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적으로 생물을 구분할 때 빛을 이용하여 광합성으로 에너지를 얻는 독립영양생물을 식물이라고 하고 그러지 못한 종속영양생물을 동물이나 균류 그리고 세균 등으로 분류하는데 식물이면서도 독립적으로 영양조달을 못하고 다른 식물이나 균류에 일부 또는 전부를 의존하여 살아가는 경우도 있다. 이런 식물을 기생식물(寄生植物)이라고 하는데 영어로는 패러시틱 플랜트(Parasitic plant)라고 한다. 인간이나 동물에게만 기생충(Parasite)이 있는 줄 알았더니 식물의 세계에도 기생식물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기생충이란 원래는 몸 안에서 기생하는 벌레들을 말하지만 멀쩡한 사람의 형상을 하고서도 같은 인간을 숙주삼아서 경제적으로 의존하여 사는 사람들도 벌레에 비유하여 기생충(寄生蟲)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봉준호감독은 이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어 아카데미상을 타기도 했다. 식물 세계의 기생 형태도 매우 다양하며 그런 유형 식물의 숫자도 피자식물 전체의 1%에 달하는 무려 4,500여 종이나 된다고 하니 정말 놀랍다. 겨우살이나 새삼 등 대표적인 기생식물은 뿌리 대신에 숙주에 침투하여 연결하기 위한 변형된 모양의 뿌리인 haustoria 즉 기생 흡근(吸根)이 발달하여 손쉽게 빨대(?)를 박아 숙주로부터 필요한 영양분을 조달한다. 기생식물의 숙주는 대부분 살아있는 다른 식물인데 특이하게 식물이 아닌 우리가 흔히 곰팡이라고 부르는 Fungi 즉 균류인 경우도 있다. 앞으로 탐구할 대상인 수정난풀이나 구상난풀 및 나도수정초 등 진달래과 수정난풀아과의 식물들이 바로 균류(fungi)에 기생하는 식물 중 대표적인 것이다.


참고로 균(菌)이란 원래 버섯을 표기하기 위하여 벼를 보관하던 곳집 균(囷) 자 위에 풀 초(艹) 자를 얹은 글자이다. 곳집 같은 습한 장소에서 버섯이 잘 자라기 때문이다. 서양의 라틴어에서 비롯된 fungus도 의미가 다르지 않고 원래는 mushroom 즉 버섯을 뜻한다. 생물 중에는 효모와 곰팡이 등과 같이 동물도 식물도 아닌 중간에 속하는 그룹이 있는데 그 구조가 버섯과 비슷하게 생겼기에 이들을 버섯과 묶어서 fungi 즉 진균류(眞菌類)라고 하는 것이다. 균류는 생물 분류학적으로는 이제 식물계 동물계와 동급인 균계(菌界)로 분류한다. 그러므로 효모와 곰팡이를 식물이라는 사람은 없겠지만 버섯도 식물이라고 말하면 안되는 것이다. 나중에 발견된 균류보다 더 작은 미생물인 박테리아(bacteria)도 세균(細菌)이라고 부르는 바람에 헷갈려서 fungi는 진균(眞菌)이라고 구분하여 부르기도 한다. 왜냐하면 어설픈 원시적인 세포 구조를 가진 세균에 비하여 진균은 재대로 갖춰진 진화된 세포기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세균이라고 부르는 박테리아는 생물 분류상 kingdom 즉 계(界)보다 상위 분류등급인 domain 즉 역(域)으로 세균역으로 분류되어 동물계 식물계와 균계 등이 포함된 진핵생물(眞核生物, Eukaryota)역과는 처음부터 갈라진다. 진균도 버섯을 제외하면 효모(酵母)나 곰팡이는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는 않는 미생물(微生物) 즉 microorganism이다. 하지만 1/1,000mm 크기인 세균에 비하여 1/100 ~ 1/10mm 크기인 곰팡이는 가끔 포자가 발아하여 성장한 후 육안으로 보이기도 한다. 균류는 말라리아 등 무서운 병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효모와 푸른곰팡이와 같이 우리 인간에게 유익한 경우도 많으며 최근에 밝혀지는 것이지만 거의 대부분의 식물의 뿌리에는 균근이 침투하여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식물과의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세균(細菌)인 박테리아도 콩과식물의 뿌리혹박테리아와 같이 뿌리에 침투하여 공중 질소를 고정한 질소화합물을 식물에게 제공하고 대신에 식물로부터 탄수화물을 얻는 공생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바이다. 그 외에도 반추동물의 소화를 돕는다거나 유산균과 같이 사람이나 동물에게 유익한 세균도 있지만 콜레라 장티푸스 폐렴 등을 일으키는 병원균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박테리아보다 훨씬 더 작은 1/50~1/100 크기의 미생물이 있는데 이게 바로 요즘 우리 인간들을 엄청 괴롭히는 바이러스(virus)이다. 같은 미생물이지만 그래도 박테리아까지는 현미경으로 볼 수 있지만 바이러스는 너무 작아서 전자현미경이 아니면 볼 수도 없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아예 세포 자체가 없다. 그래서 생물이라고 볼 수도 없지만 다른 생물에 침투하면 생물과 같은 특성을 보이므로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쯤으로 취급하고 있다. 1892년에 처음 발견되었다는 바이러스를 활용하여 암치료 등에 이용하려는 연구를 하고 있다지만 독감과 에이즈 등을 유발하는 나쁜 존재로 인식된다. 게다가 현재 인류는 생물도 아니라면서 엄청 왕성하게 활동하는 코로나19와 같은 무서운 바이러스와 3년 째 전쟁을 치르고 있으나 아직도 여전히 홍역을 치루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고 보니 홍역도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병이다.
본론으로 돌아가 진달래과 수정난풀아과 즉 Monotropoideae는 전세계적으로 모두 11개속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수정난풀속 즉 Monotropa속으로 수정난풀과 구상난풀 두 종과 나도수정초속 즉 Monotropastrum속의 나도수정초 한 종 등 모두 2속 3종이 모두 자생종으로 등록되어 있다. 이 중 구상난풀을 별도의 Hypopitys속으로 분류하는 학자들도 있어 그렇게 되면 모두 3속 3종이 국내에 자생하게 된다. 수정난풀아과 식물의 특징은 엽록소가 없는 무색 육질 식물로서 어긋하여 나는 잎은 거의 퇴화하여 작은 인편모양을 하고 있으며 양성인 꽃은 단생 또는 총상화서를 이루고 꽃받침은 2~6개로 갈라지며 꽃잎은 3~6개이고 수술은 6~12이다. 자방은 상위로서 1~6실로 구성되어 있고 열매는 장과 또는 삭과인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도 엽록소가 없으므로 광합성이 불가능하여 영양분을 전적으로 균근균(菌根菌)에 의존하여 조달하는 균종속영양식물(菌従属營養植物) 즉 Myco-heterotrophy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Myco는 균류 즉 fungi를 말하고 Heteros는 영어로 another라는 뜻이며 trophe는 영양 즉 nutrition을 뜻한다. 다시 말하면 균류에 기생하는 식물이라는 말이다. 앞에서 본 노루발아과의 식물들이 겉보기는 멀쩡하지만 뿌리가 부실하여 일부 영양분을 균근균에 의존하는 부분적 균종속영양식물이었다면 이 수정초난풀아과 식물들은 전적으로 균근균에 의존하여 기생하는 식물이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곰팡이의 일종인 mycorrhizal fungi 즉 균근을 형성하는 균은 스스로 광합성을 하지는 못하므로 이 또한 주로 다른 식물에 의존하여 그 식물의 잎에서 만들어진 광합성 즉 탄수화물을 받고 균뿌리에서 흡수한 미네랄과 수분을 식물에게 공급하는 공생관계를 형성하여 살아간다. 식물과 균류의 이런 공생관계는 특별한 것이 아니고 거의 모든 식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독자적으로 충분한 영양조달을 못하는 일부 식물에게는 물과 미네랄 외에도 탄수화물도 일부 공급하는 소위 밑지는 공생관계를 형성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우리는 균종속영양식물(菌従属營養植物) 즉 Myco-heterotrophy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때 노루발 등과 같이 필요한 영양 일부만 균으로부터 공급받는 경우는 부분적 균종속영양식물이라고 하고 수정난풀과 같이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우에는 균종속영양식물이라고 하거나 정확하게 완전 균종속영양식물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러니까 노루발아속은 반쯤 기생하는 식물이지만 수정난풀아과 식물은 완전하게 기생하는 식물인 것이다. 그래서 엽록소는 필요하지도 않아서 녹색이 없이 반투명 백색이거나 분홍색 또는 검은 색을 띠고 있으며 뿌리도 그 역할이 제한적이므로 잔뿌리가 거의 발달하지 않고 잎의 역할도 그다지 필요하지 않으므로 점차 퇴화하여 비늘잎으로 변하면서 작아진 것이다. 그리고 광합성을 하지 않으므로 태양이 생존에 필요하지도 않아서 어두운 장소에서도 잘 자라는 것이다.

그런데 엽록소가 없어서 광합성이 불가능한 수정난풀아과의 식물들은 주변에 아무런 식물이 없고 죽은 나무나 낙엽 등만 있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수정난풀 등이 곰팡이나 박테리아 등과 같이 스스로 동식물의 사체나 배설물 등을 분해하여 얻은 유기물을 영양분으로 살아가는 것으로 판단하였다고 한다. 이런 식물들을 식물학자들이 saprophyte라고 부르는데 이는 썩은 물질이라는 뜻의 sapro와 식물이라는 뜻의 phyte를 겹합하여 만든 용어이다. 그래서 동양에서는 이를 죽은 것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식물이므로 사물기생식물(死物寄生植物)이라고 번역하였으나 나중에 수정난풀 등이 죽은 동식물의 사체나 배설물에서 직접 영양을 섭취하는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역할을 하는 뿌리에 형성된 균근균을 통해서 영양을 얻는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를 부생식물(腐生植物)이라고 번역하여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즉 saprophyte 하나를 처음에는 사물기생식물이라고 하다가 나중에는 부생식물이라고 번역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우리나라 도감에 수정난풀을 부생식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부패한 물질에서 영양분을 추출하는 역할을 하는 균류가 있기는 하지만 수정난풀 등에 형성된 균근균이 항상 부생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고 여건이 되면 주로 주변의 또 다른 식물과 공생하고 있는 데다가 부생식물이라고 하면 식물 자체가 부생능력이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기에 새로운 용어가 필요하게 되어 생긴 것이 바로 Myco-heterotrophy이다. 이를 동양에서는 균종속영양식물(菌従属營養植物)이라고 번역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수정풀난 등에 공급하는 영양분은 균근균이 썩은 물체를 분해하여 얻은 것이 아니고 주변의 다른 식물과의 공생관계에서 얻은 것 중 일부인 것이다. 그럼 왜 이런 불등한 기생관계가 형성되었는지 아직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수정난풀 등의 종자 시절부터 균근균이 앞으로 공생관계를 기대하고 이를 품어서 영양분을 공급하여 발아시켰으나 나중에 커서도 계속 받기만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이들을 mycorrhizal cheaters 즉 균근 사기꾼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신기하면서도 아름답게 생긴 수정난풀 들이 천하에 몹쓸 사기꾼에 기생충이라니 헐!! 그럼 이제부터 우리나라 자생종 수정난풀과 구상난풀 그리고 나도수정초에 대하여 차례차례 알아보기로 한다.
그 모습이 특이하여 한번 본 사람은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은 수정난풀을 직접 본 사람은 많지 않지만 이 특이한 식물이 우리나라 전역에서 대개 소규모 무리지어 자생하며 알고보면 그렇게 귀한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 및 극동러시아 그리고 북미와 남미 북부지방에서도 분포한다. 너무 한랭한 기후가 아닌 아메리카와 아시아의 온대와 아열대지방에서 자생하며 유럽에서는 자생하지 않지만 일찍이 유럽에 알려졌기에 린네가 식물분류학을 창설할 당시인 1753년에 Monotropa uniflora L.라는 학명을 부여한다. 속명 Monotropa는 One turn 또는 once turned라는 의미라는데 좀 애매하다. 그래서 living alone solitary 즉 단독으로 산다는 뜻으로 풀이한다. 즉 하나의 줄기가 분지가 없이 홀로 직립으로 자라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대개 무리지어 자라므로 그렇게 외롭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종소명 uniflora는 하나의 줄기에 꽃이 하나만 핀다는 뜻이다. 학명 자체는 그냥 평범한 이름이지만 일반 영어명인 ghost plant나 ghost pipe 또는 Indian pipe 및 corpse plant, death plant는 이 식물의 특성을 그대로 나타내기에 충분하다. 단순하게 식물 전체가 투명하다고 유령이라고 한 것은 아닐 것이다. 당연히 있어야 할 녹색이 전혀 없는 마치 외계에서 온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기에 그렇게 유령식물이라고 불렀을 것 같다. 그리고 인디언들이 의식에 사용하던 주로 흑백색인 인디언 파이프를 닮았다고 한다. 그리고 초창기 죽은 사체를 먹고사는 사물기생식물로 알려져 corpse plant나 death plant로 불리는 것이지만 지금 같았으면 패러사이트(parasite)나 사기꾼(cheater) 등이 들어간 이름으로 불렸을지도 모른다.



그럼 동양에서는 이 식물을 어떻게 인식하였는지 알아보자. 중국에서는 현재 수정난풀의 전초에 보허지해(补虚止咳) 폐허해수(肺虚咳嗽)의 효능이 있다고 주로 기관지 계통의 약으로 쓰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약용식물로 알려진 것 같지는 않다. 오래된 본초서에서는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그 반면에 중국 전통 무협소설이나 전설적인 이야기 중에 자주 등장한다고 한다. 무협에서 죽은 사람도 살리는 신비한 힘을 가진 약초인 선초(仙草)로 묘사되거나 때로는 보이지 않는 가운데 사람을 쥐도새도 모르게 죽이는 극독초라고 심지어는 그 향기마저도 모골이 송연해지게 묘사되어 유령초(幽灵草)나 몽란화(梦兰花)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서양에서 ghost plant라고 부르는 이름과 맥을 같이 한다. 사람의 느낌은 어디서든 비슷한가 보다. 중국이 전통 무협소설(武侠小说)의 역사가 우리가 생각하듯 그렇게 짧지가 않다. 우리가 잘 아는 김용의 사조영웅전과 신조협려 의천도룡기는 홍콩 유력 일간지 명보에 1957년부터 1962까지 연이어 연재된 것이지만 포청천에 등장하는 삼협오의(三侠五义)는 청나라 도광연간 즉 1800년대 초반에 창작된 것이며 그 유명한 수호전(水浒传)은 1300년대인 원말이나 명초에 저술된 것이다. 중국인들은 무협소설을 통속소설의 중요한 장르로 인식하며 그 뿌리를 한나라 초기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 중 유협열전(游侠列传)이나 자객열전(刺客列传) 그리고 진위 6조(魏晋 六朝)시대에 성행하였던 귀신과 요괴가 등장하는 잡기체인 지괴소설(志怪小说)에서 찾는다.
실제로 이 수정난풀은 어두컴컴하고 음습한 장소에서 썩은 고목이나 낙엽 주변에서 반투명 새햐얀 색상으로 줄기가 나오기 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공포심을 느끼게 하거나 외계식물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그런 차에 중국 무협소설에서 매우 위험한 독을 내포한 식물로 묘사하고 있으므로 민간에서는 이를 저승의 꽃 즉 명계지화(冥界之花) 또는 사망지화(死亡之花)라고도 불린다. 서양의 death plant와 뜻은 비슷하지만 그 유래는 전혀 다르다. 중국에서는 4대 명계지화로 불리는 꽃들이 있는데 모두 죽음이나 파멸과 관련있는 식물들이다. 그게 독말풀인 만다라화(曼陀罗花)와 꽃무릇인 피안화(彼岸花) 그리고 양귀비인 앵속화(罂粟花)와 이 수정란(水晶兰)을 말한다. 이 중 만다라와 피안화는 독초이고 앵속화인 양귀비는 중국인들에게는 청나라 말기에 뼈저리게 체험하였기에 몸과 마음을 황폐화시키는 공포의 식물로 기억되어 있을 듯싶다. 그런데 수정란은 실제로는 전혀 독이 없지만 무협소설에서 부지불식간에 사람을 죽이는 극독 식물로 묘사하였기에 여기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를 사망지화라고 부르는 이유는 어둡고 습한 음산한 지역에서 자라는 데다가 그 생장 사이클이 짧아서 지하에서 나와서 꽃을 피우고는 금새 유령과 같이 사라져 버린다. 꽃이 지고 난 다음 열매의 성숙 단계에서는 반투명 백색이 흑갈색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부드럽고 매끄러운 꽃잎을 조그만 건드려도 떨어지며 줄기에 조그만 상처라도 나면 젤리 같은 액체가 나오면서 금새 검게 변하고 심하면 전체가 시들어 버린다. 이래서 실제로 사람을 죽일 만한 독성은 전혀 없더라도 죽음의 꽃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수정난풀이 썩은 사체에서 영양분을 획득하기에 사망지화라고 불린다고 서양식으로 풀이하는데 글쎄다. 수정란이 직접 사체에서 영양분을 취하는 것도 아닌 데다가 대개 낙엽 사이에서 때로는 푸른 이끼들 사이에서 줄기가 올라오기 때문에 그렇게 죽음이 연상될 정도로 흉측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다가 수정란이 죽을 사람을 기사회생(起死回生)시키는 선초(仙草)도 아니고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에 사람을 죽이는 맹독을 가진 식물도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게 된다. 그저 수정난풀의 전초를 여름이나 가을에 채취하여 말려서 기관지용 약으로 쓰는 평범한 약재 정도이다. 그래서 무협에서 부르는 이름인 유령초(幽靈草)나 민간에서 부르는 이름인 사망지화(死亡之花) 또는 명계지화(冥界之花) 등 과장된 이름이 아닌 수정란(水晶兰) 또는 수란초(水兰草)나 은쇄시(银锁匙) 등으로 불리게 되어 수정란이 중국 정명이 된다. 수정(水晶)이란 이산화규소(SiO₂)의 결정체인 광물 석영(石英) 중에서 물과 같이 무색 투명한 것을 이르는 말로서 영어로는 크리스탈(crystal)이라고 한다. 수정란의 줄기가 반투명 백색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은쇄시(銀鎖匙)라는 이름은 은으로 된 열쇠라는 뜻인데 하나의 줄기에서 나온 꽃과 잎이 고대 열쇠모양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는 일본에서 수정난풀의 근연종인 구상난풀을 스님들의 주석(錫) 지팡이(杖)를 닮았다고 석장초(錫杖草)라고 부르는 것이나 미국에서 인디언 파이프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수정난풀을 수정난풀아과를 대표하는 중심 종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구상난풀을 석장초(錫杖草)라고 하며 아과의 대표적인 종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수정난풀은 그저 곁다리 취급을 한다. 그래서 이름도 은룡초(銀竜草)로 부르는 또 다른 종인 학명 Monotropastrum humile인 나도수정초를 닮았다고 은룡초의(銀竜草擬) 즉 긴료우소우모도키(ギンリョウソウモドキ)를 정명으로 삼고 가을에 꽃이 핀다고 아키노긴료우소우(アキノギンリョウソウ) 즉 추은룡초(秋銀竜草)라고 별명으로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Monotropastrum humile가 수정초를 닮았다고 나도수정초라고 부르는 것과 정반대이다. 그런데 나도수정초의 속명 Monotropastrum 자체가 수정난풀을 닮았다는 뜻이므로 중국에서도 가수정란(假水晶兰)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런 관점에서만 보면 일본이 비합리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일본에 은룡초인 나도수정초가 워낙 널리 알려져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외에 일본에서도 이를 유령이의(幽霊茸擬)라고 가짜 유령버섯이라는 뜻으로 부르기도 한다. 일본에서 나도수정초를 유령이(幽霊茸)라고도 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워낙 엽록소가 없이 줄기가 땅에서 솟아나므로 그 자체가 균류의 일종인 특이한 버섯으로 파악하였을 법한 이야기이다.




우리 이름 수정난풀은 중국 이름 수정란(水晶蘭)에 풀을 접미사로 붙인 이름이 분명한데 왜 우리나라 식물학자들은 두음법칙을 무시하는지 알 수가 없다. 원래 1949년 발간된 정태현선생 등의 조선식물명집에 수정란풀이라고 제대로 되어 있던 것을 1996년 이우철선생이 한국식물명고에서 수정난풀이라고 써서 정명이 되어 버렸다. 그 이전인 1980년에 이창복선생도 나도수정초의 이명으로 수정난풀이라고 기재한 바 있어 우리나라 식물학자들은 국문법을 무시하기로 유명하다. 동양란 서양란 한란 춘란 군자란 문주란 용설란 죽백란 제비란 자란 방울란 고란 등 모두 란(蘭)으로 되어있는 것이 아니더란 말인가? 한자 난 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잘 아는 한자 중에서는 어려울 난(難)이나 따뜻할 난(暖) 외에는 거의 모두 원래는 란 자인데 두음법칙에 의하여 앞에 올 때만 난으로 바꿔서 적을 뿐이다. 어지러울 란(亂) 알 란(卵) 난초 란(蘭) 난새 란(鸞) 등은 단어의 첫머리에 올 때가 아니라면 원래대로 적어야 옳은 것이다. 만약 수정난풀을 수정난초라고 하였다면 수정과 난초의 합성어라고 두음법칙을 적용하여야 한다고 주장할 여지라도 있지만 수정난풀은 정말 어법을 무시한 해괴한 이름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의 거의 모든 식물이 가지고 있는 엽록소(葉綠素)가 전혀 없어 식물이라면 누구나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일과인 광합성작용도 안하고 그저 놀고 먹으면서 그 나약한 곰팡이에 빌붙어서 영양분을 빼앗아 먹고 살기에 식물의 팔이라는 가지도 없고 식물의 옷이라는 잎도 거의 퇴화하여 마치 용의 비늘 같은 작고 투명한 조각만 남아 있으면서도 종족 번식의 욕구는 억제하지 못하는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색상이 남 달라서 그렇지 따지고 보면 양성화의 꽃에 수술도 있고 암술도 있고 씨방도 있고 매개충을 유인할 꿀을 분비하는 샘도 있는 등 있을 건 다 있는 멀쩡한 하나의 식물일 뿐이다. 그래서 이를 진달래과로 분류하는 것이다. 다만 영양조달을 위한 잎이 필요없으므로 자연스럽게 퇴화한 것이며 많은 잎을 달기 위한 가지도 필요하지 않기에 없을뿐이다. 산속 어둡고 습한 숲 아래 썩은 나무나 낙엽이 쌓인 지역에서 주로 발견되는 수정난풀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생하지만 잘 보이지 않는 이유는 그 특유의 경이로운 반투명 백색 줄기가 나타나는 기간이 연중 겨우 1~2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년생 초본인 이 식물이 매년 지상에 머무는 기간이 겨우 한두 달이라는 뜻은 아니다. 수정난풀의 경우 대개 한여름에서 초가을에 비가 내린 다음 마치 죽순이나 버섯처럼 매우 빠른 속도로 쑥쑥 올라온다. 거기서 아래로 고개를 숙인 길이 1.4~2cm의 꽃이 줄기 하나에 하나씩 달린다. 주로 호박벌이나 개미 등에 의하여 수분이 이루어 진 다음 열매가 익어가면서 숙였던 꽃대가 위를 향하여 직립으로 일어선다. 한 달 후쯤부터 열매가 성숙하면서 줄기와 잎의 색상이 점차 흑갈색으로 변해가다가 두 달 후에는 흰색은 거의 사라지고 흑갈색만 남는다. 그 상태로 월동하고 때로는 이듬해 꽃이 필 때까지 유지되지만 사람들을 이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신기한 색상이 보일 때만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하여 갑자기 유령과 같이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신비한 식물로 생각하게 된다. 지름 1.3~1.4cm인 삭과는 4~5갈래로 갈라지면서 날개가 달린 투명한 무수한 종자가 나오는데 이 종자를 산바퀴라는 바퀴벌레가 과육을 취하는 대신에 종자를 이동해 주는 공생관계를 이룬다고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주변에 균근균이 존재하는 지역에서만 수정난풀의 생존이 가능하기에 종자가 멀리 이동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수정난풀은 그 주변에 번식하기에 대개 무리지어 자라는 것이다. 주변 여건이 안되는 줄을 모르면서 욕심내어 함부로 채취하여 정원이나 화분으로 옮겨도 결코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수정난풀은 주변 토양과 함께 균근균과 그 균근균의 숙주 식물을 함께 옮기야만 이식에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










다음은 수정란풀을 무척 좋아했다는 19세기 미국의 천재 여류시인인 Emily Elizabeth Dickinson(1830~1886)이 쓴 Tis whiter than an Indian Pipe라는 시인데 이를 수정난풀보다 더 하얗지만..이라는 제목으로 번역하신 분이 있는 것 같다.
Tis whiter than an Indian Pipe- in 1879:
Tis whiter than an Indian Pipe –
‘Tis dimmer than a Lace –
No stature has it, like a Fog
When you approach the place –
Not any voice imply it here –
Or intimate it there –
A spirit – how doth it accost –
What function hath the Air?
This limitless Hyperbole
Each one of us shall be –
‘Tis Drama – if Hypothesis
It be not Tragedy –


등록명 : 수정난풀
학 명 : Monotropa uniflora L.
분 류 : 진달래과 수정난풀속 다년생 초본
원산지 : 한중일러 북반구 온대 아열대지역
중국명 : 수정란(水晶兰) 유령초(幽灵草) 몽란화(梦兰花) 은쇄시(银锁匙) 명계지화(冥界之花) 사망지화(死亡之花)
일본명 : 은룡초의(銀竜草擬) 추은룡초(秋銀竜草) 유령이의(幽霊茸擬)
영어명 : ghost plant, ghost pipe, Indian pipe, corpse plant, death plant, ghost flower
초 장 : 10~30cm
줄 기 : 직립 단일 불분지
특 징 : 균종속영양식물, 무엽록소, 백색, 육질, 변흑갈색
뿌 리 : 세, 분지밀, 새집모양
잎특징 : 인편상, 직립, 호생, 장원형 협장원형 관피침형,
잎크기 : 1.4~1.5 x 4~4.5cm,
잎모양 : 선단둔두, 무모, 무거치
꽃특징 : 단일화 정생, 선하수, 후직립
화 관 : 통상종형, 1.4~2 x 1.1~1.6cm
포 편 : 인편상, 잎모양
꽃받침 : 인편상, 조락
꽃부리 : 5~6, 이생, 설형 및 도란상장원형, 1.2~1.6cm, 상부 너비 5.5~7mm, 부정제 거치, 내측 장조모, 조락
수 술 : 10~12개, 화사조모, 화약 황색, 화반 10치렬
자 방 : 중추태좌, 5실, 화주 2~3mm, 주두 팽대 나팔상 황갈색
열 매 : 삭과 타원상구형, 직립, 향상, 1.3~1.4cm 길이
개화기 : 8~9월
결실기 : 10~11월
용 도 : 전초약용 - 보허지해(补虚止咳) 폐허해수(肺虚咳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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