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립수목원에서 남해안 도서지역의 삼림생물자원의 분포조사를 하던 중에 여수시 삼산면 도서지역에서 아직 국내에는 기록되지 않았던 만병초를 닮은 새로운 종 즉 미기록종이 수백 주나 자생하는 것을 지역 식물전문가인 이춘호씨와 함께 발견하였다고 국립수목원 양종철임업연구사가 2013년에 발표했다. 확인 결과 이 식물은 그동안 일본에서만 자생하는 일본 고유종으로 알려졌던 일본명 히카게쯔쯔지(ヒカゲツツジ) 즉 한자로 일음철쭉(日陰躑躅)인 학명 Rhododendron keiskei의 변종인 Rhododendron keiskei var. hypoglaucum으로 판명된 것이다. 이 변종은 일본 동경 인근 도치기(栃木)와 군마(群馬), 사이타마(埼玉)현에서 극히 드물게 발견되는 희귀종으로서 일본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여 관리하며 일본명은 우라지로히카게쯔쯔지(ウラジロヒカゲツツジ)이고 한자로는 이백일음철쭉(裏白日陰躑躅)이라고 쓴다. 인편이 밀생하는 이 변종의 잎 뒷면이 회백색을 띠고 있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그 외에도 잎의 끝이 뭉텅하다는 점에서 원종과 구분된다고 한다.
그럼 먼저 우리나라에 자생하지도 않고 등록도 되지 않았지만 섬진달래의 원종인 일본 고유종 일음철쭉(日陰躑躅)에 대하여 먼저 파악해 보기로 한다. 일본 관동 이서지방에서 산지의 암벽이나 물가에서 흔히 자생하는 이 수종은 황록색 꽃이 피는데 그 겉 모습은 만병초를 닮았다. 진달래속을 쯔쯔지(躑躅)와 샤쿠나게(石南花)로 양분하여 부르는 일본에서는 이 수종은 샤쿠나게로 불려야 마땅한데도 쯔쯔지로 불린다는 것이 특이하다고 일본인들도 말한다. 여하튼 이 수종은 응달에서 주로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히카게쯔쯔지(ヒカゲツツジ) 즉 일음철쭉(日陰躑躅)으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양달에서도 잘 적응한다고 한다. 그 외에 일본 별명에 사와테라시(サワテラシ)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한자로는 택조(沢照)らし라고 쓰며 물가에서 자라는 이 나무에서 노란 황록색 꽃이 물에 밝게 비친다고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정원 그늘에 심어 황록색 꽃이 피면 마치 형광색처럼 보인다고 일본에서는 인기가 높은 수종이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이 수종은 진달래속의 두견아속 즉 인편이 있는 석남화아속의 대표격으로 인식되어 두견(진달래)아속을 유인편석남화아속이라고도 하지만 일음철쭉(日陰躑躅)아속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음철쭉의 학명 Rhododendron keiskei Miq.는 상당히 오랜 전인 1866년에 네덜란드 식물학자인 Friedrich Anton Wilhelm Miquel(1811~1871)에 의하여 일본의 본초학자로서 개화기 신문물의 도입에 적극적인 역할을 한 의사겸 이학박사이자 식물학자인 이토우 케이스케(伊藤 圭介, 1803~1901)의 이름으로 명명한 것이다. 미쿠엘(Miquel)은 일본에 다년간 체류하면서 일본 식물을 연구한 Philipp Franz von Siebold(1796~1866)의 저서 일본식물지 즉 Flora Japonica를 지볼트 사후인 1870년에 마무리한 사람이며 이토우 케이스케는 지볼트의 일본 체류 당시 식물학을 배워 지볼트가 귀국하면서 건넨 1784년 칼 페테르 튠베리(1743~1828)가 쓴 일본식물지를 1829년에 일본어로 번역한 태서본초명소(泰西本草名疏)라는 도감을 출간한 바가 있다. 따라서 이토가 미쿠엘의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미쿠엘 본인이 직접 동양 식물 탐사를 한 적이 없으므로 아마 이 표본의 채집은 지볼트와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토우 케이스케는 현재 우리도 많이 쓰는 꽃가루(pollen)를 지칭하는 용어인 화분(花粉)이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 사용하였으며 수술(stamen)과 암술(pistil)을 뜻하는 일본말 雄しべ와 雌しべ의 시베(しべ)라는 말을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 나고야에서 1803년 의사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유학과 의학을 배웠는데 특히 본초학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19세에 교토에 가서 서양학문을 배우고 25세에 나가사키에 가서 독일 의사겸 식물학자인 지볼트를 만나면서 서양 식물분류학을 제대로 배우게 된다. 그래서 번역서인 태서본초명소(泰西本草名疏) 외에도 일본산물지 등 식물관련 서적을 다수 저술하고 1852년에는 서양의 종두법을 도입하여 천연두 퇴치에 힘쓰기도 한다. 그 후 나고야지역에 서양의학교의 설립을 주도하여 오늘날 나고야대학의 설립 기반을 다지고 1881년에는 동경대 교수로 임용되면서 1888년에 이학박사 학위를 받게 된다. 그리고 1901년에는 남작 작위까지 받고 그 해 98세로 사망한 사람으로서 일본에서는 구 시대에 태어나 신문물과 학문의 도입에 몸소 적극적인 역할을 한 사람으로서 천수를 다 누리다 죽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1803년은 정조가 사망하고 순조가 즉위한지 3년 째인데 그 때 태어난 사람이 서양의 신문물 도입에 어떤 역할을 한 사람이 있기나 할까 그리고 그런 여건이나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 름 : 일음철쭉 = 케이스케철쭉 (미등록종)
학 명 : Rhododendron keiskei Miq.
분 류 : 진달래과 진달래속 상록 관목
그 룹 : 로도덴드론, 두견(진달래)아속
원산지 : 일본 관동이서지방
일본명 : 히카게쯔쯔지(ヒカゲツツジ) = 일음철쭉(日陰躑躅)
수 고 : 1~2m
수 피 : 회갈색, 회백색
잎특징 : 세장 타원형, 끝이 뾰족, 상면 진녹색 하면 담황록색 인편
꽃특징 : 담황백색, 2~4송이 정생, 지름 3~4cm 나팔형, 5렬
수 술 : 10개
개화기 : 4~5월
내한성 : 영하 18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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