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진달래과 진달래속/두견(진달래)아속

1401 고산애기만병초 – 유럽원산 진달래속과 두견아속의 모식종

낙은재 2021. 4. 22. 09:30

고산애기만병초
고산애기만병초 

Rhododendron속을 우리는 진달래과 진달래속이라고 하고 중국에서는 두견과 두견속이라고 하며 일본에서도 철쭉(쯔쯔지)과 철쭉속이라고 불러 마치 진달래속이 진달래과의 대표 즉 모식속인 것처럼 부르지만 실제로는 진달래과의 학명은   Ericaceae로 표기하여 진달래속과는 무관하며 스펠링 자체도 다르다. 게다가 과의 대표격인 모식속은 진달래속이 아닌 Erica속이며 그 속의 모식종은 우리나라에 에리카 키네레아로 등록된 유럽 원산의 Erica cinerea이다. 이 Erica속의 수종들은 영어로 heath(히스) 또는 heather(헤더)로 불리므로 영어권에서 일반적으로 진달래과를 heather family라고 부르는 것이다. 헤더(heather)는 주로 황무지에서 자라는 나지막한 관목으로서 느낌상 우리나라의 비수리나 싸리 종류들과 비슷하여 우리의 진달래나 철쭉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헤더가 자생하지 않는 한중일에서는 과(科) 이름도 동양 3국에서 가장 흔하게 자생하는 Rhododendron속을 부르는 이름으로 부르지만 그 이름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진달래와 두견 그리고 철쭉으로 각각 다르다. 정리하자면 우리나라는 Rhododendron속을 진달래속이라고 하므로 스펠링이 전혀 다른 Ericaceae과도 진달래과라고 하는 것이며 과(科)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학명 Ericales인 목(目)도 진달래목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진달래과의 모식종은 진달래속이 아닌 에리카 키네레아이다.

Rhododendron속은 원래 린네가 이 속을 창설할 당시에 표본으로 삼은 모식종은 유럽의 알프스 원산으로 키가 1.5m까지 자라는 작은 상록 관목으로서 따로 있지만 이 모식종이 자생하지 않는 한중일 3국에서는 각각 자기들 나름대로 속명을 정하여 부르는데 우리는 과거에는 철쭉속이라고 하다가 근자에 와서는 진달래속으로 변경하여 부르며 중국에서는 두견(杜鵑)속이라고 하고 일본에서는 쯔쯔지라고 발음하며 철쭉(躑躅)이라고 쓴다. 원래 중국의 한자 躑躅(척촉)을 우리는 텩튝으로 부르다가 나중에 철쭉으로 변했다고 하는데 우리의 영향을 받은 일본은 여기서 더 나아가 쯔쯔지가 된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에서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그대신 엉뚱하게 연속이라는 뜻의 続き 즉 쯔즈키(ツヅキ)와  핀다는 뜻의 咲き 즉 사키(サキ)에 나무(木)를 뜻하는 기(ギ)를 합하여 쯔즈키사키기(ツヅキサキギ) 즉 続き咲き木이라고 풀이하면서 철쭉인 쯔쯔지의 어원인지 영산홍인 사츠키의 어원인지 아니면 둘을 합한 어원인지 헷갈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초목이 무성하다는 뜻인 쯔즈리시게루(綴り茂る)에서 변했다는 설 등으로 풀이해 보려고 하지만 어느 설도 크게 지지 받지는 못하는 것 같다. 우리는 철쭉이 한자 躑躅(척촉)에서 변한 말이라고 추론하기 쉬우나 일본에서는 한자 躑躅이 데키쵸쿠(テキチョク)로 발음되어 거기서 쯔쯔지로 변했다고는 생각하기가 어려운가 보다. 중간에 우리나라를 거치면서 우리 발음 철쭉의 영향을 받아서 쯔쯔지로 변했다는 것이 나름대로 일리가 있어 이렇게 주장하는 설도 일본에 있기는 하다.

 

여하튼 린네는 알프스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는 붉은 꽃이 피고 잎 뒷면이 갈색인 관목을 표본으로 삼아서 Rhododendron ferrugineum이라는 학명을 부여하면서 Rhododendron속을 창설하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속으로 분류되는 수종들을 진달래와 철쭉 영산홍 참꽃 및 차 그리고 만병초와 아잘레아 등 무려 7가지의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고 있어 속명을 결정하기가 결코 쉽지는 않았을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과거에는 철쭉과 철쭉속이라고 하다가 최근에 들어서 진달래과 진달래속으로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고민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글쎄 언제 왜 무슨 명분으로 변경하였는지는 모르겠다. 혹시 철쭉은 한자어 척촉(躑躅)에서 유래된 말이라서 순수 우리말로 변경한다고 그렇게 한 것인가? 그리 오래 전의 일이 아니기에 분명한 기록이 있을 터인데도 언제 왜 그렇게 변경하였는지에 대한 정보를 밝히지 않아서 그런지 쉽게 찾을 수가 없다. 글쎄 진달래에서 ‘달래’에 대한 어원을 아직 규명하지 못하여 이 또한 중국에서 유래되었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순수 우리말이라고 단정할 수가 있다는 것인가?

 

그런데 서양 식물분류학에서 다양한 진달래속 수종들은 8~11개의 아속을 분류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속명과 동일한 Rhododendron아속이 있다. 이 속의 모식종이 진달래속의 모식종인 Rhododendron ferrugineum이므로 아속명 또한 속명과 동일하게 Rhododendron아속이라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가 이걸 어떻게 불러야 하느냐는 다른 문제이다. 학명 체계를 따르자면 이건 진달래속 진달래아속이라고 불러야 타당해 보인다. 그리고 실제로 공교롭게도 우리나라 진달래가 이 아속으로 분류되므로 그야말로 명실상부(名實相符)하게 된다. 진달래속을 두견속이라고 하는 중국에서도 두견아속이라고 하므로 학명 체계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다만 일본에서는 이 아속으로 분류되는 자국 고유종 이름으로 부르거나 아니면 이 아속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을 표현하여 ‘비늘이 있는 만병초아속’으로 부르기는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대표적인 수종인 진달래가 속하므로 진달래아속으로 부르는 것이 여러모로 타당해 보인다. 그런데 그 구성 수종들 거의 대부분이 xxx만병초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므로 딱히 진달래아속이라고 하기에도 약간 어색하다. 그래서 국내서 진달래의 한자어로 널리 알려진 두견아속(杜鵑亞屬)이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인 것이다.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바로 그 진달래속의 모식종이자 두견(진달래)아속의 모식종이며 우리나라 국명이 고산애기만병초인 학명 Rhododendron ferrugineum에 대하여 파악해 보자. 유럽의 알프스산맥에서 자생하지만 그 북쪽 쥐라산맥과 서남쪽 피레네산맥 등에서도 발견되는 이 고산애기만병초는 마치 우리나라 지리산이나 소백산 고산지대에 철쭉이나 산철쭉이 대규모 군락을 이루어 자생하듯이 유럽의 고산지대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수 마일에 걸쳐서 대규모 군락을 이루면서 자생하는 유럽인들에게는 매우 친숙한 수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더욱 흥미로운 것은 우리나라 고산지대에 철쭉과 산철쭉이 따로 또는 때로는 같이 섞여서 자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유럽 알프스 등 고산지대에서는 이 수종과 매우 흡사한 우리나라 등록명이 알프스만병초인 Rhododendron hirsutum이 때로는 같이 때로는 따로 자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산애기만병초 - 마치 우리나라 산철쭉 군락지를 보는 듯한 모습이다.

고산애기만병초는 키가 1~1.5m까지 자라는 상록 왜성 관목으로서 새 순이 나올 때 거의 비늘로 덮여있을 정도로 인편이 밀생하고 잎은 좁은 타원형으로 크기는 2.8~4 x 0.8~1.6cm이며 뒷면이 녹슨 철 색상 즉 적갈색인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그런 뜻의 종소명 ferrugineum을 붙여서 린네가 1753년 식물분류학을 창설할 당시에 최초로 명명한 진달래속 수종 5종 중 하나인 것이다. 6~7월에 피는 꽃은 길이 1~2cm의 총축에 다수가 모여서 피며 꽃받침 열편의 길이는 1.5mm인데 비늘과 섬모가 있다. 꽃은 길이 12~17mm의 나팔상 종형이며 짙은 분홍색인데 옅거나 백색인 경우도 드물게 있다. 수술은 10개이고 씨방 두 배의 길이인 암술대에는 털이 없다. 이 수종을 유럽인들은 알프스의 장미라는 뜻에서 alpenrose라고 부르거나 알프스 눈 속에서 피는 장미라고 snow-rose라고 부른다. 원래 속명 Rhododendron 자체가 rose tree라는 뜻이므로 이들을 알프스 장미라거나 설중장미라고 불러도 서양인들에게는 전혀 어색하지 않는 것이다. 유럽인들은 장미꽃 모양이거나 장미색상이면 흔하게 rose라는 말을 식물에 붙인다.

 

반면에 같은 알프스 고산지대에서 자생한다는 Rhododendron hirsutum는 같은 왜성 상록 관목이지만 높이도 1m 남짓하여 약간 작은 편이고 잎의 사이즈나 꽃차례도 약간 작지만 꽃 색상이 핑크색 또는 주홍색이라서 위 고산애기만병초와 매우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가장 뚜렷한 차이점은 잎이나 꽃받침에 뻣뻣한 털이 있다는 점이다. 이 또한 린네가 1753년 진달래속으로 최초에 명명한 5종 중 하나인데 그 특성 때문에 종소명을 털이 있다는 뜻의 hirsutum을 붙인 것이다. 그 외에도 R. hirsutum은 꽃받침 열편이 좀 더 길고 잎 뒷면의 비늘 색상이 노란 금색이라서 옅어 진한 적갈색인 고산애기만병초와 구분이 된다. 그리고 이 수종은 석회암지대를 피하는 전자와는 달리 그런 지역에서도 잘 자라는 특성도 가지고 있다. 이 수종은 학명과 같은 맥락으로 털이 많다고 영어권에서는 hairy alpenrose 즉 털알프스장미라고 부른다. 그리고 앞 R. ferrugineum은 그냥 알프스장미라는 뜻인 apenrose 외에도 특별히 후자와 구분하여 rusty-leaved alpenrose 즉 갈색잎 알프스장미라고 부른다.

 

알프스만병초에는 뻣뻣한 털이 잎 옆으로 돌출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두 종은 국내에는 같은 날 2011. 12. 8에 등록하였는데 이상하게 우리나라에서는 후자인 R. hirsutum에다가 먼저 알프스만병초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진짜 현지에서 알프스장미라고 부르는 전자인 R. ferrugineum은 생뚱맞게 고산애기만병초라는 이름을 붙였기에 어색하게 되었다. 같은 알프스 고산지대에서 자생하지만 알프스만병초보다 고산애기만병초가 약간이라도 더 큰데도 말이다. 원산지 이름을 따라서 R. ferrugineum를 알프스만병초라고 하고 R. hirsutum에는 털알프스만병초라는 이름을 붙였으면 무난하였을 것을 말이다.

 

등록명 : 고산애기만병초

학   명 : Rhododendron ferrugineum L.

분   류 : 진달래과 진달래속 상록 관목

그   룹 : 로도덴드론, 두견(진달래)아속

원산지 : 유럽

영어명 : alpenrose, snow-rose, rusty-leaved alpenrose

중국명 : 阿爾卑斯杜鵑(아이비사두견)

일본명 : アルペンローゼ(아루펜로제)

수   고 : 1~1.5m

잎특징 : 2.8-4 x 0.8-1.6cm, 뒷면 적갈색 인편 밀생

꽃특징 : 분홍색, 다수

수   술 : 10개

개화기 : 6~7월

내한성 : 영하 23~34도

 

고산애기만병초
고산애기만병초
고산애기만병초
고산애기만병초 - 석회암지대를 싫어하지만 가끔 자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고산애기만병초
고산애기만병초
고산애기만병초
고산애기만병초 - 마치 백두산 천지주변에 자생하는 노랑만병초를 보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