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진달래과 진달래속/영산홍아속

1356 영산홍의 정체는 일본 히라도철쭉 오-무라사키(大紫) 품종

낙은재 2021. 3. 4. 11:42

히라도철쭉(平戸躑躅) 오-무라사키(大紫) 품종 
히라도철쭉(平戸躑躅) 오-무라사키(大紫) 품종
히라도철쭉(平戸躑躅) 오-무라사키(大紫) 품종

이제는 일본 에도(江戶)시대 중기부터 주목을 받았다는 히라도쯔쯔지(ヒラドツツジ) 에 대하여 알아보자. 이 수종은 일본의 규슈의 남서쪽 나가사키현 끝에 있는 히라도(平戸)성의 무사들 집안에서 재배하던 수종으로서 에도시대 중기인 1712년에 출간된 화한삼재도회(和漢三才図会)라는 도감에 히라도쯔쯔지(平戸躑躅) - 류큐철쭉(琉球躑躅)은 단판에 백색이라고 묘사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건 백색 꽃이 피는 류큐철쭉 즉 백철쭉을 말하는데 초기에는 류큐철쭉도 히라도철쭉의 범주에 포함하여 인식하였던 것이다. 히라도섬(平戸島)은 지리적인 이점으로 예로부터 교역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오키나와 제도 원산 케라마철쭉(ケラマツツジ, 慶良間躑躅)과 중부일본 원산 거미철쭉(モチツツジ, 黐躑躅) 서부일본 원산 키시쯔쯔지(キシツツジ, 岸躑躅) 그리고 타이완과 중국 광동 원산인 심스아잘레아 즉 중국명 두견(杜鵑) 등 각지의 철쭉이 반입되어 사원이나 사무라이 가문의 저택에서 재배되어 왔다고 한다. 그러다가 그들 이종간에 복합적인 자연교잡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서 이들 가운데 특히 아름다운 수종들만 계속 선발하여 재배하였기에 히라도지방 특유의 다양한 색상의 큰 꽃이 피는 다수의 변종이 탄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히라도철쭉과 구루메철쭉 그리고 기리시마철쭉 등 일본 유명 철쭉의 원산지는 모두 온난한 기후인 규슈섬에 있다.  

그러니까 히라도철쭉은 하나의 특정 품종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고 그 당시 히라도 지역에서 개발된 대규모 원예품종 그룹을 이르는 말인데 그 종류가 일이십 종이 아니고 수백 종이나 된다. 1951년에 이들 중 300종을 선발하여 품종명을 부여하고 이를 시화로 지정한 히라도시에서는 시내 사키카타공원(崎方公園)에 종류마다 심어서 히라도철쭉 원목원이라 부른다고 한다. 히라도철쭉의 가장 큰 특징이 꽃이 크고 색상이 다양하고 추위와 가뭄 그리고 공해에 강하여 어디서든 잘 자란다는 점이다. 바로 이점 때문에 정원이나 석축 외에도 도심 도로변이나 작은 공원 등에 심기에도 매우 적합하므로 인기가 높아 전세계에 널리 보급된 것이 아닌가 한다. 히라도철쭉은 여러 수종이 함께 재배되면서 자연적으로 교잡된 것이므로 품종에 따라서 실질적인 부모종은 각각 다를 수가 있다. 예를 들면 일본에서 가장 많이 심는 자홍색 큰 꽃이 피며 생명력이 매우 강한 오-무라사키(おおむらさき, 大紫)라는 품종이 있는데 이 품종의 경우는 빨간 큰 꽃이 피는 케라마철쭉(ケラマツツジ, 慶良間躑躅)과 흰 꽃이 피는 류큐철쭉(琉球躑躅)간의 교잡종이라고 한다. 바로 오-무라사키(大紫) 품종이 국내에 와서 영산홍이라고 불리는 수종들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1970년 이전에는 분재용으로 소량 도입되던 일본 철쭉이 1970년 이후에는 조경용 목적으로 대량으로 다양한 품종이 도입되어 우리가 영산홍이라고 일반적으로 부르는 수종이 결코 한둘이 아니지만 가장 많이 심어지는 대표적인 품종이 바로 학명 Rhododendron x pulchrum으로 표기하는 일본 히라도철쭉 중 오오무라사키(大紫) 품종이라는 것이 드디어 판명된 것이다. 이 품종을 일부에서는 자색 꽃이 핀다고 자산홍(紫山紅)이라고도 하는데 춘향가에 나오는 자산홍과 같은 종인지는 알 수가 없다.

 

오-무라사키 즉 영산홍의 부모종인 케라마철쭉(慶良間躑躅)과 류큐철쭉(琉球躑躅) = 백철쭉

오-무라사키는 그러니까 일본 히라도철쭉 300종 중 하나인데도 히라도철쭉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 전체 쯔쯔지 즉 철쭉의 대표적인 수종으로 인식되어 있다. 그 이유는 4~5월에 선명한 보라색 꽃이 피는데 철쭉류 중에서는 가장 큰 지름  10cm의 꽃을 피운다. 게다가 추위에도 강하고 공해에도 강하여 사후 관리가 거의 필요 없어 그냥 두어도 그야말로 저절로도 잘 자란다. 그래서 일본에서도 그 품종 자체는 매우 우수하지만 너무 흔하기 때문에 대접이 소홀하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길거리 가장자리에 심는 철쭉류 중에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품종이 바로 이 오-무라사키인데 너무 흔해서 그 진가를 제대로 몰라주는 처지는 일본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앞 게시글에서 영산홍은 마치 여름부터 초겨울까지 끊임없이 풍성한 꽃을 피워도 귀한 화초 대접을 못 받는 사피니아와 처지가 매우 비슷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사피니아 - 흔하지만 귀한 대접을 받을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화초이다. 

히라도철쭉의 학명은 영국 식물학자인 Robert Sweet(1783~1835)에 의하여 1831년 Rhododendron pulchrum Sweet라고 명명된 것인데 종소명 pulchrum은 영어로 Handsome 또는 pretty라는 의미로 누가 봐도 아름답게 느낀다는 것을 시사한다. 하나의 원종으로 인정할 수가 없었던지 곧이어 1834년 스코틀랜드 식물학자 George Don (1798~1856)이 영산홍 즉 일본 사츠키의 변종이라고 Rhododendron indicum var. pulchrum (Sweet) G. Don라는 학명을 발표한다. 그러다가 현재는 원종이 아닌 교잡종으로 분류하여 Rhododendron x pulchrum으로 표기를 한다. 그런데 우리 국내서 일반인들에게 영산홍으로 불리는 오-무라사키 품종은 1917년 일본 식물학자 마키노 도미타로(牧野富太郎, 1862~1957)가 별도의 원종으로 분류하여 Rhododendron omurasaki Makino라는 학명을 발표한 바도 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아직도 오-무라사키를 히라도와는 별개의 종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일본에서는 마키노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결국 앞 스위트가 발표한 학명 Rhododendron pulchrum로 통합되어 히라도철쭉의 원예품종 중 하나로 분류되고 있다.

 

오-무라사키 품종을 제외하면 히라도철쭉의 대표격인 품종인 아케보노

그런데 중국에서도 이 품종을 자기들 중남부지역에서 자생하던 자생종이라고 등록하고 있는데 지금 현재는 야생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실토한다. 그런데 그 실물 모습이 우리나라 길거리서 많이 보던 소위 영산홍이라는 것과 너무나도 똑 같다. 과거 일본에서 건너갔거나 아니면 실제로 중국 자체에서 나타난 종이라면 중국에서도 고월두견(皋月杜鹃)이라고 불리는 영산홍과 백화두견(白花杜鹃)으로 불리는 류큐철쭉간에 교잡이 이뤄져 탄생한 것으로 추측하는 학자도 있다. 여하튼 중국에서는 이 수종을 금수두견(锦绣杜鹃) 또는 선염두견(鲜艳杜鹃)이라고 매우 아름다운 철쭉이라는 뜻으로 부른다. 그러니까 중국의 금수두견은 일본의 히라도철쭉 중에서 대표적인 품종인 오-무라사키(大紫)만을 지칭하는 것이므로 우리나라에서 일반인들이 영산홍이라고 부르는 홍자색 꽃이 피는 품종 그 자체와 거의 동일하다고 보면 되겠다.

 

중국에서는 금수두견(锦绣杜鹃) 또는 선염두견(鲜艳杜鹃)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소위 영산홍과 모습이 같다.

그럼 결국 학명을 붙인 서양인도 그렇고 자기들 자생종이라고 인식하는 중국인들도 그렇고 이 수종의 평가는 한결같이 그 아름다움에 대한 칭송 일변도이다. 이런 수종에다가 꽃이 한번 피면 온 산을 훤하게 붉게 물들일 정도라는 뜻의 이름인 영산홍(映山紅)이라는 이름이 정말 어울린다고 판단된다. 게다가 과거 우리 선조들이 기록에 나오는 영산백(映山白)이라는 이름까지 백철쭉에다가 붙인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 같다. 원래 오-무라사키는 일본에서도 부모종인 류큐철쭉 즉 백철쭉과 주로 함께 식재되며 우리나라 또한 다르지 않다. 게다가 조선시대 자료에도 영산백은 영산홍과 같이 귀하다고 언급이 된다. 따라서 백철쭉을 영산백이라고 하고 오-무라사키를 영산홍이라고 한다면 그야말로 어울리는 이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국내에 그다지 흔하지도 않은 일본 사츠키에다가 1982년에 안학수 선생 등이 영산홍이라는 이름을 붙여버렸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물론 사츠키도 대단하게 아름다운 수종이기는 하지만 국내서는 보편성이 떨어지므로 일본과 중국 이름을 따라서 그냥 오월철쭉이라고 했어도 충분하였을 것을 말이다. 그리고 시중에 여기저기 심어진 철쭉 무리 중에서 홍자색 꽃이 피는 종이 모두 일본의 오-무라사키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심어진 종이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로 1970년 이후 대량 도입하여 심은 종 중에는 기리시마 품종도 있고 사츠키 품종도 있으며 그 외 대만 원산의 다른 품종도 간혹 섞여 있는 것이다.

 

수종명 : 히라도철쭉(平戸躑躅) 오-무라사키(大紫) 품종

일반명 : 영산홍, 자산홍

학   명 : Rhododendron x pulchrum cv. Oomurasaki

이   명 : Rhododendron x pulchrum cv. oh-murasaki

이   명 : Rhododendron omurasaki Makino

분   류 : 진달래과 진달래속 상록 관목

그   룹 : 아잘레아, 영산홍아속

원산지 : 일본 히라도섬에서 발견된 자연 교잡종

부모종 : 케라마철쭉(慶良間躑躅) x 류큐철쭉(백철쭉)

일본명 : オオムラサキ ツツジ(大紫躑躅)

중국명 : 금수두견(锦绣杜鹃), 선염두견(鲜艳杜鹃)

대만명 : 염자두견(豔紫杜鵑)

영어명 : Oh-murasaki Tsutsuji

수   고 : 1.5~2.5m

잎크기 : 2.5~7 x 1~2.5cm

꽃차례 : 산형화서 정생, 1~5송이

꽃특징 : 장미자색, 지름 6~10cm, 수술 10 근등장

개화기 : 4~5월

내한성 : 전국 노지월동 가능

특   징 : 식물 전체에 선모가 없어 류큐철쭉 즉 백철쭉과 구분이 된다.

 

히라도철쭉(平戸躑躅) 오-무라사키(大紫) 품종
히라도철쭉(平戸躑躅) 오-무라사키(大紫) 품종
주로 백철쭉과 함께 심지만 같은 종은 아니고 백철쭉이 영산홍의 부모종이다.
앞에 보이는 것은 무도철쭉(기리시마) '기린'인데 영산홍 백철쭉과 함께 핀다.
오-무라사키(영산홍)와 류큐철쭉(백철쭉) 그리고 히라도철쭉 아케보노
오-무라사키(영산홍)와 류큐철쭉(백철쭉) 그리고 히라도철쭉 아케보노가 어울어진 모습

 

오-무라사키 왼쪽 가운데 홍색은 다른 품종으로 보인다.
오-무라사키(영산홍)와 류큐철쭉(백철쭉) 그리고 히라도철쭉 아케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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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학명 Rhododendron x pulchrum인 교잡종 히라도철쭉의 원예품종들 일부이다. 다양한 부모종으로부터 교잡이 이루어져 탄생한 품종들이므로 특성이 많이 다르고 내한성 또한 강한 품종도 있지만 약한 품종도 많다.

 

서(曙) 아케보노(あけぼの)
백묘(白妙) 시로타에(しろたえ) - 꽃 느낌이 백철쭉과 약간 다르지만 그래도 구분하려면 잎이나 꽃자루 등에 선모가 있으면 백철쭉이다.
고하금(古賀錦) 코가니시키(こがにしき)
은마(銀の摩) 긴노사이(ぎんのさい)와 무자(舞姿) 마이스가타(マイスガタ) - 이질감이 있는 특이한 품종들이다.
기구희(企救姫) 키쿠히메(きくひめ) - 왜성종
수(寿) 코토부키(ことぶき)
천중대자(千重大紫) 센에오-무라사키(センエオオムラサキ)
류구교(琉球絞) 류큐시보리(りゅうきゅうしぼり)와 수마(須磨) 스마(すま)
적(赤)
적(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