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콩과/--등속

905 중국등나무 = 자등(紫藤)

낙은재 2020. 1. 3. 17:14


중국등나무

꽃차례가 등에 비하여 짧기는 하지만 보다 풍성하게 많이 달린다.

영국으로 건너가 영국 런던 어느 건물 벽을 타고 자란 중국등나무의 모습이다. 


중국등나무


중국에는 전세계에 존재하는 등나무속 7개 수종 중 4개 종이 자생하는데 그 대표적인 수종이 바로 중국에서 자등(紫藤)이라고 부르는 Wisteria sinensis이다. 우리나라에는 이 원종이 등록되어 있지 않고 흰색 꽃이 피는 그 원예종 '알바'만 등록되어 있다. 먼저 중국등나무에 대하여 알아보자. 중국등나무는 우리 자생종 등나무와 외형상 큰 차이가 없어서 쉽게 구분하기 어렵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차이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중국등나무는 줄기가 더 굵고 오른쪽감기를 하여 왼쪽감기를 하는 등나무와 반대이다. 그리고 소엽의 너비가 더 넓지만 6~13장으로 기수 우상복엽을 이루는데 잎 전체 길이가 15~25cm로 소엽 11~19장에 전체 길이가 20~30cm에 달하는 등나무에 비하여 약간 짧다. 그리고 꽃차례가 15~30cm로서 30~90cm에 달하는 등나무에 비하여 많이 짧다. 그 외에도 기판의 끝이 약간 오목한 경우가 많으며 기부에 주상 뇌량(腦梁)이 두 개가 있고 개화 후에는 반으로 접힌다. 그리고 용골판은 익판에 비하여 작다. 그리고 내한성도 등나무와 비슷하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등나무에 비하여 약하여 영하 20도에서는 지상부가 동해를 입으므로 우리나라 중부지방 노지에서 아름답게 재배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중국등나무

우리 등에 비하여 소엽의 숫자가 적고 꽃차례가 짧으며 

꽃의 기판 끝이 약간 오목하고 꽃차례 기부 처음 핀 꽃은 개화후 반으로 접힌 모습이 보인다.


중국등나무

우리 등과는 달리 오른쪽감기를 한다.


중국 화북성 이남 황하와 장강유역 및 광서 운남 귀주성 등 넓은 지역이 원산지인 자등(紫藤)은 과거에는 등라(藤萝) 주등(朱藤) 황환(黄环) 등으로 불렸다. 등나무의 원산지 일본에서는 에도시절에 나라현 요시노(吉野)의 벚꽃과 교토부 다카오(高雄)의 단풍 그리고 오사카시의 노다(野田)의 등나무를 아름다운 식물의 3대 명소로 일컬어 왔다고 하는데 이 중국등나무의 원산지 중국에서도 크게 이름난 명소는 없지만 등나무 사랑은 일본과 다르지 않다. 중국인들은 등나무를 이렇게 예찬한다. "모춘지절에 등나무의 아름다움이 절정을 이룬다. 가지의 끝에서 주렁주렁 드리워지는 긴 꽃차례가 자주색 바탕에 푸른색을 띠어 노을 구름과 같이 찬란하고 회갈색 덩굴은 마치 용이 꿈틀대는 것 같다. 따라서 고금의 화가들이 화조도의 소재로 수없이 많이 사용하였다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화가들 뿐만은 아니다. 시인도 빠질 수가 없다. 당나라의 위대한 시인 이백은 다음과 같이 자등을 노래했다. 


자등수(紫藤樹) - 이태백(李太白)

"紫藤挂云木(자등괘운목) 花蔓宜阳春(화만의양춘).

密叶隐歌鸟(밀엽은가조) 香风留美人(향풍유미인)."

"구름 높은 나무에 걸린 자색 등나무, 따뜻한 봄날에 꽃차례가 얼마나 고운지,

무성한 잎 사이 새가 즐겁게 노래하고, 미인은 향기에 취하여 차마 떠나지를 못하네." 


자등(紫藤) = 중국등나무


그리고 1985년에 출간된 황악연(黄岳渊) 부자가 쓴 화경(花经)이라는 중국의 화목재배지침서에 등나무에 대하여 이런 멋진 표현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인용하고 있다. 여기서 등라(藤萝)는 학명 Wisteria villosa인 중국 원산의 또 다른 등나무일 수도 있지만 자등과 대동소이하며 등라(藤萝)가 자등(紫藤)의 별명이기도 하므로 여기서는 자등(紫藤)에 대한 묘사라고 봐도 무방하다. 藤萝缘木而上(등라연목이상) 条蔓纤结(조만섬결) 与树连理(여수연리) 瞻彼屈曲蜿蜒之伏(첨피굴곡완연지복) 有若蛟龙出没于波涛间(유약교룡출몰우파도간). 仲春开花(중춘개화)." "등라는 나무를 타고 올라가며 가는 가지를 뻗어 마치 연리지와 같이 나무와 연결(连理)한다. 가지가 꿈틀대면서 기는 모습을 보면 마치 용이 파도 사이로 출몰하는 것 같다. 중춘에 개화한다." 이쯤되면 정원수 재배에 관한 실용서가 아니라 문학 작품과 같다.


중국에는 등나무 즉 자등(紫藤)에 대한 전설이 있다. 옛날 보라색 옷을 즐겨 입는 아름다운 소녀가 있었다. 그녀는 월하노인에게 자신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사람을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마침내 어느 날 월하노인이 꿈속에 나타나 "봄이 오면 뒷산에 있는 회화나무 숲에서 백의소년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봄이 되자 혼자 그 회화나무 숲에 도착하여 백의 소년을 기다렸다. 그러나 어두워질 때까지 백의 소년은 나타나지 않았고 자의 소녀는 그만 덤불 속 뱀에게 발목을 물렸다. 그래서 걷지를 못하여 밤이 되어도 집에 돌아갈 수가 없게 되어 절망한 상태에서 급기야 백의 소년이 나타나 뱀독을 입으로 빨아내 구하게 된다. 당연히 소녀와 소년은 서로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타향에서 온 낯선 남자와의 결혼은 집안의 반대로 이루어 지지 않았고 결국 사랑하는 두 사람은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 나중에 그들이 투신한 절벽 끝에는 회화나무가 한 그루 자랐는데 그 나무에는 한 그루의 덩굴나무(藤)가 휘감겨 있었고 그 나무에서 푸른 빛을 띤 자주색 꽃이 피어나 구름 속 저녁 노을과 같이 아름답게 빛났다. 후세 사람들은 그 덩굴에서 핀 꽃을 자등화(紫藤花)라고 불렀는데 자등(紫藤)은 나무를 감지 않고 혼자서는 살 수가 없다고 하니 사람들은 그 자의 소녀가 자등(紫藤)으로 변한 것이고 회화나무는 백의 소년이 변한 것이라고 하였다. 


명나라 문인이자 화가인 문징명 文徵明(1470~1559)이 심었다는 자등


그래서 그런지 중국에서는 등나무가 다음과 같은 꽃말을 가지고 있다. 사랑 때문에 살고, 사랑 때문에 죽는다. 황홀한 연정, 애틋한 그리움. 너에게 집착하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 깊이 빠진 사랑. 등이다. 이는 결국 등나무의 꽃이 만개하면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목숨을 바쳐서 사랑하는 즉 죽도록 사랑하는 것 자체 또는 그런 사랑의 늪에 빠진 연인에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등나무 꽃 모습이 황홀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도 신라시대 자매가 각각 화랑을 사랑하였는데 나중에 한 남자를 둘이 동시에 사랑한 것임을 알고서 갈등을 겪다가 자매가 연못에 빠져 죽은 다음 그 자리에서 등나무가 자랐다는 전설이 있다. 그래서 등나무는 자라면서 줄기가 서로 꼬이면서 자매간 갈등을 표출하는 것이고 나중에 전장에서 돌아온 화랑이 그 내용을 알고서 그도 따라 죽어서 팽나무로 변하여 버팀목이 되었다는 것이다. 신라 왕궁의 사냥터인 경주시 오류리에 등나무 자생지가 있으므로 이런 전설이 만들어 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우리나라 전설은 갈등(葛藤)이라는 용어 풀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래 칡넝쿨이라는 뜻인 갈등이라는 말을 그렇게 풀이하는 것은 그렇게 오래전부터는 아닌 것 같고 특히 고려시대에 등가구를 중국에서 수입하였다는 기록으로 봐서는 후세에 만들어진 전설일 가능성이 높다.


원산지인 중국에서도 이 자등은 주로 정원에서 재배되어 왔는데 워낙 감는 힘이 강하여 버팀목을 타고 올라가면 그 대상 나무를 질식시켜 죽이거나 아니더라도 생장에 크게 지장을 주므로 넓은 정원에 지지 기둥을 세우고 위를 편평하게 가로 세로로 막대기를 질러 만든 시렁위에 올려셔 재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영어로는 pergola 즉 퍼걸러 또는 파골라라고 하며 중국에서는 이를 사다리 시렁이라고 붕가(棚架)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자등(紫藤)외에도 단경자등(短梗紫藤)과 등라(藤萝) 및 백화등라(白花藤萝)라는 자기들 자생종이 4개 종이 있는데다가 꽃차례가 긴 등(藤)을 일본에서 도입하여 정원에 재배하기 때문에 이들 5종이 뒤섞여 있다. 이들의 차이점이라고는 털의 유무와 꽃차례의 길이 그리고 줄기의 감기 방향 등인데 도감에 따라서 감기 방향을 반대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아서 매우 헷갈린다. 중국의 도감에 등록된 사진들 중에도 품종 오류가 매우 많은 것 같다.


이런 시설을 서양에서는 pergola(파고라)라고 하고 중국에서는 붕가(棚架)라고 하며 일본에서도 다나(棚)라고 한다.

굳이 우리 말로 하자면 격자 시렁 쯤 되는데 거의 쓰지 않고 그냥 pergola로 통용되며 발음은 퍼걸러가 표준이라고 하지만 일반인들은 주로 파고라라고 한다.


등나무는 그 아름다움을 보기 위한 관상용으로만 재배한 것은 결코 아니다. 다른 콩과 식물과 마찬가지로 등나무도 질소를 고정시키기 때문에 토양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열매에 독이 있지만 그 꽃을 식용으로 사용하였다. 꽃을 찌거나 무쳐서 먹거나 튀김으로 만들어 먹었다. 그 좋은 향이나 모양을 이용하여 떡이나 과자를 만들었기에 이를 자라병(紫萝饼) 또는 자라고(紫萝糕)라고 한다. 그 외에도 자등죽이나 자등화채를 만들어 먹는다. 열매와는 달리 꽃에는 독이 없는 것으로 밝혀지기는 하였지만 과식은 금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또한 중국에서는 꽃에서 방향유를 채취하였으며 줄기와 껍질 그리고 종자 등을 약으로 사용하여 지통 살충 복통 근골동 등의 치료에 사용한다.


자라병(紫萝饼) - 등나무꽃을 넣어 만든 빵은 현재도 식용된다.


이  름 : 중국등나무(미등록종)

학  명 : Wisteria sinensis (Sims)Sweet

이  명 : Wistaria sinensis (Sims) DC.

이  명 : Glycine sinensis Sims

분  류 : 콩과 등속 낙엽 목본성 덩굴식물

원산지 : 중국

중국명 : 자등(紫藤) 

영어명 : Chinese wisteria

일본명 : シナフジ

줄  기 : 오른쪽감기

꽃차례 : 총상화서 15~30cm

꽃향기 : 매우 좋음

열  매 : 협과, 도피침형, 10~15cm, 독성이 있다.

개화기 : 4월 중순 ~ 5월 상순

결실기 : 5~8월

내한성 : 영하 18도

특  징 : 개화까지 약 20년 걸리고 수명은 100년 정도이며 이식이 쉽지 않다.



중국등나무


중국등나무


중국등나무


중국등나무

그림에서도 어김없이 오른쪽감기를 한다.


중국등나무


중국등나무


중국등나무


중국등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