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진달래과 진달래속/영산홍아속

1366 흰참꽃나무 - 백두대간 남단에 자라는 키도 작고 꽃도 작은 관목

낙은재 2021. 3. 12. 14:11

흰참꽃나무 - 잎 앞뒤면에 털이 있고 수술이 화관 밖으로 돌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흰참꽃나무 왼쪽은 5수성 오른쪽은 4수성이다.

 

 

우리나라에 참꽃이라는 말이 포함된 식물이름이 예상 외로 많다. 참꽃이라면 이른 봄에 그 꽃을 따 먹던 진달래만 생각하기 쉬우나 국표식에 등록된 식물 중에서 정명이던 이명이던 참꽃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이름은 모두 22개나 된다. 그 중에서 진달래를 지칭하는 참꽃이 워낙 널리 알려진 이름이라서 그런지 국어 사전에는 참꽃을 ‘먹을 수 없는 개꽃에 상응하는 먹을 수 있는 꽃’이라는 뜻으로 풀이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진달래를 제외한 참꽃으로 불리는 식물들 중 거의 대부분은 식용여부와는 거리가 있어 위 풀이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진달래속에서도 참꽃으로 불리는 수종이 진달래뿐만은 아니다.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참꽃나무와 한라산참꽃나무가 있고 백두대간 끝자락에 자생하는 흰참꽃나무가 있다. 북한의 백두산과 그 인근에서 자생하는 좀참꽃과 황산참꽃이라고 불리는 황산차도 있다. 그리고 경상북도와 충청도 강원도에서 자생하는 겨우사리참꽃으로 불리는 꼬리진달래도 있다. 이들 대부분은 외형적으로도 진달래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으며 그 중 일부를 차로 마시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식용과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참꽃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무조건 진달래이거나 그 변종일 것이라고 판단해서는 안되고 더구나 식용 가능한 식물이라고 함부로 판단해서는 절대 안 된다. 진달래속 식물에는 기본적으로 독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진달래속 외에 단풍나무 중에도 참꽃단풍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미국과 캐나다가 원산지로서 국내 일부에서 캐나다단풍이라고도 알려진 수종이다. 이 단풍나무의 꽃이 눈에 띄게 아름다워 꽃단풍 중에서도 으뜸이라는 뜻에서 붙인 이름으로 보인다. 나머지 초본들도 꽃받이속과 꽃마리속 그리고 꽃고비속 및 기생꽃속 식물 중 하나에 참이라는 접두사를 붙여서 참꽃받이 참꽃마리 참꽃고비 참기생꽃이라고 하는 것인데 여기서도 참꽃이라기보다는 여러 가지 이유로 그냥 진짜라는 뜻인 참(眞)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하나 흥미로운 것은 국화과 개꽃속에 개꽃이라는 한해살이풀이 있는데 그 이명 중 하나가 참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개꽃을 참꽃이라고도 한다는 말이므로 결국 개꽃과 참꽃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 되는데 이는 우리 조상들이 이미 불교의 높은 경지인 선악불이(善惡不二)의 진리를 터득하고 있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명으로 참꽃이라고 불리는 참기생초(좌)와 오른쪽은 국화과 개꽃속의 개꽃이라는 일년초인데 이 또한 참꽃이라고도 한다. 

 

 

이번에 다룰 진달래속 흰참꽃나무는 그 이름만 들었을 때는 참꽃나무로도 불리는 진달래의 흰색 꽃이 피는 변종이거나 아니면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정명이 참꽃나무인 수종의 흰색 꽃이 피는 종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실상은 이들 둘과는 전혀 무관한 하나의 독립된 별개의 종이다. 키가 0.5~1m에 불과한 나지막한 관목인 흰참꽃나무는 우리나라에서는 백두대간의 끝자락인 지리산과 덕유산 가야산 정상부근 바위틈에서 자생한다. 국내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희귀수종이지만 일본의 경우는 홋카이도에서부터 규슈까지 거의 전지역에서 자생한다. 이 수종은 원래가 백색 꽃이 피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왜 흰참꽃나무라고 이름을 붙여서 마치 참꽃나무의 변종으로 오해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참꽃나무로 불리는 진달래나 제주도 참꽃나무와 전혀 닮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우리 정명 흰참꽃나무는 정태현선생의 1942년 조선삼림식물도설에 근거하며 이명인 십자참꽃은 이창복선생의 1966년 한국식물도감에 근거하는데 왜 이렇게들 명명하였는지를 파악하려고 해도 국내 정보로는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이 수종의 학명 Rhododendron tschonoskii Maxim.는 1871년 러시아 식물학자 Carl Johann  Maximowicz (1827-1891)가 명명한 것인데 종소명 tschonoskii는 막스모비치의 일본 식물 탐사를 도운 일본 식물학자인 수가와 쵸우노스케(すがわ ちょうのすけ) 즉 수천장지조(須川長之助, 1842~1925)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 수종의 하얀 꽃망울이 쌀알같이 생겼다고 코메쯔쯔지(コメツツジ) 즉 미철쭉(米躑躅)이라고 쓴다. 그런데 일본에는 코메쯔쯔지의 3개의 아변종이 존재하는데 하나는 분홍색꽃이 핀다는 홍화미철쭉(紅花米躑躅) 즉 f. roseum이고 또 다른 하나는 삼출맥 큰 잎을 가진 대미철쭉(大米躑躅) 즉 var. trinerve이고 나머지 하나가 꽃부리가 길어 마치 한자 정(丁) 자와 같이 생겼고 화관과 수술이 각각 4개인 정자미철쭉(丁字米躑躅) 즉 var. tetramerum 이다. 일본에서는 이들을 각각 아변종으로 분류하지만 국제적으로는 삼출맥 큰 잎을 가진 Rhododendron tschonoskii var. trinerve 하나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원종에 통합시켜서 분류한다. 바로 이 삼출맥 잎을 가진 변종이 우리나라에도 우리 자생종으로 세잎참꽃이라는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지만 이를 묘사한 정보를 구경하기 어렵다. 이에 대하여는 다음 게시물에서 다룬다.

 

홍화미철쭉(紅花米躑躅)
정자미철쭉(丁字米躑躅)

 

 

여기서 일본의 미철쭉(米躑躅)을 왜 하필이면 헷갈리게 참꽃나무라고 하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앞에  ‘흰’이나 ‘십자’라는 접두사를 붙인 이유는 찾을 수 있다. 우선 일본의 분홍색 꽃이 피는 종인 홍화미철쭉(紅花米躑躅)에 대응하여 우리 자생종은 모두 흰 꽃이 피므로 흰참꽃나무라고 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창복박사가 말한 십자(十字)참꽃나무는 화관과 수술이 기본적으로 5개인 일본 미철쭉(米躑躅)에 대응하여 우리 자생종은 대다수 화관과 수술이 4개라서 꽃모습이 마치 십자와 같이 보여서 그렇게 부른 것 같다. 실제로 식물 애호가들이 백두대간 자생지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보면 꽃잎이 거의 모두 4개이고 수술도 4개이다. 그렇다면 일본 미철쭉(米躑躅)과는 약간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일본에서도 서일본쪽으로 갈수록 4수성 수종이 많이 분포한다고 한다. 그런데 십자(十字)는 일본의 정자미철쭉(丁字米躑躅)의 정자(丁字)에서 영향을 받아서 붙인 이름으로 보이지만 아이러니하게 십자라는 뜻의 변종명  tetramerum가 붙은 것은 바로 다름아닌 정자미철쭉(丁字米躑躅)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정자미철쭉의 화관과 수술이 항상 4개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삼출맥 변종 즉 세잎참꽃을 제외한 나머지 변종들이 모두 원종에 포함된 이상 Rhododendron tschonoskii는 백색 또는 분홍색 꽃이 피며 화관과 수술이 4~5개이므로 흰참꽃나무와 십자참꽃나무라는 이름이 우리 자생종에는 부합하지만 현재 통합된 수종에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 되어 버렸다.

 

왼쪽 국생정 도감은 화관 5개 수술이 4개이지만 오른쪽 조선비즈 사진은 화관과 수술 모두 4개이다.

 

 

등록명 : 흰참꽃나무

이   명 : 십자참꽃나무

학   명 : Rhododendron tschonoskii Maxim.

이   명 : Rhododendron tschonoskii f. roseum

이   명 : Rhododendron tschonoskii var. tetramerum

분   류 : 진달래과 진달래속 낙엽 관목

그   룹 : 아잘레아, 영산홍아속 

원산지 : 우리 자생종, 일본 전역

일본명 : 미철쭉(米躑躅), 홍화미철쭉(紅花米躑躅), 정자미철쭉(丁字米躑躅)

수   고 : 0.5~1m

잎크기 : 10~30 x 4~12mm

꽃특징 : 백색, 담홍색, 지름 7~10mm, 4~5렬, 수술 4~5개

개화기 : 5~7월

내한성 : 영하 26도

특   기 : 정원수로는 꽃은 그다지 매력이 없으나 가을 단풍은 매우 아름답다.

 

흰참꽃나무
흰참꽃나무
흰참꽃나무 단풍
흰참꽃나무 단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