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진달래과 진달래속/영산홍아속

1352 구주철쭉(九州躑躅) - 무도철쭉(기리시마)의 부모종

낙은재 2021. 2. 28. 18:15

구주철쭉
구주철쭉
구주철쭉

진달래속 영산홍아속으로 구분되는 수종들 중에서 일본산철쭉인 캠퍼철쭉과 기리시마로 불리는 무도철쭉을 탐구한데 이어서 일본 규슈지방이 원산지인 또 하나의 일본 자생종인 구주철쭉(九州躑躅)의 탐구에 들어간다. 이렇게 하나하나 파악해 들어가면 그동안 국내서 막연하게 왜철쭉이나 영산홍 또는 자산홍이라고 불렀던 수종들의 정체가 저절로 들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에 다룰 구주철쭉의 학명 Rhododendron kiusianum Makino는 1914년 일본 식물학자 마키노 도미타로(牧野富太郎, 1862~1957)가 명명한 것이다. 종소명 kiusianum을 kiushianum이라고 썼으면 보다 쉽게 이해가 됐을 터인데 여하튼 이는 일본의 남쪽 섬인 Kyushu 즉 구주(九州)에서 발견된 식물이라는 뜻이다. 앞에서 본 기리시마는 1600년대에 기리시마산(霧島山)에서 발견되어 규슈의 구루메(久留米)와 관동의 에도(江戸)에서 각각 원예품종으로 개발되어 보급되었다. 하지만 바로 그 지역 기리시마산군(霧島山群) 고산지대에 이런 기리시마와 매우 비슷한 수종이 자생하는 줄을 모르고 있다가 일본 메이지유신에 크게 기여한 유명한 사상가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 1836~1867)가 1866년에 인근으로 신혼여행을 왔다가 발견하고 꽃이 너무 아름답다고 누이에게 편지를 쓰면서 널리 알려진 수종이라고 한다.

 

물론 료마가 언급하기 이전에도 주민들은 알고 있었으며 실제로 1843년에 편찬된 규슈 일부 지방의 지리와 명소를 기록한 삼국명승도회(三国名勝図会)라는 책에 이런 언급이 있다. “映山紅が 霧島山中特に多し。叢をなすこと甚廣し。花さける時は、満山錦のごとし。” 번역하자면 “영산홍은 기리시마산 속에 특히 많다. 무리를 지어 매우 넓게 자라는데 꽃이 만개하면 온 산을 비단으로 두른 듯하다.”가 된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일본도 그때까지만 하여도 진달래속을 구분 없이 대체로 붉은 꽃은 영산홍이라고 불렀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연산군 전후로 일본에서 국내로 도입된 영산홍이 반드시 일본의 스츠키(皐月)만은 아니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러다가 소학교 중퇴로 거의 독학으로 일본 최고의 식물학자가 되어 일본 식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키노 도미타로(牧野富太郎)도 1909년에 여기로 신혼여행을 와서 이를 발견하고 깊은 산에서 자생한다고 미야마기리시마(ミヤマキリシマ) 즉 심산무도(深山霧島)라는 일본 이름을 붙이고 1914년에 위에서 언급한 학명으로 명명한 것이다. 그런데 이 수종은 꽃 색상이 단조롭게 거의 대부분 자홍색이라는 점과 개화 시기가 5~6월로 늦다는 점을 제외하면 무도철쭉 즉 기리시마와 매우 비슷하다. 그렇다면 발견 당시 마키노는 이를 기리시마(霧島)철쭉의 자생지라고는 왜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아닌게아니라 마키노뿐만 아니라 다른 학자들까지 참여하여 이 수종의 정체 파악에 나서 기리시마의 변종 또는 영산홍의 변종이라는 등 많은 논란이 있다가 나중에는 기리시마가 오히려 이 미야마기리시마의 변종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이 심산무도철쭉이 캠퍼철쭉과 더불어 기리시마 즉 무도철쭉의 부모종이라는데 대체적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규슈의 기리시마산군의 저지대에 주로 자생하며 4월부터 붉은 색의 꽃이 피는 캠퍼철쭉과 기리시마산군의 고지대 거의 정상 부근에서 주로 자생하는 6월에 자홍색 꽃이 피는 구주철쭉이 그 중간 지대에서 만나 자연교잡이 이루어져 5월에 보다 다양한 색상의 꽃이 피는 교잡종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기리시마 즉 무도철쭉이라는 것으로 인식하면 되겠다.

 

마키노 도미타로(牧野富太郎)가 묘사한 내용
기리시마산의 고지대에는 자색 구주철쭉이 자생하고 저지대는 홍색 캠퍼철쭉이 자라며 가운데서 자연교잡이 이루어져 무도철쭉이 탄생하였다는 것이다.

 

이 구주철쭉은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수종으로서 일본에서도 눈에 잘 뜨이는 인기 수종도 아니고 그다지 자랑하는 수종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슈 기리시마산군 즉 아소산(阿蘇山) 구중산(九重山) 운선악(雲仙岳) 학견악(鶴見岳) 정상 부근 능선에 넓게 퍼져서 자생하는 군락지 모습을 보면 놀랍기가 그지없다. 그래서 그 지역 나가사키현과 가고시마현에서는 현의 꽃으로 지정하고 있다. 그리고 영국 힐리에르종묘사에서 개발한 원예품종인 'Hillier's Pink'는 영국 RHS로부터 대상인 AGM을 수상한 바도 있다. 그동안 일본에는 우리나라보다는 다양한 식물이 분포하는 줄은 알았지만 진달래속 또한 이렇게 다양하고 아름다운 수종이 많다는 점에서 또 한번 놀라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사시사철 아름다운 우리나라 금수강산을 보고서 감탄하지 않는 민족은 세상에서 일본 사람들뿐인 것 같다. 봄의 꽃을 봐도 가을의 단풍을 봐도 그들 특유의 예의상 제스처 외에는 더 이상의 진심으로 감동한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하늘은 그들에게 태풍과 지진을 준 대신에 아름다운 자연을 줘서 달래는 것 같다. 동백에 매화, 벚꽃 그리고 철쭉과 등나무에 수국까지 게다가 장미 재배에도 적합한 기후에다가 겨울에 빨간 열매가 달리는 동경시내 상록 가로수들 그리고 가을에 아름다운 단풍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정말 외래종 목련 하나 외에는 우리가 자랑한 만한 것이 생각나지 않는다.

 

Rhododendron kiusianum 'Hillier's Pink' - RHS AGM 수상 품종
구주철쭉 군락지

구주철쭉은 자홍색이 기본색이라고는 하지만 백색이나 겹꽃이 피는 변종이 있고 복숭아와 같은 연분홍색이나 보라색 꽃이 피는 원예품종들도 있다. 이렇게 되면 기리시마 즉 무도철쭉들과 구분이 정말 쉽지 않다.

 

등록명 : 구주철쭉

학   명 : Rhododendron kiusianum Makino

분   류 : 진달래과 진달래속 상록 관목

그   룹 : 아젤레아, 영산홍아속

원산지 : 일본 규슈

일본명 : 미야마기리시마(ミヤマキリシマ) = 심산무도(深山霧島)

영어명 : Kiusianum Azalea

중국명 : 구주두견(九州杜鹃)

수   고 : 1m

잎특징 : 길이 1.2cm, 장타원형, 호생, 지단 근윤생, 선단 뾰족, 무거치, 털

꽃차례 : 가지 끝 산형화서 2~3송이

꽃색상 : 자홍색, 도홍색

꽃특징 : 지름 2~3cm, 깔때기 모양, 5렬, 위쪽 기부 반점

수   술 : 5개

열   매 : 삭과

독   성 : 특별한 언급은 없으나 그렇다고 꽃을 식용한다는 이야기도 없다.

내한성 : 영하 23도

 

구주철쭉
구주철쭉
구주철쭉
구주철쭉
구주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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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구주철쭉의 원예품종 일부를 구경한다.

 

구중(九重)
무선(舞扇)
심산의 거농(深山の裾濃)
심산의 연(深山の宴)
심산자(深山紫)
학옹(鶴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