명명되기에 이른다. 그 중에는 우리나라에도 등록된 멕시코실거리나무도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현재 많은 학자들이 이를 따라 극락실거리나무도 Erythrostemon gilliesii로 학명 표기하고 있어 기존의 Caesalpinia gilliesii를 고수하는 측과 양분되어 있다.


노란 꽃잎에 새빨간 긴 수술이 매우 아름다운 극락실거리나무는 원래 남미 아열대 사막지역에서 자생하던 상록 관목이라서 가뭄에 매우 강하여 물을 너무 자주 주면 안된다. 한달에 두 번 정도의 물주기를 하면 된다고 하며 사막지역에서는 2.4m 정도 자라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는 최대 4.5m까지도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온난한 아열대가 원산지이지만 예상외로 내한성이 강하여 웬만한 온대지역에서도 충분히 견딘다고 한다. 그래서 그 내한성이 영하 20도까지도 된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영하 12도 정도라고 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자생종 실거리나무와 비슷하거나 보다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내한성이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점에서 bird of paradise라고 불리는 또 다른 수종인 Caesalpinia pulcherrima와 차이를 보인다. 이 Caesalpinia pulcherrima는 우리나라에 공작실거리나무라는 이름으로 등록된 수종인데 원산지는 중남미 아열대지방이고 꽃잎의 색상이 붉다는 점에서 구별이 된다. 그래서 공작실거리나무를 red bird of paradise라고 하고 극락실거리나무는 yellow bird of paradise라고 구분하여 부르기도 한다. 그 외에도 이 극락실거리나무가 사막지방에서 자생한다고 desert bird of paradise라고도 한다.


공작실거리나무

극락실거리나무와는 달리 공작실거리나무는 내한성이 영하 4도에 불과하여 우리나라에서는 노지식재가 어렵다.



등록명 : 극락실거리나무

학  명 : Caesalpinia gilliesii (Hook.) D.Dietr.

이  명 : Erythrostemon gilliesii (Hook.) Klotzsch

이  명 : Poinciana gilliesii Hook.

분  류 : 콩과 실거리나무속 상록 관목 (온대서는 낙엽수)

원산지 : 남미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영어명 : bird of paradise bush, desert bird of paradise, yellow bird of paradise

수  고 : 1~4m

꽃색상 : 연한 노랑

수  술 : 적색, 10~12.5cm 길이

화  서 : 총상화서 20cm 길이

잎차례 : 우수 2회우상복엽, 10~20cm 길이, 8~12쌍의 중엽, 7~11쌍의 소엽 

줄  기 : 가시는 없음

열  매 : 협과, 독성이 있음

개화기 : 7~8월

내한성 : 영하 12도 또는 그 이하

용  도 : 원산지에서 해열 진통 기침 치료제 및 낙태약으로 사용

일부에서 내한성이 영하 17도라는 주장도 있어 서울시 정도에서는 노지월동을 시도해 볼 만하다고 판단된다.  


극락실거리나무


극락실거리나무

개별 꽃의 수명은 단 하루이지만 꽃차례에서 늦여름부터 초겨울까지 계속 핀다.


극락실거리나무

잎은 연한 회색을 띠고 있으며 우수 2회우상복엽이다.


극락실거리나무


극락실거리나무


극락실거리나무


극락실거리나무


극락실거리나무

열매를 아마존 지역에는 해열 진통 기침 치료제 및 낙태약으로 사용하였으며 독성이 있어 주의를 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