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드디어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는 진달래속 관목 영산홍의 정체 파악에 나선다. 우리 주변의 크고 작은 공원이나 한강의 올림픽도로변 여기저기에 큰 무더기로 심어져 있는 영산홍을 모르는 우리 국민은 없을 것이다. 도로변뿐만 아니라 주택을 건축하면 으레 마당 한 편이나 석축 사이에 소위 메지목(目地木)으로 심는 수종이 바로 영산홍이다. 그 이유는 영산홍이 가장 생명력이 강하여 한 번 심으면 더 이상 손 갈 일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필요하다면 일년에 단 한 차례 꽃이 진 다음 전정만 해주면 일년 내내 물 한 번 안 줘도 잘 사는 수종이 바로 영산홍인 것이다. 그래서 좀처럼 죽지 않는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다시 구매할 일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가격도 싸다. 그런데도 이 수종이 봄에 무리 지어 꽃을 활짝 피우면 그 아름다움은 어느 꽃나무 못지 않다. 따라서 가성비로 따지면 최고의 꽃나무 중 하나임이 분명한데도 너무나도 흔하여 대접을 제대로 못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마치 길거리 바구니에 심어져 여름부터 초겨울까지 끊임없이 풍성하게 꽃을 피우지만 너무 흔해 귀한 대접을 못 받는 사피니아 즉 Petunia Surfinia Series와 비슷한 처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둘 다 일본에서 개발된 대단한 품종이라는 점이 같다.
그런데 우리나라 전역에 그렇게 흔하게 심어져 있는 영산홍의 정체를 속시원하게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 사람도 근본이 없으면 대접을 못 받는다. 근본이란 여러 뜻이 있겠지만 한 마디로 말하면 족보를 말한다. 식물 또한 다르지 않다. 식물도 근본 즉 족보를 모르면 잡목 취급을 받는다. 잡초라는 것이 원래부터 정해진 것이 아니고 사람들이 이름을 모르면 잡초가 되는 것이다. 이름을 알면 화초나 야생화로 대접받는 것과는 엄연히 신분이 다르다. 그러므로 우리 일반인들은 자기가 구입하여 재배하는 식물의 이름 정도는 알아야 하는 것이 식물에 대한 예의이고 소비자로서의 당연한 권리이다. 무작정 모양만 보고 식물을 구입하고서는 나중에 꽃이 아름다워 자랑하려고 하여도 근본을 모르니 뒤늦게 이름을 파악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종종 본다. 그러니 처음부터 근본 즉 이름을 모르는 식물은 웬만해서는 구입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화원에서 이름을 알려고 노력할 것이다. 세상에 우리나라에 지천으로 깔린 것이 영산홍인데 이 수종의 족보를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니 이게 말이 되나 싶다.
우선 영산홍은 한자로 映山紅으로 쓰며 이는 중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쓰던 용어로서 과거에는 두견(杜鵑)이나 철쭉(躑躅)과 같은 의미로 진달래속 전체를 통칭하는 용어로 쓰였으며 최근에 와서는 굳이 특정 수종을 지칭하라면 중국에서 두견(杜鵑)이라고 하는 심스아잘레아 즉 Rhododendron simsii의 별명으로 쓰인다. 이 말이 우리나라에도 오래 전에 두견이나 철쭉과 같이 전래되어 주로 붉은 꽃이 피는 수종에 두루 쓰이다가 조선시대 초기에 특별히 일본에서 도입된 철쭉의 일종에다가 붙였기 때문에 그 이후로는 주로 일본에서 도입된 특정 수종을 지칭하는 말로 변하게 된다. 그런데 조선 세종부터 연산군시대 즈음에 대량 도입되었다는 영산홍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모르니 정확한 수종을 알 수가 없어 요즘 시중에서 영산홍이라고 하면서 도로변에 많이 심는 수종과 동일한 수종인지조차도 모른다. 그러던 차에 1982년 안학수 등에 의하여 발간된 한국농식물자원명감에서 일본에서 사츠키(サツキ)라고 발음하고 고월(皐月)이라고 쓰는 Rhododendron indicum을 영산홍이라고 하였다. 그에 근거하여 현재 우리나라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영산홍이 바로 일본의 사츠키(サツキ)라고 그 원예품종을 셋이나 등록하고 있으므로 너도나도 그렇게 알고 있어 나 자신도 그런 내용으로 한두 번 언급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일본 철쭉들을 하나하나 파악해 들어가 보니 이건 아니다 싶다. 결론부터 말하면 연산군이 도입하여 심었다는 영산홍도 그리고 현재 도로변이나 주변에 여기저기에 많이 심어져 있는 영산홍도 일본의 사츠키(皐月)는 절대 아니다.
우선 지금 현재 국내서 흔하게 보이는 영산홍은 실물이 있으므로 그 정확한 이름을 파악하기는 그다지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 연산군이 도입하였다는 그 영산홍은 그 때 심은 고목이나 그 후손이 어디서 나타나지 않으면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하지만 최소한 둘 다 일본의 사츠키는 아니라는 것은 알 수가 있다. 일본 사츠키는 주로 오월에 꽃이 핀다고 한자로 고월(皐月)이라 쓴다. 한자 皐(고)는 원래 중국 사서 이아(爾雅)에 근거하는 말로서 一二三四五 등으로 쓰기 전에 월(月)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일년 12달을 陬如寎余皋且相壯玄陽辜涂(추여병여고차상장현양고도) 월(月)이라고 썼던 것인데 나중에는 중국보다는 일본에서 약간 변형하여 많이 써 일본식 용어인 줄로 아는 중국인들도 많다. 이건 아라비아 십진법이 도입되기 전에 숫자의 개념에 관련된 것이므로 난해하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도 과거 백제의 관직인 달솔 은솔 덕솔이 바로 천부장 백부장 십부장을 뜻하는 숫자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에서도 5월을 고월(皐月)이라고 하고 모내기 하는 달이라고 早苗月이라고 풀이하여 사나에츠키라고 하다가 사츠키로 발음이 변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사츠키에 꽃이 핀다고 영산홍을 사츠키로 불렀다는 것이다. 이상 장황하게 설명하였지만 요지는 일본 사츠키는 5월에 꽃이 핀다는 것인데 여기서는 양력이 아닌 음력을 말한다. 따라서 양력으로 6월에 꽃이 피는 수종이 바로 사츠키이므로 우리나라 전역에 심어져 있는 영산홍은 물론 조선조 연산군때 도입된 영산홍도 이에 부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현재 식재된 영산홍은 대개 4월 또는 5월 초에 꽃이 피므로 일본의 사츠키가 될 수는 없고 조선시대의 영산홍도 진달래보다는 늦지만 철쭉보다는 꽃이 일찍 핀다고 1614년에 쓰여진 이수광(李睟光)의 지봉유설(芝峰類說)에 분명하게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 왜 이 사츠키를 영산홍이라고 하였을까? 그 이유는 일본에서는 이 학명 Rhododendron indicum인 이 수종을 주로 정명인 사츠키(サツキ)라고 부르지만 드물게 별명으로 영산홍이라고도 부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일본의 5월철쭉이 졸지에 영산홍이 되어 버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영산홍이라는 이름을 정명으로 쓰는 수종은 중국과 일본에는 없고 중국에서는 두견(杜鵑)이라고 부르는 심스아잘레아를 별명으로 드물게 영산홍이라 부르고 일본에서는 사츠키를 별명으로 영산홍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는 일본의 사츠키의 정명을 영산홍이라고 등록한 것이다. 그런데 과거 연산군이 영산홍이라고 불렀던 수종과 사츠키가 동일한 종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데 그것도 아닌 일본의 오월철쭉에다가 영산홍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게다가 최근에 대량으로 재배되어 도로변이나 크고 작은 녹지에 엄청나게 심어져 있는 관목을 대부분 영산홍이라고 하는데 이 수종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시중에서 영산홍이라고 부르는 종이 따로 있고 조선시대 도입된 영산홍이 다르며 국표식에 등록된 영산홍이 각각 달라 모두 3종류의 영산홍이라는 이름이 난립하고 있어 혼란스러운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본에서 사츠키라고 부르는 학명 Rhododendron indicum인 관목이 엄연히 존재하며 국내에도 일부 도입되어 주변에서도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므로 일단 국표식에 영산홍이라는 정명으로 등록된 일본의 사츠키를 먼저 파악하고 나중에 시중에서 영산홍이라고 하는 수종의 진짜 정체를 파악하기로 한다. 일본 관동이서에서 규슈남부까지에 걸쳐서 깊은 산 계곡 주변 바위에 붙어서 주로 자라는 이 영산홍은 물을 좋아한다는 점에서는 우리 수달래 즉 산철쭉과 비슷한 특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가고시마현 앞바다에 있는 섬 야쿠시마에 많이 자생하는 이 사츠키는 척박한 환경인 바위 표면에 붙어서도 잘 자라므로 태생적으로 분재에 적합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일본 에도 중기에 일어난 쯔쯔지 붐을 타고 많은 원예품종들이 개발되어 현재까지도 분재로 인기가 매우 높으며 특히 타 수종들과의 교잡종 개발에도 많이 이용된다고 한다. 수백 종의 품종이 개발된 사츠키는 분재 외에도 도로변이나 정원수로도 심는데 키는 주로 1m까지 자라고 상록인 잎이 단단하고 광택이 있으며 줄기가 약간 옆으로 퍼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 외에는 상록 쯔쯔지들과 외형상 구분하기 쉽지 않아서 일본에서도 여타 쯔쯔지에 비하여 한 달이나 늦은 개화시기로 구분하는 실정이다. 이 말은 비슷한 상록 철쭉이 많은 일본 수종들 사이에서 그렇다는 말이지 상록 진달래가 드문 우리나라 자생종들과는 구분이 어렵지 않다.
우리나라에 원종은 등록되어 있지 않고 그 원예품종만 3종이 등록되어 있는 영산홍 즉 사츠키는 식물분류학상 매우 중요한 수종으로 간주된다. 우선 린네가 식물분류학을 창설하면서 1753년 Azelea속을 신설할 때 명명한 5종 중에 하나이며 나중에 Rhododendron속으로 편입된 후에도 8개의 아속 중 하나인 Tsutsusi(쯔쯔지)아속 및 그 하부 Tsutsusi조의 모식종이 바로 이 사츠키 즉 영산홍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식물분류학적인 용어는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진달래속을 로도덴드론과 아젤레아로 구분하여 부를 때 아젤레아의 대표적인 수종이 바로 이 영산홍이 되는 것이다. 이 사츠키는 1833년 Mr. M’Killigan이라는 식물채집가가 수집하여 영국 첼시에 있는 Knight’s nursery로 보내진 것이 영국 최초라고 하는데 그 Knight’s nursery가 나중에 비치 가문에게 넘어가는 바로 그 Royal Exotic Nursery이다. 영국 비치가문이 세계 최고의 원예가문이 된 데에는 이런 역사가 있는 것이다. 여하튼 그렇다면 일본 근처에도 와본 적도 없는 린네가 어떻게 1753년에 Azalea indica L.라는 학명을 이 수종에게 부여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종소명은 왜 일본이 아닌 인도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것은 이미 일본에서 전래되어 인도네시아에서 재배되던 이 수종을 1680년에 네덜란드 상인들이 가져간 기록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당시 네덜란드인들은 인도네시아도 인디아로 불렀다고 한다. 그러다가 1830년 영국 식물학자인 Robert Sweet(1783~1835)에 의하여 로드덴드론속으로 편입되어 현재의 학명 Rhododendron indicum (L.) Sweet로 재명명된 것이다. 이와 같이 이미 인도네시아에 최소한 1680년 이전에 전래된 이 사츠키가 인접한 우리나라에는 그 훨씬 이전에 도입되었을 터인데 아직까지 사츠키 원종이 우리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록조차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은 것 같아서 참으로 아쉽다.
등록명 : 영산홍(映山紅)
학 명 : Rhododendron indicum (L.) Sweet
분 류 : 진달래과 진달래속 상록 관목
그 룹 : 아잘레아, 영산홍아속
원산지 : 일본 관동이서, 야쿠시마
일본명 : 사츠키(サツキ) = 고월(皐月), 영산홍
중국명 : 고월두견(皋月杜鹃)
수 고 : 1~2m
줄 기 : 다분지, 소기견경, 초시 홍갈색 조복모 밀생, 후 무모
잎특징 : 지단 집생, 근혁질, 협피침형 도피침형
잎크기 : 1.7~3.2(4.5) x 0.6cm
잎모양 : 선단둔첨, 기부협설형, 변연 세원치상 거치
잎색상 : 상면 심록색, 광택, 거친복모 소생, 하면 창백색
잎면맥 : 중륵 상 오목 하 볼록, 하면측맥 흐림, 양면 홍갈색 조복모 산생
잎자루 : 2~4mm, 홍갈색조복모
화 아 : 난구형, 인편활란형, 선단급첨, 외면 선단 모
꽃차례 : 지정 1~3송이
꽃자루 : 6~12mm, 백색 조복모
꽃받침 : 5렬, 타원상난형 근원형, 2~3 x 1.5~2mm, 담록색, 백색유모
꽃부리 : 선홍색, 장미홍색, 넓은 깔때기형, 길이 3~4cm, 지름 3.7(6)cm
화관관 : 1.3cm, 열편 5, 광타원형, 1.7~2 x 1.6cm, 심홍색 반점
수 술 : 5, 부등장, 1.6~2.2cm, 화관보다 짧음
화 사 : 단홍색, 중부이하 미유모, 화약 심자갈색, 3mm, 기부세첨두
자 방 : 3.5mm, 밝은갈색 조복모 밀생
화 주 : 2.3(4.5cm), 수술보다 김, 무모
열 매 : 삭과, 장원상난구형, 6~8mm, 홍갈색평첨복조모 밀생
개화기 : 5~6월
수 명 : 70~80년 추정
내한성 : 영하 23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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