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진달래과 진달래속/영산홍아속

1346 만첩산철쭉 - 산철쭉의 변종이면서 원종 취급 받는 우리 고유종

낙은재 2021. 2. 20. 11:24

만첩산철쭉
만첩산철쭉

우리나라에 진달래속으로 등록된 수종들은 대부분 크게 4개의 아속으로 구분할 수 있다. 워낙 320종이나 되는 많은 수종이 등록되어 있으므로 나름대로 동질성이 있는 수종들을 묶어서 파악하는 것이 이해하기 쉽기 때문에 이 아속(亞屬)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 4개의 아속이 다름 아닌 철쭉아속과 영산홍아속 그리고 만병초아속과 두견아속인데 서양에서는 전자 둘을 묶어서 아잘레아라고 하며 후자 둘은 로도덴드론이라고 말한다. 그럼 앞에서 철쭉아속은 탐구를 마쳤으므로 이제부터는 영산홍아속을 시작한다. 철쭉아속에는 우리 자생종으로는 철쭉 즉 연달래와 그 변종인 흰철쭉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일본에서 도입된 홍황철쭉도 철쭉아속으로 포함되었다. 영산홍아속에는 우리 자생종으로는 산철쭉과 만첩산철쭉 흰산철쭉 등 3종과 한라산에 자생하는 참꽃나무 그리고 백두대간에 자생하는 흰참꽃나무와 그 변종이라는 세잎참꽃 등 모두 6종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 자생종은 아니지만 재배 역사가 긴 영산홍도 당연히 이 영산홍아속으로 분류된다. 그 외에도 중국에서 두견(杜鵑)이라고 불리는 수종이 두견아속이 아닌 이 영산홍아속으로 분류되는데 우리나라 등록명은 심스아잘레아이다. 철쭉아속의 모식종은 유럽 원산의 노랑철쭉인데 낙엽성에 수술이 5개이며 화아(花芽) 아래 측아(側芽)에서 가지가 나온다. 그리고 영산홍아속의 모식종은 일본 영산홍이며 특징은 반상록성에 수술이 5개이며 꽃과 가지가 동일한 정아(頂芽)에서 나온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철쭉아속으로 분류되는 우리나라 철쭉과 영산홍아속으로 분류되는 산철쭉은 모두 수술이 10개로 어느 쪽과도 완전 부합하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우리 자생종만 두고 봤을 때는 이 아속구분법은 딱 맞는 구분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학명 Rhododendron yedoense인 만첩산철쭉부터 시작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산철쭉이 원종이고 만첩산철쭉이 겹꽃이므로 변종일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실제로 학명을 보면 만첩산철쭉이 원종이고 산철쭉은 그 하위 품종으로 되어 있어 그 반대라는 것이 특이하다. 우리가 쓰는 용어 만첩(萬疊)은 만겹이라는 뜻으로 꽃잎이 여러 겹 구조로 되어 있다는 뜻의 한자어이다. 그런데 정작 중국에서는 만첩은 만첩청산(万叠青山)의 경우와 같이 겹겹이 둘러싸인 푸른 산 등에나 쓰고 두 겹 이상의 꽃잎을 말할 때는 중판(重瓣)이라는 표현을 쓴다. 일본 또한 중판(重瓣)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특별히 여러 겹을 강조할 때는 야에(八重) 즉 여덟 겹이라는 말을 주로 쓴다. 그리고 중국과 일본에서는 홑겹을 단판(單瓣)이라고 한다. 다른 것도 가끔 그렇지만 이상하게 식물에 관하여 우리가 언제부터인지 꽃잎이라는 뜻의 판(瓣)과 꽃의 송이라는 뜻의 타(朶) 자를 왜 잘 안 쓰는지 알 수가 없다. 그만큼 식물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그래서 가끔은 불편하다.

 

만첩산철쭉은 이렇게 암수술이 거의 퇴화되어 구실을 하지 못하므로 열매가 없다. 수술 10개 운운은 모두 산철쭉을 말한다.

우리나라에는 산의 계곡이나 물가에 홑겹 꽃이 피는 산철쭉이 흔하게 자생하며 그 10개인 수술 대부분이 꽃잎으로 변하여 꽃잎이 여러 겹인 변종 만첩산철쭉도 드물게 자생한다. 식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게 같은 종이라면 당연히 산철쭉이 원종이고 만첩산철쭉은 산철쭉의 변종 또는 원예품종일 것이라고 판단한다. 그리고 실제로 일본에서는 많은 도감에서 지금도 그렇게 설명하고 있다. 그 영향으로 서양에서도 그렇게 많이 판단한다. 그러므로 식물 구조상 온전하게 생식기관을 갖춘 산철쭉이 원종이고 열매를 맺지 못하는 만첩산철쭉이 변종이라야 마땅한데도 이상하게 학명 체계상으로는 거꾸로 되어 있다. 이 것은 만첩산철쭉이 일본인에 의하여 1884년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국제 전시회에 출품되면서 먼저 서양인들에게 선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러시아 식물학자 칼 맥스모비치 (Karl Maximovich, 1827~1891)에 의하여 1886년 Rhododendron yedoense라는 학명이 부여된 것이다. 그래서 학명도 동경의 옛 이름인 에도(江戸)에서 왔다는 뜻의 종소명을 붙인 것이다. 그 이전인 1860년대 초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적도 있는 칼 맥스모비치가 그 당시에는 홑겹 꽃이 피는 진짜 원종인 산철쭉이 우리나라에 흔하게 자생하는 줄을 몰랐던 것 같다.

 

그 후 홑꽃이 피는 산철쭉을 우리나라 북한산에서 발견하고서는 프랑스 학자가 Rhododendron poukhanense라는 학명을 최초로 부여한 것이 1908년이므로 만첩산철쭉에 비하면 22년이나 늦다. 그러다가 나중에 둘이 동일 종으로 판단되어 통합되면서 후순위 산철쭉이 선순위 만첩산철쭉의 하위 품종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뭐 식물에서 이렇게 족보가 꼬인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 학명상으로는 불임 변종인 설구화가 털설구화의 원종 노릇을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여러 고로쇠나무의 원종은 고로쇠나무가 아닌 털고로쇠나무이다.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부처꽃은 아예 털부처꽃으로 흡수 통합되고 말았다. 이렇게 식물의 족보에서는 명명 순서가 가장 중시 되므로 형태적으로 봤을 때 완전화가 피는 털설구화나 산철쭉같이 누가 봐도 원종임이 분명한데도 변종 취급을 받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한번 정한 이름은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그대로 유지하지 않으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수정해야 하는 엄청난 혼란을 초래하기 때문에 밀고 나가는 것이다.

 

이게 산철쭉이다.
산철쭉 - 낙엽성 관목으로서 홑겹에 수술이 10개이다. 촬영시간과 개화진행 시기에 따라 색상이 변한다.
산철쭉(좌)와 만첩산철쭉(중, 우)

글쎄 만첩산철쭉은 처음부터 야생에서 발견한 것도 아니고 모양으로 봤을 때 외국에서는 거의 원예품종으로 생각하여 야생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그렇게 흔한 수종은 아니라서 야생하는 것을 본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가끔 높은 산에서 발견하고 촬영한 사진들이 보인다. 결실이 부실한데 어떻게 야생에서 살아남는지가 궁금하다. 아니면 산철쭉이 지금도 가끔 겹꽃으로 갑자기 변한다는 것인가? 하여튼 이 부분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인간에 의한 분주나 삽목 등으로 번식이 가능하기에 우리 주변에서는 자세히 관찰하면 드물지 않게 보인다. 공원이나 수목원은 말할 것도 없고 주택이나 도로변 또는 골목길 석축의 틈새에도 심어져 있는 모습을 가끔 볼 수 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우리나라 민간 건축업자들은 그 틈새라는 뜻의 일본말 메지(めじ, 目地)를 가져와 뒤에 목(木)을 붙여서 신조어 메지목(めじ木)이라는 일본에서도 안 쓰는 용어를 만들어서 쓰며 주로 영산홍과 철쭉 그리고 회양목 등을 심는다. 이런 용도라면 천편일률적인 영산홍보다는 키가 작고 응달에서도 잘 자라는 우리 자생종 매화말발도리를 강추한다. 참고로 메지(めじ, 目地)의 우리말은 줄눈 또는 사춤이다.

 

우리 자생종 매화말발도리 - 야생에서는 바위에 붙어서도 잘 자라란다.

여하튼 산철쭉과 만첩산철쭉은 우리 고유종인데도 이를 일본에서도 자생하는 것으로 우리 도감에서 설명하고 있다. 정작 일본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원종인 만첩산철쭉은 위에서 언급한 이유로 비록 에도라는 학명이 붙었지만 일본에서는 요도가와철쭉 (ヨドガワツツジ)이라고 부르는데 정작 요도가와(淀川)가 뭔지 또는 어디인지가 확실치 않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만첩산철쭉이 우리나라에서 통하여 도입된 재배종이라고 밝히고 있으며 가끔 대마도에 많이 식재되어 있다는 정보도 보인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우리나라에서 대마도로 건너갔다가 수도인 오사카로 가서 물가를 좋아하는 습성 때문에 오사카시내를 흐르는 요도가와 하천변에 많이 심어져 있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일본에서는 산철쭉은 자체가 조선산철쭉(朝鮮山躑躅)이고 또 다른 변종이 하나 더 있는데 그 또한 이름이 탐라조선산철쭉(耽羅朝鮮山躑躅)이라서 우리 자생종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따라서 산철쭉은 원종과 변종 모두 우리 고유종이라고 함이 마땅하다.

 

조선 세종때 문신 강희안이 쓴 양화소록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세종 23년 즉 1441년에 일본국에서 철쭉을 몇 분 진상했는데 홑겹 석류색 큰 꽃이 너무 아름다워 자색 겹꽃인 우리나라 품종에 비하면 서시와 모모의 차이 그 이상이다.”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못 보던 새로운 꽃이 아름다워 보이는 법이라서 이해는 가지만 그렇다고 중국 최고의 미인 서시(西施)와 가장 추한 여인 모모(嫫母)에 비유한 것은 좀 심하다 싶기는 하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 비유는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 772~846)가 쓴 산석류기원구(山石榴寄元九)라는 시에 나오는 문구를 인용한 것이다. 백낙천은 연꽃과 작약도 두견화 앞에서는 모모에 불과할 뿐이라고 한 것이므로 만첩산철쭉을 모모에 비유한 것은 그리 큰 모욕은 아닌 듯 하다. 여하튼 그 당시 우리나라 궁에서 재배하던 철쭉은 겹꽃이었다는 것이므로 만첩산철쭉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래서 당연히 답례로 이 수종이 일본으로 건너갔을 것이며 그래서 대마도에 만첩산철쭉이 흔하게 재배되었을 것이다. 그게 당시 수도인 오사카 요도가와(淀川) 강가에서 자라다가 나중에 수도인 에도(江戸)에까지 가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것으로 추정이 된다.

 

그런데 일본에서 보내 온 왜철쭉은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나중에 실전되었다니까 알 길이 없지만 강희안(姜希顔, 1417~1464)이 심하게 평가절하한 만첩산철쭉은 일본으로 건너가 거기서는 아주 귀한 대접을 받아 지금도 우리나라 연달래와 더불어 철쭉의 여왕(躑躅の女王)이라는 호칭으로 불린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요도가와철쭉 외에 보탄쯔쯔지 (ボタンツツジ) 즉 모란철쭉(牡丹躑躅)이라고도 불린다. 만첩산철쭉의 겹으로 피는 꽃 모양이 마치 모란꽃을 많이 닮았기 때문에 아주 적절한 이름이라고 판단된다. 꽃이란 귀하게 키우면 귀한 것이고 천하게 굴리면 잡초에 불과한 것이다. 또한 남의 떡이 항상 커 보이는 법이라서 그런지 우리가 우리 고유종 산철쭉을 너무 홀대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만첩산철쭉은 단독으로 심어서 외대로 키우면 매우 아름다운 정원수가 된다.

 

이런 꽃모습에서 모란철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실제 모란 옆에서 핀 만첩산철쭉(우)
외대로 키운 아름다운 만첩산철쭉
양평 어느 농가 마당에 있는 만첩산철쭉의 대단한 모습, 개화 절정기에는 정말 아름답다.

학명 Rhododendron yedoense인 만첩산철쭉은 이명으로 겹산철쭉 겹철쭉과 두봉화가 있다. 그리고 그 품종 형식으로 학명 Rhododendron yedoense f. poukhanense가 부여된 산철쭉은 개꽃나무와 물철쭉이라는 이명이 등록되어 있다. 습지에서 잘 자라므로 물철쭉이라고 하는 것이고 먹지 못한다고 진달래의 참꽃나무에 대비하여 개꽃나무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만첩에만 해당되는 두봉화는 1996년 이우철박사가 중국 연변 조선족들이 부르는 이름이라고 추가한 것인데 중국에서는 긴 줄기 끝에 동그랗게 피는 꽃들을 종에 관계 없이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 굳이 한자로 표기하자면 두봉화(頭峰花)가 된다. 그럼 우리 이름 산철쭉은 언제 왜 붙었을까? 위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선조들은 산철쭉이라고 하지 않고 그냥 구분 없이 철쭉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과거 사료에 철쭉(躑躅) 두견화(杜鵑花) 영산홍(映山紅)은 등장해도 산철쭉(山躑躅)이라는 단어는 없다. 그런데 왜 갑자기 산철쭉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일까? 일단 국표식의 산철쭉은 1937년 정태현선생 등이 저술한 조선식물향명집에 근거를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것은 어느 지방의 향명이 아니고 일본에서 이 수종을 조선산철쭉(朝鮮山躑躅)이라고 하기 때문에 따라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는 산철쭉으로 불리는 수종이 매우 많다. 그 대표적인 종이 그냥 산철쭉(山躑躅)으로 불리는 종인데 이를 우리나라서는 일본산철쭉이라고 해도 되련만 캠퍼철쭉이라고 어렵게 부른다.

 

만첩산철쭉의 이런 모습 때문에 두봉화로 불리는 것 같다.
일본에서 산철쭉이라고 불리는 일본 자생종 캠퍼철쭉 

 

등록명 : 만첩산철쭉

이   명 : 겹산철쭉, 두봉화

학   명 : Rhododendron yedoense Maxim.

분   류 : 진달래과 진달래속 낙엽 관목

그   룹 : 아잘레아, 영산홍아속

원산지 : 우리 고유종

일본명 : 요도가와철쭉(淀川躑躅), 모란철쭉(牡丹躑躅)

영어명 : double-flowered Korean azalea

수   고 : 1~2m

줄   기 : 소지 갈모, 점성

잎특징 : 장협타원형, 도피침형 양끝이 뾰족, 3~8 x 1~3cm, 무거치

잎면모 : 백색모 이면 맥상 갈모 밀생

잎자루 : 1~5mm, 갈모

꽃차례 : 가지 끝에 깔대기형 꽃이 2~3송이 모여 피는 산형화서

꽃특징 : 겹꽃, 홍자색, 지름 5~6cm, 상측 꽃잎에 진홍색 반점

열   매 : 거의 달리지 않는다.

특   기 : 식물 전체에 독성이 있어 식용 금지

내한성 : 영하 34도

 

만첩산철쭉
만첩산철쭉
만첩산철쭉 - 자생 철쭉 종류가 많은 일본에서도 많이 심는다.
만첩산철쭉
만첩산철쭉 잎모습 - 양쪽 끝이 쐐기형인 것이 특징이다.
만첩산철쭉 동아 털로 덮여 있다.
만첩산철쭉 동아에서 꽃망울까지 
만첩산철쭉 - 대부분 열매를 맺지 못하고 불발에 그치고 만다. 이렇게 꽃이 핀 그 자리에서 가지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