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진달래과 진달래속/두견(진달래)아속

1400 두견(진달래)아속

낙은재 2021. 4. 16. 20:54

두견아속의 모식종인 알프스원산의 고산애기만병초 - 꽃자루 줄기 잎 뒷면 등에 인편이 보인다.
진달래는 다소 이질감이 있어 이를 두견아속이 아닌 별도의 아속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러나 진달래도 잎이나 열매에는 인편이 많다.

진달래과 진달래속은 전세계에 약 1,000여 종이 분포하는데 우리나라는 그 중 74종이 자생하거나 외국에서 도입되어 현재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록되어 있다. 거기에 아변종 16종과 원예종 230종을 포함하면 모두 320종이나 되어 진달래속은 결코 작은 속이 아니다. 그리고 이 중에서 우리 자생종은 원종 기준으로는 11종이며 아변종을 포함하면 모두 24종이 된다. 어느 속이던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진달래속과 같이 방대하면서도 다양한 특성을 가진 수종들로 구성된 속은 전세계에서 분포하는 1,000여 종들을 마구잡이 식으로 하나씩 파악하면 이해하기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식물학자들이 이들은 특성 별로 묶어서 세분하는 것인데 학자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지만 진달래속은 대개 8~11개의 아속으로 분류한다. 그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등록된 수종들은 모두 6개의 아속으로 분류가 되는데 우리 자생종 좀참꽃은 혼자 하나의 아속으로 분류되고 중국 원산 서시철쭉은 모면철쭉과 더불어 하나의 아속으로 분류되므로 이들 3종을 제외하면 나머지 70여 종은 네 개의 큰 아속으로 세분이 된다. 그 4개의 아속 중 우리 자생종 산철쭉을 포함한 13종이 등록된 영산홍아속과 철쭉을 포함한 10종으로 구성된 철쭉아속 그리고 만병초를 포함한 27종이 등록된 만병초아속은 이미 앞에서 탐구를 마쳤고 이제 하나 Subgenus Rhododendron 즉 로도덴드론아속만 남았다.

 

로도덴드론아속은 우리나라에는 26종이 등록되어 있어 만병초아속보다 적지만 실제로는 이 아속으로 분류되는 수종이 전세계적으로 400종이 넘어 진달래속 중에서 가장 큰 아속이다. 그리고 이 아속은 3~4개의 조(section)로 세분되고 다시 약 30개의 아조(subsection)로 다시 세분되므로 같은 아속이라고는 하지만 그 특성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 로도덴드론아속으로 분류되는 우리 자생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우선 진달래가 있고 꽃모습은 그와 비슷하지만 잎이 거의 상록인 산진달래가 있다. 그리고 진달래와는 모습이 많이 다른 황산차 또는 황산참꽃이라고 불리는 수종도 있고 꽃도 잎도 진달래와는 크게 차이가 나는 꼬리진달래도 있으며 또한 최근에 발견된 그 모습이 거의 만병초에 가까운 섬진달래라는 종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수종들의 집합체이므로 그 특성 또한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로도덴드론아속의 일반적인 특성은 다음과 같다. 극히 드물게 교목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왜성 관목이거나 큰 관목 수준의 낮은 키에 나무 전체에 인편(鱗片) 즉 비늘이 있으며 통상 털은 거의 없고 잎은 일반적으로 혁질에 상록이며 작거나 크다. 꽃은 가지 끝에 하나 또는 소수이거나 때로는 다수가 모여서 산형총상 또는 단총상화서로 핀다. 5개인 꽃받침은 발육하지 않아서 짧고 꽃잎은 백, 홍, 황, 자색으로 색상이 다양하고 나팔모양 또는 종모양이며 내측에 반점이 있으며 수술은 5~10개인데 드물게 27개인 경우도 있어 다양하다. 자방은 대개 5~6실이며 화주는 가늘고 길며 곧거나 휘어져 있다. 장원형 삭과에도 인편이 있으며 다수인 종자에는 지느러미 형태의 날개가 있다.

 

낙엽수인 진달래(좌)와 상록수인 산진달래(우) - 둘 다 암술대는 길고 휘어져 있다.
황산참꽃과 그 변종인 황산차의 잎 - 잎 전면에도 비늘털이 많다.
꼬리진달래는 잎 뒷면은 말할 것도 없고 전면에도 인편이 있다,
섬진달래 뒷면에 특히 인편이 많다.

이렇게 로도덴드론아속 즉 Subgenus Rhododendron으로 분류되는 수종들의 특성을 설명하니까 복잡하여 쉽게 와 닿지가 않는다. 잎의 크기나 두께 그리고 상록여부에서도 차별화된 특징이 없으며 꽃의 특성에서도 뚜렷한 구분점이 보이지 않지만 하나 확실하게 구분되는 특징이 바로 이 아속의 수종들에는 줄기나 잎 그리고 열매 등에 비늘 즉 인편(鱗片)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 우선 이 아속을 외국에서는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보자. 우선 서양에서는 이 아속을 Rhododendron이라고 하며 속명과 같다. 그 이유는 린네가 이 진달래속을 창설할 당시 모식종으로 쓴 Rhododendron ferrugineum 즉 고산애기만병초가 바로 이 아속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Rhododendron은 장미색 꽃이 피는 나무라는 뜻이므로 아속의 특징을 대변하는 용어라고는 할 수 없다. 그 다음 이 아속으로 분류되는 수종이 무려 170여 종이나 자생하는 중국에서는 이 아속을 두견아속(杜鹃亚属)이라고 하는데 이는 다분히 학명을 따른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중국에서는 진달래속 수종들 모두를 xx두견이라고 부르므로 당연히 속명도 두견속이다. 그러므로 학명을 따라서 이 아속명도 속명과 동일하게 두견아속이라고 하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에는 특별히 아무런 수식어가 없이 그냥 두견(杜鵑)이라고 불리는 특정 수종이 있는데 그게 바로 학명 Rhododendron simsii인 우리나라 등록명 심스아잘레아이다. 그런데 그 수종은 두견아속이 아닌 영산홍아속으로 분류가 된다. 따라서 중국 아속명 두견은 Subgenus Rhododendron을 번역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와 비슷하게 산진달래와 섬진달래 등이 자생하며 진달래를 오래 전부터 도입하여 재배하는 일본에서는 이 아속을 히카게쯔쯔지(ヒカゲツツジ)아속이라고 한다. 히카게쯔쯔지는 한자로는 일음철쭉(日陰躑躅)이라고 쓰는데 이는 우리 자생종 섬진달래의 원종으로서 응달에서도 잘 자란다고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에서 이 로도덴드론아속을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 바로 유인편(有鱗片) 샤쿠나게(シャクナゲ)아속인데 이 이름이 이 아속의 특징을 한 마디로 잘 대변하는 이름이라고 판단된다. 일본에서는 만병초아속을 무인편(無鱗片) 샤쿠나게(石楠花) 즉 비늘이 없는 만병초아속이라고 부르는 것과 대비하여 이 아속을 비늘이 있는 만병초아속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상록인 섬진달래나 산진달래 황산차 그리고 꼬리진달래 등은 만병초의 일종이라고 불러도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상록도 아닌 우리나라 대표적인 수종인 진달래마저 만병초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렇다고 이 로도덴드론아속을 진달래아속이라고 부르자니 잎이 나기도 전에 꽃이 먼저 피는 진달래가 너무 깊이 우리 국민들의 인식에 박혀 있으므로 다소 어색하다. 게다가 분류학적으로도 학자에 따라서는 진달래를 이 아속이 아닌 다른 아속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나라에 현재 등록된 로도덴드론아속의 26종 중에는 만병초라는 이름이 20종이며 진달래는 겨우 4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철쭉과 차라는 이름으로 각각 한 종씩 등록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 조상들이 일찍부터 진달래를 부르던 한자어 두견아속으로 부르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일찍이 조선조 숙종 때 간행된 역어유해(譯語類解)라는 중국어사전에도 두견화를 진달래로 번역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되면 우리 대표수종 진달래도 살리면서 중국의 아속명과도 결과적으로 일치하게 된다. 더 나아가서는 학명과도 일맥상통하는 이름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로도덴드론아속을 두견(진달래)아속으로 부르기로 한다.

 

섬진달래의 원종인 일본의 일음철쭉 - 일본은 이 아속을 일음철쭉아속이라고 하며 비늘있는 만병초아속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두견아속으로 분류되는 진달래 등에 도대체 무슨 비늘이 있다는 말인가? 우리 도감에 진달래는 잎 표면에 비늘조각이 조금 있고 뒷면에는 밀생한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누가 진달래에서 비늘을 본 사람이 있는가? 우리는 이런 것 때문에 식물학자들이 결코 친절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인편의 유무는 식물의 분류에서 매우 중요하게 판단하는 포인트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송백(松柏)은 소나무와 잣자무가 아니고 소나무를 당연히 송(松)이라 하고 향나무와 측백나무 등을 백(柏)이라고 부르는데 같은 상록 침엽수인 이들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바로 비늘의 유무인 것이다. 즉 잎이 침형(針形)이면 송(松)이고 인형(鳞形)이면 백(柏)인 것이다. 측백나무라면 몰라도 향나무에서 비늘을 찾기도 어려운데 하물며 진달래에서 비늘이 어디 있다는 말일까? 원래 비늘이란 어류나 파충류 그리고 조류의 발 등에서 표피를 덮고 있는 얇고 단단하게 생긴 조각을 말한다. 그런데 식물에 와서는 구근에서 비늘같이 여러 겹으로 생긴 뿌리줄기를 말하기도 하지만 줄기나 잎의 표피가 비늘모양으로 돌출한 것을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양파나 백합 같은 구근의 인편이나 측백나무의 비늘은 감이 오는데 진달래에서는 비늘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그 인편이 너무 작아서 그냥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진달래는 잎 뒷면이나 줄기 등에 매우 많은 점 같은 돌기가 보이는데 그걸 확대해서 보면 비늘 모양이기 때문에 이들을 인상모(鱗状毛) 또는 비늘조각(鱗片)이라고 하는 것이다. 헐! 그러니까 맨눈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비늘 모양의 조각이나 털이 있으면 그 모양이 만병초같이 생겼던 철쭉같이 생겼던 영산홍같이 생겼던 거의 대부분 두견아속으로 분류하는 것 같다. 그럼 이제부터는 진달래속 두견아속으로 분류되는 원종 27종의 탐구를 시작한다.

 

양파나 백합 등 구근식물의 뿌리줄기나 측백나무의 잎을 비늘이라고 한다.
두견아속의 수종들의 인편을 확대하면 이와 비슷하게 비늘같이 생겼다. 그래서 인상모(鱗状毛)라고 한다. 사진은 보리수의 인편
인상모와 비슷하여 헷갈리게 하는 성상모(星狀毛), 겉모습은 비슷해도 확대하면 별 모양으로 나타난다. - 사진은 보리수
진달래잎 전면 - 1배, 4배, 8배로 촬영하여도 비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지만 저게 인편이다.
진달래잎 후면 - 점으로 보이는 부분이 인편이다.
진달래(좌)와 흰진달래(우) - 잎 뒷면에 인편(비늘)모가 매우 많다.
만병초아속으로 분류되는 야쿠시마만병초잎 전면 1배, 4배 8배 - 비늘이 전혀 없다.
야쿠시마만병초의 잎 후면 1배, 4배 8배 - 비늘이 전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