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목련과 교잡종/그레셤교잡종

1266 목련 '사요나라' - 그레셤 교잡종

낙은재 2021. 1. 2. 11:34

목련  '사요나라'
목련  '사요나라'
목련  '사요나라'

 

목련 '사요나라'도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에 살던 육종가 Drury Todd Gresham(1909~1969)이 비치목련의 꽃가루를 접시꽃목련 '레네이 알바'의 꽃에 수분시켜 개발한 그레셤 교잡종 중 하나가 분명한데 앞의 품종들과 마찬가지로 그가 직접 필라델피아대학 부설 모리스수목원의 회보에 게재함으로써 세상에 소개된 것이 아니고 영국의 Journal of the Horticultural Society 즉 영국 왕립원예학회의 소식지에 의하여 1964년 발표된 것이다. 아마 워낙 많은 수량의 교잡종을 생산하여 육종하고 있던 그로서는 그 당시 가업을 물려받아 전세계적으로 희귀식물을 열성적으로 수집하던 영국 헴프셔 롬지에 있는 Sir Harold Hillier Gardens의 후계자 Harold George Hillier(1905~1985)에게 묘목 몇 점을 건넸던 것 같다.  영국으로 건너가 자란 그 몇 점 중에서 발견되어 Harold Hillier경이 1963년에 선종하여 명명하고 이듬해 RHS 저널에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이 품종명이 일본말로 작별인사인 '사요나라'로 되어 있어 일본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었던 Todd Gresham이 어떻게 그렇게 붙였을까 하고 궁금하였는데 알고 보니 그가 붙인 이름은 아닌 것 같다.

 

토드 그레셤은 1963년에 캠밸목련 원예품종에 인도어로 '마하라자'와 '마하라니'라는 이름을 붙인 적이 있었기에 혹시 인도계 이민자가 아닌가 했지만 1909년 켄터키주에서 Edgar Lee Gresham의 아들로 태어나 버지니아주 Washington and Lee 대학에서 공부를 하였으며 사진으로 봐서도 동양계 얼굴은 아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가운데 이름 Lee는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 총사령관인 Robert Edward Lee 장군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므로 그 조상들이 리장군을 존경하던 남부군 지지자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여하튼 토드 그레셤은 세계 목련 육종의 역사를 바꾼 그야말로 목련 육종을 위하여 태어난 사람같이 보이지만 군사학교를 나와 잠시 직장생활을 하다가 세계 2차대전에 참전한 다음 1945년 제대 후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에 가서 자리잡기 전까지는 그가 다니던 워싱턴 앤 리 대학의 학장이 목련 육종가이었다는 것 외에는 식물과 특별한 인연이 없었다. 

 

산타크루즈로 가서 1964년까지 인근에 있던 육종회사인 Vetterle & Reinelt Hybridizing Gardens와 연계하여 육종 작업을 하던 중 만병초나 동백 그리고 호랑가시나무 등에 비하면 목련의 원예품종은 그다지 많이 개발되지 않은 아직 미개척 분야임을 깨닫고서 목련 육종에 전념하게 된다. 그래서 1955년부터 비치목련을 기본으로 하고 자목련이나 접시꽃목련을 그야말로 미친 듯이 교잡시켜서 이른바 그레셤교잡종으로 불리는 실로 엄청난 수량의 묘목이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육종 작업이 한창 궤도에 오르고 있던 1969년에 60세라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병으로 사망하였기에 그의 작업은 미완성으로 끝나게 되어 정말 안타까운 것이다. 그리고 그의 사후 그가 작업하던 무려 13,000점의 묘목을 친구이자 후원자인 화훼 유통업체인 앨라배마주 Tom Dodd Nurseries로 넘겼는데 그게 제대로 관리가 안되어서 그 중에서 극히 일부만 원예 품종으로 명명되어 오늘날까지 남아서 내려오고 있다는 점이다.

 

후원자 Tom Dodd(좌)와 육종가 Todd Gresham(우)의 1966년 모습, 오른쪽은 토드 그레셤의 묘목 1,600주를 받아서 제대로 관리하면서 많은 품종을 선종하여 명명한 Gloster Arboretum의 설립자 Frank와 Sara Gladney부부. 이들이 조성하고 가꾼 무려 49만평의 수목원도 나중에 국가에 기부된다. 이래서 서양 부자들은 일반 시민들로부터 존경을 받는가 보다. 

 

그가 후반에 교잡시킨 엄청난 수량의 묘목이 멸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생전에 명명하여 발표한 품종도 많고 그가 교잡한 묘목 1차 분을 보낸 미시시피주 Gloster Arboretum에서는 제대로 관리하여 육종가의 사후에도 많은 품종을 선종하여 명명하고 발표하였기에 그 숫자만도 엄청나며 우리나라에도 약 40종이 등록되어 있다. 그래서 세계 목련학회에서도 그의 공헌을 기려 정기적으로 목련과 관련한 품종 개발이나 연구 또는 보급 에 큰 공헌을 한 사람에서 D. Todd Gresham Award를 수여하는데 1981년부터 이 상을 수상한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이 상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다. 조셉 맥다니엘교수나 필립 새비지, 어거스트 커박사 등 20세기 후반 전세계 이름난 육종가들이나 목련 수집재배가들이 모두 망라되어 있는데 이 리스트에 천리포수목원의 민병갈(Carl Ferris Miller)원장이 1992년 수상자로 명단에 들어가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1981 John M. Fogg, Jr. Joseph C. McDaniel

1982 Sara Gladney

1983 Philip J. Savage, Jr.

1985 Harold Hopkins

1986 William Dodd, Tom Dodd, Jr.

1987 Elizabeth Johnstone, Neil Treseder, Julian Williams

1988 Ken Durio

1989 Sir Peter Smithers

1992 August Kehr, Carl Ferris Miller

1993 Frank Gaylon, Joseph Hickman

1994 Karl Flinck  

1995 Phelan Bright, Hany Heineman

1996 Peny Narton

1998 Philippe de Spoelberch

2000 John Allen Smith

2002 Richard B. Figlar

2003 Oswald Blumhardt, Mark Jury

 

그러면 그 당시로는 아직 무명 육종가인 미국 캘리포니아까지 와서 품종명도 붙지 않은 묘목을 구해 간 영국의 Harold Hillier는 나중에 보니 그 꽃이 너무 아름다우니까 품종명을 붙여서 소개하였는데 왜 그 이름을 일본식인 '사요나라'라고 하였는지 그게 궁금하다. 이 품종이 비교적 늦게 꽃이 피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늦지는 않은데 아마 초기에는 그렇게 생각하였기 때문에 목련 시즌의 끝이라는 뜻에서 붙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라면 일본과 무관한 품종에다가 그런 이름을 붙일 직접적인 이유는 없는 것 같다. 목련 '사요나라'의 부모종이 비치목련과 접시꽃목련 레네이 알바'인데 비치목련은 백목련과 캠밸목련의 교잡종이고 접시꽃목련은 백목련과 자목련의 교잡종인데 이들 모두 중국이 원산지이지 일본 자생종은 하나도 없다. 다만 자목련이 서양인들에게 처음 발견된 장소가 중국이 아닌 일본이었기에 이를 서양에서는 아직도  Japanese magnolia라고 부를 정도로 일본 원산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은 있다. 그리고 그레셤 교잡종 중에서 Svelte Brunettes group으로 불리는 품종들은 비치목련과 자목련 '니그라'의 교잡종인데 이 '니그라'가 일본에서 발견된 자목련 원예품종이므로 일본산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 목련 '사요나라'는 Buxom Blondes group으로 분류되므로 그것도 해당되지 않는다.

 

Hillier's Manual of Trees and Shrubs라는 유명한 책을 저술하여 널리 알려졌지만 그는 22만평에 달하는 Sir Harold Hillier Gardens에 4,500점의 희귀수목을 수집하고 심어서 국가에 기증하여 존경받는 사람이다. RHS 부회장도 역임하고 린네학회 회원이기도 한 그는 대영제국 훈장도 받았다. 

여하튼 중국 원산의 백목련 자목련 그리고 캠밸목련의 혈통이 섞인 원예품종에다가 아무 상관도 없는 일본식인 '사요나라'라는 품종명을 붙였다는 것은 그만큼 세계 목련계 특히 유럽인들에게는 우리나라는 말할 것도 없고 실제 원산지인 중국도 안중에 없고 일본만 인식되어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즉 동양의 목련은 그냥 일본 목련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 세계목련학회에서 시상한 D. Todd Gresham Award 리스트를 보면 동양에서는 유일하게 민병갈원장 한 분만 포함되어 있다. 그 뿐만아니라 실제 천리포수목원은 세계 최고의 목련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는 수목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중국과 같이 원래 자생 식물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일본과 같이 문호를 일찍 개방하여 동양 식물을 서양인들게 최초로 보여 준 나라도 아닌 우리나라에서 이제 세계에 자랑할 만한 식물이 있다면 그게 바로 목련인 것이다. 다만 민병갈박사 사후 그의 작업이 지속되는지 걱정스럽기는 하다. 

 

이 품종은 키가 6m까지 자라지만 곧장 직립으로 자라지는 않고 약간 아치형으로 처지는 모습을 보이며 기부에 장미 핑크색을 띤 백색 성배 모양의 꽃을 시즌 늦게 피우는데 향기가 좋으며 꽃의 사이즈는 지름이 12cm로 그다지 큰 편은 아닌 것 같다. 이 품종의 꽃이 토드 그레셤이 개발한 또 다른 품종인 목련 '루즈드 앨러배스터'와 많이 닮아서 구분하기 힘들다고 하는데 꽃 사이즈가 지름 30cm에 달하는 목련 '루즈드 앨러배스터'에 비하면 턱없이 작아서 차이가 나지만 이 품종이 더 아름답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1990년대 초 영국 왕립원예학회인 RHS로 부터 AGM을 수상한 바 있다. 

 

부모종인 비치목련(좌)과 접시꽃목련 '레네이 알바'(우)

 

등록명 : 목련 '사요나라'

학   명 : Magnolia 'Sayonara' 

분   류 : 목련과 목련속 낙엽 관목, 소교목

원산지 : 자목련, 백목련, 캠밸목련의 다교잡종

부모종 : 접시꽃목련 '레네이 알바'(모)와 비치목련(부)

시리즈 : 그레셤 교잡종 벅섬 블론디 그룹

육종가 : 미국 캘리포니아 Todd Gresham, 1963년 소개 1966년 등록

수   고 : 6~8m 

꽃특징 : 강한 향기, 기부에 핑크색을 띤 백색, 지름 12cm, 성배형 

내한성 : 영하 23~26도

특   기 : RHS AGM을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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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사요나라' - 가지가 처지는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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