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철쭉은 Rhododendron yedoense f. poukhanense (H.Lév.) M.Sugim. ex T. Yamaz라는 매우 긴 학명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이는 학명 Rhododendron yedoense인 만첩산철쭉의 하위 품종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산철쭉의 수술이 변하여 여러 겹의 꽃잎이 된 것이 만첩산철쭉이므로 산철쭉이 원종이라고 모두들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산철쭉도 우리나라에서는 우리나라 외에도 일본에도 분포하는 것으로 기록하고 있으나 일본에서는 우리 고유종으로 인정하고 있다. 일본 대마도에 자생한다는 주장도 일부 있으나 그건 과거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것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지 여하튼 일본에서는 외래 재배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에서 이 수종을 부르는 이름 자체가 조센야마쯔쯔지(チョウセンヤマツツジ) 즉 조선산철쭉(朝鮮山躑躅)이므로 우리가 굳이 나서서 산철쭉이 일본에서도 자생한다는 확실하지도 않은 주장을 쓸데없이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이 수종은 1886년 만첩산철쭉이 신종으로 발표되어 학명이 부여된 다음 22년 후인 1908년에 프랑스 식물학자 Augustin Abel Hector Léveillé (1864~1918)에 의하여 독립된 신종으로 발표되면서 학명 Rhododendron poukhanense H.Lév.로 명명된다. 성직자이기도 한 Hector Léveillé는 식물채집을 위한 아시아 탐사를 직접 한 적은 없지만 여러 식물채집가들이 주로 아시아에서 채집한 표본을 받아서 무려 2000종이 넘는 새로운 식물을 묘사 발표한 사람이다. 산철쭉의 경우는 일본 홋카이도에서 선교활동을 하면서 식물을 채집하던 프랑스 선교사 Urbain Jean Faurie(1874~1915)가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1901년 6월 3일 북한산에서 꽃이 있는 상태의 표본을 채집한 것을 토대로 명명한 것이다. 여기서 종소명 poukhanense는 북한(산)에서 채집하였다는 뜻이다. 그 선교사는 나중에는 대만으로 건너가서 활동하다가 거기서 생을 마감하였는데 대만 타이페이식물원에 가면 그의 동상까지 세워져 있다. 하지만 국내에 들어와 식물 조사와 분류작업을 하던 일본 학자 나카이는 1920년 이를 만첩산철쭉의 변종으로 편입하여 Rhododendron yedoense var. poukhanense로 명명하게 된다. 그 후 1972년에 일본학자 Junichi Sugimoto(杉本順一, 1901~1988)가 변종이 아닌 품종으로 변경하였고 이를 1996년에 Takasi Yamazaki (山崎敬 1921–2007)가 대신 출판한 것이 현재의 학명 Rhododendron yedoense f. poukhanense (H.Lév.) M.Sugim. ex T.Yamaz. 인 것이다.
그런데 1900년대 초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의 산철쭉을 대상으로 명명한 학명이 둘이나 더 있다. 하나는 미국 수목학자 John George Jack(1861~1949)가 1905년 우리나라에서 종자를 채집하여 미국 하버드대학 아놀드수목원에 심었는데 그 종자가 자라서 꽃이 피자 하버드대학 식물학 교수인 Alfred Rehder(1863~1949)가 1911년 표본을 채집하고 이를 1913년에 명명한 Rhododendron coreanum Rehder인데 이 학명은 곧 북한산의 수종과 같음이 확인되 현재는 Rhododendron yedoense f. poukhanense의 유사종으로 처리되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대구에서 생을 마감한 프랑스선교사 겸 식물채집가인 Émile Joseph Taquet(1873~1952)가 1907년 한라산 1800m고지에서 채집한 표본을 대상으로 1913년 앞의 프랑스 식물학자 Hector Léveillé가 또 다른 신종으로 학명 Rhododendron hallaisanense Lév.를 명명한 것이다. 그러니까 북한산의 산철쭉과 한라산의 산철쭉이 당초에는 각각 다른 종으로 발표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1920년 일본학자 나카이에 의하여 둘이 하나로 통합되어 만첩산철쭉의 변종으로 편입되었다가 현재는 일본학자 수기모토에 의하여 다시 품종으로 재명명된 것이다. 그래서 국제적으로도 모두 산철쭉이나 한라산철쭉 모두 만첩산철쭉의 하위 품종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아직도 탐라조선산철쭉(耽羅朝鮮山躑躅)이라면서 Rhododendron yedoense var. hallaisanense (H.Lév.) T.Yamaz.로 학명표기하고 제주도 외에도 대마도에서도 자생하지만 멸종위기 상태라고 말하기도 한다. 세종때부터 왜철쭉을 가져다 바치고 몇 주 얻어다 심은 것이 번식하여 대마도 자생종이라고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상은 아주 복잡하고 수많은 산철쭉의 학명들 중에서 몇 개 중요한 것만 골라서 언급한 것이다. 여기서 하나 흥미로운 것은 나카이가 발표한 수많은 산철쭉 관련 학명 중에 1917년 발표한 Rhododendron poukhanense var. plenum이라는 것이 있는데 여기서 plenum은 겹꽃이라는 뜻이므로 바로 만첩산철쭉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학명은 비록 현재는 엉뚱하게 산철쭉의 유사종으로 처리되고 있지만 내용으로 봤을 때 나카이는 만첩산철쭉이 오히려 산철쭉의 겹꽃 변종이므로 이를 바로잡으려고 애는 쓴 것이 아닌가 한다. 실제로 나카이가 발표한 이 학명은 1920년에 발간된 일본 식물학회지에 산철쭉이 아닌 만첩산철쭉의 이명으로 등재되어 있다.
이제 골치 아픈 학명 이야기는 그만 하고 꽃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그러지 못하겠지만 우선 매년 봄이면 전국 여기저기서 철쭉축제를 개최한다. 그런데 이들 중 대부분이 연달래 철쭉이 아닌 수달래 산철쭉이라는 것이다. 몇 해 전에 국내 알만한 식물 블로거에게 철쭉과 산철쭉의 차이점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였는데도 도통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왜 그런가 했더니 자기가 철쭉축제에서 본 것을 철쭉으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이렇다. 철쭉축제에 한번이라도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 없을 터인데 그들 대부분이 산철쭉이 바로 철쭉인 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걸 누굴 탓하겠는가? 오래 전부터 연달래나 수달래 구분 없이 철쭉이라고 불러 왔던 것을 어느 날 갑자기 일본을 따라서 한쪽만 산철쭉이라고 하니 누가 쉽게 따라 하겠는가? 게다가 행사의 성공에만 관심이 있고 식물 그 자체에는 별 관심이 없는 지자체의 무관심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산철쭉축제라고 하기 싫으면 산달래축제라고 고쳐서 부르던가 아니면 수달래축제라고 해야 옳은 이름이 된다.
참고로 국내 철쭉 축제로 유명한 군락지의 사진들을 보니 대부분 산철쭉축제이고 진짜 연달래 철쭉의 군락지는 영주 소백산과 울주 가지산 그리고 이천 설봉산과 정선 두위봉 정도로 보인다. 나머지 광양 백운산 국사봉이나 장수 봉화산 그리고 합천과 산청의 황매산, 지리산 바래봉, 보성 일림산, 창원 비음산, 양산 천성산 그리고 제주 한라산 철쭉축제는 거의 모두 철쭉이 아닌 산철쭉 군락지로 보인다. 이것은 직접 탐사하지 않고 사진으로만 봐서 그렇다는 것이므로 실제 그 장소에 천선상과 같이 철축도 일부 자생하고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 말은 산철쭉은 대단하지 않고 연달래 철쭉이라야 좋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실제로 철쭉은 키가 크고 주로 응달에서 자라며 개화기에 이미 잎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군락지라고 해도 산철쭉 군락지만큼 화려한 감동을 자아내지는 못한다. 그래서 철쭉만 가지고서는 축제를 개최하여도 웬만해서는 성공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여하튼 철쭉축제가 산철쭉과 철쭉 어느 쪽인지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개최시기이다. 4월 말에 개최하면 대개 산철쭉이라고 보면 된다. 왜냐하면 철쭉은 5월 중순 이후에나 꽃이 피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산홍까지는 들먹이지 않더라도 진달래와 구분하기 어렵다고 말하면 대개 산철쭉이라고 보면 된다. 연달래를 보고서 진달래 닮았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산철쭉이라는 우리 이름은 1937년 조선식물향명집에 근거하지만 어느 지방의 향명이 아니고 일본에서 조선산철쭉(朝鮮山躑躅)이라고 하므로 산철쭉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 외 이명으로 개꽃나무가 있는데 이는 식용 가능하다고 참꽃나무라고 부르는 진달래에 대비한 이름이고 물철쭉이라는 이명도 있다. 이는 1996년 이우철박사의 한국식물명고에 근거하는데 강원도 춘천지방의 방언이라고 한다. 물철쭉은 그 근거가 모호한 수달래와 같은 의미의 이름인데 물가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붙은 이름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진달래와 연달래 그리고 수달래 등 3종의 달래가 자생하는 셈이 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달래의 어원에 대하여 구명된 바가 없다. 그런데 산철쭉이 물철쭉 또는 수달래로 불린다고 계곡가나 강가에서만 잘 자라는 수종은 결코 아니다. 앞에서 언급한 산철쭉 축제로 유명한 군락지들은 거의 모두 계곡이나 하천 주변이라기보다는 산등성이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암석 사이에서도 잘 자란다. 그런 의미에서는 수달래보다는 산달래가 더 어울린다고도 볼 수 있다.
높이 1~2m 정도까지 자라는 낙엽성 키 작은 관목인 산철쭉은 잔가지가 갈색 털로 덮여 있으며 어린 가지와 꽃자루에는 끈적이는 점액이 있다. 어긋나는 잎은 주로 가지 끝에 모여서 나며 길이는 3~8cm이다. 잎 모양은 장타원형 넓은 도피침형이며 양 끝이 쐐기형이며 가장자리에 거치는 없다. 점성이 있어서 끈적거리는 잎 양면과 엽병에는 갈모가 밀생한다, 꽃은 가지 끝에 2~3개씩 모여 적자색으로 피며 화관은 지름 5~6cm의 깔때기 모양이고 5개로 갈라지며 윗쪽 3개의 꽃잎 내측 기부에 짙은 자색 반점이 있다. 수술은 10개이고 꽃밥은 자줏빛이 돈다. 암술대는 무모 또는 기부에 복모가 있고 씨방에는 갈색 털이 있다. 열매는 삭과 난형으로 9월에 성숙하며 장모로 덮여 있다. 철쭉은 물론 진달래에 비해서도 키는 낮지만 꽃은 철쭉보다는 작지만 진달래에 비하면 약간 크다. 그리고 개화기에 잎이 전혀 없는 진달래와 잎이 매우 많이 나오는 철쭉의 중간쯤인데 이는 개화시기가 그 중간이기 때문이다. 산철쭉의 개화시기는 3월 말경인 진달래보다 한 달 늦은 대개 4월 말경으로 5월 중하순에 꽃이 피는 철쭉보다는 빠르다.
등록명 : 산철쭉
이 명 : 개꽃나무, 물철쭉, 수달래
학 명 : Rhododendron yedoense f. poukhanense (H.Lév.) M.Sugim. ex T.Yamaz.
이 명 : Rhododendron coreanum Rehder
이 명 : Rhododendron yedoense var. poukhanense (H.Lév.) Nakai
이 명 : Rhododendron hallaisanense Lév.
이 명 : Rhododendron yedoense var. hallaisanense (H.Lév.) T.Yamaz.
분 류 : 진달래과 진달래속 낙엽 관목
원산지 : 우리나라 고유종
영어명 : Korean azalea
일본명 : 조센야마쯔쯔지(朝鮮山躑躅), 탐라조선산철쭉(耽羅朝鮮山躑躅)
수 고 : 1~2m
잎크기 : 길이 3~8cm
꽃특징 : 적자색, 지름 5~6cm 나팔형, 2~3송이 산형화서
개화기 : 4~5월
내한성 : 영하 34도
독 성 : 식물 전체에 독성이 있어 식용 금지
특 기 : 영국 RHS로부터 1961년 AM상을 수상하였으며 온난한 지역에서는 상록이 되며 수많은 원예품종 개발에 부모종으로 활용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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