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명 Rhododendron obtusum (Lindl.) Planch.에 국명을 무도철쭉이라고 하여 등록된 외래종이 있는데 이는 일본 규슈지방에서 기원(起源)하는 일본명 키리시마쯔쯔지(キリシマツツジ) 즉 무도철쭉(霧島躑躅)을 말한다. 규슈 미와자키현(宮崎県) 과 가고시마현(鹿児島県)의 경계 부근에 있는 화산군(火山群)인 키리시마야마(きりしまやま) 즉 무도산(霧島山)이 원산지이기에 일본에서는 키리시마철쭉(霧島躑躅) 또는 그냥 키리시마(霧島)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것을 우리가 무도(霧島)철쭉이라고 하니 마치 무도라는 섬이 원산지인 줄로 오해할 수 있지만 섬이 아닌 산 이름이다. 무도산(霧島山)은 2018년 3월에도 분화(噴火)한 적이 있는 살아 있는 활화산군으로서 표고 1,700m인 그 최고봉에 오르면 우리나라가 보인다고 그 봉의 이름이 한국악(韓國岳)인 것이 흥미롭다. 그런데 한국악(韓國岳)의 발음은 카라쿠니다케(からくにだけ)로 하는데 이는 과거에는 한자로 당국악(唐國岳)이라고 썼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옛날에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당국(唐國)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제법 흔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보급된 이 무도철쭉의 일본 이름 きりしま는 표준 철자법으로는 키리시마가 된다고 하지만 일반인들 대부분은 실제 일본 발음이 그래서 그런지 기리시마라고 하므로 이 글에서도 기리시마라고 한다. 무도철쭉은 일본 규슈 가고시마현의 기리시마산에서 발견되어 에도시대(1603~1868) 초기에 관동지방으로 올라가 거기서 많이 재배되면서 다양하게 개량된 원예품종이 1600년대부터 개발 보급되어 인기를 누렸으며 지금도 세계 전역에 널리 보급되어 있는 수종이다. 그래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원예서인 화단강목(花壇綱目, 1681)이나 금수침(錦繡枕, 1692)에 이미 다수의 품종이 등재되어 있다고 한다. 특히 금수침(錦繡枕) 등 원예서를 저술한 이토오이베에(伊藤伊兵衛)라는 몇 대를 이어 온 원예가문이 품종개량에 적극적이어서 도쿠가와 장군 가문으로부터 상도 받았다고 한다. 일본은 이미 그 당시 동경에 대를 이어 경영하는 원예종묘업체가 있었다니 현재 일본 원예산업이 괜히 발전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무도철쭉이 기리시마에서 온 것이라고는 하지만 정작 규슈뿐만 아니라 일본 어디서도 야생하는 자생지가 발견되지 않고 있어 이 수종은 정체가 다소 애매하여 학자들간에 논란이 있는 수종이다. 그래서 일부학자들은 구주철쭉(九州躑躅)이라는 수종의 변종으로 Rhododendron kiusianum var. sataense라고 학명 표기하기도 하지만 현재는 구주철쭉(九州躑躅)과 앞에서 본 일본산철쭉 즉 캠퍼철쭉과의 교잡종이라는데 대체로 의견 일치를 보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이제 학명도 Rhododendron x obtusum (Lindl.) Planch.라고 교잡종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참고로 학명 Rhododendron kiusianum인 구주철쭉은 일본 규슈(九州)지방 각지의 깊은 고산지대에서 자생하기 때문에 종소명과 우리 이름이 그렇게 붙었으나 일본 이름은 미야마 기리시마(ミヤマキリシマ) 즉 심산무도(深山霧島)이다. 그러니까 일본 기리시마산(霧島山) 주변에서 자생지가 겹치는 일본산철쭉과 심산기리시마(深山霧島)와의 자연교잡으로 탄생한 교잡종이 바로 이 무도철쭉 즉 기리시마(霧島)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학명 Rhododendron obtusum (Lindl.) Planch.는 원래 영국 식물학자 John Lindley(1799~1865)가 스코틀랜드 식물 채집가 Robert Fortune(1812~1880)이 중국 상해의 Poushan이라는 화원에서 취득한 표본을 대상으로 아젤레아속으로 Azalea obtusa Lindl.이라고 명명하였던 것을 프랑스 식물학자인 Jules Émile Planchon(1823~1888)이 1854년에 진달래속으로 변경하여 재명명한 것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이미 다른 학자에 의하여 먼저 사용된 학명이라는 논란이 있어 이 학명을 인정하지 않는 학자들도 있었다. 중국에서도 이 수종은 아주 오래 전에 도입되어 동부와 동남부 각성에 재배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이 수종을 둔엽두견(钝叶杜鹃)이라고 하는데 이는 뭉텅하다는 뜻인 종소명 obtusum에서 온 이름이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이 둔엽두견이 일본에서 도입된 종임을 분명히 밝히지만 뜻밖에도 이를 별명으로 석암(石岩)이라고 부르는데 그 석암이라는 용어의 역사가 어쩌면 일본의 기록을 앞서고 있다.
중국에서 이 둔엽두견을 옛날부터 부르던 이름이 석암(石岩)인데 그 출처가 명대 문신 주국정(朱国祯, 1558~1632)이 쓴 용당소품(涌幢小品)이라는 수필집이다. 그런데 그가 거론하기를 남송시대부터 석암이라는 이름이 있었으며 그 출전으로 남송 홍매(洪迈, 1123~1202)가 쓴 용재수필(容斋随笔)을 들고 있다. 그가 인용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近时又谓先敷叶。后著花者。为石岩以别之。然前人但谓之红踯躅。不知石岩之名起于何时。今江南在在皆称石岩。간단하게 풀이하자면 “요즘은 잎이 먼저 나오고 꽃이 나중에 나오는 종을 석암(石岩)이라고 별도로 부르지만 옛사람들은 홍철쭉이라고 했다. 언제부터 석암이라고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요즘 강남 도처에서 모두 석암이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이건 명대 주국정이 한 말이 아니고 송대 홍매가 한 말을 인용한 것이므로 석암이라는 용어는 남송시대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그렇다면 일본 기리시마에서 처음 발견되어 에도 초기에 관동지방으로 퍼져 나갔다는 일본 무도철쭉보다 시대가 훨씬 앞선다. 그렇다면 일본의 처음 기록보다 훨씬 이전에 이미 중국으로 건너간 것이 아니라면 비록 현재 중국에서는 일본의 기리시마(キリシマ)를 석암(石岩) 또는 석암두견이라고는 하지만 송나라 때 부르던 그 석암은 잎이 난 다음 꽃이 피는 두견화 수종들을 부르던 이름인 것으로 판단된다.
여하튼 이 중국 이름의 영향인지 우리나라서도 석암철쭉이라는 말을 많이 하며 일부에서는 연철하여 서감철쭉이라고도 한다. 모두 한결 같지는 않지만 대개 일본 원산 기리시마를 두고서 그렇게 부르는 이름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이름은 일본에서는 쓰지 않는 이름이며 기리시마의 다양한 일본 원예품종 중에서도 석암이라는 품종명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 이름은 중국에서 석암이라는 품종이 도입되면서 따라온 이름이 아닌가 한다. 중국에서 석암은 무도철쭉의 일부 품종명이 아닌 무도철쭉 전체를 아우르는 이름이므로 무도철쭉이 곧 석암철쭉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학명 Rhododendron x obtusum인 이 일본 원산 상록 교잡종의 등록 정명은 기리시마를 한자로 표기한 무도(霧島)철쭉이지만 시중에서는 석암이나 서감으로 부르기도 하고 일본 영향을 받아서 기리시마라고도 부르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계 철쭉을 통틀어서 왜철쭉이라고도 하므로 당연히 일본에서 가장 활발하게 원예품종이 개발된 이 기리시마도 포함이 된다. 게다가 정확하게 구분하는 기준은 없지만 우리 자생종이 아니면서 우리 산철쭉과 비슷한 모양에 붉은 꽃이 피면 수종에 상관없이 영산홍(映山紅)이라고 하며 특히 자색 꽃이 피는 품종은 자산홍(紫山紅)이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기리시마는 색상이 다양하므로 색상에 따라서 일부는 영산홍으로 일부는 자산홍으로 불렸을 것이다.
여기서 영산홍은 앞 1331번 게시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원래는 매우 오래 전에 중국에서 철쭉과 두견과 거의 같은 의미로 진달래속 모두를 통칭하는 용어로 만들어진 말이지만 국내서는 조선초기에 일본에서 대량으로 도입된 사츠키(皋月)로 추정되는 수종을 지칭하는 말로 우리가 독자적으로 쓰는 이름이다. 그런데 자산홍(紫山紅)이라는 말도 언제부터인지 나타나서 특히 영산홍과 대비되는 이름으로 쓰이기 시작한다. 조선시대 차별 받던 서북인들의 한탄을 노래한 수심가나 춘향가 등의 노랫가락에 “이화도화(李花桃花) 영산홍(映山紅) 자산홍(紫山紅) 왜철죽 진달화”라는 문구가 으레 등장한다. 수심가나 춘향가 모두 연대 미상이지만 영산홍보다는 늦은 시기인 조선 중기인 것으로 추정이 된다. 따라서 이 자산홍(紫山紅)은 영산홍과 대비하여 우리 선조들이 자색 꽃 품종을 구별하여 부르기 위하여 독자적으로 만든 이름이 분명해 보인다. 왜냐하면 영산홍을 일본에서는 오월(皋)에 꽃이 핀다고 사츠키(皋月)라고 하고 중국에서도 고월두견(皋月杜鹃)이라고 하지 영산홍이라고는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산홍에서 붉은 꽃을 의미하는 글자는 앞의 영(映)이 아니라 끝의 홍(紅)이므로 대비되는 자색 꽃은 영산자(映山紫)라고 하거나 아니면 자영산(紫暎山)이라고 해야 이치에 부합하는데 자산홍(紫山紅)이라고 하여 자색인지 홍색인지 모를 모순적인 이름을 지었다는 자체가 식자층이 아닌 민간에서 서서히 저절로 붙여진 이름이라는 느낌이 많이 든다.
그래서 비록 오래 전부터 자산홍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지만 우리 사료에는 등장하지 않다가 춘향가나 수심가보다 훨씬 나중인 1875년에 전라도 장성의 변상철(邊相轍, 1873~1877)이라는 분이 쓴 일기인 봉서일기(鳳棲日記)에 자산홍(紫山紅)이라는 용어가 한번 등장하지만 바로 다음 날 자영산(紫暎山)이라고 쓴다. 그리고 그의 손자 변만기(邊萬基)가 쓴 봉남일기(鳳南日記)에는 자산홍이 아닌 자영산(紫暎山)이라고 쓴다. 그러니까 추측하건대 민간에서는 모두 자산홍이라고 하지만 논리적이지 않기에 자영산(紫暎山)이라고 고쳐서 기록한 것이 아닌가 한다. 여하튼 이들 조손(祖孫)의 일기는 동학농민운동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쓰인다고 한다. 그런데 나중의 자료이겠지만 영산홍과 자산홍을 구분하려고 애를 쓰면서 자산홍을 잎 끝이 뭉텅하게 둥글고 자색 꽃이 피는 수종이라고 설명한 출처불명의 내용도 보인다. 그렇다면 이는 일본의 기리시마와 매우 부합하는 설명이 된다. 만약 기리시마의 원종이 존재하고 그 원종의 꽃 색상이 자색이라면 이미 널리 불리는 자산홍을 우리 국명으로 하면 영산홍과 잘 어울리는 이름이 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 일본 기리시마는 원종이 없고 다양한 색상의 원예 품종 중 자색 꽃이 피는 무라사키 기리시마 즉 자무도(紫霧島)는 하나의 품종일 뿐이다. 게다가 일본에서 기리시마의 기본종으로 판단하여 혼기시마(本霧島)라고 부르는 품종의 색상은 자색과는 거리가 먼 진한 붉은 색이므로 자산홍이 무도철쭉을 대신할만한 건덕지가 전혀 없다.
이와 같이 하나의 수종이 국내서 매우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믿고 따를 만한 널리 알려진 표준명칭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기 때문에 국가에서 하나의 통일된 이름으로 부르자고 명명 위원회를 구성하여 표준이름을 정하여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록하는 것인데 얼마 전까지만 하여도 기리시마도 아니고 석암철쭉도 아닌 학명 그대로 옵투숨철쭉이라고 하였으니 누가 믿고 쉽게 따라 가겠는가? 뒤늦게라도 원산지 일본 이름 기리시마쯔쯔지를 한자로 표기한 무도(霧島)철쭉이라고 변경한 것은 반길 일로 보인다. 중국의 석암철쭉이나 일본의 기리시마철쭉으로 부르지 않으려면 무도철쭉이라고 열심히 부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앞에서 본 일본산철쭉 즉 캠퍼철쭉과 이 무도철쭉의 차이점은 캠퍼철쭉은 여름잎 일부만 겨우 남아서 월동하지만 무도철쭉은 잎 전체가 고스란히 남아서 월동을 한다는 완전한 상록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캠퍼철쭉이나 영산홍에 비하여 꽃도 작고 잎도 작다는 점이다. 같은 상록인 영산홍과의 구별법은 다음에 영산홍을 다룰 때 파악하기로 한다. 무도철쭉은 처음부터 원예품종으로 에도에 등장한 교잡종이므로 매우 다양한 품종이 개발되어 있어 바로 이어서 별도의 게시글에서 그 대표적인 품종 면면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등록명 : 무도철쭉
일반명 : 기리시마철쭉, 석암철쭉, 서감철쭉, 자산홍, 왜철쭉
학 명 : Rhododendron obtusum (Lindl.) Planch.
정 명 : Rhododendron x obtusum (Lindl.) Planch.
이 명 : Rhododendron kiusianum var. sataense
분 류 : 진달래과 진달래속 상록 관목
그 룹 : 아잘레아, 영산홍아속
원산지 : 일본 무도산
일본명 : キリシマツツジ(霧島躑躅), ホンキリシマ(本霧島)
중국명 : 둔엽두견(钝叶杜鹃), 석암(石岩)
영어명 : Kirishima azalea, Rhododendron Obtusum Group
수 고 : 1m (드물게 4m)
가 지 : 섬세하고 무성, 돌려나기 모양, 가끔 퍼짐, 녹색 조복모 밀생
잎특징 : 막질, 지단 족생, 타원형,도피침형,도란형 등, 선단둔첨 원형, 기부 관설형
잎색상 : 변연섬모, 상면 선록색, 하면 창백록색, 양면 담회색조복모 산생, 연중맥 명현, 상면 중맥 오목, 하면 볼록, 하면 측맥 명현
잎크기 : 1~2.5 x 0.4~1.2cm
잎자루 : 2mm, 회백색 거친 복모
동 아 : 난구형, 인편란형, 선단점첨, 변연 거친 복모
꽃차례 : 산형화서, 2~3송이
꽃자루 : 4~8mm, 편평 녹색 거친 복모
꽃받침 : 5렬, 녹색, 난형, 4mm, 거친 복모
꽃부리 : 나팔상 종형, 홍색 분홍색 담홍색, 1.5cm 길이, 지름 2.5cm, 5렬, 장원형, 1 x 0.5cm, 정단 둔, 1렬편 심색 반점
수 술 : 5개, 화관과 같은 길이, 화사 무모, 화약 담황갈색
자 방 : 갈색 거친 복모 밀생, 화주 2.5cm 길이 무모
열 매 : 삭과 원추형 활타원구형, 6mm 길이 녹생 거친 복모 밀생
개화기 : 4~5월
내한성 : 영하 23도
특 기 : 독성에 대한 특별한 언급은 없으나 그렇다고 꽃을 식용한다는 이야기도 없으므로 주의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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