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목련과/백합나무속

1326 백합나무 '인테그리폴리움' - 잎의 결각과 거치가 없는 매끈한 품종

낙은재 2021. 2. 2. 22:56

백합나무 '인테그리폴리움'
백합나무 '인테그리폴리움'

 

백합나무 '인테그리폴리움'은 학명 Liriodendron tulipifera 'Integrifolium'로 표기되는데 품종명 'Integrifolium'는 잎 즉 folium이 온전(integri)하다는 뜻의 라틴어이다. 영어로는 Leaves entire가 되는데 여기서 entire에 대하여 한번 짚고 넘어가자. 영어 entire는 형용사로 '전체(全體)의' 또는 '온'이란 뜻인데 이게 잎에서 구체적으로 뭘 의미하는지를 몰라서 무척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잎이 온전(穩全)하다니 그럼 찢어지거나 손상되지 않고 본 바탕 그대로 멀쩡하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도대체 이게 무슨 잎의 특징이 된다는 말이냐 하면서 헤맸던 것 같다. 그런데 알고 보니 중국과 일본에서는 식물의 잎을 표현할 때는 entire를 전연(全緣)이라고 번역한다는 것을 알았다. 여기서 연(緣)은 우리나라 옥편에는 거의 인연으로만 풀이하는 한자이다. 그러니 온전한 인연이 잎과 무슨 상관인지 정말 점점 더 어려워 진다. 그런데 국어 사전에 보니 놀랍게도 잎의 가장자리가 톱니가 없이 매끈한 모양을 전연(全緣)이라고 한단다. 한자 연(缘)은 인연(因緣)이나 연분(緣分) 또는 혈연(血緣)에서는 인연이나 관계를 뜻하고 연고(緣故)나 연유(緣由)에서는 까닭을 뜻하지만 변연(邊緣)이라고 할 때는 가장자리를 뜻하는 한자인데 이상하게 우리나라 옥편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이 가장자리라는 뜻을 간과하거나 소홀히 하고 있기에 도저히 풀이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그리고 영어 kerb(curb)를 우리는 도로와 인도의 경계석(境界石)으로 풀이하는데 이게 원래는 경계와는 상관없이 도로 가장자리에 인도와 구분하기 위하여 등의 목적으로 까는 돌이라는 뜻으로 연석(缘石)이라고 한다. 연(緣)이 가장자리임을 모르니 엉뚱한 풀이가 나오는 것이다.

 

반드시 차도와 인도의 경계석만 연석이라고 하지 않고 가장자리를 마무리하는 돌이라고 연석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잎의 전연(全緣)이란 잎의 가장자리에 결각(缺刻)이나 거치(鋸齒)가 전혀 없는 온전한 모양을 말한다. 그러므로 영어 leaves entire는 한자어로는 전연엽(全緣葉)이 되는 것이며 우리 말로는 톱니 등이 없이 밋밋한 잎이 되는 것이다. 잎의 결각(缺刻)이란 빠지거나 (칼로)깍인 것을 말하므로 잎이 패여 들어간 모습을 말하며 거치(鋸齒)란 톱(鋸)의 이(齒) 즉 톱니를 말한다. 따라서 잎에 패여 들어간 부분도 없고 톱니도 없는 잎의 모습을 전연(全緣)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를 라틴어로 하면 '건드리지 않은'이라는 뜻의 integer가 어원이고 파생되어 integrior에서 integrifolia나 integerrima등 매우 다양한 형태로 종소명으로 쓰이는데 모두 잎에 결각이나 거치가 없이 매끈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백합나무의 경우는 워낙 특이하게 잎이 중간 쯤 잘려나간 모습이기 때문에 '인테그리폴리움' 품종이라고 해도 잘려나간 듯한 모습은 그대로인 채 양 측면의 결각이나 거치가 없는 밋밋한 모습이므로 붙은 이름이다. 

 

왼쪽이 전연(全緣) 가운데가 거치(鋸齒) 오른쪽이 결각(缺刻)이 있는 잎의 모습이다.

잎의 측면 결각이 없이 매끈한 백합나무는 독일 의사겸 초본학자인 Ernst Gottlieb von Steudel (1783~1856)에 의하여 이미 1824년에 벌써  Liriodendron integrifolium Steud.라는 독립된 종으로 학명을 부여받은 적 있으며 그 후 1869년에 독일식물학자인 Karl Heinrich Emil Koch(1809~1879)에 의하여 아종으로 분류되어 L. tulipifera subsp. integrifolium라는 학명을 부여 받기도 한 것으로 봐서는 초창기 유럽에서는 흔하게 발견된 변이종으로 보인다. 이들 외에도 이 품종을 묘사한 식물학자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John Claudius Loudon(1783~1843)과 미국의 Georg Kirchner(1837–1885) 그리고 독일의 Leopold Dippel(1827~1914) 등이 있다. 이들 학자들에 의하여 아종 변종 품종 등으로 분류되었지만 현재는 모두 원종에 통합되고 그 원예품종으로 인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최근에 미국 학자인 마이클 디르박사도 2009년에 L. tulipifera ‘Ramapoo’라는 원예 품종을 묘사한 적 있는데 이 품종 또한 비슷한 특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니까 미국 원산의 백합나무가 저 멀리 낯선 유럽으로 건너가서 몸살을 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변종들이 발견된 것일 수도 있고 원래 어디서나 이런 품종이 흔한데 주의 깊게 관찰한 유럽인들에게 먼저 발견된 것일 수도 있다.

 

등록명 : 백합나무 '인테그리폴리움'

학   명 : Liriodendron tulipifera 'Integrifolium'

이   명 : Liriodendron tulipifera ‘Ramapoo’

이   명 : Liriodendron integrifolium Steud.

이   명 : Liriodendron tulipifera subsp. integrifolium K. Koch

이   명 : Liriodendron tulipifera var. integrifolium

분   류 : 목련과 백합나무속 낙엽 교목

원산지 : 미국 원산 백합나무의 원예품종

육종가 : 유럽에서 19세기 초에 발견

특   징 : 잎의 측면 결각이 없이 매끈함 

수   고 : 12m 이상

내한성 : 영하 29도

 

 

백합나무 '인테그리폴리움'
백합나무 '인테그리폴리움'
백합나무 '인테그리폴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